정든 땅 언덕 위에 / 해설 / 천양희
by 송화은율정든 땅 언덕 위에 - 천양희
이해와 감상
영국의 시인 셸리는, 시인은 세상의 숨은 입법자라고 말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이 말을 시인은 세상의 숨은 건설자라고 바꾸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시로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시는 무엇을 만들거나 무엇을 짓기 위한 재료가 아니다. 사실상 시로써 지을 수 있는 집이란 없으며 시로써 만들 수 있는 세상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시는 언어를 사용한 완벽한 발언의 하나이다. 시인은 언어의 창조자라고 할 만한 하다. 창조자인 시인은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에 새로운 의미를, 보다 완전한 의미를 불어넣고 싶어한다. 마치 성경에서 아담을 빚으신 하나님이 그 형체에 숨을 불어 넣어 인간을 완전한 존재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라는 숨결을 불어넣어 세상을 만들고 집을 짓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는 세상을 만드는 물리적 재료나 집을 짓는 건축 재료와는 성격이 다른 정신적 숨결이 배인 재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시의 숨결로 채워진 집과 세상은 거짓과 위선이 사라진 잘 다듬어진 언어처럼 불순물이 걸러져 순수한 결정물과 같은 세상일 것이다. 그럴 때 시는 햇빛, 불빛이 되고 포근함과 따뜻한 정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시로써 구축된 세상이 사람들을 보다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인은 시로써 씨를 뿌리고 한 편의 시 같은 인생을 거두어 들이고자 한다. 시의 나라, 시의 세상에서 시인은 창조자이며 조물주이다. 시 같은 일생, 시 같은 삶을 허용하지 않는 각박한 세상에서 온 세상을 시로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시인의 발상은 즐겁고 흥미 있는 일이다. 시의 나라가 아닌 복잡한 세상이기에 시의 불빛은 더욱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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