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大雪注意報) / 해설 / 최승호
by 송화은율반응형
대설주의보(大雪注意報) - 최승호
이해와 감상
80년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절이었다. 이 시에 나오는 군단이라든가 계엄령 등의 시어들과 그것들이 주는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그러한 시대적인 배경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시인은 자연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눈 내리는 모습에서조차 그런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읽어 내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겨울에 눈 내리는 현상은 당연한 자연적인 현상이자 우주의 섭리이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의 눈은 평범한 일상적 현상으로서의 눈이 아니다. 여기서의 눈은 해일처럼 굵은 눈발을 휘두르며 천지를 삼킬 듯이 내리는 눈이다. 그것은 깊은 골짜기를 메우고 온 산을 백색으로 물들일 듯 거칠게 내린다. 이러한 흉폭성은 자연을 파괴하고 그 질서를 교란시킨다. 그리하여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온갖 동식물들의 삶들을 제압하고 위협하기 시작한다. 굴뚝새를 `죄그마한 숯덩이'같이 초라하게 만들고 서둘러 뒷간에 몸을 숨게 만드는가 하면, 삶과 삶을 연결시키는 `길'을 끊어 놓기도 한다. 또한 온갖 산짐승을 굶주리게 하고 소나무 가지를 부러뜨릴 정도의 위험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비록 이 시는 시대적 상황을 눈 내리는 일상적 현상에서 읽어 내며 그 비극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에서 보듯 이 시대를 이겨내려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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