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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流頭) / 요점정리 / 허윤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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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허윤석(許允碩: 1915- )

경기도 김포 출생. 1935년 <사라지는 무지개와 오뉘>로 문단에 등단함. 그는 시대적 사건이나 상황을 서정적인 문체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실락원>, <문화사 대계>, <옛 마을>, <해녀>, <길 주막>, <조사(釣師)와 기러기>, <구관조>, <초인> <유두>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 소설
배경 : 시간 - 해방 직후 어느 여름 / 공간 - 삼팔선에서 가까운 천방골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의 복합.
성격 : 서정적, 상징적
표현 : 서정적이며 시적인 산문
의의 : 소설을 시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서정적인 소설
주제 : 자연의 재앙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
인물 : 길재 =천방골에서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죽음을 맞았던 농민. 천방
                 골을 떠나려다 아들의 마음을 읽고 다시 돌아온다.
         돌이 =불모의 땅인 것도 모르고 살구씨를 심는 길재의 어린 아들.

구성 :

발단 : 비 많은 산골인 천방골과 길재의 집안 내력 소개.
전개 : 큰비가 퍼붓기 시작하는 천방골.
절정 : 홍수의 피해와 한가지라도 건지려는 길재의 노력.
결말 : 천방골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옴.
 

이해와 감상

  1948년 <경향신문>에 발표된 단편 소설.

이 작품은 스케치에 가까우리만큼 짧은 소설이다. 그러나 제한된 소설 공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편 못지 않은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소설에서의 상징과 서정성에 유의하면서 읽는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제목은 음력 유월 보름께[流頭]에 주인공이 여러 비극을 맞이한 것과 관계 있다.

이 작품은 200자 원고지 15매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이지만, 그 적은 분량 속에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소설 미학을 압축해 놓고 있다.

감각이나 분위기가 음습하고 어두운 이 소설은 불길함을 예고하는 전조(前兆)와 숙명적인 죽음의 연쇄성, 험한 기상과 거듭되는 자연의 재난 등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의 저주받은 땅 천방골이 배경이다. 그런 불모의 땅이기에 '길재'와 동네 사람들은 바로 이 역천(逆天)의 땅을 버리고 떠나려 한다.

그런데 '길재'는 선택의 기로에서 북쪽으로의 선택을 유보한 채 출발의 원점인 천방골로 다시 돌아온다. 이런 회귀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들 '돌이'의 살구씨 심던 마음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날 밤에도 도마뱀의 푸른 불로 표상된 불길함의 조짐 혹은 죽음을 예고하는 자연의 위대한 힘이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는 불모의 땅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길재'가 천방골을 택한 그 행위의 의미이다. 극복할 수 없는 운명적 힘으로 제시되는 자연 앞에서 '길재'의 선대(先代)들이 "산그늘이나 바라다보며" 죽어 갔다면, '길재'는 선대(先代)의 절망적이고 수동적인 순종보다는 거대한 자연과의 능동적인 화합을 시도하며,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봄이 되면 돋아날 살구씨에 대한 희망으로 천방골로 돌아간다. 즉, 절망과 역천(逆天)의 논리가 아니라 화합적인 순천(順天)과 살구씨의 싹이 틀 것이라는 희망을 가짐으로써, 막연하게 "귀천이 없다"는 논리로만 무장된 북(北)으로의 선택을 포기하고 푸른 불 도마뱀의 마을에 머무는 것이다.

작가 허윤석은 간결하고 압축된 형태미 속에서 서정적 소설을 남긴 작가이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옛마을>(1949)은 비둘기의 울음, 돋아 오르는 달, 암나귀의 울음 등을 기본 이미지로 하면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애정의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보면 소설에 시의 기능을 접목시키려 애쓴 작가가 아닐까 한다.

 

줄거리

  자연의 재앙이 끊이지 않는 천방골의 음습한 산그늘에서 '길재'는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죽음을 맞았고, 그들이 죽을 때마다 푸른 불 도마뱀의 불길한 조짐을 본다.

아내가 죽고 그 해 여름, 다시 한번 홍수가 나 이랑마다 기름져 흐르던 논밭이 망가진다. 그래도 물과 얼크러져 싸워 보지만 끝내는 봇둑을 놓쳐 물이 넘치고, 그날 밤에도 도마뱀이 푸른 불을 켜 들고 있었다.

비가 좀 가라앉자 다시 밭으로 나와 옥수수대를 묶지만 비는 다시 퍼붓는다. 문득 집에 혼자 두고 온 아들 '돌이'를 생각하고 뛰어와 보니 '돌이'는 무엇을 먹다가 담 모퉁이로 돌아가 그것을 심는다.

비를 피해 바위 밑에서 밤을 새운 마을 사람들은 이 불모의 땅을 버리고 떠나자고 한다. 그들은 남과 북의 두 갈래 길 앞에서 망설이다가 귀천이 없다는 북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들과 함께 마을을 떠나던 '길재'는 "봄만 옴 살구씨가 또 싹이 트겠지?"라고 묻는 '돌이'의 말을 듣고 아들의 마음을 다시 보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과 헤어져 천방골로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날 밤 역시 도마뱀은 푸른 불을 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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