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 혈( 花의 血) / 줄거리 및 해설 / 이해조
by 송화은율화의 혈( 花의 血, 1911년, <매일신보>, 1918년, 오거서창)
작가:이해조 (李海朝,1869 - 1927)
경기도 포천 출생. 1906 년 잡지 <소년한반도>에 한문 현토 소설 「잠상태」(岑上苔)를 연재하며 문단에 나옴. 개화기 언론에 참여하며 애국 계몽 운동에 참여함. 주요 작품으로 「빈상설」(1907), 「自由鐘」(1910) 등을 발표하였고 또한 창자(唱者)가 구술(口述)한 고대 소설을 신소설풍으로 옮겨 적어 「獄中花」(춘향전,1912), 「江上蓮」(심청전,1912), 「燕의 脚」(흥부전,1913), 「兎의 肝」(별주부전,1916)의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작품의 수준은 이인직을 능가하지는 못하였으나, 이해조 외에 자신의 문학적 주장(이론)을 내세운 신소설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등장 인물
선초: 최호방의 딸. 이도사에게 농락당한 후 자살.
이도사(리시찰): 동학란 진압차 지방을 순찰하는 관리. 호색한.
모란: 선초의 동생. 언니의 복수를 함.
줄거리
제일회
천하에 보고 볼수록 어여쁜 것은 향기로운 꽃이라.<중략> 그 여자는 전라남도 장성군 최 호방이 나이 사십이 되도록 자녀간 한낫 혈육이 없어 마냥 서러워 하더니, 그 고을 퇴기 춘홍을 착첩하여 천행으로 딸 형제를 낳으니 큰딸의 이름은 선초요, 작은딸의 이름은 모란이라.
전남 장성에서 호방을 지낸 최씨는 퇴기 춘홍과 사이에서 두 딸을 두었는데 큰딸이 선초요, 작은딸이 모란이다. 선초는 기생이 되어 재색(才色)이 뛰어나 이름이 서울에까지 널리 퍼졌다. 호색한인 이도사(리시찰)는 선초의 소문을 듣자 음심(淫心)이 동해 고관들에게 손을 써 시찰자가 되고, 전라도 소요를 시찰한다는 핑계로 장성 고을까지 온다.
본래 포악하고 부정축재를 하며 많은 양민을 동학도로 몰아 넣는 패륜아 노릇을 하며 장성까지 온 리시찰은 간계로써 선초를 탐하고자 하나 실패로 돌아가자, 선초의 아버지 최호방을 누명을 씌워 가두어 두고 선초에게 접근한다. 선초는 최호방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풀어 줄 것과 자신을 정실 부인으로 맞이할 것을 이도사에게 요구하고 몸을 허락한다. 첫날밤을 지낸 후 이도사가 최호방은 풀어 주었으나 선초에게는 정실 부인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10원짜리 지폐와 함께 절연장을 보내자 선초는 아편을 먹고 자살을 한다.
선초가 죽은 후 이도사는 밤마다 선초의 원귀에게 시달리고, 공금을 회령한 죄로 가마옥에 갇히게 되어 그의 가정은 파탄이 난다. 모란은 언니의 원수를 갚으려 기생이 되어 서울로 올라와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중 감옥에서 나와 다시 벼슬을 노리는 이도사를 우연히 고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만나 그의 과거를 폭로함으로써 이도사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도사는 후에 거지가 되어 잘사는 모란의 집에 와 구걸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쫒겨 난다.
< 발문(跋文) 중에서 >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매양 빙공착영(憑空捉影)으로 인정에 맞도록 편집하여 풍속을 교정하고 사회를 경성하는 것이 제일 목적인 중, 그와 방불한 사람과 방불한 사실이 있고 보면 애독하시는 여러 부인 신사의 진진한 재미가 일층 더 생길 것이요, 그 사람이 회개하고 그 사실을 경계하는 좋은 영향도 없지 아니할지라. 고로 본 기자(記者 -작가 자신)는 이 소설을 기록함이 스스로 그 재미와 그 영향이 있음을 바라고 또 바라노라.
해설
이 작품은 1911년 4월 6일부터 같은 해 6월 21일까지 <每日新報>에 연재 발표된 신문 소설이다.그 후 1912년에는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기생의 효(孝)와 정절(貞節)이 주류를 이룬 속에 동학란을 전후로 한 시기의 부패한 관료들의 이면상을 그린 작품이다. 한편, 이 작품에는 서문과 발문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하고 있다. 즉, 소설의 소재의 다양성, 현실적 사실에서의 취재, 사실적인 표현을 주장하고 사회의 풍속을 올바르게 이끄는 교훈성을 소설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내세우고 더불어 독자의 재미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은 이와 같은 그의 문학관 아래 창작되었다.
한편 지은이는 서언에서는 제재의 현실성과 사실성을, 후기에서는 빙공착영(憑空捉影), 즉 소설의 허구성을 거론하는 이론적인 면도 보였다.
(주제) 권선징악
(문체) 산문체(종결어미는 문어체)
(시점) 전지적 작가시점
(표현) 사실적 표현
(성격) 풍속소설
참고
1.「자유종」(1910): 토론체 소설. 여권 문제 중시, 자녀 교육, 자주 독립, 지방색 타파, 미신 타파, 한문 폐지 등을 주장한 소설.
2.「빈상설」(1907): 처첩간의 갈등에 혼인 제도의 계급성을 지양한 평민 의식을 고취하며 신학문을 강조함.
3.「구마검」(1908): 무당, 점술의 비과학성을 드러내어 미신 타파의 계몽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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