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서정 시인 / 해설 / 임강빈

by 송화은율
반응형

 

서정 시인 / 임강빈

 

 

이해와 감상

 

 시인이라는 직분은 참으로 고달프고 외롭다. 겉으로 드러나는 쓰임새와 효용을 중시하는 산업사회에서 시인이 처한 자리는 점차 좁아만 가는 듯하다. 세상에서 운신할 자리가 옹색해 보일수록 시인의 자기를 위안하는 목소리는 뜨겁고 간절하다. 「서정 시인」은 내면을 다스리는 시인의 소박한 언어를 담고 있다.


 서정시의 본래의 성격은 내면성찰에서 기인하며 그것을 시적인 언어로 옮기는 데 있다. 이러한 시의 창작에 충실하려는 시인의 마음은 시정(市井)의 정서와 차이를 지니기 마련이다. 더구나 예전의 서정 시인과 달리 요즈음은 예로부터 시인에게 기대되었던 영험이나 지혜를 구하지도 않는다. 시인에게 기대되었던 지혜는 과학으로 대치되었으며 시인의 풍부한 감성은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으로 오해받기 쉽다. 서정 시인이라는 직분은 화려한 거리에서 어색하거나 빛바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며 이러한 거리에서 살자면 시인에게는 `헛웃음'과 섭섭한 일이 더 많기 마련이다.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며 소리쳐 보고 싶은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진정한 그의 자리는 투쟁적 웅변가에 있지 않다. 그러나 그의 눈물은 누구보다 뜨겁고 진실하다.


 화려하고 자랑이 많은 사회에서 시인이라는 자기 규정은 어쩔 수 없이 주변적인 존재로 귀결된다. 그는 빛바랜 시인, 즉 주변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규정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러한 존재 규정 내에서 세상과의 진정한 교감을 시도한다. 그가 걷는 길은 번화한 대로(大路)가 아니라 인적이 드문 산길이며 억새풀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다가 만나는 것은 달빛이다. 서정시가 세상에서 소원해진 것만큼이나 달은 예전과 같은 정서적 친근감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주변적인 존재이기에 인적 드문 산길에서 달빛을 온전히 바라보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의 잡다한 소음에 벗어난 홀로의 경지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자연은 그의 뼈를 강건하게 하고 정신을 청정하게 한다. 자연 속에서 그는 소리치고 싶은 분노와 섭섭한 감정의 격정을 다스린다. 보들레르는 「알바트로스」에서 `시인'을 알바트로스에 비겨, 창공에서는 귀공자와 같으나 지상에 내려오면 사람들에 들볶이고 추한 꼴로 걷는다고 탄식한 바 있다. 시인의 운명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을 수반하지만 그 외로움이 시인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설: 유지현]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