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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 / 해설 / 장서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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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 / 장서언

 

 

이해와 감상

 

 나무는 시인의 눈앞에서 말없이 꽃을 피우고 푸르른 잎새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본디 식물이란 평생을 태어난 자리에서 살아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빛과 물을 모아 몸을 키운다. 그것은 스스로 소리를 내거나 움직이는 법이 없다. 그러나 나무가 결코 가만히 멈추어 있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까닭은 바람의 움직임과 함께 하고 부드럽게 그에 몸을 맡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무의 생태가 우리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인은 나무를 그렇게만 보고 있지를 않다.


 이 시에서 나무가 피우는 꽃은 의연히 화려하지 않고, 조바심하는 사랑의 표현이 되었으며, 잎새는 넉넉히 푸르지 않고, 불안한 사랑의 멍이 되었다. 또한 나무는 바람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그 그침에 안타까와 하면서 적요(寂寥)와 부동(不動)을 못 견디어 하는 것이다. 차라리 벼락을 쳐 달라는 극단적인 몸짓은 나무의 삶이 안정되고 푸근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만하다. 왜 이 시에서 나무는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시인의 마음이 나무에 옮겨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시적 운동을 감정이입이라 부른다. 그래서 사랑은 부질없는 연습에 그치며 체념 속에 퍼렇게 자라난 나무의 모습은, 고요한 아침부터 가는 비 내리는 오후까지 숲 또는 정원을 짐짓 태연한 채 바라보고 있는 시인의 모습인 것이다. 번민과 안타까움을 모두 나무에게 넘겨주고 시인은 능청스럽게 고요하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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