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1964년 겨울 / 줄거리 및 해설 / 김승옥
by 송화은율서울,1964년 겨울( 1965년, <사상계>)
작가:김승옥
등장인물
나: 화자(話者). 25세로 고졸, 구청 병사계에 근무함. 확실한 주관이 없는 회색적인 인물.
대학원생 안: 25세인 부잣집 장남. 지식인이며 염세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람.
아저씨: 서적 외판원. 30대의 남자.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을 대표하는 인물.
줄거리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오뎅과 군 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얼어 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하략)
1964년 겨울, 서울의 어느 포장 마차 선술집에서 안씨라는 성을 가진 대학원생과 ‘나’는 우연히 만난다. 우리는 자기 소개를 끝낸 후 얘기를 시작한다. 우선 ‘파리(Fly)’에 관한 이야기다. 파리를 사랑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우물거렸고, 나는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 안에 잡아본 것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스스로 답한다. 추위에 저려드는 발바닥에 신경쓰이는 나에게 그는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의기양양해져 옛 추억을 떠울리며, 여자 아랫배의 움직임을 이야기하고, 그는 꿈틀거리는 데모를 말한다. 그리고 대화는 끊어지고 만다.
다른 얘기를 하자는 그를 골려주려고 나는 완전히 자신만의 소유인 사실들에 대해 얘기를 시작한다. 즉 평화 시장 앞 가로등의 불꺼진 갯수를 이야기하자 그는 서대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의 숫자를 이야기 한다.
나는 안형을 이상히 생각한다. 부잣집 아들이고 대학원생인 사람이 추운 밤, 싸구러 술집에 앉아 나같은 친구나 간직할 만한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스러운 것이다. 안형은 밤에 거리로 나오면 모든 것에서 해방된 느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술집에서 나오려 할 때, 가난뱅이 냄새가 나는 서른 대여섯 살짜리 사내가 우리 쪽을 향해 말을 걸어와 우리와 함께 어울리기를 간청한다. 힘없이 보이는 그 사내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근처의 중국요리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아내가 급성뇌막염으로 죽었고 그녀의 시체를 병원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직업은 서적 월부 외판원이었다는 것, 옛날에 부인과 재미있게 살았다는 것 등을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며 말을 계속한다. 나와 안은 그 자리를 피하고 싶지만 눌러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판 돈을 모두 써버리고 싶어했고, 우리에게 돈이 다 없어질 때까지 함께 있어주기를 부탁한다.
중국집에서 나와 우리는 양품점 안으로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넥타이를 하나씩 사고 귤도 산다. 돈의 일부를 써버렸지만 아직도 얼마의 돈이 남아 있다. 그때 우리 앞에 소방차 두 대가 지나갔고, 사내는 소방차 뒤를 따라 가길 원한다. 택시를 타고 화재가 난 곳에 도착해서 불구경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불길을 보고 아내라고 소리친다. 그러곤 남은 돈과 돌을 손수건에 싸서 불 속에 던져버린다. 결국 그 돈은 다 쓴 셈이 되었고 우리는 약속한 대로 가려 했지만 사내는 우리를 붙잡는다. 혼자 있기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밤만 같이 지내길 부탁하며 여관비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함께 들르길 요청한다. 사내는 남영동의 한 가정집 대문앞에 멈춰 벨을 누른다.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월부책 값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다. 우리는 거리로 나와 여관으로 들어간다. 여관에 들어가서 우리는 방을 몇 개 잡을 것인가에 대하여 약간의 이견을 갖게 되나 각자 방을 정한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죽어 있다. 안과 나는 성급히 거리로 나온다. 안은 그 사내가 죽을 줄 알았다는 것, 그래서 유일한 방법으로 혼자 놓아둔 것이라고 말한다.
”자, 여기서 헤어집시다. 재미 많이 보세요.“
하고 나도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마침 버스가 막 도착할 길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올라서 창으로 내어다보니 안은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눈을 맞으며 무언지 곰곰이 생각하고 서 있었다.
해설
이 작품은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60년대적 의식의 방황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50년대의 도덕주의적 엄숙성을 지닌 문학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도시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고립을 그리고 있다. 특별한 사건은 없이 우연한 만남을 이룬 세 사나이의 비현실적 대화의 행동을 통해 전망없는 세계에 처한 삶의 부조리성을 드러낸다. 소위 4.19세대가 일으킨 ‘감수성의 혁명’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김승옥 문학의 대표작으로, 감각적이며 유희적인 문체가 인간 관계의 단절상을 극적으로 제시하게 되는, 반어적인 성취가 이루어진다. 인간끼리의 진정한 자아로서의 만남이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의 어두운 뒷모습을 ‘의도된 어색함의 상황’에 담아 보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학원생 안씨와 서적 외판원 아저씨를 60년대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대표적) 개인이다.
(주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여 만나는 세 인물이 느끼는 삶의 공동성(空洞性)과 파편적 개인성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의 문제
주체성 없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
현실의 부적응으로 인한 삶의 허무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시점) 1인칭 서술자 시점
참고문헌
임헌영 외(1991), 한국문학명작사전,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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