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도 (修羅道) / 줄거리 및 해설 / 김정한
by 송화은율수라도 (修羅道,1969년, <월간 문학>)
작가:김정한
등장인물
가야 부인:주인공.일제 하에서 수난을 겪음
허 진사: 가야 부인의 시조부
오봉 선생:가야 부인의 시아버지
이와모도 구장: 일본의 앞잡이. 주민에게 피살 당함
줄거리
“ 저 애씨는 시집 몬 갈까봐 불공드리러 왔나 ? 이 비좁은 방에 온 !”
“와그라노, 우리 부체새끼를 ... ... 구라지마라, 내 손지다”
아직 불당답게 채 꾸며지지도 않은 방안 벽받이에 안치된 커다란 돌부처 곁에 빠듯이 끼어 앉아 있는 소녀는 , 겨우 여남은 살 될까말까하는 아이다. 소복차림의 보살할머니들이 웅성대는 양을 눈여겨보고 있던 소녀는 별안간 자기를 놀려주는 핀잔 소리에 눈이 오끔해지다가 할머니 가야부인의 감싸주는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딱다그르하고 웃는 바람에, 못내 수줍어진다.
가야 부인( 옛날 가야국 자리인 김해가 안태본이라고 해서 가야부인이라고 부를게 되었다)의 시조부 허 진사는 한일 합병직후 일제가 강제 수탈의 무마책으로 내 준 ‘합방은사금’을 거부하고 간도로 이주해 간다. 가야부인이 시집온 지 구 년째 되던 해에, 허 진사는 독립 운동을 하다 서간도에서 유골로 돌아오고(이것은 일년전의 일이다), 손아래 시숙 밀양 양반은 3.1 만세를 부르다가 일제의 총질에 죽음을 당한다.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동안에 다시금 십여년의 세월이 흘러 그녀는 ‘가얏댁’에서 ‘가야 부인’으로 칭호가 바뀌고, 어느덧 6남매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자부도 몇이나 거느린 버젓한 시어머니가 되었다. 시어머니와 그녀는 전통적인 유교 집안인 허진사댁에서 불교에 눈이 뜨게 되고 서간도에서 돌아간 허 진사의 제삿날에 가야 부인은 제사장을 보아 가지고 오는 길에 땅속에서 돌부처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가야부인은 봉건적인 이념이 유교와 미륵신앙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시아버지 오봉 선생(오봉산 밑으로 온 다음부터 부른 호라고 한다.)은 태평양 전쟁이 고비에 다다를 무렵 일제가 조작한 애국 지사 박해 사건, 즉 ‘한산도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된다. 이에 가야 부인은 도움을 청하러 이와모도 참봉에게 찾아가게 되나 헛수고로 돌아간다. 오봉선생은 갖은 옥고를 겪다가 출옥 후 타계한다. 한편 일본에 건너가 대학을 다니던 막내 아들은 학병을 피해 숨어 다녀야 했고, 양딸 구실을 하던 옥이마저 전쟁 말기에 정신대로 끌려 갈 뻔한다. 그러나 죽은 딸의 남편인 박서방이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 여자 정신대원으로 끄려 가게된 종의 딸 옥이와 결혼하자 옥이는 정신대 징용을 면한다.
한편, 친일 분자로 정신대 징용에 앞장 섰던 이와모도 구장은 낭떠러지 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어 해방이 되고 일반인들은 해방덕을 보지 못했다. 징용에 끌려 간 자나 정신대로 끌려 간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불행하리라고 밑었던 이와모도 참봉의 집은 행운이 일어났다. 고등계 형사 간부로 있던 맏아들은 그 동안 숨어 다니더니 경찰 간부가 되었고 몇 해 뒤엔 국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6남매의 어머니로 며느리와 손자를 거느리게 된 가야 부인은 광복 후에도 기울어진 가세가 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막내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거둔다.
“석이 안 왔나 ?”
가야부인은 겨우 눈을 또 뜨곤막내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멀리서 또 포성이 쿵! 울려왔다. ---- 왜 사람들은 싸우지 않음 안될까 ? 가야부인은 무슨 말을 할 듯이 입을 약간 우물하다 만다. 이마에서 잇달아 솟는 땀이 드디어 그녀의 열반을 알리는 것 같았다.
해설
이 작품은 1969년에 발표하여 한국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생애의 폭이 넓고 깊었던’ 가야부인의 괴로운 과거와 의젓한 처신을 중심에 놓고 시댁인 허진사댁의 가족들이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 겪는 수난사를 그리고 있다. 또한 중편인 이 작품은 한국 종교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 작품으로 4대에 걸친 가족의 수난사(受難史)에서 우리는 우리의 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죽음을 당하는 이와모도 구장의 묘사에서 외세에 기생한 친일세력들의 말로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작가적 양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도경 형사였던 이와모도의 장남의 출세에서 비특러리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 못한 현대사의 파행을 묘사하고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가족의 수난과 이에 대응하는 가야 부인과 오봉 선생의 인고, 지절 , 초월(超越)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주제) 선비의 애국 지절 정신과 현모 양처의 인고의 미덕, 혹은 초월 의지
(갈래) 단(중)편소설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당당하고 강건함
참고
국어교육을 위한 교사 모임(1989),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소설, 푸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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