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 / 요약과 확인 / 김동인

---

붉은 山 / 김동인

-어떤 의사(醫師)의 수기(手記)-

 

 

<붉은 山>은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민족 수난기에 민족 정기의 회복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 작품이다. <감자>와는 달리 자연주의적인 요소는 없고 사실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서술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별명이 ‘삵’인 정익호이다. 작중 서술자는 의학 연구차 중국에 온 ‘여(余)’이다.

 

‘여’의 눈에 비친 ××촌은 일제 강점기하에 일제의 수탈을 피해 만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마을이다. 조선 사람 소작인만 사는 20여 호의 가난한 마을에 만주인 지주 못지 않게 조선인을 괴롭히는 악당이 정익호이다.

 

투전, 싸움질이 그의 장끼였다. …(중략)…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하였다. …(중략)… 그리고, 만약 누구든 그의 이 청구에 응치 않으면 그는 그것을 트집으로 싸움을 시작하고, 싸움을 하면 반드시 칼부림을 하였다. 동네 여자들은 밖에 나가 다니지 못했다. 삵. 이 별명은 누가 지었 는지 모르지만 어느덧 ××촌에서는 익호를 익호라 부르지 않고 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중략)… 그들은 아침에 깨이면 서로 인사 대신으로 삵의 거취를 알아보곤 하였다.

 

어느 날 ‘송 첨지’가 소작료가 적다고 만주인 지주에게 타살된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극도로 분노했으나 감히 그에게 대적하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 약자의 뼈저린 비애가 있었다. ‘여’는 의사라는 직업상 송 첨지의 시체를 검시하고 돌아오는 길에 삵을 만났다. 여는 삵에게 말했다.

 

“가련한 인생아, 인종의 거머리야, 가치 없는 인생아, 밥버러지야, 기생충아!”

 

삵의 얼굴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여가 발을 떼려는 순간 언뜻 삵의 얼굴에 나타난 비참한 표정을 ‘여’는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동구밖에 삵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송 첨지’에 관한 말을 듣자 만주인 지주를 찾아가 항의와 싸움 끝에 그를 해치워버린 것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죽어 가는 삵을 둘러싸고 있었다. 삵은 죽어가면서 다음과 같이 외친다.

 

“보구 싶어요. 붉은 산이 ― 그리고, 흰 옷이!” …(중략)… “선생님, 노래를 불러 주세요. 마지 막 소원 ― 노래를 해 주세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이 말과 함께 삵은 마을 사람들의 숭엄한 합창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죽어간다.

 

이 작품에서 <붉은 山>은 벌거벗고, 수탈 당한 조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 삵은 “가련한 인생”, “인생의 거머리”, “가치 없는 인생” 등과 같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존재로 서술된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동포의 비참한 죽음과 ‘여’의 신랄한 질책을 들은 그는 드디어 각성하고 마을 사람들을 대신하여 만주인 지주에게 복수함으로써 민족의식을 회복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결국 삵은 주권도 국토도 모두 잃어버린 일제 강점기하의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삵의 행위는 이민족으로부터의 업신여김에 대한 분노와 저항으로서 억눌렸던 민족의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 삵은 인격적 주체로서의 한국인의 존재를 만주인 지주가 부정한데서 분노를 느낀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동포로서의 울분이 폭발한 것이다. 그것은 그가 평소 잠재 의식 속에 민족적 저항 정신을 갖고 있었으나 주변 상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여 가망이 없음을 알자 자학적인 행위로 일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송 첨지’의 죽음 앞에서도 과감히 복수하기 위해 나서지 못하는 동포들의 무기력함에 그의 인내는 한계에 부딪힌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그의 가슴속에 늘 민족 감정과 자존 의식이 잠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붉은 산’, ‘흰 옷’, ‘애국가’ 등으로 상징되어 나타난다. 조국과 고향을 상실한 방랑자 삵이 민족적 감정과 부딪힘으로써 드디어 재결합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 이 작품은 조국의 독립을 절실히 느끼면서 반드시 민족과 나라가 있은 연후에야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경향의 것으로, 민족 수난기의 민족 의식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태형(笞刑)>, <宋첨지>, <주춧돌>, <망국인기> 등과 일맥 상통한다.

 

※ 작품의 요약과 확인

 

■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2.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3. 배경 : 식민지 시절의 만주 ××촌

4. 주제 : 식민지 시절의 민족의 비극적 삶과 애국정신

5. 출전 : 《三千里》(1933년 9월)

 

 

■ 확인 문제

 

1. 주인공의 별명이 ‘삵’이라고 붙여진 이유를 밝히시오.

☞ 작지만 민첩하고 교활해 보이는 모습과 포악하고 독한 성질에서 비롯된다.

 

2. 이 소설의 결말 대목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한 단어로 설명하시오.

☞ 비장함(숭고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