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기(脫出記) / 줄거리 및 해설 / 최서해
by 송화은율탈출기(脫出記, <조선 문단> 6호, 1925년 3월)
작가:최서해(崔曙海, 1901 - 1932)
본명은 학송(鶴松). 함경북도 성진 출생. 학력은 성진의 보통학교 졸업설이 유력. 한문을 배움. 부친은 한방 의사였으나 일찍 가출하여 만주 등지를 유랑함. 성진보통학교 5년 중퇴 후 막노동과 날품팔이를 하며 인생의 바닥 생활을 함. 1924년 <동아일보>에 「토혈(吐血)」을, <조선문단>에 「고국」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 한때 프로문학에도 가담하여 신경향파 소설을 썼는데 「탈출기」가 대표적이다. 만년에 무절제한 생활로 극심한 생활고에 허덕이다가 병사함. 대표작으로는 「홍염」(1927), 「탈출기」(1925), 「기아와 살육」(1925) 등이 있다.
등장인물
나(박군): 작품의 화자(話者). 가난에 찌든 젊은이
아내: 나의 아내. 순박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시골 여인.
김군: 나의 편지의 수신인. 나의 탈가를 반대함.
줄거리
一
김군 ! 수삼차 편지는 반갑게 받았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회답을 못하였다. 물론 군의 충정에는 나도 감사를 드리지만 그 충정을 나는 받을 수 없다.
---- 박군 ! 나는 군의 탈가(脫家)를 찬성할 수 없다. 음험한 이역에 늙은 어머니와 어린 처자를 버리고 나선 군의 행동을 나는 찬성할 수 없다.(... ...) 박군 ! 돌아가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
김군 ! 군은 이러한 말을 편지마다 쓰었지 ?
二
김군 ! 내가 고향을 떠난 것은 오년 전이다. 이것은 군도 아는 사실이다.
오년 전, 무지한 농민을 일깨워 이상촌을 만들겠다는 꿈을 지닌 나는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간도로 갔으나 땅은 고사하고 굶기를 밥먹듯했다. 꿈은 아랑곳없이 나는 중국인에게도 땅을 얻어 농사짓기가 어려워 날품팔이로 전전한다.
나와 나의 가족은 항상 굶주리고 실의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 내가 일거리를 얻지 못하고 탈진하여 집에 들어 가서 보니 임신한 아내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나는 잠깐 아내를 의심하고 원망하였다. 그래서 아내가 먹다가 던진 것을 찾으려고 아궁이를 뒤졌다. 재를 막대기로 저어 내니 벌건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거리에서 주운 귤 껍질이었다. 아내는 너무도 먹고 싶은 나머지 귤 껍질을 주워 먹은 것이다. 내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비통하여 나는 더욱 열심히 살려고 생선 장수도 하고 두부 장수도 한다. 온갖 궂은 일을 다 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이나 어머니나 아내에 대해 충실하게 살려고 했지만 세상이 우리를 멸시.학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어떤 집단에 가입하게 되었다.
이 분위기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하여도 우리는 우리의 생의 만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찌하여 겨우 연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죽지 못하는 삶이 될 것이다.(... ... ) 김군, 이것이 나의 탈가 이유를 대략 적은 것이다. 나는 나의 목적을 이루기 전에는 내 식구에게 편지도 않으려고 한다. 그네가 죽어도 내가 죽어도 ... ... 나는 이러다가 성공 없이 죽는다 하더라도 원한이 없겠다. 이 시대. 이 민중의 의무를 이행한 까닭이다. 아아 김군아 ! 말은 다하였으나 정은 그저 가슴에 넘치누나.
해설
이 작품은 최서해의 자전적인 소설이며 서간체 소설이다. 자신의 만주로의 탈출을 변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묘사한 ‘빈궁문학(貧窮文學)’의 대표적 작품이다. 다른 사실주의 작품들이 단순히 빈궁한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반해, 그러한 빈궁에 항거하는 반항적 주제를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특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는 주인공이 자신의 빈궁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이른바 신경향파 문학의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자연발생기 프로 문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주제) 가난한 삶의 고발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성격) 사실주의적, 현실 비판적.
(표현) 1인칭 고백체, 사실적 서술
(시점) 1인칭 시점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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