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방아 / 줄거리 및 해설 / 나도향
by 송화은율물레방아(1925년 8월, <조선문단> 11호)
작가:나도향(羅稻香, 1902 - 1926)
서울 출생. 본명은 경손(慶孫). 도향 이외에 빈(彬)이라는 필명도 사용함. 배재 학당을 거쳐 경성의전(京城醫專)에서 수학함. 문예 동인지 <백조(白潮)> 동인으로 참여하여 1922년 <백조>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옴. 초기의 작품 경향은 감정의 발산이 지나친 낭만주의 성향의 것이었으나 그 후 곧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을 창작하여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대표작에는 「여이발사」(1925), 「뽕」(1925), 「벙어리 삼룡이」(1925) 등이있다.
등장인물
신치규: 50이 넘은 탐욕스러운 지주. 호색가(好色家)
방원: 남의 집에 막실을 사는 가난한 농부. 입체적 인물.
방원의 아내: 방원의 처. 신치규와 불륜의 관계를 가짐.창부형(娼婦型).
줄거리
덜컹덜컹 홈통에 들어갔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겨가루가 켜켜 앉은 방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 나온다.
달이 유난히 밝은 가을밤, 물레방앗간 옆에 어떤 남녀가 서서 수작을 한다. 늙은 남자(신치규)는 달래는 듯한 말로 젊은 여자(방원의 아내)를 꾀고 있다. 대를 이을 자식을 하나 낳아주면 내것이 모두 네것이 된다는 신치규의 말에 방원의 아내는 새침한 읏음만 짓는다. 둘은 방원을 쫒아낼 약속을 하고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간다. 사흘이 지난 뒤 방원은 신치규로부터 돌연 자기 집에서 나가달란 말을 듣는다. 애걸해봐도 소용이 없자 방원은 아내에게 안주인마님께 사정 얘기를 해보라고 하지만, 아내는 오히려 앞으로 자기를 어떻게 먹여 살릴 거냐며 앙탈이다. 방원은 홧김에 주먹과 발길로 아내를 치고 아내는 소리높여 꺼이꺼이 운다. 그 날 밤 술이 얼큰하여 돌아온 방원은 아내에게 사과할 생각으로 문고리를 잡아흔든다. 아내는 없고, 그는 옆집 아주머니로부터 아내가 단장을 하고 물레방아께로 가더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가 방앗간으로 돌아들자 막 신치규와 아내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사지가 떨리고 이가 맞부딪친다. 처음에는 놀라던 계집과 신치규가 이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방원에게 호통이다. 어제까지의 상전이란 생각에 한동안 주저하던 방원은 끝내 신치규의 멱살을 잡고 넘어 뜨린 후, 목을 누른다. 이제 그는 상전도 아니고 똑같은 사람, 아니 원수일 뿐이다. “사람 살류! ” 하는 계집의 목소리에 사람들 소리와 칼소리가 난다. 방원은 순경의 구두소리를 듣자 비로소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곤 미친 듯이 일어나 옆에 있는 계집에게 어서 도망치자고 끈다. 그러나 방원은 순경의 포승에 묶인 채 끌려가고 신치규는 머슴들이 업어 들인다.
석 달아 지나고 상해죄로 감옥에서 복역한 방원은 출옥했으나, 신치규는 아무일 없이 방원의 계집을 데려다 산다. 방원은 더욱 냉정해진 세상을 원망하며 칼을 품고 신치규의 집으로 달려든다. 그러나 차마 계집을 죽일 용기가 나지 않은 그는 마지막 작심으로 자기와 같이 멀리 가자고 계집을 위협하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계집을 찌르고 자신도 거꾸러져 가슴을 찔리운 채 죽는다.
계집은 결심한 뜻을 나타내었다. 방원의 손은 떨리었다. 그리고, 그는 눈을 꽉 감고 에, 여우 같은 년! 하고, 칼끝을 계집의 옆구리를 향하고 힘껏 내밀었다. 계집은 이를 악물고 사람 죽인다! 소리 한 번에 그 자기에 거꾸러졌다. 칼자루를 든 손이 피가 몰리는 바람에 우르르 떨리더니 피가 새어나왔다. 방원은 그 칼을 빼어들더니 계집 위에 거꾸러져서 가슴을 찌르고 절명하여 버렸다.
해설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의 문제와 경제 문제. 계충간의 갈등이 뒤엉켜 있는 작품이다. 운명 문제(신분), 본능 문제(성 충동), 현실 문제(가난) 등이 드러남으로서 나도향 후기 작품의 특징을 선명히 보여준다. 탐욕스런 집주인과 아내의 불륜에 대해 맞선 어느 농사꾼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물레방아’는 당시 농경사회 구조의 모순 속에서 비정상적인 연애가 이루워지는 실제적인 장소의 의미를 가지면서, 나아가 그 은밀하고 병적인 욕망(성 충동을 암시하는 상징물)을 암시하는 상징어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물레방아의 의미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도 나타나는 바다. 그리고 이 작품이 계급 의식과 본능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추악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낭만적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은 이러한 상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진 자의 탐욕에 대한 하인의 응징이 ‘아내 살인’으로 매듭된다는 점에서 지배 체제 원리의 전근대성을 역설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주제) 상전의 탐욕과 위선에 대한 하인의 반항과 응징.
(갈래) 단편 소설,본격 소설
(경향) 사실주의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단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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