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만가(輓歌)- 김종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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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가(輓歌)- 김종문


작가 : 김종문(1919-1981) 평양 출생. 1942년 일본 아테네 프랑세 졸업. 1952문예신천지, 두 유령(幽靈)의 대화등을 발표하여 등단. 1962자유문학주간, 한국문협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45대 회장 역임(1977-1980), 1959년 자유문학상, 1965년 한국자유문학가협회상 등을 수상.

 

그의 초기 시는 모더니즘의 경향을 추구하여 의식적이며 난폭하리만큼 비시적(非詩的)인 언어를 선택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 후 시집 인간조형, 신시집에 이르러서는 시의 경향이 많이 바뀌어 전통적인 리리시즘에 대한 관심을 지적인 세계에 투영하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시집으로는 ()(문헌사, 1952), 불안한 토요일(보문각, 1953), 시사시대(보문각, 1953), 인간조형(보문각, 1958), 신시집(계명문화사, 1965), 강신제(降神祭)(시와 의식사, 1977), 전환(轉換)(한진출판사, 1978)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이 시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슬픔을 다루고 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시인은 `검은 베일이 내려' 닿는 것으로 표현하여, 죽음과 그로 인한 이별의 정서를 검은 색감으로 표현하였다. 이 시의 색조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감이 지배하고 있는데 시적 화자가 펼쳐 보이는 행로(行路)와 무관하지 않다. 시의 화자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딛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건너 죽음의 어두운 저 끝을 향한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존재이며 삶과 죽음은 한 몸이라는 생각을 몸소 드러내듯 그는 `수금(竪琴)'을 켜며 어두운 명계(冥界)의 길을 따라간다. 이러한 시적 발상은 희랍 신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만나기 위해 수금을 들고 명부(冥府)의 강을 건너는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려는 의지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징을 담고 있다. 만가의 화자 또한 수금을 들고 명계를 향하여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흐르는 강을 건넌다. 죽음의 유현함을 보여주듯 저승을 향한 길은 멀기만 하다. 시의 화자는 어두운 강을 건너며 수금을 타고 그 운율에 기대어 저승의 강을 건너는 자를 위로하려 한다. 수금의 가락이 그대에까지 이르고 그대의 여운(餘韻)이 들리기를 고대하지만 멀어져가는 삶과 죽음의 언덕을 좁힐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시의 결언 부분은 죽음으로 인한 나뉘어짐을 넘어서 `그대'와 만나려는 화자의 초조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초조함은 시의 화자의 감정일 뿐 아니라 독자의 것이기도 하다. 저승의 어두운 땅을 넘어 이승을 넘어온 자를 우리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시를 대하는 독자의 안타까움과 숙연함은 유한한 생()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이 시가 드러내는 죽음의 상상력은 다분히 서구적인 발상에 닿아있다. 작가는 잘 짜여진 옛날 이야기에 기대어 또다른 문학의 세계를 열어놓을 수 있다. 고전의 전통을 끌어안으면서 현실에 부합되는 작품을 창조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평가는 고전적 이야기의 독자가 아닌, 새로이 창작된 작품을 읽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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