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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화(墨畵)- 김종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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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화(墨畵)- 김종삼


작가 : 김종삼(1921-1984) 황해도 은율 출생. 일본 도요시마 상업학교 졸업. 1951돌각담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초기에 현대시동인으로 활약. 1971민간인으로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그는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보이는 특이한 시 소재의 사용과 표현기법의 단절비약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의 시세계는 동안(童眼)으로 바라보는 순수세계와 현대인의 절망의식을 상징하는 절박한 세계로 나눌 수 있다. 현실세계와 거리를 둔 채 고독한 내면의식을 바탕으로 순수지향의 시의식을 펼쳐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적인 것과 거리를 가지는 이상세계를 그려내는 그의 언어는 아름답고 간결한 동시에 체념적이거나 암울한 색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고도의 비약에 의해 어구들 연결시키고 울리는 음향효과를 살린 시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전봉건, 김광림과의 연대 시집인 전쟁과 음악과 희망(자유세계사, 1957), 본적지(성문각, 1968)를 비롯, 개인시집인 십이음계(삼애사, 1969) 시인학교(신현실사, 1977), 북치는 소년(민음사, 1979),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민음사, 1982), 큰소리로 살아 있다 외쳐라(청하, 1984), 평화롭게(고려원, 1984)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한 가지 색깔로 삶과 자연의 여러 모습을 담아내는 묵화를 보면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어떠한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묽고 진한 먹물의 단색적인 강약의 농도와 굵고 가는 붓놀림만으로 다양한 색채와 형상을 얻을 때 오는 감동 때문일 것이다.

 

6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역시 많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여 인생의 노고와 적막함을 표현하였다. 전통적으로 소는 농촌에서는 가족과 같이 친근하고 귀한 가축이다. 그 힘든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될 동물일 뿐더러, 영물(靈物)이라는 말에 걸맞게 그 눈물 맺힌 눈동자는 인생의 깊은 시름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십우도(十牛圖)'라 하여, 인간의 깨달음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마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를 찾는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동양적이고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이 시에서 동고동락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할머니'가 등장하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물먹는 소 목덜미에 /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직접 보았거나, 아니면 그러한 광경이 그려진 묵화를 보았을 것이다. 힘든 하루 일을 끝마치고 나서 할머니는 자신의 피곤함도 잊은 채 물먹는 소의 목덜미를 안쓰러운 마음으로 어루만진다. 그것은 힘든 일을 함께 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적막함을 함께 해 준 유일한 동물이기도 한 때문이다. 육체적인 노동과 정신적인 적막감을 덜어주는 친구, 할머니에게 있어서 그 소는 바로 의좋은 남편과 같은 존재이다. 단지 채찍으로 부리는 대상이 아닌, 가족의 일부로 보는 동물관, 그것이 동양적인 자연관이 아닐까. 여기에 이르러 묵화의 겸손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자연을 살아있는 것으로, 따뜻한 것으로 그려내는 묵화의 단순하지만 조용하고 깊은 멋, 그 멋을 이 작품은 또한 멋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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