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by 송화은율메두사
페르세우스는 뗏장을 떠서 세 분 신들을 위하여 세 기의 제단을 쌓았다. 왼쪽에는 메르쿠리우스, 오른쪽에는 전쟁의 여신 미네르바, 그리고 중앙에는 유피테르를 위한 제단이었다. 페르세우스는, 미네르바에게는 암소, 날개 달린 가죽신의 임자(메르쿠리우스)에게는 송아지, 신들의 왕이신 유피테르에게는 황소를 제물로 드렸다. 그리고는 자기 공훈에 대한 보상으로 안드로메다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는 지참금 없이 아내로 맞아들였다. 이 결혼식에서 아모르(사랑, 즉 쿠피도, 그/ 에로스)와 휘메나이오스(혼인의 신)는 신랑 신부 앞에서 횃불을 흔들었다. 향이 넉넉하게 불길 속으로 들어갔고, 지붕에서 땅바닥까지가 온통 꽃다발이었다. 도처에서 수금소리, 피리소리, 노랫소리가 하객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연회가 끝나고 하객이 마음껏 저 박쿠스의 은혜(포도주)에 취해 있을 즈음 뤼케우스의 자손 페르세우스는 이 나라의 문화나 정세, 백성의 기질이나 관습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객 중 하나가 그 물음에 답하고는 오히려 페르세우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용감무쌍하신 페르세우스님, 머리카락 대신 뱀들이 또아리 틀고 있는 저 괴물 머리를 대체 어떻게 자르셨는지, 바라건대 그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대단한 용기와 무예를 겸비하신 분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여쭙는 것입니다.」
그러자 아게노르 집안의 자손은 지나온 일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찬바람이 부는 아틀라스 산록(아틀라스가 산이 된 것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저자의 실수인 듯하다.)에는 견고한 석벽으로 둘러싸인 한 곳이 있지요. 이 입구에 포르퀴스의 딸 자매(그리이아이, 즉 노녀들로 둘이라는 전설도 있고, 셋이라는 전설도 있다.)가 눈 하나를 번갈아 쓰면서 삽니다. 눈이 한 개밖에 없어서 이 한 개를 돌려가면서 쓰는 것이지요. 나는 이 중 하나가 눈을 제 자매에게 건네줄 때를 노렸다가 이 눈을 빼앗아버렸습니다(페르세우스는 고르곤 세 자매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눈을 돌려 주지 않겠다고 이들을 위협하여 이들로부터 고르곤 세 자매의 거처를 알아내었다.). 나는 그 뒤, 인적도 없고 길도 없는 바위산을 지나고 황량한 숲을 지난 연후에야 고르곤 세 자매가 사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주위에는, 메두사의 얼굴을 보고 석화해 버린 인간이나 짐승의 석상이 즐비합디다. 그러나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았습니다. 가지고 간 청동 방패에다 비추어 보았으니까요. 나는, 메두사와, 메두사의 머리 위에 또아리 튼 뱀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칼로 목을 따버렸던 것이지요.」
이어서 페르세우스는,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와 이 페가소스의 아우(황금검을 든 용사라는 뜻인 크뤼사오르)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마저 했다.
그는 또 그 이후의 긴 여로에서 실제로 자신이 맞닥뜨렸던 위험, 천공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땅 이야기, 날개 달린 가죽신 덕분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었던 별 이야기도 했다. 페르세우스가 이야기를 잠시 중단하자 귀족 중 하나가, 다른 자매들의 머리는 여느 머리 같은데 어째서 메두사의 머리만 뱀으로 덮여 있느냐고 물었다. 페르세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주 재미있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 설명해 드리지요. 메두사는 한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처녀였더랍니다. 수많은 구혼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니까요. 다른 부분도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카락은 특히 아름다웠던 모양이지요? 나는, 이 시절에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직접 보았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바다의 지배자(해신 넵투누스)가 이 메두사를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으로 데려가 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합디다. 이 유피테르의 따님(파르테노스 즉 성처녀라는 별명이 있는 미네르바)으로서는 방패로 얼굴을 가려야 할 만큼 무안당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이 죗값을 물어 이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리신 것이지요. 요즈음도 여신께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이 뱀을 흉갑에다 달고 다니시면서, 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으신답니다.(페르세우스가 미네르바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바치고 미네르바가 이 머리를 방패에다 단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페르세우스가 이 이야기를 할 당시 이 메두사의 머리는 이 나라에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에 어지는 이야기로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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