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by 송화은율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히포테스의 아들(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를 말한다.)이 바람이라는 바람은 다 그 동굴 감옥에다 가둘 즈음, 루키페르가 하늘 높이 떠올라 산 것들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 즈음이었다. 영웅 페르세우스는 다시 날개 달린 가죽신(메르쿠리우스로부터 빌린 것이다.)을 꺼내어 두 발에 신고 낫 모양으로 휘어진 칼을 꺼내어 차고는 맑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사는 땅 위로 날다가 아이오티오피아(이디오피아)인들이 사는 케페우스 왕국의 상공에 이르렀다. 이 나라에서는 비정한 암몬 신(유피테르와 같은 신으로 여겨지는 이집트 땅의 신)의 뜻으로 공주 안드로메다가 지나치게 아름다움을 뽐낸 왕비의 죗값을 대신 물고 있었다.(이 공주 안드로메다의 어머니는 자기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해신 넵투누스의 딸들보다 자기가 더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 이에 화가 난 넵투누스는 케투스라는 괴물을 보내어 이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신관들이 암몬 신의 뜻을 풀어 보니, 그 어머니의 딸을 이 케투스에게 바쳐야 넵투누스의 노여움이 가라앉겠다는 괘가 나왔다. 그래서 공주는 지금 희생 제물로 바위에 묶여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이 나라 위를 날면서 두 팔이 바위에 묶여 있는 이 나라의 공주를 보았다. 미풍에 공주의 머리카락이 나부끼지 않았더라면, 공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페르세우스는 이 공주를 대리석상쯤으로 보았을 터였다.
페르세우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공주에게 반하고 말았다. 공주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날갯짓하는 것을 잊었다가 공중에 그대로 한참을 머물러 있었을 정도였다. 그는 공중에서 처녀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런 사슬에 묶여 있어야 할 그대에게 쇠사슬은 당치 않습니다. 바라건대 그대의 이름과, 이 나라의 이름과, 그대가 사슬에 묶여 있게 된 연유를 내게 일러주세요.」
안드로메다는, 처음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처녀라서 처음 보는 남정네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손이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았더라면 처녀는 너무 부끄러워 그 손으로 얼굴을 가렸을 터였다. 처녀가 보일 수 있는 반응, 그래서 보였던 반응은 그 큰 눈으로 눈물을 흘리는 게 고작이었다.
페르세우스는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되풀이했다. 처녀는, 대답하지 않으면 상대가 자기에게 죄가 있어 그런 꼴이 되어 있는 줄 알까봐 두려웠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처녀는 자기 이름과, 나라 이름, 그리고 어머니가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뽐낸 죗값을 자기가 대신 치르고 있다고 대답했다.
처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바다 저쪽에서 무서운 괴물이 가슴으로 파도를 가르면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슬픔에 젖은, 처녀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가까운 해변에 있었다. 처녀의 부모는 울부짖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크게 울부짖었다. 이들에게는 울부짖고 있는 도리밖에는 없었다.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녀의 부모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슬피 울었다.
페르세우스가 이들에게 말했다.
「눈물은 나중에 흘려도 얼마든지 흘릴 수 있습니다. 지금 급한 것은 따님을 구하는 일입니다. 나는 유피테르와 다나에의 아들, 유피테르께서 황금 소나기로 둔갑하시어 탑 속에 갇힌 내 어머니에게 끼치신 페르세우스 올습니다. 사발의 요녀 고르곤을 정복한 페르세우스,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온 페르세우스가 바로 여기에 있는 페르세우스입니다. 두 분께서 딸을 구하려고 하신다면, 두 분의 사위 되기를 바라는 후보자들 중에서 그럴 만한 사람을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두 분께서는 저를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신들이 제 편이 되어준다면,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요구를 보태겠습니다. 제가 딸을 구한다면 딸을 저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처녀의 부모는 그러마고 했다. 하기야 그 대목에서 망설일 부모가 어디 있으랴! 처녀의 부모는 딸뿐만 아니라 왕국까지 결혼 선물로 주겠노라면서 도움을 빌었다.
그 동안 이 괴물은, 힘좋은 뱃사람이 젖는 노에 밀리어 뾰족한 뱃머리로 파도를 가르며 돌진해 오는 배처럼, 그 거대한 가슴으로 물결을 헤치면서, 발레리아스 투석기를 쓰면 돌이 닿을 만한 거리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그 순간 영웅은 땅을 차고 구름 속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그림자가 수면에 드리워지자 괴물은 미친 듯이 그 그림자를 공격했다. 페르세우스는 아래로 내리꽂혔다. 요비스의 새(유피테르의 신조인 독수리)가 하늘에서, 사막에 또아리 틀고 있는 독사를 보고 뒤에서 이를 덮쳐 그 무지막지한 발톱을 이 독사의 목에다 박고, 독니를 쓰지 못하게 대가리는 뒤로 뒤집어 거머쥐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페르세우스도 이 괴물의 등을 공격하여 포효하는 이 괴물의 오른쪽 어깨에다 낫같이 바라진 칼을 박았다. 깊은 상처를 입자 이 괴물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물 속으로 곤두박질하는가 하면, 사냥개 물리에 둘러싸인 멧돼지처럼 몸부림치며 포효했다. 그러나 영웅은 날개의 힘을 빌려 공중으로 날아올라 이 괴물의 이빨을 피했다가 빈틈이 보일 때마다 내려와 괴물의 몸에다 칼을 박았다. 조개 껍질로 덮인 등을 찌르는가 하면 옆구리, 물고기 꼬리 같은 괴물의 꼬리 할 것없이 닥치는 대로 찔렀다. 괴물은 입으로, 빨간 핏물을 내뿜었다. 페르세우스의 날개는 이 물에 젖어 이미 무거워져 있었다. 젖은 날개로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게 된 페르세우스는 물이 잠잠할 때는 물 위로 드러났다가 파도가 밀려오면 물 밑으로 잠기는 바위를 발견하고는 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이 바위에 달라붙어 바위 꼭대기를 안고는 오른손에 잡은 칼로 끊임없이 괴물의 옆구리를 난도질했다. 바닷가에서 백성들이 지르는 함성이 천사에 있는 신들의 천궁에까지 사무쳤다.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왕과 왕비의 이름)의 기쁨은 형용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들은 페르세우스를 사위로 환대하고 그를 자기 가문의 구주이자 은인이라고 불렀다. 처녀, 즉 이 영웅이 이룬 영웅적인 공훈의 발단이자 그 보상인 처녀는 바위에서 풀려났다. 영웅은 바닷물로 손을 씻기 전에 뱀으로 덮인 메두사의 머리를 잠시 땅에다 놓았다. 모서리 예리한 바닷가 돌멩이에 머리가 상하지 않도록, 해변에다 부드러운 나뭇잎을 깔고 그 위에 해초를 놓은 다음 이 포르퀴스의 딸(메두사를 말함)의 머리를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페르세우스가 걷은, 그때까지도 해초는 메두사의 머리에 닿는 순간부터 굳어지기 시작했다. 잎도 줄기도 돌처럼 굳어진 것이다. 바다의 요정들은 이 해초(海草)를 걷어다가 이 메두사의 머리에다 대어보고는 같은 일이 일어나자 이를 몹시 재미있어했다. 요정들은 이 해초의 씨앗을 파도에 실어보내어 이 같은 식물의 종자를 퍼뜨렸다. 오늘날까지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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