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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페르세우스와 아틀라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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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페르세우스와 아틀라스

배암이 된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는 인간의 형상을 잃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힌두스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신으로 섬김을 받은 외손(박쿠스)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의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들의 외손인 힌두스에서 신으로 섬김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카이아(그리스 땅)에서는 그렇지 않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 박쿠스를 신으로 알기는 아카이아 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많은 아카이아 인들은 박쿠스 신전을 세우고 이 신전으로 무리지어 들어가 이 신의 제단에 향을 피웠다.

 

그런데 이 신을 가엾게 보는 자가 하나 있었다. 아바스의 아들이자 박쿠스와는 핏줄이 닿는 아르고스 왕 아크리시오스가 바로 이 사람이다. 아크리시오스는 이 박쿠스를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부하들에게 성문을 굳게 잠그게 하고 군사를 풀어 박쿠스의 입성을 저지했다.

 

아크리시오스는 박쿠스만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는 유피테르가 황금 소나기로 둔갑하여 자신의 딸 다나에를 범하고 페르세우스를 지어 낳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페르세우스를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아크리시오스는, 박쿠스 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외손을 외손으로 용인하지 않았던 것을 크게 통한하게 된다. 진실의 힘이라는 것을 이래서 무서운 것이 아니던가.

 

아크리시오스로부터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받지 못하는 유피테르의 두 아들 중 하나인 박쿠스가 천궁으로 올라가 신으로 노릇할 즈음, 다른 하나 즉 페르세우스는 돌개 바람에 실려 하늘을 날아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고르곤의 머리(정확하게 말하면 고르곤 세 자매 중의 하나인 메두사의 머리)를 잘라 돌아오고 있었다. 이 고르곤의 머리는, 머리카락 올올이 모두 뱀으로 되어 있는 이 괴물과의 싸움에서 그가 얻어낸 전리품이었다. 이 영웅이 리뷔아 사막 위를 지날 때 이 머리에서 핏방울이 떨어졌다. 이 피를 받아 대지는, 다른 뱀과는 전혀 다른 뱀, 말하자면 독사를 지어내었다. 이 사막에 독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페르세우스는 종작없이 부는 바람 때문에 온 하늘을 다 누비고 다녔다. 비구름처럼 이 하늘 저 하늘로 날려다닌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그는 하늘에서 온 세상을 두루 내려다볼 수 있었다. 얼어붙은 북쪽 하늘의 큰곰자리를 본 것만도 세 차례요, 먼 남쪽 하늘에 있는 게자리의 집게발을 본 것도 세 차례나 되었다.

세상의 동쪽 끝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

 

해질 녘이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길을 잃을까 염려스러웠던 페르세우스는 서쪽 끝에 있는 아틀라스의 왕국 베스페르(금성, 그/헤스페로스) 땅에 내렸다. 루키페르(새벽별)가 아우로라(새벽)의 여명을 부르고 아우로라가 태양 수레를 불러낼 때까지 그곳에 몸붙여 쉬기 위해서였다. 이아페토스의 아들인 아틀라스는 여느 인간에 비해 그 크기가 엄청났다. 이 거인 아틀라스는 세계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의 지배자였다. 하루 종일 하늘을 달린 태양 수레와 이 수레를 끈 천마들을 받아들이는 바다가 바로 이 아틀라스 나라의 바다였다. 아틀라스의 나라 근방에는, 이 나라와 국경을 맞대는 왕국이 없었다. 이 나라의 목장에는 수천 마리의 양과 소가 있었다. 아틀라스 왕에게 잎과 가지와 열매가 온통 황금으로 되어 있는 황금 사과나무가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이곳에서, 새벽별이 새벽 여신을 깨우고 새벽의 여신이 태양 수레를 끌어낼 때까지만 쉬어가게 해달라고 아틀라스 왕에게 청을 넣었다.

「아틀라스 왕이시여, 혹 문벌을 보아 손님을 응대하신다면 말씀드립니다만, 나는 유피테르 신의 아들입니다. 혹 영웅적인 공적으로 손을 대접하신다면 말씀드립니다만, 아마 왕께서 내가 이룬 공적을 아시면 적지 않게 놀라실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내게 호의를 베푸시어 하룻밤 쉬어가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아틀라스는, 파르나소스 산정에서 테미스(이치) 여신이 내비치던 예언을 잊지 않고 있었다. 테미스 여신은, 「아틀라스여, 네 황금 사과를 도둑맞을 날이 올 것이다. 유피테르의 아들이 네 사과를 손에 넣을 것이다.」, 이렇게 예언했다.

아틀라스는 테미스의 예언대로 황금 사과를 도둑맞을 날이 올까봐, 과수원 둘레에다 높은 담을 쌓고, 거대한 뱀에게 이 나무를 지키게 하는 한편 제 땅에 오는 길손에게 사과나무 근처에도 못 가게 해오던 참이었다. 아틀라스는 다른 나그네에게 하던 말을 페르세우스에게도 그대로 했다.

 

「가보시게. 영웅 어쩌고 하는 자네의 허장성세가 여기에서는 통하지 않아. 여기에서는 유피테르의 아들 아니라 유피테르라고 해도 마찬가질세」

 

페르세우스는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틸 거조[(擧措) : ① 말이나 행동 따위를 하는 태도. ② 어떤 일을 꾸미거나 처리하기 위한 조치. ③ 큰일을 저지름.]를 차렸다. 아틀라스는, 말이 먹혀들지 않자 힘으로 페르세우스를 쫓아내려 했다. 페르세우스는 한편으로는 이 아틀라스의 폭력에 맞서 저항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거인의 거친 성정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썼다. 그러나 결국 말로 해서도 안 되겠고 힘으로 해서는 더욱 어림없겠다.(하기야 누가 감히 아틀라스와 힘을 겨루겠는가.)고 생각한 영웅 페르세우스는,

 

「나를 이렇게 밖에는 알아주지 않으니 선물이나 하나 드리고 가겠소.」

 

이렇게 외치면서 고개를 돌리고, 왼손으로 저 무서운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들었다.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다 신들의 뜻이었다.)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자라났다.(아틀라스가 어깨로 하늘 축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유피테르로부터 그렇게 하고 있으라는 명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전설도 있다. 즉 유피테르가 자기에게 저항한 아틀라스를 밉게 보고 그런 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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