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  


우주와 세계 창조는 그 주인인 인간의 흥미를 더없이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는 문제다.

고전 고대의 이교도들은 창조설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성서에서 얻는바와 같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그들 나름대로 창조 설화를 전했다.

땅과 바다와 하늘이 창조되기 전에 만물은 모두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카오스라고 부른다. 이 카오스는 혼란한 형태 없는 덩어리로, 무겁기만 한 사물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여러 사물들의 씨가 잠자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땅은 아직 딱딱하게 굳어지지 않았고 바다는 액체가 아니었고 공기는 투명하지 않았다. 마침내 신과 자연의 능력으로 땅을 바다와 분리하고 여기에서 하늘이 다시 분리되어 이 무질서한 혼돈의 상태를 끝나게 되었다. 불타고 있던 것들은 가장 가벼웠기 때문에 날아 올라가 하늘이 되었다. 공기는 무게와 장소에 있어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흙은 이들보다 무거웠기 때문에 밑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가라앉아 육지를 뜨게 하였다.

이 때 어떤 신이 있어 이제 막 이루어진 땅을 정리, 배열하였다. 그는 내를 파고 숲과 샘, 비옥한 들과 돌이 많은 벌판을 여기저기에다 배열하였다. 공기가 깨끗해지자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바다에는 고기가, 공중에는 새가, 육지에는 네 발 가진 동물들이 등장하였다.

얼마 후 이땅을 지배할 고등 동물이 필요하여 인간이 만들어졌다. 창조의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신적인 재료를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하늘에서 방금 분리된 흙 속에 어떤 생명의 종자가 들어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흙을 물과 반죽하여 신 형상을 닮은 인간을 만들었다. 그 때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이 직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은 처음부터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이 창조되기 전에 지상에 거주하였던 거인족 티탄 족에 속하는 신이었다. 그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인간을 만들고, 인간과 다른 모든 동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부여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에피메테우스는 여러 동물들에게 용기, 힘, 속도, 지혜 등 여러 가지 선물을 주기 시작하였다. 어떤 동물에게는 날개를 주고 다른 동물에게 손톱이나 발톱을 주고, 또 다른 동물에게는 몸을 덮는 조가비를 주는 따위였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 될 인간의 차례가 오자 에피메테우스는 이제까지 그의 자원을 모두 써버렸으므로 인간에게 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물어보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여신 아테나의 도움으로 하늘로 올라가서 태양의 이륜차에서 불을 얻어 인간에게 갖다주었다. 이 선물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가 되었다. 이 불을 가지고 인간은 다른 동물을 정복할 수 있는 무기와, 토지 경작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집을 따뜻하게 하여 기후가 다소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을 터득하고 상업의 수단인 화폐를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이 불의 덕택이었다.

여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제우스가 여자를 만들어서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것은 두 형제에 대해서 하늘로부터 불을 훔친 행위를 벌하기 위해서, 인간에게는 그 선물을 받은 죄를 벌하기 위해서였다.

최초의 여자는 판도라라는 이름이었다. 그녀는 하늘에서 만들어졌는데 그녀를 완성시키기 위하여 모든 신들이 조금씩 도왔다.

아프로디테는 미를, 헤르메스는 설득력을, 아폴론은 음악을 주었다.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춘 판도라는 지상으로 내려와 에피메테우스와 결혼하였다.

에피메테우스는 그의 형으로부터 제우스와 그의 선물을 경계하라는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기꺼이 아내로 맞아들였다.

에피메테우스의 집에는 상자가 한 개 있었다. 그 속에는 등 것은 해로운 것들이었고 인간을 지상 생활에 적응시키는 일에 있어서는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그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판도라는 이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했다. 결국 그녀는 상자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곧 인간에게 가해질 무수한 재액(육체를 괴롭히는 것으로는 통풍, 류머티즘, 복통 등이, 정신을 괴롭히는 것으로는 질투, 언한 복수, 등)이 상자를 빠져 나와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판도라는 빨리 뚜껑을 덮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상자 속에 들어있던 것들은 다 달아나고, 오직 하나만이 맨 밑에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희망이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재앙에 처해서도 희망까지 모두 잃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희망을 갖고 있는 한 어떠한 재난도 우리를 완전히 절망에 빠뜨리진 못한다.

다른 설에 의하면 판도라는 제우스의 호의로 인간을 축복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판도라는 그녀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 여러 신이 선사한 물건이 든 상자를 받았다. 그녀가 무심코 그 상자를 열었더니 선물이 쏟아져 나오고 오직 희망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 설이 더 진실성을 갖는 것은 희망과 같은 귀중한 보배가 앞의 얘기처럼 모든 재난으로 가득 찬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