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연가(戀歌) - 문병란
by 송화은율땅의 연가(戀歌) - 문병란
작가 : 문병란(1935- ) 전남 화순 출생. 1960년 조선대 국문과 졸업. 1963년 『현대문학』에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 등이 추천되어 등단. 순천고교, 광주일고, 조선대에서 교직 역임. 현재 대성학원에서 강의 . 1979년 전남문학상, 1985년 요산(樂山)문학상을 수상. 『원탁시(圓卓詩)』 동인으로 활동.
그의 시 세계는 생활감정의 승화와 서정을 노래하면서 의식의 내면을 탐구하는 면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면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시집으로는 『문병란 시집』(삼광출판사, 1971), 『정당성』(세운출판사, 1973), 『죽순밭에서』(인학사, 1977), 『땅의 연가』(창비사, 1981), 『무등산』(청사출판사, 1986) 등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대지는 생명이 태어나고 삶을 영위하며 죽음으로써 귀속되는 변치않는 기반이다. 대지를 만물의 어머니라고 불러도 이상스럽지 않은 것은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땅의 크고 위대한 힘은 종종 망각되거나 인간의 탐욕에 의해 오손되기 일쑤이다. 「땅의 연가」는 인간의 역사와 삶을 묵묵히 지켜보아온 땅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1연부터 5연까지는 인간에 의해 고통받는 땅의 절절한 목소리이다. 제멋대로 갈아엎고 말뚝을 박고 새끼줄을 쳐서 욕망의 구역을 정하는 행위를 인내하며 땅은 말없이 누워있다. 이러한 땅의 이용은 결국 땅을 제멋대로 사랑하는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땅의 포용력은 크고 깊어서 땅은 새로이 씨앗을 품고 새순을 돋게 한다.
인간의 잔악한 행위는 인간의 필요에 의한 이용을 넘어서서 제멋대로 철조망을 설치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막기에 이른다. 오천년의 역사를 지켜보아온 땅에게, 민중의 한맺힌 시름을 낱낱이 보아온 땅에게 이러한 인간 역사의 과오는 땅에 대한 학대와도 같다.
6연에서부터 땅은 이러한 오욕의 역사를 씻고 부활의 생명을 기대한다. 땅에 대한 사랑은 국토에 대한 사랑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분단된 땅을 넘어서는 통일로 귀결된다. 상처받은 곳에 희망의 씨앗을 틔우려 하는 땅은 군화와 탱크에 의해 짓밟혔지만, 아픔을 넘어서 희망과 창조의 땅이 되려는 간절한 염원을 `역사의 발바닥' 밑에서 다지고 있다. 땅이 온갖 인간 영욕의 자취를 담고 뜨겁게 우는 이유는 이러한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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