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마을 - 박남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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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수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午睡)에 졸고 //

넓은 하늘에

소리개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 //

 

<후략>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그의 첫 번째 추천작으로 평화로운 농촌의 여름날 오후 풍경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낸 서경적 경향의 서정시이다. 향토적 분위기의 간결한 시어와 나른나른대록대록과 같은 의태어를 37행의 짧은 형식에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인 표현을 이루고 있다.

 

1연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부분으로 시골 마을의 정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느낀 이미지를 평화로움으로 제시하고 있다. 2연에서는 무대를 하늘로 옮겨, ‘솔개가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고 있는 원경을 그리고 있으며, 3연에서는 시선을 땅으로 이동하여 솔개에게 겁먹고 뜰안 한구석에 숨어서 눈알만 대록대록 굴리고 있는 암탉의 모습을 근경으로 나타내고 있다. 겁을 삼킨 암탉의 눈알을 클로즈업시켜 생동감 있는 표현을 이루는 한편, 오수에 잠겨 있는 외로운 마을 속으로 녹아들게 함으로써 이 작품을 더욱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와 같이 평화로운 농촌의 정경을 풍경 그 자체로 표현해 낼 수 있었던 시작 능력이 있었기에 박남수는 후일 주지주의 시인으로 변모한 후에도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여 <>, <종소리> 등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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