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 정한모
by 송화은율가을에 - 정한모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감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 시의 핵심 제재인 ‘가을’의 이미지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조락(凋落)의 이미지로서 반(反)문명적인 현대의 삶 속에서 파괴되어 가는 인간성의 상실을 그리고 있다. 또 하나는 명징하고 온화한 가을의 이미지로 파악한 점이다. 이것은 휴머니즘을 옹호하고 고양시키려는 시적 화자의 의지로서, 정한모 시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기본적인 주제로 볼 수 있다.
▶ 성격 : 낭만적, 주지적, 기구적, 문명비판적
▶ 심상 : 시각적, 청각적, 공감각적 심상
▶ 어조 : 간절한 소망과 기원의 어조
▶ 특징 : ① 시상을 형상화하는 데 감각적 심상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
② 반(反)문명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휴머니즘
③ 동화적 모티프를 삽입하여 인간성을 옹호하려는 순수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 구성 : ① 평화로운 세계에의 소망(제1연)
② 순결한 신앙(제2연)
③ 파멸의 거부(제3연)
④ 아름다운 세계에의 신뢰(제4연)
⑤ 공포에 찬 삶으로부터의 보호 기원(제5연)
▶ 제재 : 가을의 기도, 밝은 소망
▶ 주제 : 영원하고 순수한 인간애(人間愛)의 기원
<연구 문제>
1. 이 시의 화자가 지닌 ‘세계 인식’의 현주소를 100자 내외로 설명해 보라.
☞ 화자는 현대의 세계를 위기로 보고 있다. 그 위기의 근원이 바로 ‘문명’이라는 데에 현대의 비극이 있다고 본다. 화자는 이 ‘문명의 위기’를 눈으로 목격하고, 몸으로 느끼고 있다.
2. ㉠과 ㉡을 대조적 관점에서 70자 내외로 서술하라.
☞ ㉠의 ‘무서운 진리’는 순수 의지가 부닥쳐 나아가는 현대의 반(反)문명적 현실이고, ㉡의 ‘소중한 꿈’은 휴머니즘을 옹호하고 고양시키려는 순수 의지이다.
3. 이 시에서 경건한 분위기와 간절한 호소력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원인이 될 만한 시적 요소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해 보라.
☞ 동화적 모티프, 기구적(祈求的) 어조, 인간성을 옹호하려는 순수 의지 등이 어우러져 작품 전체에 종교적 경건성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4. (1)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인 진리를 무엇으로 보았으며, (2)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120자 내외로 쓰라.
☞ (1) ‘휴머니즘적 순수 의지와 경건한 믿음’을 진리로 보았다.
(2) 이렇게 보는 것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우주의 질서에 내재하고 있는 절대적 원동력을 통해서 인간성을 옹호하고 고양시킬 수 있다고 보는 화자의 믿음 때문이다.
<감상의 길잡이>(1)
우리는 어느 때 기도하게 되는가? 현실적 삶에 닥치는 절망적 위기에 대하여 인간적 힘이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당신’을 찾게 된다. 이 때의 당신은 예수나 부처님, 때로는 어머니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를 꼭 종교적 기구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말고 우주의 질서에 내재하고 있는 절대적인 원동력을 지향하고 있다고 보면 어떨까?
시적 화자는 세계의 위기를 눈으로 읽고 있으며,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해저 같은 그 날’의 두려움은 ‘아득한 추락’과 ‘공포의 기억’으로 치환되어 그를 옥죈다. 폭력의 난무, 부조리의 횡행, 국가적 맹신주의, 경제 제일의 물신주의에 중독된 ‘현대’는 말 그대로 추락이요, 공포의 현상일 수밖에 없다. 과학의 발달이 급기야 달나라에 우주선을 안착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소중한 꿈의 한 영역을 짓밟아 버린 것처럼 발달․성장은 곧 삶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파괴하는 쪽으로만 치닫고 있으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는 화자의 극복 방식이 실은 이 시의 핵심이다. 성경을 읽기 위하여 촛불을 훔칠 수 없고, 폭력을 제거하기 위하여 또 다른 폭력의 방아쇠를 당길 수 없듯이, 현실에 닥치는 절망적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기도’인 것이다. ‘무서운 진리’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진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무기로 기도를 선택한 것이다.
이것이 곧 화자의 정신적인 현주소다. 인간성 옹호의 궁극적 방패는 바로 휴머니즘의 미소일 수밖에 없다는 그의 온건한 목소리가 우리를 일깨운다. 비록 그 목소리 속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乖離)가 가져 오는 애잔함이 우리를 서럽게 할지라도 어쩔 것인가. 인간이 발견한 최고․지선(至善)의 방패인 휴머니즘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감상의 길잡이>(2)
이 시는 비인간적 물질 문명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 속에서, 생명에의 신뢰와 사랑을 지키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을 경건한 기도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점차 삭막해져 가는 세상일지언정 따스한 인간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화자는 어린아이가 올리는 순수한 기도 같은 성스런 생활을 소망하며 옛이야기같이 순수한 인간성 회복을 기대한다. ‘당신’을 향한 화자의 기도는 우주의 합일에 의한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를 간직하게 함으로써 한 차원 더 높아진 차원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을 의미하지만, 세상은 이미 화자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병상 체험처럼 ‘아득한 추락과 /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 공포’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무서운 진리’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기계 문명으로 인해 비인간적인 것이 범람하는 50년대의 현실, 즉 전쟁이나 폭력 등을 암시한다. 이러한 불안감으로 인해 절대자를 향해 올리는 화자의 간절한 기도는 아름다움과 진실된 인간 세상을 향한 열망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이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순수의 본질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인의 정신 자세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감상의 길잡이 3>
이 시의 작중 인물은 `당신'이라고 불리는 어떤 절대자를 향하여 간절히 기도한다. 그는 가을날 가볍게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우리의 조그만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여 달라고 하고(제1연), 경건히 기도하는 아기의 손 안에서 `당신'을 찾게 하여 달라고도 한다(제2연). 그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나날이 말살되어 버리는 `해저 같은 그 날' 즉, 캄캄한 암흑의 시대는 없으리라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제3연). 그는 또한 달 가운데 계수나무가 있다는 옛이야기가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믿으며 살고 싶어 한다(제4연). 제4연까지의 소망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삶의 이상이다.
그러나 이 애절한 소망의 말씨 속에 암시되어 있듯이 그의 소망은 쉽사리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오히려 무참하게 부서질 위험이 더 높은 것일 수도 있다. 그 무서운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마지막 연에서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병을 앓으며 겪었던 무시무시한 추락과 까무러침의 기억과 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 무서운 추락과 까무러침을 연상케 할 만한 현실적 공포, 이를테면 전쟁, 피비린 투쟁, 폭력 등과 같은 것이다.
이 시에 깔려 있는 두려움은 위에 말한 바와 같은 무서움이 현실의 역사 속에서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것으로 잠복하여 있다는 데에 근거한다. 그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뭇잎, 미소, 아기의 손, 아름다운 전설 등과 같은 것으로 절대적인 힘 앞에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이상과 현실의 분열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어찌할 만한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의 안타까움과 잔잔한 슬픔이 깃들이어 있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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