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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 / 요점정리 - 전상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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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전상국(全商國: 1940- )

강원도 홍천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행>이 당선되어 등단. 현 강원대 국문과 교수.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그는 현실과 역사를 넘나들며 귀환 구조와 뿌리 찾기 형식을 지닌 소설로서, 전쟁으로 인한 실향 의식과 삶의 뿌리 찾기 의식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람난 마을>, <하늘 아래 그 자리>, <외등>, <늪에서 바람이>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1960년대 어느 해 정월
       공간 - 눈 내린 강원도 산골의 밤길
성격 : 사실주의, 여로형(旅路型) 소설.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표현 :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스럽게 유지하는, 감추는 듯한 객관적 시점과
       간결한 문체는 극적 효과 를 높인다.
주제 : 6·25가 남긴 깊은 상처와 그에 대한 인간적 연민.

인물 : 억구 - 어릴 때부터 천덕꾸러기로 자람. 아버지 무덤에서 자결할
              결심으로 귀향하는 중이다.
       형사 -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인물. 남의 어려운 처지에
              마음이 약해지는 인간적 면모를 지님.

구성 : 발단 - 서로 신분을 감춘 두 사내가 눈 덮힌 산길을 걷는다.
       전개 - 키 큰 사내의 소년 시절 토끼 사냥 이야기가 소개되고,
              '억구'의 지울 수 없는 공포의 기억이 소개됨.
       위기 - '억구'의 기구한 운명과 고난의 역정이 밝혀짐.
       절정 - '억구'는 자신이 살인자임을 말하고 가친(家親)의 무덤에서
               죽으려 함.
       결말 - 연민의 정을 느낀 형사는 그를 놓아 준다.

 

이해와 감상

  1963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 눈 쌓인 강원도 외야리 마을까지 신분을 감춘 두 사내가 동행한다. 서로의 과거를 얘기하는 가운데 한 사내의 신분이 드러나게 되고, 끝내는 사건의 정점인 '고개'에 도달하여 두 사내는 감정의 교류와 함께 헤어진다. 이러한 만남과 헤어짐의 단순 구조 속에서 6·25의 상흔(傷痕)이 깊게 드러난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로형(旅路型) 소설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범인과 형사가 서로의 신분을 감춘 채 동행인이 되어 눈길을 간다. 진행되는 사건은 너무나 단순하다. 범인과 동행하던 형사는 범인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그를 놓아 준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단순한 사건의 전개가 입체감을 얻게 되는 것은 길을 가면서 삽입되는 두 사람의 과거담(過去談) 때문이다.

길은 시작과 끝이 있는 법이다. 그 중앙에 '구듬치 고개'가 위치한다. 길을 찾아 이 고개를 향해 오르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상승되어 가다가 내리막길을 가는 중에는 대립과 갈등이 서서히 풀리면서 결말에 이른다. 이것은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뜻하는 것으로 구성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대립적 인물의 설정이 구성의 치밀함을 더한다. 한 사람은 쫓기는 자요, 또 한 사람은 쫓는 자이다. 전자는 키가 작고, 춥고 험한 길을 나서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차림새에 걸음걸이마저 허전한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후자는 키가 크고, 방한(防寒)에도 빈틈없이 준비된 차림에 걸음걸이도 정확하다. 뿐만 아니라 성격도 대조적이다. 앞 뒤 가리지 않는 저돌성과 잔인성을 가진 사람은 쫓기는 범인이고, 조심성과 내성적 성격, 이성(異性)과 감성(感性)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형사이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인물을 같은 길 위에 놓음으로써 위기와 긴장감을 고조시킴과 동시에 구성상 안정감을 얻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범인 '억구'의 유년 시절의 일(광 속의 추위와 공포를 겪은 일)과 형사가 경험했던 소년 시절의 일(토끼 사냥과 새끼 토끼 구출을 위해 담을 넘으려다 넘지 못했던 일)도 중요한 복선적(伏線的) 기능을 지닌다. '억구'의 것은 그의 성격, 인생의 질(質)까지도 암시하면서 살인의 발단으로 작용하고, 형사의 과거사는 성격을 드러내 주는 동시에 결말 처리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 소설은 우리의 삶이 알게 모르게 6·25와 닿아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이 6·25가 남긴 정신적 외상(外傷)을 그린 것이라면, 이 소설은 더욱 깊숙하게 그 상처를 드러내 주고 있다. 주인공 '억구'는 전쟁의 혼란 속에서 살인을 하고 보복을 당하고, 그 후 다시 보복 살인을 하고 36년 동안 쫓겨 다니는, 6·25의 최대 피해자인 것이다.


줄거리

  낯선 두 사람이 동행이 되어 강원도 산골, 눈 덮힌 밤길을 가면서 춘천 근화동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키 큰 사내, 그리고 키 작은 사내 '억구'다.

둘은 어릴 적의 일을 말하게 된다.

키 큰 사내의 회고담은 토끼 사냥에 얽힌 이야기이다. 새끼 토끼를 잡고 어미 토끼는 놓쳤는데, 어미 토끼의 '살기(殺氣) 차고 공포에 질린' 모성(母性)을 확인하게 된다. 그 후 소년은 생물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해부되었다가 술안주가 될 토끼 새끼를 구하려 했지만 도덕적 규범 때문에 생물 선생님 집의 얕은 담을 넘지 못했던 기억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억구'가 유년의 일을 들려 준다. 아홉 살 때였다. '억구'는 자신을 멸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득수'의 장갑 낀 손을 물어 뜯어 살점이 드러나게 했고 그 벌로 계모한테 붙들려 광 속에 갇혀 있어야 했던 기억이다.

그 후로 '억구'는 추위와 어둠의 공포를 강박 관념처럼 갖고 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동네의 천덕꾸러기로 따돌림당하던 그는 6·25 때 빨갱이로부터 감투를 얻어 쓰고 '득수'를 죽였다. 그로 인해서 국군이 동네에 들어 왔을 때 '억구'의 아버지는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억구'는 극적으로 도망쳐 죽음은 면했지만, 끈덕지게 버둥거리며 서른여섯 해를 살아야 했다. 그리고 부친을 죽인 '득칠'을 죽이고 자신은 부친의 무덤에서 죽으려고 지금 '구듬치 고개'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억구'는 부친의 무덤이 있는 산에 이르자 스스로 '득칠'이를 죽인 사실을 실토한다. 그를 놓칠까 경계하던 키 큰 사내(형사)는 토끼 새끼를 구하기 위해 넘으려다 사회 도덕이 무서워 넘지 못한 담을 회상하며, 이제야 그 '담'을 넘을 결심을 하게 된다. 형사는 그를 체포하지 않는다. 권총이나 수갑 대신 열 여덟 개피 남은 담배 갑을 건네며 하루에 한 개피씩만 피우라고 웃어 보인다. '억구'는 키 큰 사내의 신분도 모른 채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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