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당 문고 / 해설 / 장정일
by 송화은율삼중당 문고 - 장정일
이해와 감상
값싸고 작은, 그러나 새롭고 많은 정보를 담아 전해 주었던 `삼중당 문고'를 읽으며 청소년기를 지내온 시인의 고백이 시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독서 체험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께 채색되어 있다. 우선은 당연하게도 우리가 흔히 책을 통해 양식과 교양을 쌓는다고 할 때의 그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도적 교육에서 얻는 지식 정보의 차원과는 다르게 `삼중당 문고'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대중 출판물들을 통해 손쉽게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모습을 읽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시인도 역시 제도 교육의 보완이라는 차원에서의 독서를 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이 시는 제도의 보완이 아닌 제도로부터의 도피, 또는 제도에 대한 반항이라는 의미로 그 독서의 질적 변화를 시도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교장실에 불리어 가, 퇴학시키겠다는 엄포를 듣고 와서 펼친 삼중당 문고'라는 대목에서 보듯이 제도적 억압, 불우한 환경이 몰고 오는 공포와 폭력 등에서의 도피처를 `책'으로 삼고 있음을 보게 된다. 더 나아가 이 시는 그 지독한 독서가 시인 자신을 결코 구원해 주지 않는다는 일종의 지식 해체주의를 드러내는 결과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지식과 이성의 총합으로 여겨지는 책이 `공룡같이 기괴'하기도 하고 `우주같이 신비'롭기도 하다는 진술은 책이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거대한 욕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욕망은 끝없이 새로운(실제로는 새로운 것처럼 보일 뿐인) 기호를 만들어 간다는 것, 그리하여 책이란 겉모양만 다를 뿐인 낯선 기호일 뿐이며, 독서 역시 그런 욕망을 실현하는(그러니까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행위일 뿐이다. 그 때문에 그 엄청난 책(지식, 이성 따위들)을 얻었으되 그것은 곧 빠져 나갈 `시커먼 배때기 속에 든 바람'에 불과하다는 색다른 독서 체험을 말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해설: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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