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의 ‘바비도’ - 해설
by 송화은율김성한의 ‘바비도’ - 해설
「바비도」는 1956년 5월 「사상계」 34호에 발표하여 제1회 동인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소설이다.이 작품은 교회의 횡포에 대항하는 가난한 재봉 직공 바비도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양심과 정의 그리고 신앙의 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바비도」에서도 중세의 영국을 배경으로 1410년 권위적인 교회 체제에 대항하다가 이단으로 몰려 사형 당한 ‘바비도’를 통하여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지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바비도 자신이 스스로 내면에 대해서 말하는 듯이 서술하여 생동감을 더해 준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
김성한의 대표작인 「바비도」, 「오 분간」, 「귀환」등은 인간으 존엄성을 지키고 자유와 정의르 수호하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바비도」는 전후 세대인 작가의 이러한 전후 시대 의식을 잘 대변하여 야스퍼스식 개념인 극한 상황에서 보이는 인간 실존의 행동 방식에 대한 소설적 접근에 해당된다.
15세기 영국의 헨리 4세는 인간과 신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백성들을 탄압하고 교회의 모든 특권을 독점한다.당시 교회가 정한 라틴어 복음서 외에 민중어로 된 영역 복음서를 금서고 규정하고 이단자는 스미스필드의 사형장에서 화형에 처하였다.이와같이 교회의 부정 부패와 횡포가 날로 심해지자,신도들은 이에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영역 복음서 비밀 독회에서 돌아온「바비도」는 순회 재판소가 이단을 숙청할 때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종교 재판정에 나간다. 대부분의 동지들은 성경이 유일한 진리이며 성직자의 언행은 허구라고 굳게 다짐하면서도 죽음이 두려워 순회 재판정 앞에서는 이를 번복하고 만다. 바비도 역시, 위로 교황에서 아래로 사제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교회 조직체가 자기를 억누르고 위압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하여 교회의 명령에 굴복하느냐 거부하느냐의 극한 상황에서 바비도는 결국 후자를 택한 것이다.
바비도는 재판장 앞에서 교회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까지 흥미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바비도는 사죄하라는 재판장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고, 회개할 것이 없으므로 회개하지 않으며, 다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슬퍼할 뿐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그는 스미스필드 화형장으로 끌려간다. 교회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추종한 사람들은 바비도에게 돌을 던진다. 헨리 태자는 회개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바비도는 끝까지 거절하면서 교회와 왕정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한다. 스미스필드 상공에 불길이 솟아 바비도가 연기와 더불어 사라질 때, 태자는 아첨과 권력의 횡포 속에도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 작품의 구성은 주인공 바비도의 ‘갈등→저항→죽음’이라는 세 단계의 행위를 통해 진실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각 단계의 행위는 다분해 요약적이기 때문에 이미 바비도의 내면적 갈등이 시작하는 첫단계에서 주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은 크게 세 개의 장면으로 나눌 수 있다. (1)주인공 바비도가 영역 복음서 비밀 독해에서 돌아온 날 밤이 그 시간적 배경을 이룬다. 성서의 진리를 거역하는 행패에 분노를 느끼는 등 주로 바비도의 독백적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2)바비도가 종교 재판정에서 사교의 심문을 받는 과정이다. 그 문답 과정에서 바비도의 신념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3)스미스필드 광장에서 바비도에 대한 사형 집행의 과정이다. 그는 죽음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게 된다.
이러한 세 가지 장면은 결국 ‘바비도의 방→종교 재판정→스미스필드 사형장’이라는 공간적 확보 과정을 보여 주며,소설적 무대가 점층적이고 극적인 장면화로 유도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 작품의 특징은 그 소설적 공간을 역사에서 차용함으로써 그 시대 부조리에 우의적(寓意的)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데, 「바비도」「제우스의 자살」「오 분간」「중생」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그가 설정한 중세 영국이라는 역사적 상황은 진실의 의미와 진실에 대한 신념을 내세우기 위한 하나의 소설적 장치로 이국적 공간과 인물이 차용되었을 뿐이다. 한편 신의 섭리와 그 허구성에 대한 비판 그리고 현실에 대한 반성은 바비도의 순교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바비도」에서 작가는 역사적인 연관성 속의 인간의 삶이 아니라 역사를 벗어난 보편적 인간의 신념을 강조하고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를 빗댐으로써 바비도 개인의 양심만이 부각된 나머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이 밀착될 수 없다는 점이 이 작품 「바비도」의 한계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진실과 정의를 위한 자기 신념의 완성
인물 : 바비도-재봉 직공이며 주인공. 교회법을 어긴 죄로 이단에 몰려 재판정에 서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화형 당한 주동적이며 정적 인물.
헨리 태자-바비도에게 마지막으로 회개를 권유하지만 거절 당함. 바비도의 양심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정적 인물.
사교-권위주의적이고 위선적인 성직자. 율법을 어긴 자를 화형에 처한 인물.
배경 : 15세기 무렵 영국의 어느 교구. (공간적 배경은 부패하고 위선적인 성직자가 믿음과 신념을 강요하는 헨리4세 당시 영국이며, 시간적 배경은 현재의 시간에서 시작하여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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