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의 ‘민촌’ - 해설
by 송화은율이기영의 ‘민촌’ - 해설
「민촌」은 1926년 5월 발표된 프로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계급적 대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지주 계급과 소작인 계급의 도식적 이분화는 그 자체가 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의 한국 근대 소설에 있어서 「민촌」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의 지주 계급은 구시대의 양반을 중심으로 식민지 지배 계급과 밀착된 새로운 사회계층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과 소작인들 사이에는 이러한 현실적 실황을 그대로 형상화 시키고 있다. 전체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고로 상놈만 사는 민촌으로 유명한 향교말. 푹푹 찌는 중목 허리에 불볕이 쨍쨍 나는, 저녁 무렵, 동네 우물가에 여인들이 늘어 앉아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박주사 아들이 또 새로운 첩을 들였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대표적인 친일 박주사의 아들 ‘소’를 개비하듯 첩을 들일뿐만 아니라 안하무인으로 동네 노인들을 대하여서 모든 사람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그에게 잘 보여야만 그의 논을 경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앞에서 모두가 굽실거릴 수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양반인 서울댁은 사뭇 달라서 한없이 겸손하고 이해심이 많으며 농민들을 깨우치기 위해서 개화사상을 가르치고 경성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며 가난한 농민의 딸인 점순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점순이와 순영이는 그런 서울댁 이야기를 나누며 시집을 가게 된다는 순영이가 자기 오빠와 마지막 좋은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참외를 매개로 서울댁과 점순이도 다정한 사이가 된다.
춘궁기가 되면서 점순네 집안은 더욱 어렵게 되고, 끼니도 제대로 잊지 못하게 되자 점순이 어머니는 박주사 아들을 찾아가서 양식을 빌릴 것을 청하게 되고 박주사 아들은 점순이에게 눈독을 들이던 차에 거침없이 승낙을 한다. 그러나 점순이를 첨으로 달라는 조건에 기가 막힌 점순이 모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고 그 사리을 안 김첨지는 홧병으로 몸져 눕고 만다. 이 사실을 알고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으로 도와 주지만 모두가 빈궁한 처지여서 계속 도울 수는 없는 것이다. 점순이 오빤 점동이는 혼자서 이를 갈고 나뭇집을 두 배로 늘려서 버텨보지만 갈수록 먹고 살기가 더욱 어렵게 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어려운 처지가 되자 점순이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족을 구할 결심을 하고 박주사 아들에게 벼 두 섬에 첩으로 들어가기로 작정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가족들은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쌀로 연명을 하고 그의 아버지는 실성하여 헛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결국 부모의 지극한 사랑도, 형제간의 따뜻한 우애도, 서울댁의 순결한 사랑의 힘도 벼 두 섬에 힘만은 못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개인적 체험의 형상화에서 벗어나 객관적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개인적 체험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이거나 간에 개관적 현실관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질 때 그것은 본격적인 사실주의 소설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일제 강점기 농촌에서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계급적 갈등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주로 생산 근로 대중이 겪는 억울한 처지와 비참한 정황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 못지 않게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아름다운 사회에 대한 동경과 이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전체적 발전과정 속에서 인물의 운명을 추구할 정도로 진전하지는 못하였다.
작품요약
주제 : 친일 지주의 횡포와 소작농들의 궁핌한 삶의 대립과 갈등.
인물 : 김첨지 - 빈농의 대표적 인물. 곤궁을 탈피하려는 의지적 인물.
점순이 - 김첨지의 딸.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희생적 인물.
순영이 - 점순이의 친구. 부모의 뜻에 순종하는 인물.
오빠 -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으나 순영이에게는 소극적임.
창선이 - 서울 양반, 개혁적인 인물로 농민에 동정적임.
박주사 아들 - 친일 지주의 아들. 전형적인 지주의 모습을 보이는 오입쟁이며 안하무인으로 물질만능주의자.
배경 : 1926년 계급주의 사상이 대두되던 무렵의 어느 빈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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