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의 ‘바위’ - 해설
by 송화은율김동리의 ‘바위’ - 해설
< 해설 1 >
작가 : 김동리
등장 인물
아주머니(술이 어머니) : 문둥이. 아들을 찾아 헤매는 가련한 여인
술이 : 장가가려고 저축한 돈을 어머니 약값으로 다 쓰자 가출함.
영감(술이 아버지) : 살기가 어렵자 아내의 독살을 꾀하는 부정적 인물.
줄거리
북쪽 하늘에서 기러기가 울고 온다. 가을이 온다. 밤이 되어도 반딧불이 날지 않고 은하수가 점점 하늘 한복판으로 흘러 내린다. 아무데서나 쓰러지는 대로 하룻밤을 새울 수 있던 집없는 사람들에게는 기러기 소리가 반갑지 않다.
읍내 가까운 기차 다리 밑에는 한 떼의 병신과 거지와 문둥이들이 모여 있는데, 그중의 ‘아주머이’ 문둥이는 그래도 작년까지는 영감과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장가갈 밑천으로 일백 몇 십원을 저금했다가, 그 대부분을 어미의 약값으로 쓰고, 나머지 이십여 원을 술과 도박으로 없애고는 어디론지 사라졌다. ‘아주머이’ 문둥이는 자신의 약값을 다 써버리고 사라진 아들 술이를 기다리다 학대하는 영감에게 쫒겨나 이 곳에 머물게 된다.
그녀는 노숙과 구걸 행각 등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 다리 밑에 숙소를 정하고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근처의 ‘복바위’를 간다. ‘복바위’를 갈기 시작한 지 보름 뒤 장터에서 아들을 만나지만, ‘한 사날’ 뒤에 다시 온다던 아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아들을 그리워하며 더욱 열심히 ‘복바위’를 갈러 다니던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아들은 무슨 죄인지는 모르지만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듯하다. 다시 여인이 복바위에 갔을 때 보니 이 번에는 살던 집마저 불태워지고 만다. 이튿날, ‘복바위’를 안고 죽은 여인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이 욕을 한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 곁에 모이었다. 그들은 모두 침을 뱉으며 말했다.
“ 더러운 게 하필 예서 죽었노.”
“ 문둥이가 복바위를 안고 죽었네.”
“ 아까운 바위를 ... ...”
바위 위의 여인의 얼굴엔 눈물이 번질번질 말라 있었다.
해설
이 작품은 육신의 저주받음과는 상관 없이 지극한 모성애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 작품으로 소망과 구원에의 인간적인 실상을 문제삼고 있다. 즉 ‘복바위(영험의 성소(聖所))’ 라는 토속적인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하여, 아들과의 재회라는 비원(悲願)을 바위에 기구하면서 천형(天刑, 문둥병)을 감내하며 살다 간, 한 문둥이 여인의 한스러운 일생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여인의 일생은 겹치는 불행 속에서도 묵묵히 운명에 순종하는 전통적 한국인의 삶의 한 방식으로 김동리의 숙명론적 인생관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기에 문둥병이라는 천형을 받고 있는 주인공의 삶이 처절하다는 느낌 대신에 그 어떤 신비적인 느낌을 준다. 「무녀도」와 주제면에서 ‘전근대적 요소의 소멸’ 내지는 ‘무속 세계의 소멸’ 혹은 ‘토속적 샤머니즘의 패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 「바위」는 김동리가 두 번이나 개작을 할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며 김동리의 주술(呪術) 미학의 본령과 시적인 수사학으로 짜여진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재가 문둥이라는 면에서 서정주의 「문둥이」라는 시와의 관련성을 살필 수 있다.
(주제) 문둥이 어머니를 통해 나타난 인간 본연의 모성. 문둥이 어머니의 모성애적 비원(悲願)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현재형과 과거형의 혼용
(문체) 간결체, 냉정한 필치
(성격) 토속적, 운명적
< 해설 2 >
「바위」는 1936년 5월 「신동아」55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무녀도」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목적물을 숭배하는 민간 신앙을 소재로 하는 한편, 그 당시의 민족적 비애와 존재 문제의 나상(裸像)을 토착적 시정과 회고적 낭만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바위」는 작자가 두 번에 걸쳐 개작 할 만큼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그의 주술 미학의 본령과 시적인 수사학으로 짜여져 있다.「바위」라는 제목의 상징적 의미는 샤머니즘의 表象이다.복을 주는 바위라 하여 ‘복바위’,소원을 이루어 준다하여 ‘원바위’ 따위로 부르는 것처럼 바위는 민간 신앙의 풍습에서 많은 사람들의 소원 성취를 위한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제 시대 초가을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바위」는 문둥이 어머니의 모성애적 悲願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중심 인물은 문둥병에 걸린 불행한 여인이다.그 여인은 이 불치의 병 때문에 ‘영감’과 아들‘술이’로부터 떨어져 살면서 아들을 그리워하고 찾아헤맨다. 아들은 장가 밑천으로 일백 몇 십원을 저축 했다가 그 대부분을 어미의 약값으로 쓰고 나머지 이십여 원을 술과 도박으로 없애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영감은 아들을 잃은뒤 줄곧 아내를 학대하므로 그 여인은 하는 수 없이 집을 떠난다. 여인은 마을을 헤매면서 구걸을 하고 노숙을 하지만 결국 그것은 아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어느날 그녀는 자기 손으로 기차다리 가까이에 토막 하나를 지었다. 이는 기차다리 가까이에 ‘복바위’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바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들어 자기의 소원을 빈다.이 여인 역시 ‘복바위’를 갈기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난 뒤 ‘우연인지 복바위의 영험인지’주야로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아들을 만나보게 된다. ‘피와 살은 썩어가도 눈물은 역시 옛날과 변함없이 많았다.’ 어미와 아들의 해후도 잠깐, 어미는 문둥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아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각각 헤어진다. 그러나 아들은, 다시 만나기로 한 날이 한 달이나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여인이 한 가지 믿고 의지할 곳이란 ‘복바위’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복바위의 영감도 먼저와 같이 쉽사리 나타나지도 않는다. 여인은 아들을 더욱 그리워하며 어둠속이 아닌 낮에 복바위를 갈러다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아들 ‘술이’가 무슨 죄 때문인지 6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중이라는 소문을 들은 그녀가 복바위에 갔을 때 토막은 불태워지고 만다. 훨훨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바위 위에 쓰러진다. 이튿날, 복바위를 안고 죽은 여인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욕을 한다.
여인이 ‘복바위’에 비는 기원은 일종의 종교 의식으로, 초저연적 존재나 신비스런 능력을 빌어 작중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이를테면, 주인공이 바위를 ‘가는’행위에서 그 바위는 물질의 바위가 아닌 성화(聖化)된 바위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둥이 여인의 바위를 ‘가는’ 행위는 ‘영원한 자연과 유한한 인간이 이루는 조화의 율동’이며, 이 장면 하나만으로 이미 신화적 제의적 성격을 나타낸다.
이 작품은 인간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여인의 삶과 죽음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녀가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비는 ‘복바위’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의 벽’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벽을 극복하려는 여인늬 처절한 노력을 짓밟아 버리는 태도, 다같이 원죄 때문에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건만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태도는 우리에게 들려 주는 바가 크다.
「바위」는 이러한 주제 의식뿐 아니라,표현 면에서도 뛰어난 작품이다. ‘존재의 벽’을 상징한 바위는 물론, 여인의 절망과 불타는 저녁놀, 그리고 기러기 우는 가을 등의 상징과 이미지는 한국인의 한과 토착 정서를 한 폭의 동양화로 보여주므로써 이 작품이 지닌 탁월한 미학을 드러낸다.
이와 같이 주술 종교적 세계로 사건을 전개한 김동리의 작품으로는 「바위」외에 「무녀도(1936)」가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여인의 비극적 운명과 모성애의 悲願.
인물 : 술이 어머니(아주머이)-문둥병에 걸려 한스럽게 살아가는 인물.
아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일념으로 복바위를 갈다가 죽은 정적 인물.
술이-근면하고 효성이 지극한 아들. 장가갈 밑천으로 저축해 둔 돈을 어머니의 약값으로 다 써버리자 집을 나가 어미의 속을 태운 동적 인물.
술이 아바지(영감)-성격이 거칠고 술에 탐닉한 인물. 고달파지자 아내의 독살을 꾀하는 동적 인물.
배경 : 일제 시대 초가을 어느 마을과 기차다리 주변(공간 배경은 거지와 병신, 문둥이들이 사는 기차다리 주변이며, 시간 배경은 현재의 시간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아들을 그리워 하다가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특정한 시간이요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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