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국민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효율적인 국어 교육 방법론

by 송화은율
반응형

 

국민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효율적인 국어 교육 방법론

 

 

원 진 숙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I. 서 론

 

 

이 글은 국민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국어 교육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글쓰기 능력은 범교과적인 학습의 도구라는 차원에서, 실제적인 의사소통의 차원에서, 직업적 전문성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지식 기반 정보화 사회에서 글쓰기 능력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의미 구성 행위를 본질로 하는 글쓰기 능력은 단순히 의미를 문자 언어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용한 지식을 새롭게 창출해 내는 지식 생산 능력의 의미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모든 업무 및 의사소통이 종래의 면 대 면(face to face)’ 방식에서 전자 우편(이메일), 인터넷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글쓰기 방식으로 변화되면서, 글쓰기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대두되었다.

 

직장의 상급 관리자일수록 업무 시간의 50% 이상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보낸다는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이자 경쟁력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있고 사회적 관심이 크지만 대다수 국민의 글쓰기 능력은 매우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공문서나 법령의 문장은 물론이고 문화재 안내판, 교과서나 신문 기사 문장, 방송 대본이나 영화 자막, 제품 설명서 등에서 발견되는 반듯하지 못한 글이나 인터넷 채팅 언어 등은 우리 국민의 글쓰기 능력의 현주소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러한 국민 글쓰기 실태의 원인으로는 글쓰기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그 한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제까지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하지 못했다는 교육 현실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국어 교육의 최우선적 목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갖춘 국민을 길러 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표현 능력의 하나인 글쓰기 능력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언어로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일 뿐만 아니라 사고를 언어로 옮겨서 표현해 내는 고등 정신 기능을 바탕으로 하는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글쓰기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통념은 글 잘 쓰는 능력은 영감에서 생기거나 타고나는 것이지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통념은 글쓰기 능력이 잠재된 많은 사람들을 일찌감치 포기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오해는 글쓰기 교육의 수준을 고작 맞춤법이나 가르치고 문법에 어긋난 문장이나 고쳐 쓰게 하는 정도에 머무르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글쓰기를 일련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파악하게 된다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해법들을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문제 해결적 접근은 글을 쓸 때 더 나은 방법’, ‘효율적인 방법이 있으며, 이러한 방법들만 익혀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특히 의사소통적 글쓰기의 경우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믿음을 갖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글 잘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글쓰기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적절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의사소통적 글쓰기 차원에서 국민의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짚어 보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적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II. 국민 글쓰기 실태의 문제점 및 원인

 

 

의사소통적 글쓰기 차원에서 우리 한국인의 글쓰기를 살펴보면 단어에서 문장, 단락에서 글 층위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오류들이 발견된다. 이러한 오류들은 우리 국민의 글쓰기 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각계 여러 유형의 글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과 그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이를 바람직한 글쓰기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대로 삼기로 한다.

 

2.1. 바르지 못한 글, 소통되지 않는 글

 

다음은 우리 국민의 글쓰기 실태를 보여 주는 각계 여러 유형의 의사소통적 글쓰기의 예이다. 이 예문들은 각각 우리말로 번역된 외국 영화의 자막, 제품 설명서, 법원 판결문 및 법조문, 연구소의 보도 자료, 정부 중앙 부처의 공문, 교과서 문장, 대학생의 보고서 문장, 인터넷 게시판 문장에서 예를 뽑은 것이다.

 

(1) 저 여자랑 키스할수 있는 놈은 월매나 좋을까?(영화 <노팅힐> 번역 자막)

(2) a. 나무로 만든 창문에는 취부할 수 없습니다.(에어컨 제품 설명서, 국립국어연구원(2002: 24, 181))

b. oooo은 서방형 제제이므로 정제를 으깨거나 씹거나 녹이지 말고 그대로 삼키십시오.

(약품 설명서, 국립국어연구원(2002: 25, 160))

(3) a. 피의자는 피해자의 안면을 우수로 강타하여 지면에 전도케 한 후 금원을 강취한

자로서……(법원 판결문)

b.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민법 162조 제1, 국립국어연구원(2001: 229))

(4) a. 디셀포비브리오로 폐수 속 금속의 침전 성공(과학기술연구소의 보도 자료)

b. 자유전자레이저는 레이저 기술과 가속기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레이저로 넓 은 범위에서 연속적으로 파장을 변화시킬 수 있고 기존레이저로 얻을 수 없는 파장 도 쉽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레이저로 각광 받고 있다.

(한국원자력 연구소 보도 자료)

(5) 특히 금년 여름은 무더위가 장시간 계속될 것이란 예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난에 따른 예산 사정으로 냉방을 최대한 억제해아 할 시점임으로 각 실기관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하계 복장을 정장 대신 노타이, 반팔 와이셔츠 등을 착용하여 에너지 절약 및 근무 능률을 제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정부 중앙 부서에서 보낸 공문)

(6) 둘째, 높임법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높임법은 상하 관계를 존중하던 사회 구조의 영향으 로 발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 하여 말을 삼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 는가 하면, 높임법과 높임말이 다음과 같이 발달하였다.(국어 교과서)

(7) 나에게는 글쓰기 습벽이 있는데 모 작가랑 비슷한 것으로 글쓴 것을 제출하기 전까지 가능한 한 다른 일들을 모두 미루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방은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 린 채 어지럽혀져 있고 나의 몸 또한...(교수님! 이 사실을 우리 학우들에게 알리심 아니 되옵니다. please!)(대학생 보고서)

(8) 짱나는 게 한두번이 아닌데...이번엔 진짜 승질나네. 암튼 동사무소 공무원 같은 학교 때 문에 짜증나 학교 못 다니겠네. 매번 쓸데없이 시스템 바꾸지 말고 그 시간에 어케 불편 없이...학교 생활 하게 좀 해 봐.(S대 홈페이지 게시판)

 

위의 예문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거나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보여 주고 있다.

 

예문 (1),(5)는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바르지 못한 글의 특성을 보여 준다. 외국 영화 번역 자막의 문장인 예문 (1)은 띄어쓰기(키스할수), 표준어(월매나) 등의 표기 오류를 보여 준다. 정부 중앙 부처의 공문인 예문 (5)는 표기 오류(실정임으로)는 물론이고 문법적으로도 비문인 경우로서 공무원 글쓰기의 문제점을 보여 주는 예이다. ‘각 실 국 기관에서는이 문장의 주어이므로 그 다음 부분은 모든 직원들에게(또는 로 하여금’) 반소매 와이셔츠 등을 착용케 하여정도로 고치고, 서술어 부분은 에너지 절약 및 근무 능률 제고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정도로 고쳐야 할 것이다.

 

예문 (2), (3), (4)는 일반인들에게 암호문처럼 전혀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예문 (2)는 가전 제품 설명서 및 약품 설명서에 나타난 문장으로 서방형 제제’, ‘정제등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나 취부하다와 같이 억지로 만든 듯한 일본식 한자 표현을 남용해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예문 (3)은 법률가 집단에 의한 글쓰기 양식을 보여 준다. (3)a피의자는 피해자의 안면을 우수로 강타하여 지면에 전도케 한 후 금원을 강취한 자로서..’우수로’, ‘지면에 전도케 한 후’, ‘금원을 강취한과 같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일본식 한자어를 남용해서 이해에 어려움을 준다. 법조문인 (3)b는 전형적인 문법적 비문으로 채권은....소멸시효가 완성된다와 같이 피동형으로 표현되어야 옳다. 이러한 법률 문장들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법률 용어나 일본식 한자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함으로써 우리의 말과 글의 정상적 표현을 외면하고 있는 극단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일반인에게 연구소의 새로운 업적을 보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표된 예문 (4) 역시 디셀포비브리오’, ‘자유전자 레이저등 전문 용어를 그대로 제시한다든지 자유전자 레이저가 어떤 점에서 차세대 레이저로 각광받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아무리 새롭고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다 해도 그 기술의 진가는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될 때 비로소 인정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과학기술자들의 글쓰기 방식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문 (6)은 일반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라고 간주되는 교과서에 실린 문장이다. 높임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단락에서 엉뚱하게 단락의 주제와 무관한, 말에 대한 조상들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예문은 단락 의식의 부재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교과서의 문장 역시 신문이나 잡지에서 볼 수 있을 듯한 잘못된 표현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현우: 1999)이고 보면 우리 국민의 글쓰기 실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게 된다.

 

대학생의 보고서 문장인 예문 (7)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문체를 요구하는 보고서의 문장과는 다른 신변잡기류의 문체적 특성을 보인다. 대학생들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문제점으로는 이러한 문체적 특성 외에도 딱히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문장, 빈약한 논리의 나열에 그치는 불명료한 문장들에서 드러나는 비조직적이고 피상적인 사고 등을 지적할 수 있다(원진숙: 1999).

 

예문 (8)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대학생의 글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 안에서 입말에 가까운 문체적 특성과 함께 여과되지 않은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 문법 파괴, 축약, 소리나는 대로 표기함 등을 특성으로 하는 이런 인터넷 글쓰기는 요즘 젊은 세대의 일탈적이면서도 경박한 글쓰기 세태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2.2. 글쓰기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

 

일반적으로 글쓰기 능력은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 합리적인 의사 결정력과 문제 해결력을 종합적으로 발휘하여야 하는 고등 정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능력은 문자 언어로 표현할 때의 유창성, 내용 생성의 능숙성, 작문의 일반적인 규칙과 관습에 대한 통달, 글을 쓰는 상황을 적절히 고려할 수 있는 사회적 인지 능력, 우수한 글을 판단할 수 있는 감상력과 비판력, 통합적 사고력과 통찰력 등의 하위 기능으로 구성된다(교육부: 1997).

 

그러나 우리 국민의 글쓰기 실태는 위의 2.1.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고차원적인 글쓰기 능력의 수준과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음이 확인될 뿐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대략 띄어쓰기, 맞춤법 등 표기상의 오류를 비롯하여 부적절한 어휘 사용 및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 문법 위배, 단락 의식 결여, 문체상의 부조화, 독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자기 중심성 노정, 주제 구성력의 미숙, 사고력의 빈약, 글쓰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우리 국민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의 원인을 크게 문법적 면, 지식적 면, 인지적 면, 정의적 면, 교육적 면의 다섯 가지 면에서 정리해 봄으로써 바람직한 글쓰기 지도 방향을 탐색하는 기초로 삼기로 한다.

 

(1) 문법적 면--- 국민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띄어쓰기, 맞춤법 문제, 부적절한 어휘 사용,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문제, 주어가 없는 문장, 필수 성분의 생략, 평행 구조의 오용, 피사동 문제, 조사 오용 등의 오류들은 대개 우리 문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우리 말과 글에 대한 문법적 지식은 올바르고 정확한 문장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법적 면은 글쓰기 교육에서 결코 간과해선 안 될 부문이다.

 

(2) 지식적 면 --- 단락 의식이 없는 글, 논리적으로 구성되지 못한 글,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글 등은 대개 언어 기호를 어떻게 배열하고 조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점은 무엇을’, ‘어떻게쓸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글쓰기에 필요한 지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개념적 지식, 생각의 단위인 단락을 구성하는 방법이나 글 구성 조직 원리에 대한 지식, 글쓰는 방법에 대한 절차적 지식 등은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비중있게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인지적 면 --- 내용적형식적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글, 독자에게 영향 미치지 못하는 글, 전혀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글은 대개 필자의 인지적 면과 관련되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 필자가 일련의 사고 과정인 글쓰기 과정을 운용하고 평가하고 조정하는 상위 인지 능력(metacognition)이나 글쓰기의 수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독자 중심의 글을 쓸 수 있는 사회 인지 능력(social cognition)이 부족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성 있는 글들이 생산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위 인지 능력이나 사회 인지 능력을 신장하는 데에는 문제 해결 전략 중심의 글쓰기, 독자 중심의 글쓰기 훈련 등이 효과적이다.

 

(4) 정의적 면 --- 어법에 맞지 않는 글, 여과되지 않은 비속어 등을 남발하는 글,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쓴 글 등은 다분히 필자의 정의적인 글쓰기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정의적 면과 관련된 글쓰기 문제들은 학습자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해 주는 방향에서 글쓰기 교육을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 준다.

 

어법에 맞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태도, 바르고 품위 있는 글을 쓰려는 태도, 글쓰기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려는 태도, 글쓰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태도 등은 글쓰기에 대한 흥미나 동기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올바른 글쓰기 습관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르고 품위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와 자세는 좋은 글쓰기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5) 교육적 면 ---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직장인이나 일반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한 번도 제대로 글쓰기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국가 교육 과정에 따라 국어 교과의 하나로 작문 과목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 간이나 배우고 대학에서까지 교양 작문을 이수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국어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작문 교육이 대개 글쓰기에 대한 피상적인 이론이나 지식만을 가르쳐 왔을 뿐 실무 중심의 실용적인 글쓰기 교육이나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가르쳐 오지 못했음에 기인한다.

 

 

 

III. 국민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효율적인 국어 교육 방법론

 

 

3.1. 쓰기 기능의 본질과 특성

 

국민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효율적인 국어 교육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쓰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 규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쓰기 기능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결과물인 글을 중시하느냐 아니면 쓰기 과정 자체를 중시하느냐로 나뉘며 쓰기 과정을 중시하는 입장은 다시 쓰기를 개인적인 행위로 보느냐 사회적인 행위로 보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여기에서는 쓰기 기능의 본질과 특성을 크게 결과물인 글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형식주의 작문 이론, 과정을 중시하는 구성주의 관점의 인지주의 작문 이론과 사회 구성주의 작문 이론의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기로 한다.

 

(1) 형식주의 작문 이론

형식주의 작문 이론에서는 쓰기란 쓰기와 관련된 지식을 객관화된 작문 절차와 장르 규범, 글쓰기 규칙에 따라 글로 실현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 이론에서는 쓰기 과정을 선조적인 것으로 보면서 글쓰기의 결과물인 글에 관심을 둔다. 형식주의 작문 이론에 따르면 작문 교육이란 모범적인 글을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글쓰기 규칙을 가르치고 오류를 교정해 주는 것이 된다.

 

(2) 인지주의 작문 이론

인지주의 작문 이론은 작문의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작품의 형식보다는 필자의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인지 과정에 관심을 두면서 글쓰기를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 가는 사고 과정으로 본다. 이 인지주의 작문 이론에서는 일련의 글쓰기 과정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나 전략을 쓰기 교육의 주된 내용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작문 이론은 글쓰기를 개인에 한정된 문제로만 인식할 뿐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상황이나 맥락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만 초점을 두고 결과물인 글 자체에 소홀하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 사회 구성주의 작문 이론

사회 구성주의 작문 이론에서는 글쓰기를 담화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한 의미 구성 과정으로 본다. 필자는 사회 문화적 상황 맥락 안에서 담화 공동체 구성원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글을 쓰는 존재이며 또 이러한 필자가 생성해 낸 글은 필자 개인이 생성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담화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의미 협상을 통한 상호 작용의 결과라고 본다. 사회 구성주의 작문 이론을 근간으로 하는 작문 지도는 대화나 의미 협상을 강조하면서 학생과 교사 간의 협의 과정과 학생 상호 간의 협의 과정에 바탕을 둔 소집단 협동 작문 활동을 쓰기 교육의 주된 내용으로 삼는다.

 

이상에서 논의된 세 가지 주요 쓰기 이론의 관점에서 쓰기의 본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형식주의 작문 이론의 관점에 따르면 쓰기란 교사가 제시하는 글쓰기 규칙의 학습과 반복적인 연습으로 형성되는 결과적인 것이다. 이에 비해 인지주의 작문 이론의 관점에 따르면 쓰기란 개인의 인지 과정을 바탕으로 하여 성립되는 과정적인 것이다. 또한 사회 구성주의 작문 이론의 관점에 따르면 쓰기란 담화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상호 작용적인 의미 협상 과정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인 행위라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조화롭게 추구해 나가야 할 매우 유용한 작문 교육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준다.

 

첫째,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법에 맞는 올바른 문장, 독자에게 소통될 수 있는 결과물인 글을 생산해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과물인 글을 중심으로 작문을 지도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맞춤법띄어쓰기를 비롯한 규범적인 문법 지식, 글 구성 원리, 텍스트의 관습적 규약 등을 올바른 글을 쓰는 기본기 차원에서 반드시 비중 있게 교육해야 한다.

 

둘째, 글쓰기 행위는 개인의 인지적 활동임과 동시에 구체적인 사회 문화적 상황 맥락 안에서 펼쳐지는 사회 인지적 활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는 관점이다. 사회 인지적 관점에서 글쓰기란 필자가 구체적인 사회 문화적 상황 맥락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기 때문에 작문 교육 역시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 전략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글쓰기를 담화 공동체 안에서 펼쳐지는 사회적인 의사소통 행위로 인식하고,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 꼭 필요한 실무 중심의 업무 보고서(technical writing), 학문적 담화 공동체 안에서 요구되는 연구 보고서나 논문 쓰기 등 실무 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베풀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글쓰기 교육 국면에서는 해당 담화 공동체 안에서 요구되는 각 글쓰기 유형의 내재적인 담화 규칙, 텍스트의 관습적 규약과 함께 소통되는 글이 되기 위한 독자 중심의 글쓰기 방법에 중점을 두어 지도해야 할 것이다.

 

넷째, 바람직한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물인 글도 함께 강조하는 형태, ‘과정과 결과가 균형이 잡힌 워크숍(workshop)’ 형태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적이고 유목적적인 쓰기 과제를 중심으로 학습자들이 교사의 안내와 지도에 따라 일련의 쓰기 과정을 통해서 완성도 높은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 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 과정과 결과를 함께 충실하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2. 결과물인 글을 중심으로 하는 작문 지도

 

작문 교육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면, 맞춤법띄어쓰기 등의 기계적인 면(mechanics), 문장 구성 면, 단락 구성 면 등을 중심으로 한 결과물인 글을 중심으로 하는 지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어휘력과 함께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든든한 도구 내지는 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물인 글을 중심으로 하는 작문 지도의 핵심은 우리 국어의 문법적 구조에 맞게 문장을 작성하고 전통적인 수사학에서 강조해 온 일반적인 글 구성 원리에 맞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는 데에 있다.

 

(1) 표준어맞춤법띄어쓰기

 

일반인의 글에서 적지 않게 발견되는 표준어맞춤법띄어쓰기 등의 오류는 대개 단순한 실수로 발생하기보다는 개별 형태소에 대한 문법적 지식이 결여되어 발생하거나 낱말과 조사, 조사와 어미 등을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표준어,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기계적인 면에 대한 지도는 다음 예시 자료에서와 같이 흔히 잘못 표기하기 쉬운 오류 유형들을 용례 중심으로 제시하고 이를 학습자가 직접 고쳐 가도록 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가 각각의 경우에 대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 어떠한 원리를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설명을 통하여 비계(飛階, scaffolding) 지원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사 자료 1>의 용례 가운데 이번 일은 예사일이 아닌 것 같아요와 같은 경우라면 예사일은 왜 잘못된 표기인지, 예삿일과 같이 사이시옷이 필요한지, 사이시옷은 어떤 경우에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 예삿일과 같은 용례를 통해서 교사는 사이시옷이 복합어 나뭇잎’, ‘수돗물에서와 같이 후행 명사에 이 첨가되거나 비음이 올 경우, ‘촛불’, ‘바닷가에서와 같이 후행 명사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에 온다는 것, 그렇지만 치과와 같은 한자 어휘의 경우는 예외 규정으로 인정한다는 것 등을 함께 원리화하여 설명해 주면 효과적이다.

 

띄어쓰기 역시 다음과 같은 <예시 자료 2>를 통해서 낱말은 띄어 쓰되 조사는 윗 낱말에 붙여 쓴다와 같은 띄어쓰기 일반 규칙이 각각의 용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불완전 명사를 어떻게 가려내는지 등에 대한 원리를 중심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시 자료 1> 맞춤법 지도 자료

 

*틀린 것이 있으면 고치시오.

 

. 지각하면 않되요.

. 그 친구는 굉장한 멋장이에요.

. 이번 일은 예사일이 아닌 것 같아요.

. 사둔 댁에 경사가 있다니 부주 좀 해야겠군요.

. 오늘은 웬지 기분이 안 좋아요.

. 할 일이 없으면 잠을 자던지 텔레비전을 보세요.

. 천둥 우뢰 소리가 참 대단하네요.

. 오늘은 몇 일입니까?

. 이 식당은 된장찌게를 잘 합니다.

 

<예시 자료 2> 띄어쓰기 지도 자료

 

*다음 문장에서 띄어써야 할 곳에 표를 하세요.

 

. 여권을만드는데필요한것이뭡니까?

. 이만큼밖에없는데더사지않아도될까요?

. 가지고갈수있을만큼가지고가

. 저분이홍길동씨입니다.

. 최소한옷한벌하고구두한켤레는사야해요.

 

(2) 문장 구성

 

필자가 글을 잘 쓸 수 있게 해 주는 연장의 기초는 사실 문장 구성과 관련된 문법 지식이다. 문장을 구성하는 여러 낱말들을 문법 규칙에 맞게 배열하여 구성하지 못하면 대번에 독자에게 혼란을 주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형편없는 문장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문법이란 주어와 서술어를 기본으로 한 낱말군을 어법에 맞게 배열하여 문장을 구성하는 원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법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념이란 대개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거나 어렵고 골치 아픈 것이지만 사실 문법은 그렇게 재미없는 것도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문장 구성과 관련된 문법적 지식 역시 문법 자체로 접근해서 가르치기보다는 글쓰기에서 자주 발견되는 오류들을 유형별로 정리해서 제시해 준 다음, 학습자 스스로가 직접 이러한 오류나 문제점들을 바로잡아 가도록 하는 방식의 지도법이 효율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장 오류를 고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글쓰기에 필요한 문법적 지식을 귀납적으로 원리화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뢸 말씀은 다름이 아니오라 주주총회가 이번 주말에 있습니다와 같은 문장이라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기 때문에 비문임을 지적하고 이 용례를 통해서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지를 확인하라와 같은 문장 구성 원리를 제시하도록 한다.

 

이러한 문장 구성 원리는 개별 오류 문장 제시를 통해 지도할 수도 있지만 일련의 글쓰기 과정 가운데 고쳐 쓰기 단계를 통해서 지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글을 다듬는 목적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자신이 의도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고쳐 쓰기 과정에서 유용하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장 구성 원리로는 문장은 되도록 짧게 써라’. ‘주어를 갖춰서 쓰도록 하라’, ‘수동형 문장은 피하고 능동형 문장으로 쓰도록 하라’, ‘불필요한 단어는 과감하게 삭제하라’,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지 확인하라’, ‘문장에서 꼭 필요한 필수 성분이 빠져 있지 않은지 확인하라’, ‘조사를 정확하게 사용하라’, ‘문장 간의 연관성에 주목하라’, ‘문장 간의 연결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라’, ‘모호한 문장은 피하라’ ‘단락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하라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장 구성 원리 중심의 글쓰기 지도는 글의 효용성 면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글쓰기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해 주는 응급 처방을 마련한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3.3. 문제 해결 과정 중심의 작문 지도

 

글쓰기에 대한 문제 해결적 접근 방법---글쓰기를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 해결 과정으로 파악하는 작문 지도 방법---에서는 글쓰기 과정에 필요한 사고 방법이나 문제 해결 방법들만 익혀서 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 능력을 갖게 된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 중심의 작문 지도의 핵심은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글쓰기 방법을 점검하고, 능숙한 필자들이 사용하는 더욱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을 전략화하여 실제 글쓰기 국면에서 적용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글쓰기 과정 이해하기

 

문제 해결 과정 중심의 작문 지도 국면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네 가지 언어 사용 기능 가운데 쓰기가 가장 어렵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까닭은 표현할 내용을 직접 만들어 내야 하고, 이를 다시 언어로 변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글을 쓰고자 해도 잘 쓰지 못한다. ‘뭘 쓰지?’에 대한 답, , 쓰고자 하는 내용이 머릿속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쓰고자 하는 내용이 머릿속에 있어도 이 내용의 실체를 잡아내지 못하거나 이를 표현할 적절한 언어를 찾아내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한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강구해 나가기 마련이다.

 

만약 필자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글을 쓰는지, 글쓰기 과정에서 특별히 어떤 점에 어려움을 겪는지, 자신이 사용하는 글쓰기 전략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면, 일련의 문제 해결 과정인 글쓰기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글쓰기 과정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사고 과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인식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학습자들이 자신의 글쓰기 과정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숙한 필자와 능숙한 필자가 각기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에 임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서로 차별성을 보이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미숙한 필자와 능숙한 필자의 글쓰기 과정이나 전략 면에서 나타나는 차별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이에 기대어 학습자 자신의 글쓰기 과정이나 방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숙한 필자와 능숙한 필자의 글쓰기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1) 미숙한 필자의 쓰기 과정

 

대개 글쓰기를 싫어하는 미숙한 필자들은 계획하기 단계에 시간을 거의 들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쓰기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다거나 글의 내용을 구상하여 개요를 작성하기보다는 막연하게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면서 더 이상 글쓰기를 미룰 수 없는 그 시점까지 글쓰기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할 때도 글에 대한 수사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게 될 사람은 누구인지, 독자는 이 글에서 어떤 내용을 기대할 것인지, 이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 내가 이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에 대한 수사적 문제에 대해 고려하기보다는 막연한 생각의 단편만을 자기 중심적으로 쏟아낼 뿐이다.

 

일단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첫 문장을 시작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시행착오 전략에 따라 첫 문장을 쓰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 하면, 대번에 완벽한 초고를 써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자료 수집이나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메모 없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에만 의존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미숙한 필자들은 대개 글쓰기를 일련의 과정과 절차에 따라 수행하기보다는 글을 쓰는 데에 거의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 앉은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중심으로 글을 완성해 버린다. 항상 시간에 쫓겨서 글쓰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글을 꼼꼼히 고쳐 쓰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대개 초고가 그대로 제출본이 된다.

 

2) 능숙한 필자의 쓰기 과정

 

글쓰기를 즐겨하는 능숙한 필자들은 영감에 의존한다거나 처음부터 완벽한 초고를 쓰려고 하기보다는 글쓰기 과정 자체를 일련의 목표 지향적 활동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작업 구상 단계부터 자기 나름대로 목표 의식을 가지고 글의 핵심적 주제를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고의 흐름을 전개해 나간다. 이들은 이렇게 일단 글쓰기의 주제와 방향이 잡히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일찌감치 글쓰기 과정에 착수하여 계획하기 단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주제와 관련된 충분한 자료를 전략적으로 찾아서 읽고 이를 바탕으로 틈틈이 메모를 하고 개요를 작성한다. 머릿속에 있는 막연한 사고를 자료를 찾아서 읽어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다.

 

능숙한 필자는 미숙한 필자와 달리 이 계획하기 단계에서 수사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보인다. 과제를 부과한 담당 교수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글을 읽게 될 독자가 기대하는 바는 뭘까, 이 글을 쓰는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정말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등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사고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의 가닥을 잡아 나간다.

 

능숙한 필자들은 앉은자리에서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식의 완벽한 초고 쓰기 전략에 의지하지 않는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심하기보다는 고쳐 쓰기 단계를 염두에 두고 글에서 해야 할 이야기들의 내용을 중심으로 일단 초고 형태로 글을 쓴다. 미리 마련된 글의 개요와 메모에 의지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이 좀처럼 원래 목표했던 중심 생각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능숙한 필자들은 계획하기 단계 못지않게 고쳐 쓰기 단계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띄어쓰기, 맞춤법 등의 기계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낱말을 적절하게 썼는지, 문장을 어법에 맞게 썼는지, 단락을 중심으로 사고를 제대로 전개해 나갔는지, 주제 구성과 관련하여 글의 내용적 통일성을 충분히 확보하였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교정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능숙한 필자와 미숙한 필자는 쓰기 과정이나 쓰기 전략 면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원진숙 1999). 미숙한 필자는 막연하게 영감을 기다린다거나 시행착오 끝에 대번에 완벽한 문장을 쓰는 전략에 의지한다. 그들은 글쓰기 행위를 일련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앉은자리에서 단번에 써버리는 일회적인 행위로 파악하기 때문에 계획하기나 고쳐 쓰기의 단계 없이 초고를 그대로 완성본으로 삼는다. 이에 비해 능숙한 필자는 글쓰기 과정을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사고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처음부터 완벽한 초고 쓰기 전략에 의지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계획하기와 고쳐 쓰기 단계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또한 자기 중심성이 강해서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미숙한 필자에 비해서 능숙한 필자는 사회 인지 차원에서 수사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독자 중심의 글쓰기를 한다.

 

문제 해결 전략을 중심으로 작문을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능숙한 필자들이 글쓰기 과정을 통해서 글쓰기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더욱 효율적인 방법들을 전략화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진지한 사유의 결과물인 자신의 생각을 자기화된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능숙한 필자와 같이 글쓰기를 일련의 문제 해결 과정으로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2) 문제 해결 전략 익히기

 

문제 해결적 접근 방법에서는 글쓰기를 필자가 담화 공동체라는 사회적, 수사적 맥락과 교섭하면서 목표 지향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서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이러한 글쓰기 과정에서 접하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쓰기 전략을 익혀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 능력을 갖게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능숙한 필자들의 글쓰기 방법을 토대로 추출한, 더욱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인 문제 해결 전략을 각 쓰기 단계별---계획하기, 아이디어 생성하기, 아이디어 조직하기, 표현하기, 고쳐 쓰기---로 나누어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원진숙황정현 역: 1998).

 

1) 계획하기 단계의 문제 해결 전략

. 수사적 맥락을 탐구하라.

. 시행 중심 계획과 내용 중심 계획을 세우라.

. 목표를 조작 가능하게 만들라.

. 직관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

. ‘협조적 계획하기를 이용하라.

. 내용 중심 계획을 시행 중심 계획으로 전환하라.

 

2) 아이디어 생성하기 단계의 문제 해결 전략

. 브레인스토밍(발상 모으기)을 하라.

. 자신의 생각을 자기화된 말로 이야기해 보라.

. 체계를 세워 주제를 탐색하라.

. 푹 쉬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숙고 과정을 거치라.

 

3) 아이디어 조직하기 단계의 문제 해결 전략

. 생각의 요지를 드러내는 핵심 어휘를 확정하라.

. 아이디어를 요약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라.

. 개념 구조도를 작성해 보라.

 

4) 표현하기 단계의 문제 해결 전략

. 예상 독자의 지식, 태도, 요구 등을 분석하라.

. 독자의 반응을 예상하라.

.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라.

. 독자 중심의 글 구조를 개발하라.

. 독자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제공하라.

. 설득력있는 논거를 발전시키라.

 

5) 고쳐 쓰기 단계의 문제 해결 전략

. 글과 글쓰기 목적을 재검토하라.

. 문제점을 찾아서 진단하고 교정하라.

. 경제성 면에서 글을 평가하고 수정하라.

. 강력한 문체로 편집하라.

. 명확한 글 구성이 되도록 일관성 있게 편집하라.

. 단락을 통해 글의 내적 논리를 드러내라.

 

이러한 문제 해결 전략들은 개별 전략을 중심으로 지도하기보다는 교사의 비계 지원(scaffolding)하에 학습자들이 모둠 활동 등을 통해서, 실제 쓰기 수행을 중심으로 한 글쓰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결과물인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workshop) 형태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워크숍 중심의 작문 지도 방법은 도입부에서 교사가 설명하고 모범을 보이는 쓰기의 방법이나 원리에 따라서, 학습자가 일련의 쓰기 과정을 통한 실제적인 쓰기 수행 경험을 통해, 결과물인 글을 생산해 내는 것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둔다. 다양한 상황 맥락 안에서 전개되는 역동적인 의미 구성 과정을 운용하고 조절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작문력의 신장과 교사와 동료 학습자들 간의 적극적인 상호 작용을 중시하는 이 워크숍 중심의 작문 지도 방법은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가 균형 잡힌 교육과 학습자 중심의 의미 있는 쓰기 경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IV. 결 론

 

 

이제까지 우리는 국민의 글쓰기 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작문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글에서 논의된 바를 간단히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 국민의 글쓰기 실태를 보여 주는 각계 여러 유형의 의사소통적 글쓰기 예문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문제점들로는 띄어쓰기, 맞춤법 등 표기상의 오류를 비롯하여 부적절한 어휘 사용 및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 문법 위배, 단락 의식 결여, 문체상의 부조화, 독자를 고려하지 못하는 자기 중심성 노정, 주제 구성력의 미숙, 사고력의 빈약, 글쓰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부재 등을 지적하였다.

 

(2) 국민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야기하는 원인을 크게 문법적 면, 지식적 면, 인지적 면, 정의적 면, 교육적 면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3) 글쓰기 교육의 지식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최근의 작문 이론의 관점에서 쓰기 기능의 본질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쓰기 기능은 글쓰기 규칙의 학습과 반복적인 연습으로 형성되는 결과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사회 문화적 상황 맥락 안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목표 지향적인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점에서 글쓰기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물인 글도 함께 강조해서 가르쳐야 함을 주장하였다.

 

(4) 결과물인 글을 중심으로 작문을 지도하는 방안으로 글쓰기에서 자주 발견되는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오류들을 제시하고 이를 바로잡는 과정을 통해 글쓰기에 필요한 문법적 지식을 귀납적으로 원리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5) 문제 해결 과정 중심의 작문 지도 방안으로 학습자들이 자신의 글쓰기 과정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점검하고, 능숙한 필자들이 사용하는 더욱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들을 전략화하여 실제 글쓰기 국면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6) 실제 작문 지도 국면에서 바람직한 글쓰기 교육 방법으로 과정과 결과의 균형 잡힌 워크숍형태가 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실제적이고 유목적적인 쓰기 과제를 중심으로 학습자들이 교사의 안내와 지도에 따라 일련의 쓰기 과정을 통해서 완성도 높은 글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워크숍 중심의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 과정과 결과를 함께 충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교육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새삼 부언할 것도 없거니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한 글쓰기 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작업은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 국민의 글쓰기 능력의 수준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의 글쓰기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기초 연구 조사는 물론이고 범국가적인 평생 교육 차원에서 국민의 글쓰기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교육부(1997) 7차 국어과 교육과정.

국립국어연구원(1999) 교과서 문장 실태 연구 1, 담당 연구원: 임동훈.

국립국어연구원(2000) 교과서 문장 실태 연구 23, 담당 연구원: 양명희.

국립국어연구원(2001) 법조문의 문장 실태 조사, 담당 연구원: 김문오.

국립국어연구원(2002) 법령문의 국어학적 검토, 담당 연구원: 김문오.

국립국어연구원(2002) 제품 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 1, 담당 연구원: 김문오.

권진욱 역(2003),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한문화.

권영민(1997), 우리 문장 강의, 신구문화사.

김정자(2001), 글쓰기에 대한 필자의 태도, 국어교육학 연구13.

김진준(2002), 유혹하는 글쓰기-스티븐 킹의 창작론, 김영사.

노명완(2002), 국어교육과 국어능력, 새국어생활1212, 국립국어연구원.

박영목(1999), 국어표현과정과 표현전략, 독서연구4, 한국독서학회.

박영목(2003), 21세기의 문식성과 국어교육의 과제, 국어교육110, 한국국어교육연구학회.

이익섭(1999), 글쓰기 능력의 중요성, 새국어생활94, 국립국어연구원.

이재승(2000), 작문 부진의 원인, 국어교육학 연구10.

이태준(1998), 문장강화, 창작과 비평사.

이현우(1999), 교과서의 문장 실태, 󰡔새국어생활󰡕 94, 국립국어연구원.

임재춘(2003),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마이넌.

원진숙(1995), 논술교육론, 박이정.

원진숙(1999), 대학생들의 글쓰기 실태와 지도 방안, 새국어생활94, 국립국어연구원.

원진숙, 황정현 역(1999), 린다 플라워, 글쓰기의 문제 해결 전략, 동문선.

원진숙(2001), 초등 국어과 교수 학습 모형 개발 연구, 국어교육학연구12, 국어교육학회.

원진숙(2001), 구성주의와 작문, 한국초등국어교육18,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장경희(1999), 바른 글쓰기, 새국어생활94, 국립국어연구원.

최현섭, 박태호, 이정숙(2000), 구성주의 작문 교수 학습론, 박이정.

허철구(1999), 한국인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단어와 문장의 오류, 새국어생활94, 국립국어연구원.

Gail E. Tompkins(1994), Teaching Writing-Balancing process and product, Macmillan Publishing Company.

Lauren Leslie, Mary Jett-Simpson(1997), Authentic Literacy Assessment-An Ecological Approach, Longman.

Linda Flower(1994), The Construction of negotiated meaning,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Press.

Lucy McCormick Calkins(1994), The Art of Teaching Writing, Heinemann.

Peter Elbow(1998), Writing with power, Oxford University Press.

Peter Elbow(1994), Everyone can write, Oxford University Press.

William Strunk Jr(1979), The Elemnets of Style, McMillan Publishing Company.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