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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진단과 대책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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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진단과 대책

---법조계의 글쓰기를 중심으로---

 

 

김 광 해

(서울대학교 교수)

 

 

--- 차 례 ---

 

. 서론

. 진단

1. 법률 문장(입법부)

2. 공소장(행정부)

3. 판결문(사법부)

. 대책

 

 

 

. 서 론

 

 

글을 쓰는 사람들 치고 명문(名文)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문이란 자신의 생각을 품위 있게, 멋지게 표현한 문장을 말한다. 그러나 이런 멋진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먼저 글을 정확하게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명문은 먼저 정확해야 한다. 정확하다고 해서 곧 명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지 않은 글이 명문이 될 수는 없다. 멋지게 쓰지는 못했더라도 정확하게 쓴 문장은 읽을 수가 있지만, 정확하지 못하게 쓴 문장은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글은 정확하게 썼을 경우에는 표시가 나지 않으나, 흠집이 있을 경우에는 얼른 눈에 뜨인다. 그런 흠집이 한두 번 나타날 경우에는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세 번째부터는 읽는 사람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더 나타나면 마침내 글을 쓴 사람의 기본 소양이나 학업 배경까지도 의심하게 된다.

 

이 글은 우리나라의 법조계에서 생산되는 문장의 정확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썼다. 여기서 말하는 법조계 문장이란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작성되고 있는 공식 문서들을 말한다. 입법부의 법률 문장, 사법부의 판결문, 행정부인 검찰의 공소장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경찰의 조서,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 같은 문장들이 더 있지만, 여기서는 이 세 가지 문서들만을 검토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이러한 법조계의 문장들은 강제력이 있어서 국민들의 생활에 강력한 영향력을 구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조계 문장은 그만큼 신중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이 분야에서 작성되고 있는 문장들은 문장의 정확성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많아, 오직 문서로 이루어지는 법적 강제력이 과연 적절히 수행되는 것인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이 글은 우리나라 법조계 문장의 문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그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다.

 

 

 

. 진 단

 

 

1. 법률 문장(입법부)

 

법률은 법조계의 문서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며 모든 법률적 행위의 출발점이 된다. 입법부에서 제정하여 공포하는 법률은 국가와 국민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문장은 지극히 신중하게 작성되어야 한다. 실제로 법안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국회 법제실 같은 곳에서는 이 일의 막중함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법제편람을 만들고, 그 안에 다음과 같은 법률문 작성의 기본 정신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법률문 작성의 기본 정신(법제편람, 1996; 17)

法律의 내용에 담을 사항이 정하여지면 그것을 정확하고 알기 쉬운 法文의 형식으로 정리하여야 한다. 成文의 법률은 그 법문을 형성하고 있는 文字用語文章에 따라 해석, 적용되는 것이므로 立案者의 정책 의도가 법문에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계되는 법률의 내용이 일부 전문가들의 해석에 맡겨지는 것은 법률의 정당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러한 해석상의 논란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현대의 民主主義 國家에서 法律은 그 法律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이 잘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法律이 보통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쉽게 이해되는 것이어야 한다. 法律 혹은 法文은 그 전문적 성질로 인하여 비전문가가 이해하기 곤란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될 수 있는 한 알기 쉬운 법문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평이함과 정확한 표현이 이율배반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평이한 法文이 해석의 혼동을 줄이는 장점이 있게 마련이다.

强要性, 實效性, 妥當性, 統一性은 내용면, 法文 表現上正確性平易性은 형식면에 해당한다.

 

이를 보면 법제 전문가들이 법률문 작성에 임하는 기본 자세는 대단히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탄생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 문장들은 이 정신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법률 문장이 이 글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어로서의 정확성을 결여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법조계에서 국어 문장을 생성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지식이 일반인들의 지식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지식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기 위하여 사례를 찾는 일은 매우 쉽다. 현재 효력이 발생 중인 법률 문장 중 아무 것이나 무작위로 뽑아 보면 이상한 사례가 무수히 포착되기 때문이다. 그 예를 다음에 보이기로 하되, 지면 관계상 국세징수법, 國會法中改正法律案에서 몇 가지 사례만을 보이기로 한다. ( 이하의 글은 연구자가 수정한 문장)

 

(1) 국세징수법

 

36(과실에 대한 압류의 효력)

압류의 효력은 압류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천연과실 또는 법정과실에 미친다. 다만, 체납자 또는 제3자가 압류재산의 사용 또는 수익을 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천연과실(그 재산의 매각으로 인하여 권리를 이전할 때까지 수취되지 아니한 천연과실을 제외한다)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한다. <조사 사용 이상, 호응 이상으로 인한 비문, 어색한 국어 문장, 전문술어?>

 

압류의 효력은 압류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천연과실 또는 법정과실에도 미친다.(또는, “압류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천연과실 또는 법정과실도 압류의 대상이 된다.”) 다만, 체납자 또는 제3자가 압류재산을 사용하거나 사용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는 경우, 그 재산으로부터 생기는 천연과실(그 재산을 매각한 후 권리를 이전할 때까지 수취되지 아니한 천연과실을 제외한다)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한다.

 

74(재공매)

압류재산에 대하여 공매를 하여도 유찰되거나 응찰자가 없는 때에는 매각 예정가격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도로 하여 다음 회부터 공매를 할 때마다 매각예정가격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체감하여 공매하며, 매각예정가격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체감하여 공매하여도 매각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제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새로이 매각예정가격을 정하여 재공매할 수 있다. <문장의 길이, 중복으로 인한 복잡성, 정확성을 위한 연결 장치 부족>

 

→ ④ 압류재산을 공매할 때, 유찰되거나 응찰자가 없는 경우, 다음 회부터는 공매를 할 때마다 매각예정가격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체감하여 공매한다. 이때, 공매 금액의 한도는 매각 예정가격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이렇게 하여서도 매각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제63조의 규정에 따라 새로이 매각예정가격을 정하여 재공매할 수 있다.

 

(2) 國會法中改正法律案

提案理由(2000. 1.)

상시 일하는 生産的이고 능률적인 國會像具現하고, 國會國政審議中心機關으로서 제역할을 다하며, 政府에 대한 國政監視統制機能의 실효성 확보 및 國會議政活動 公開를 통한 國民에 대한 責任性 제고를 위하여 國會年中 상시 開院體制導入, 本會議 發言制度의 개선, 記錄表決制度 全院委員會制度導入, 公聽會 聽聞會制度의 활성화, 豫算決算特別委員會常設化, 法律案年中審査制度의 보완 및 法案實名制導入 國會制度運營 전반에 걸쳐 그 改革方案을 강구하고자 하는 것임. <문장이 길어 난맥, 주어 누락, 호응 이상 등 국어문법 유실. 내용 배열 순서, 내부 논리, 우선 순위 등,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이 법률안을 제안하는 이유는 국회가 국정 심의의 중심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도록 하기 위한 데에 있음. 그러기 위하여 정부에 대한 국정 감시와 통제 기능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회의 의정활동 공개를 통하여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생산적이고 능률적인 국회, 상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함. 이를 위하여 국회의 연중 상시 개원 체제 도입, 본회의 발언 제도의 개선, 기록 표결 제도 및 전원위원회 제도의 도입, 공청회 및 청문회 제도의 활성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설화, 법률안의 연중심사 제도 보완 및 법안실명제 도입 등 국회 제도 운영 전반에 걸쳐 개혁 방안을 강구하고자 하는 것임.

 

主要骨子

. 國會年中 常時活動을 위하여, 議長은 각 交涉團體代表議員協議를 거쳐 매년 12말까지 다음 年度 國會年間 國會運營基本日程을 정하여, 원칙적으로 매 짝수(246)1臨時會集會하고, 定期會 臨時會會期는 각각 10030로 하되, 定期會集會日91로 변경하며, 會期의 운영은 週單位로 매주 月曜日부터 水曜日까지는 委員會 활동을, 木曜日本會議 활동을 하도록 함(案 第452). <기술 산만, 순서 이상 등으로 내용 이해 어려움. 개조식 기술을 추천함.>

 

. 국회의 연중 상시 활동을 위하여 다음 사항들을 개정함.

의장은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거쳐 매년 12월말까지 다음 해 국회의 운영을 위한 연간 기본 일정을 정하도록 함.

정기회 및 임시회의 회기는 각각 100일 및 30일로 하며, 정기회의 집회일을 91일로 변경함.

매 짝수월(246)1일에 임시회를 집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위원회 활동을, 목요일은 본회의 활동을 하도록 함(안 제4조 및 제5조의2).

 

국회법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국회법 중 개정할 필요가 있는 조항들을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또는 국회법 중 문제의 조항들을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작성되고 있는 법률의 문장에서는 이상한 사례를 찾기 위하여 일부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되는 사례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인식하고 있다. 20023월 국립국어연구원과 법무부 사이에 법령 제정 및 개정 업무에 관한 협력 체제를 구성하기로 협정을 체결한 사실로써 그것을 알 수 있다. 이 협정은 법조문의 용어와 어구, 문장을 바르고 알기 쉽게 씀으로써 국민의 법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협정의 내용에 따라, 법무부는 소관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 법안의 문장 문제에 관하여 국립국어연구원에 자문하기로 하였고, 국립국어연구원은 법무부가 자문한 법안을 국어학적 관점에서 검토하여 의견을 회신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212월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법무부에서 의뢰한 법안의 문장을 검토한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하였는데, 여기서도 역시 법률 문장들이 안고 있는 국어 문제가 상당량 지적되었다. 지면 관계상 사례는 생략하고 그 항목들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국립국어연구원, 2002).

 

1. 어문 규범을 지키지 않은 사례

.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난 표기 / .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 / . 문장 부호 사용상의 문제점

2. 문법에 맞지 않는 사례

. 조사를 잘못 쓴 것 / . 어미를 잘못 쓴 것 / . 호응 관계를 지키지 않은 것 /

. 접속 구성에 나타난 오류 / . 지시어를 잘못 쓴 것 / . 그 밖의 문법적 오류

3. 의미적으로 부적절한 사례

.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의 사용 / . 부적절한 단어나 표현

<1> 부자연스러운 표현 <2> 일본어투 <3> 불필요한 요소 <4> 명사 위주의 압축적 표현 /

. 복잡한 문장이나 간결하지 않은 어구 / . 뜻이 불분명한 문장/

. 뜻 같은 말의 중복 사용(동어 반복) / . 어순의 부적절 /

. 그 밖의 의미적 오류

 

법률문에서 지적된 사례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나온 또 하나의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예 하나만을 제시해 두기로 한다(국립국어연구원, 2001: 204)

 

前條境遇質權者債務者에게 轉質事實通知하거나 債務者가 이를 承諾함이 아니면 轉質로써 債務者, 保證人, 質權設定者 및 그 承繼人에게 對抗하지 못한다. <민법 제337조 제1, 2>

→ ① ~ 질권자가 채무자에게 전질(轉質)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거나 채무자가 이를 승낙하지 않았으면 .

 

우리나라에서 작성되고 있는 법률 문장에 대한 관찰 결과를 종합하여 정리하면, 그 문제가 띄어쓰기, 맞춤법 등 단순한 어문 규범 문제와 관련되는 것을 넘어서서 단어, 문법, 문장 구성에 이르는 글쓰기 전반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라 규정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2. 공소장(행정부)

 

입법부에서 법률을 제정하면, 행정부는 그 법에 의거하여 국사를 운용한다. 행정부에서 나오는 법조계 관련 문장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검찰에서 작성되는 공소장이 있다. 이 공소장도 역시 국어 문장으로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국어학적 검토가 이루어진 바 있다. 김광해(2002), 창원검찰청(2002), 김광해(2003) 등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 오늘날 검사들이 작성하는 공소장의 문장성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깨달은 검찰 내부 인사들이 기획하여 추진한 사업의 산물이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창원검찰청(2002)의 지침은 검찰 일선에서 공소장의 문장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수립한 구체안으로서 국어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이러한 지침이 한 지방 검찰청에서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 아직 전국적으로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지적된 문제점 또한 양적으로 상당하므로 그 항목들만을 소개해 두기로 한다.

 

김광해(2002, 2003)

 

(1) 관습상의 문제

 

긴 문장 / 상투적 종결법: 일본에서는 종결 부분에 である를 사용하는데 이를 직역한 ‘- 것이다사용. 우리말 문법에 맞지 않음. / 시작 문장의 ‘-인바’: 공소장의 서두에서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는 건축 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는 자인바' 식의 표현도 역시 어색. / 종결부 기술 순서 도치.

 

(2) 언어적 문제

 

띄어쓰기 / 각종 구두법 / 시제 이상 / 연결어미 부적절 / 어색한 구문 구성 / 구시대적 단어, 문투(그시경같은 시간 / 동인, 동녀동 피해자 또는 동 피고인 / 공무소관공서 / 치료일수 불상의치료 일수 미상의,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 피해자 불상의 ○○ 자기앞수표피해자를 알 수 없는 ○○자기앞수표 / 하구순부 열상을 가하고아랫입술이 터지는 상처를 입히고 / 박명불상과 업무문제로 시비가 되어박아무개(이름 미상)와 업무 문제로 시비가 일어 / 위자료청구에 터잡은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위자료 청구로 말미암아 발생할 강제 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 불법 영득의 의사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고불법으로 빼앗겠다는 마음을 먹고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고 / 위 즉결심판의 기판력이 본 건에 미친다고 할 것임위 즉결 심판의 전례가 본 건에도 영향력을 미친다고 할 것임 / 본건 고소는 정황의 과장에 기한 것으로 무고혐의없음본 건 고소는 정황을 과장되게 생각하여 제기된 것으로 무고 혐의는 없음) / 부정확한 문장-결속구조 이상(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는 문장 / 주어가 없는 문장 / 서술어와 목적어가 합치하지 않는 부정확한 문장 / 목적어의 형태가 비정상적인 문장 / 어순이 바뀐 문장 / 성분의 위치가 부정확하여 이상하게 보이는 문장 / 성분의 중복 / 불필요한 정보의 개입 / 문장 내부 호응 이상) / 문장의 내부 논리-응집성 결여 / 문단 개념 없음

 

창원검찰청(2002) 개선안

 

(1) 개선안의 취지

검사가 작성하는 공소장을 우리 문법과 문장 작성 원리에 맞게 작성하여 읽는 사람들이 읽기 쉽고, 쓰는 사람들도 쓰기 쉬운 공소장을 작성하자는 것임.

공소장은 당연히 국어 문법 및 국어 문장 작성 원리에 맞게 작성되어야 함.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피고인, 변호인, 법관이 읽기 쉽고, 작성 주체인 검사가 쓰기 쉬워야 함.

공소 사실을 1개의 문장으로 작성하는 종전의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필요한 경우 1개의 공소 사실을 여러 개의 문장으로 나누어서 작성.

인 자인바’, ‘한 것이다.’ 등의 다소 권위적인 표현, ‘상피고인’, ‘공소외등 일본식 표현,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 등을 버리고, 가급적 사회 일반에서 사용하는 순 우리말을 사용.

띄어쓰기, 문단 첫 줄의 들여쓰기 등 국어 문법 및 문장 작성 원리를 지켜 나가야 할 것임.

검사들의 국어 문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공소장뿐만 아니라 불기소장, 각종 조서 등 검사실에서 작성하는 모든 문서를 우리말의 문법에 맞게 작성하자는 것임.

 

(2) 새 양식의 공소사실 기재 요령

‘1공소사실 1문장관행 타파 / 상투적 시작 문구 및 종결 어미 지양 / 부적절한 행 구분 방식 개선 / 공범, 상습범, 목적범 등의 기재 방식 개선 / 문서의 형태 개선 / 일반 사회에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 / 부적절한 용어, 문투, 구문 / 어색하거나 부적절한 용어나 문투, 구문 시정.

 

성명 불상의(성명 미상의), 상호 불상의 (상호 미상의, 상호를 알 수 없는, 불상과 미상의 구별 필요) / 박명불상 (박 아무개) / 하는 등으로 추근대었다 (, 등의 행위를) / 하는 등하여() / 공동하여 (공동으로) / 공모, 공동하여 (공모하여 공동으로, 어색한 문장 표현) / 각 폭행하고 (각각 폭행하고) / 12. 초순 일자미상경 (어느 날, 일자미상, 일자 미상의 어느 날에, 어색한 표현) / 유출하여.... 집행을 방해하고 (유출함으로써... 집행 방해하고) / 그시경 (그 때쯤, 그 무렵, 전혀 맞지 않는 표현임) / 사법경찰관 작성 의견서 기 범죄사실과 같음(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의견서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같음, 어색한 구문 구성) / 피의자가 피의사실 기재와 같은 신고를 한 것은 사실이나 피의자가 피의 사실에 기재된 내용과 같은 신고를 한 것은 사실이나 / 1항 기재와 같이 (1항에 기재된 바와 같이) / 동녀 (그녀, 그 여자)

 

부적절한 어미 사용 / 조사의 오류 / 중의적인 문장 / 부정확한 문장, 표현, 단어 / 구두점, 문장부호 사용 오류

 

검찰의 공소장은 경찰에서 작성하는 조서와 비슷하게 사건의 전말을 기술한 것이다. 법리에 따른 판단 과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판결문에 비교할 때, 주로 사건을 둘러싼 정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문장의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소장의 문장은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운 국어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국어의 기초적 형식 요소들이 부정확하게 사용되어 있는 점에 기인한다. 이런 점으로 보아 공소장 역시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장 문제 역시 공소장에서 사용되는 문법이 정상적인 국어의 문법과 상이한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3. 판결문(사법부)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이 일어나면 검찰은 이를 수사한 결과를 가지고 법에 따라 기소를 하고, 사법부에서는 이를 법에 비추어 판단하여 그 결과를 판결문에 담는 것으로 일련의 법률 행위가 막을 내린다. 이렇게 중요한 판결문들이 읽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판결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법에 대한 자신의 무지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찰 결과에 의하면 오늘의 판결문이 난해한 까닭은 법과 법리(法理)의 전문성이나, 내용의 고답성 때문이 아니라 국어 문장으로서 완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어떤 판결문은 마치 암호 같다. 판결문 내용 중의 일부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독해야 할 때도 있고 심지어 어떤 판결문은 문장 구성이 실제로 전달해야 하는 내용과 상반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찰 경험에 의하면 판결문도 정확하게만 쓴다면 어렵지 않게 독해할 수 있다. 현대의 국어 판결문이 보여 주고 있는 난맥상은 판결문 특유의 문체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직 여기서 작동하는 문법이 정상적인 국어 문법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세상에 난해한 문장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부정확하게 쓴 문장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국어 문장 구성 능력을 기르면 정확하면서도 판결문의 품위를 지키는 문장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김광해(2000: 2223)에서는 최근까지 제출된 우리나라의 판결문들의 텍스트성을 비교적 텍스트다움, 텍스트답지 못함, 결코 텍스트답지 못함등의 유형으로 나누어 검토하였는데, 그 결과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지적하였다.

 

1) 조사 - 조사 사용 이상 / 2) 구성 - 접속 방식이나 내포 방식 이상 / 3) 배열 - 어순, 단어 배열 방식 이상 / 4) 성분 - 필요한 성분의 누락 등 / 5) 수식 - 수식 방식 이상 / 6) 호응 - 호응 관계 결여 / 7) 내포 - 내포문 구성 방식 이상 / 8) 접속 - 접속어미 사용 등 접속문 구성 방식 이상 / 9) 대체 - 지시어 등 대체 표지 사용 이상 / 10) 정보 - 불필요한 정보 첨가, 필요한 정보의 누락 / 11) 문법 범주 - 문법 범주의 구사 이상 / 12) 단어 - 단어 사용 부정확 / 13) 길이 - 지나치게 긴 문장 등 / 14) 나열 방식 - 정상적 나열 방식 위반 / 15) 기타 - 관습적 표현 등

 

몇 가지 사례를 보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정보 - 모호한 구() 구성으로 인한 알 수 없는 문장 출현> 표시 행위로부터 추단되는 효과 의사 즉 표시상의 효과 의사이고 표의자가 가지고 있던 내심적 효과 의사가 아니므로 [대법원 1999.1.29. 선고 973422 판결] 당사자가 표시한 행위로부터 추측이 가능한 의사여야지, 당사자가 마음속에만 가지고 있었던 의사여서는 안 된다.

 

<구성 - 구절의 의미 파악 실패로 인한 상반된 의미 출현>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9. 1. 28. 98헌바64] 과잉금지 금지의 원칙 ; ‘과잉금지는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과잉금지의 원칙은 무슨 원칙인가? 혹시 과잉금지 금지의 원칙을 이렇게 적은 것은 아닌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가령,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등과 같이 부정의 부정이 겹쳐질 때 흔히 발생하는 혼란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관습적 표현 - 관습적 표현으로 인한 의미 해석 불능>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음은 물론 [헌법재판소 판례집 8-2]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또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최근에 작성되는 판결문의 문장 상황을 보면 종전에 비해 한결 좋아지고 있다. 판결문의 문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내부적으로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문장을 짧게 끊어서 쓰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어 판결문의 문장이 현대 국어의 문장 감각을 따라오기 바랄 뿐이다. 그러나 종전에 판결문이 지니고 있던 문제를 안고 있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최근까지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이를 국어의 구성 원리에 맞게 수정한 문장과 함께 보인다. 무엇보다 양자를 읽을 때 독해에 도달하는 속도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사례: 2003. 4. 22. 대법원 판결요지

 

원문

의료법은 제30조 제2항에서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개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66조 제3호에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의료법이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 금지규정의 입법취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이하 의료법인 등이라 한다)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보이는 점,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를 수 있는 국민보건상의 위험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으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는 점(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201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위반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의료법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규정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약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 의료법은 제30조 제2항에서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제66조 제3호에서는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둔 취지는 이러한 의료법 규정을 두어 적정한 의료 혜택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위 금지규정의 입법 취지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첫째,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의료 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이하 의료법인 등이라 한다)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둘째, 이러한 위반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국민보건상의 위험이 뒤따를 수 있으므로 사회통념상으로도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2015 판결 참조). 셋째, 이러한 위반 행위를 단순히 형사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의료법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 이상의 해석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규정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이른바 강행법규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반하여 이루진 약정은 무효이다.

 

이상의 검토에 따르면 판결문의 문장 상황 역시 법률 문장이나 공소장의 문장과 마찬가지로 총체적으로 부실한 상황이라 규정할 수 있다. 문장의 양상이 이러하기 때문에 판결문은 어렵다. 그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글이 국어의 구성 원리에 맞지 않게 짜여 있어 글 자체를 해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판결문의 본문은 읽지 않으며, 모두(冒頭)에 적혀 있는 주문(主文)’만으로 가장 긴요한 판결 결과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할 따름이다.

 

 

 

. 대 책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생산되는 법률의 문장, 공소장, 판결문을 대상으로 문장의 상황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실제 생산된 문장을 보면 어느 정도 문장성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든가, 청취한 바에 따르면 관계 분야에서 이 문제를 자각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조짐은 충분히 감지된다. 그 근거의 하나로, 이 분야의 인사들이 한결같이 법 관련 문장이 어려워 일반인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법률 문장의 일부는 국립국어연구원과 협약을 맺어 사전 검토를 시작하였으며, 공소장의 문장은 개선을 위한 자체 노력의 결과 일부 지방 검찰청을 중심으로 개선안이 시행되고 있거나 적용되려는 과정에 있다. 또 판결문은 자체적인 노력을 배경으로 하여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의 전반적인 국어 문장 실력은 아직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오랜 세월 무인도처럼 고립된 환경에서 자신들에게만 적용되는 특이한 문장 구성 원리를 적용하여 문장을 작성해 왔다. 그 공통되는 이유는 기초 부문인 정확성의 단계가 충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멋진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만이 넘쳤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이러한 문장을 읽을 수 없었던 이유는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글들이 국어의 문장 구성 원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을 보면서 사람들은 법조계 자체를 경원(敬遠)하거나 나아가서는 경시할 수 있다. ‘문법(文法)’이라는 말의 뜻은 현대 국어의 문장을 구성하는 원리로서 곧 말에 관한 법이라는 뜻이다. 법조계는 법을 관장하는 기관인 만큼 특히 현대 국어의 문장 구성 원리인 문법도 솔선해서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글쓰기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행위이다.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상태에서는 명쾌한 것이 아직 아무 것도 없다. 그 생각을 말이나 글로 바꾸어 표출해 놓았을 때 읽는 사람은 물론 글을 쓰는 사람도 비로소 정리된 생각을 실체로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그 안개 같은 생각을 정확한 문장으로 바꾸는 기술, 즉 정확한 국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법조계에서 작성되고 있는 문장은 정확한 국어, 정상적인 국어로 표현된 문장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교육을 통한 의식과 제도를 가다듬는 일밖에는 없는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들 수 있다.

 

첫째, 하고많은 잘못된 사례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스티커를 발부하는 일만 계속한다고 해서 문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 문제의 해결은 해당 방면에 종사하는 인사들이 이 문제를 자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들이 작성하는 국어 문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국어 작문 능력을 향상하고자 하는 의식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개선의 출발점은 잘못된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국어 교육의 이론에 따르면 국어 문제에 대한 의식(awareness)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문장의 수준은 일약 상승한다. 우리는 국어를 어린 시절부터 모어(母語)로 배운 사람들이므로 머릿속에 국어에 관한 능력이 형성되어 있다. 웬만한 언어 문제는 의식을 기울이는 순간 이 능력이 활성화되어 스스로 해답을 알아낼 수 있다.

 

둘째, 개인의 문장 능력은 원래 학교 교육 기간에 충실하게 배양하여야 하는데, 기성인을 대상으로 이 능력을 함양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는 문장 문제에 관한 반복적인 연찬(硏鑽)을 통해 문장 작성 주체들이 문장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과대학이나, 적어도 사법연수 과정에서는 법률문장론, 법기술론(法記述論)’과 같은 과목을 설정하여 국어 문장 구성 능력을 함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제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감사원 편람(1999)의 정신(바른 글, 쉬운 글, 명확한 글, 논리적인 글, 간결한 글, 쉬운 말 사용, 우리말다운 표현, 짧은 문장, 완전한 문장, 정확한 문장을 강조하는 기준 등)이라든가, 매일 보도되는 뉴스의 어문 문제에 대해 국어자문단의 조언을 받고 있는 KBS의 노력 등, 각 기관에서 추진하고 사업들을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문장 문제를 전담하는 기구를 제도화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법조계의 각급 기관 단위로 국어연구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어 교실(원내 국어문화학교 강의)’을 유치하여 강의를 듣도록 한다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자체적으로 문장에 관한 강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이 법률 문장의 어문 문제를 검토하는 협정을 맺은 것이 좋은 사례이지만, 모든 법률 관련 문장이나 공공 문서에 대한 검토를 국립국어연구원 쪽에 의뢰할 수는 없다. 자신들이 행하는 업무가 문서로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각급 기관에서는 이 일을 다른 기관에다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넷째, 글쓰기 훈련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명문장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도록 하는 정방향(正方向)의 쓰기 훈련과, 흠집이 있는 문장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조심하도록 하는 부방향(負方向)의 쓰기 훈련이 그것이다. 교육 방법으로서는 후자가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흠결을 지닌 사례를 수집하여 그 잘못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한 교육용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한다면 이 분야의 문장성을 개선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유독 법조계 문장을 문제삼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최고 영재들이 집합하는 곳이 바로 이 분야인데도, 그 문제 상황이 다른 분야에 비하여 심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문장 작성 능력의 상황은 비단 법조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우리가 아직 이러한 문제 상황에 머물러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글이 창제된 지는 550여 년이나 되지만, 그것이 대중화되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역사는 아직 100여 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근대에 들어 400, 500여 년간 문장을 다듬어 온 서구의 전통에 비하면 그 역사가 일천한 것이다. 개화기 이후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식 글쓰기를 흉내내는 기간을 거치는 동안 정확한 문장 작성을 목표로 하는 국어 교육도 부진했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일본어는 예나 지금이나 문장성에 대한 관심이 그리 철저하지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모임과 유사한 반성과 자각의 기회를 자주 가짐으로써 국어 문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적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하나의 효과적인 방안으로서 정부나 각 대학들에서는 가장 원천적인 대책의 하나로서 문장 상담소(writing center) 설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오래 종사한 하워드 S. 베커(1986/1999)사회 과학자의 글쓰기라는 책의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다. 그 미국의 힘은 대학에서 나온다. 대학의 힘은 바로 글쓰기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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