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언론인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진단과 대책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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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글쓰기 능력에 대한 진단과 대책 / 권 오 운 (시인․전 언론인)


. 진단

 

 

올바른 문장’, 아니면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은 글을 찾으라고 할 때 교과서의 문장이나 문학 작품을 꼽는 데에 크게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교과서야 말할 것도 없고, 문학 작품은 우리말글을 전문으로 갈고 닦는 일에 몸바치는 이들이 일구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 교과서(주로 초등학교)의 글이나 문학 작품의 문장도 생각 밖으로 많이 일그러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오자비표준어에서부터 부적절한 용어, 걸맞지 않은 설명,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일그러진사례도 가지가지다.

 

바른 표기올바른 문장이라면 맨 앞자리에 서야 마땅할 교과서나 문학 작품이 이렇거늘, 오늘 입방아에 오를 방송, 신문, 잡지 등 이른바 언론 매체에 쓰이는 말글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미리 들기도 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렇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1. 방송에서 보인 오류

 

(1) 방언비속어비표준어 사용

 

*, 여러분 따라하세요. ‘벼슬’!<KBS 1TV‘TV유치원 하나,,’>

(닭의 모형을 가리키며 한 말)

 

*아니에요, 육모초가 맞아요!<SBS TV ‘행복찾기여자 진행자 김창숙>

(출연자가 육모초라고 하자 남자 진행자가 익모초라고 바로잡았을 때 여자 진행자가 한말)

 

*‘숫기와와 막새<2002. 4. 10. MBC TV ‘행복한 책읽기자막>

수키와

 

*‘장똑똑이<2001. 8. 29. EBS(김혜영이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자막>

장똑또기[()똑또기](살코기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볶은 뒤에 흰깨를 버무린 반찬의 하나. =똑도기자반, =똑도기.)

 

*나락이 팔리지 않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SBS TV 박상도 아나운서>

 

*요즘 강원도 평창에서는 돌능에집이라는 돌기와집이 한창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0. 6. 26. KBS 1TV ‘6시 내고향리포터>너와집(기와처럼 얇은 돌 조각으로 지붕을 올린 집), =너새집, =돌기와집, =청석(靑石)

 

*이 아귀의 간을 라고 하는데 맛이 또한 훌륭합니다.<SBS TV ‘맛도사 요리도사이준희 리포터>

창자또는 의 옛말.

[참고] 애 댱천자문(칠장사판, 1661) 26/애 간유합(칠장사판, 1664) 13

 

*땡땡이 무늬도 이렇게 어울리는 군요.<2000. 5. 27. KBS 1TV 김재원 아나운서>

물방울 무늬

 

*이 과일은 옹애예요.<SBS TV 출연자. 한편 옹애…「오얏의 방언이라는 자막>

옹예자두의 방언, 오얏자두의 옛말.

 

 

(2) 단어 선택이 부적절한 경우

 

*율피백반팩<MBC TV ‘정보뱅크의 주제>

보늬백반 팩

 

*……가까이는 이웃 일본을 비롯, 멀리는 지구의 반대편 아르헨티나까지……<KBS 1TV 뉴스 정혜승 기자>

지구의 반대편이란 말이 되지 않으므로 대척점이나 대척지또는 대각점이라 해야 함.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대척점의 풀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구의 반대쪽이라고 표현.

 

*당신도 구경당할 수 있습니다.<MBC ‘인간성 회복캠페인 대사>

당신도 구경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MBC뉴스는 항상 최고를 추구합니다.<MBC 연중 캠페인> 부적절.

 

*‘함박꽃나무꽃<MBC TV 자막> 함박꽃

 

 

(3)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쓰는 경우

 

*굴피를 채취하느라 요즘 굴피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KBS 1TV 저녁 9시 뉴스>

굴참나무. ‘구제비나무또는 구종나무로도 불리는 굴피나무가 있기는 하나 그 나무는 굴피를 뜰 수 없음.

 

*양복단추가 떨어져서 꿰매 입고 오느라고 (늦었어!)<MBC TV ‘전원일기’>

단추달아 입고 오느라고.

 

*샤브샤브는 우리말로는 토렴이라 합니다.<KBS 1TV ‘비바 월드컵’>

토렴은 밥이나 국수 같은 것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데우는 일로 샤브샤브와는 사뭇 다름.

 

*오사바사하다, 그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오?<MBC TV ‘김동건의 텔리비안 나이트의 진행자>

오사바사하다부드럽고 사근사근하다. 잔재미가 있다.’라는 뜻의 말임.

 

*(‘찹찹하다는 말을 구사하는 출연자에게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여자 진행자

에게 남자 진행자가) 그런 말 사전에 없어요. 그냥 대충 알아듣기만 하면 돼요.<KBS 1TV ‘아침마당남자 진행자 이상벽>

찹찹하다포개어 쌓은 물건이 엉성하지 아니하고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가라앉아 있다. 마음이 들뜨지 아니하고 차분하다.’라는 뜻의 말임.

 

  *아버지가 황무지를 일구어 고구마를 심을 때그러나 그 고구마가 싹이 틀 무렵<MBC TV 일요 드라마 사랑밖엔 난 몰라탤런트 김호진>

고구마는 다른 데서 싹을 틔워 그 줄기를 잘라 밭에 심음.

 

*제가 지금 우산을 쓰지 않고 우비를 입고 있는 것을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SBS TV ‘출발 모닝 와이드김성경 아나운서>

비옷, 우의(雨衣)

 

*(출연자가 되게 무겁군요하자 바로 자막으로) 되게굉장히<2003. 5. 18. KBS 1TV ‘체험, 삶의 현장’>

되게를 비롯하여 되우’, ‘된통모두 표준어임.

 

*(남자 진행자 이상벽이 옛날에는 배추뿌리를 배추꼬랑이라고 했다니까) 어유, 그런 표현은 안되죠!<2000. 12. 20. KBS 1TV ‘아침마당이금희>

배추꼬랑이는 배추 뿌리를 뜻하는 표준어임.

 

(4)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들

 

*관중분들이 엄청 많으시네요!<TV라디오 일부 해설자들>

관중이 엄청 많네요!

 

*사람이 살고 계신 것 같네요?<KBS 1TV ‘6시 내고향’>

사람이 살고 있는

 

*부디 건강하십시오.<KBS의 김재원 아나운서를 비롯 대부분의 방송 종사자>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 신문잡지에 보인 오류

 

(1) 방언비속어비표준어 사용

 

*유치원생들이 옛탈곡기구인 홀태로 낟알을 떨어내며 즐거워하고 있다.<한겨레신문>

그네(벼를 훑는 데에 쓰던 농기구. 길고 두툼한 나무의 앞뒤에 네 개의 다리를 달아 떠받치게 하고 몸에 빗살처럼 날이 촘촘한 쇠틀을 끼운 것임.)

 

*총각김치나 시원한 물김치의 재료가 되는 알타리무는 육질이 단단하고<조선일보>

총각무

 

*용인 에버랜드에서 시민들이 쥐불놀이를 하고 있다.<한국일보경향신문>

깡통불놀이, 불깡통놀이.

 

*손톱 매니큐어보다 다양한 색상의 발톱 매니큐어 제품이 출시되었다.<조선일보>

페디큐어(pedicure. 발과 발톱을 아름답게 다듬는 미용술. 또는 그런 화장품.)

 

(2) 단어 선택이 부적절한 경우

 

*고양시는 7월 중순 메밀꽃씨를 파종, 요즘 호수공원에는 순백색 메밀꽃들이 장관을 이루 었다.<중앙일보>

메밀을 파종.

 

*감자 뭉생이, 감자 옹시미, 콩갱이<2000. 5. 9. 조선일보, 요리 연구가 한복진>

모두 표준어가 아닐뿐더러 방언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해설(풀이)이 적절하지 않음.

 

*전담 세무조사반 설치키로 <2003. 4. 29. 조선일보>

세금추징 전담조직 만든다 <2003. 4. 29. 동아일보>

고소득 전문직 전담 세무조사반 뜬다 <2003. 4. 29. 중앙일보>

고소득 전문직 전담 세무조사반을 설치 운영한다의 내용인데 의 경우는 뜬다는 부적절한 용어 때문에 마치 전문직 세무조사반이라는 직업이 한창 인기가 있다는 의미로 잘못 전달될 소지가 있음.

 

*옛정치 낭만 있었는데 요즘은 각박 <2003. 5. 22. 조선일보>

목포의 눈물돌아와요 부산항 <2003. 5. 22. 동아일보>

3당대표 강남 룸살롱서 뒤풀이 <2003. 5. 22. 중앙일보>

물론 폭탄주 돌리며 노래도 불러’, ‘회포 풀자며 폭탄주’, ‘3당 대표 룸살롱서 뒤풀이등의 부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을 제외하고 나머지 는 타이틀만 보아서는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음.

 

*훈련병 안정환 특명 아르헨 정벌<2003. 6. 11. 한국일보>

훈련병 안정환 아르헨킬러특명 <2003. 6. 11. 동아일보>

훈련병 안정환 아르헨전 파병 <2003. 6. 11. 조선일보>

백마탄 안정환 아르헨 나와라 <2003. 6. 11. 한겨레신문>

※①②③은 훈련중인 안정환을 불러왔다는 뜻이 확연하지만 는 알 수 없게 되어 있음.

기사를 다 읽어 보아야 백마가 안정환이 신병훈련을 받고 있는 부대의 이름임을 알 수 있음.

 

(3)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쓴 경우

 

*대나무 끝을 쪼갠 장대로 가지를 비틀어 감을 따고 있다.<중앙일보>

전짓대로 감을 따고 있다. 전짓대는 감을 따는 데에 쓰는,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막대. 이 사이로 감이 달린 가지를 끼워 틀어서 꺾음.

 

*등걸이, 잠방이, 속적삼, 속치마, 속바지, 말기, 다리속곳 등에 이르는 속옷백경이 펼쳐

진 것이다.<2000. 9. 23. 조선일보>

말기치마나 바지 따위의 맨 위에 둘러서 댄 부분의 이름이지, 그 자체가 곧 별개의 속옷은 아님.

 

*(‘옥스퍼트 영어사전에 오른 우리말 13가지를 설명하면서)

그 중에서 kono(코노)는 도대체 알 수 없는 말이다. 뜻풀이를 보니 한국의 고유한 놀이로 장기나 바둑의 가장 원초적 형태라고 한다.<출판저널>

고누

 

*바느질을 할 때 일정 간격을 두고 뜨는 것을 땀질이라 하고 그 간격을 땀이라 한다.<2001. 10. 25. 조선일보>

땀질 조각이나 소목 일 따위에서 칼이나 끌로 쓸데없는 부분을 떼어 내는 일이지, 바느질 용어가 아님.

 

 

(4)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들

 

*이 행사는 여간 만나기 힘든, 젊은 직장인들을 자연스럽게 접촉하기 위한 행사다.<조선일보>여간 만나기 힘든 게 아닌, 아주 만나기 힘든.

 

*(전남 보성의) 산비탈 차밭에서 고향내음이 전해 온다.<조선일보>

고향의 향내(향기), 고향의 정취.

 

*김장 담아드립니다.<한겨레신문>

김장 담가드립니다.

 

*메주 띄우는 .<월간조선>

메주 쑤는 .

 

*지자체, 자구노력은 않고 주민 돈 울거내기.<동아일보>

우려내기.

 

(5) ‘보도인가, ‘감상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역사스페셜제작진의 노고에 늘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KBS

역사스페셜을 돌연 중단했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된다.

<2003. 6. 13. 동아일보>기자의 기명 기사로 되어 있음.

 

*‘세대교체냐 코드교체냐.<동아일보>

기사 앞 부분의 11행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그 기사의 리드(lead. 전문, 앞글)로 쓰고 있음.

 

 

. 대안

 

 

위탁 재교육으로 글쓰기 바로 잡아야

 

글을 잘 못 쓰면 잘 쓰도록 가르치는 일 외에 다른 길이 있을 리 없다. 그러기 전에, 그러면 왜 언론 고시까지 거쳐 들어온 사람들의 글쓰기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말할 것도 없이 교육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그 앞이 내다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고 나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입이 닳도록 주절거린 일이라 새삼스러우나 그 중 몇 가지만 다시 들추어 본다.

 

*‘피로회복기력회복’, ‘원기회복이나 피로 해소여야 할 것이다. 초등 4학년 체육에는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영양, 수면 등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을 때, ‘쓰고 난 식용유로는 비누를 만들 수 있다고 해야 할 것도 폐식용유는 활용해서등으로 한자용어 투성이다. 초등 1학년 2학기 생활의 길잡이

 

*내가 수진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간단하게 정리하여 봅시다.

친구들의 얼굴모습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봅시다.

초등 1학년 2학기 국어(쓰기)에 나온 글이다. 도대체 무엇을 정리하란 말인가? 적어 보든지 그려 보든지 하면 되지 않은가? 이러니까 나중에 기자가 되어서도 서슴없이 구주류는 신당창당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하지 않는가! ‘참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면 좀 좋은가.

 

*임산부가 담배를 피우면 뱃속의 아기가 죽거나 기형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초등 4학년체육》→ 임산부(姙産婦)’가 아니라 임신부(姙娠婦)’여야 한다.

 

*끔찍한 일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6학년 도덕)

산림이 훼손되고 그로 인해 큰 비가 내려(5학년 도덕)

결국 이 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었다. (6학년 1학기 사회과 탐구)

소음으로 인하여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6학년 실과)

병균을 옮기거나 털 등으로 인하여 각종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6학년 실과)

생활 환경을 해치는 소리로 인하여 피해를 주는(6학년 체육)

그야말로 인해인해골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한자 실력이 상식 이하로 형편없다는 것은 자주 보도된 바 있다. 말로만 듣다가 정말 체험을 하게 되었다. 한 대학 문예창작학과 1학년 <창작 기초> 시간에 글쓰기를 시키면서 반드시 한자어는 한자로 표기할 것을 주문했다가 그들의 한자 실력을 실감하고 말았다. 두 단어 이상 제대로 맞게 쓴 학생이 없었으며 심지어 손에 손 잡고 발을 맞추어잡고 맞추어라고 하여 아예 한자어의 개념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자도 제대로 썼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참으로 괴이한 현상도 다 있다. 그렇게도 한자를 모른다는 핀잔을 받는 요즘 젊은이들이 쓴 글을 보면 웬만큼 나이 든 세대보다 더 많이 한자어를 쓰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요즘은 우리말로 순화해 쓰거나 아예 생략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 용어들을 쓰고 있다. 이를테면 앞서도 지적한 로 인하여를 비롯하여, ‘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취하다’, ‘입장에 처하다’, ‘전화상으로등등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엊그제까지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보고서(리포트)도 그렇게 써 왔고 졸업 논문 역시 그렇게 써서 통과되었다. 바로 그 논문을 심사한 교수를 따라 배운 것이다. 민망스럽지만 요즘도 그런 투의 글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난()’, ‘이 원고(原稿)’면 될 것을 걸핏하면 본란이고 본고. ‘내 작품’, ‘내 책이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도 졸작이요 졸저. 이건 으스대는 것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다. 그렇게도 보잘것없으면무엇하러 그런 책을 냈으며 또 남 앞에 들추기는 왜 들추는가?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매체를 활용하여 대외적이든 대내적이든 우리말우리글에 보이는 배려는 인색하기 그지 없다. 이것은 스스로 별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거나 또는 그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판단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방송 3사는 그나마 TV를 통해 오후 네다섯 시 무렵에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 나들이등의 프로그램으로 우리말글에 대한 눈곱만한 배려를 하고 있다. 참으로 불만스럽기 그지없다. 방송 시간대도 그러려니와 내용 자체도 그저 생색내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단편적이기 때문이다. 30여 개의 유료 광고가 붙는 일일 연속극은 어김없이 오후 여덟아홉 시 무렵에 방송하면서 불과 23분도 채 안 되는 생색내기는 오후 네다섯 시 무렵에 처박아 놓았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10여 종의 일간지 중 우리말글에 관한 고정 칼럼을 싣는 데는 단 2종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면이 명함쪽만 하다. 내용도 틀리기 쉬운 말정도여서 글쓰기교육에는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답잖은 기사에는 조자룡이 헌칼 쓰듯이다. 예를 들면 날씨 정보관계 기사가 그렇다. 날씨 정보가 불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해 뜨고 해 지고, 만조 간조, 비 오고 비 개고, 바람 불고 파도 치면 됐지 운동 지수-오늘은 운동하시기 좋은 날씨예요를 비롯하여 외출 지수, 세탁 지수, 세차 지수무슨 놈의 얼어죽을 지수인가! 비 쏟아지는 날 빨래할 사람 없을 것이고, 또 세차하는 얼간이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보인가? 이 밖에도 많다. ‘오늘의 운세에다 인터넷 유머에 이르기까지 버젓이 정보의 탈을 쓰고 늘어앉아 있다.

 

어학 분야 기사만 해도 그렇다. 한자,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대문짝같이 실으면서 왜 우리말글은 없는가!

언론 종사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재교육 논의는 그동안 여러 면에서 되어 왔다. 실제로 90년대 들어 한 방송사는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을 대상으로, 어떤 대학에 의뢰하여 위탁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물론 글쓰기 교육만을 아니었으나 다양한 교과 과정으로 출결석까지 점검해 가며 벌였던 그 위탁 교육은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교육생으로 차출(?)된 사람들은 당장 현업에 없어도 되는 사람또는 뭔가 부족해서 더 배워야 할 사람으로 치부되었고 당사자들 역시 스스로를 퇴출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무슨 교육이 되겠는가.

언론 종사자들에 대한 글쓰기 교육은 반드시 신입 사원 때에 해야 한다. 어쩌면 예비 합격자로 하여 교육 후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도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체 수습 교육 차원으로는 거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 기관, 이를테면 국립국어연구원 같은 기관에 완전 위탁하여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교육기간을 두고 교육하는 일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오보와의 전쟁은 언론사 편집국장이나 보도본부장에게 맡기고(사실 진정한 오보와의 전쟁은 이들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평생 교육 차원에서라도 우리말 우리 글 교육에 발벗고 나서기 바란다. 언론 종사자들이 모두 올바른 글쓰기에 힘쓰면 자연히 그 오보라는 것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인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우리말 우리 글의 공익 광고라도 만들어 보라! 그래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도 붙이고 인어 아가씨’, ‘노란 손수건에도 붙여 보라! 엄마들이 논술 공부하는 아이 불러 함께 텔레비전 연속극을 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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