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 본문 일부 및 해설 / 오승욱, 신동환, 허진호
by 송화은율8월의 크리스마스 / 오승욱, 신동환, 허진호
시나리오의 특성
① 화면에 의하여 표현되므로 촬영을 고려해야 하고, 특수한 시나리오 용어가 사용된다.
② 주로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된다.
③ 장면의 변화가 자유롭고, 시간적, 공간적 배경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④ 등장 인물의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⑤ 시퀸스(sequence)나 화면(cut)과 장면(scene)을 단위로 하고, 적정한 시간 안에 상영될 수 있도록 내용이 구성된다.
⑥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불가능하고, 장면과 대상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시나리오의 표현
① 장면 지정 : 신(scene) 번호가 붙는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장면이 설정함.
② 대사 : 등장 인물간의 대화를 말한다.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며, 사건을 진행시키고, 갈등 관계를 나타내고 주제를 구현함.
③ 지시문 : 여러 가지 촬영 방법과 영화의 상황을 지시하는 것으로 약정된 부호를 사용해야 하고, 인물의 표정이나 동작, 무대 장치, 카메라 위치, 필름 편집 기술 등을 제시함.
④ 해설 : 주로 배경이나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인물의 심리를 직접 소개하기도 함.
시나리오의 구성
(1) 구성단계 : 발단, 상승, 절정, 하강, 결말의 5단계로 되어 있고, 각각의 단계들이 영화 특유의 기술적 문제의 반영으로 전체적 통일성에 기여하게 된다.
(2) 구성 방법
① 하나의 줄기로 된 단순구성과 다른 에피소드를 삽입하여 서로 조종하면서 하나의 주제로 이끌어 가는 복합구성이 있다.
② 시나리오의 성패는 구성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구성이 줄거리, 또는 사건 이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③ 처음 계획한 대로 세부적 측면까지 통일된 결과에 이바지하도록 전개되어야만 한다.
④ 시나리오는 보통 100~150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시나리오의 갈래
(1) 창작 과정상 분류
① 창작 시나리오(original scenario) : 처음부터 영화 제작을 위해 창작한 시나리오
② 각색 시나리오 : 소설이나 희곡 등을 기초로 영화 촬영이 가능하게 고친 것
③ 레제 시나리오(Lese scenario) : 독자에게 읽히기를 목적으로 한 시나리오
(2) 내용상 분류
① 극영화 : 일정한 줄거리를 가진 영화이다. 기록 영화, 문화 영화 등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② 기록영화 : 예를 들면, 3.1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 등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을 촬영해 둔 영화이다.
● 작품 선정 취지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젊은 남자가 남은 자신의 삶을 정리해 가는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이다. 문학은 언어를 주요 표현 매체로 삼아 책으로 읽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함께 문학도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문자 언어가 하던 역할의 많은 부분을 영상 언어가 대신해서 문학은 영상 매체의 특성에 맞게 변형된다. 이 작품을 통해 영상을 표현 매체로 삼는 시나리오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개관 및 내용 구성
1998년 허진호가 감독하고 한석규, 심은하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시나리오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죽음을 앞둔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 아가씨의 안타깝고 순수한 사랑을 정적인 영상 미학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1998년에 상영된 한국 영화로, 불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 아가씨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생각하며 감상해 보자.
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 : 오승욱·신동환·허진호
요점 정리
원작자 : 허수정
갈래 : 창작 시나리오
성격 : 애상적
구성 : 5단 구성
* 교과서에는 절정, 하강, 대단원 부분을 수록하였다.
제재 : 시한부 삶을 사는 30대 중반의 사진사와 20대 주차 단속원의 사랑
주제 : 죽음을 눈앞에 둔 남자의 애틋한 사랑과 죽음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
특징 :
①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대사의 양이 적고 지시문의 비중이 높음.
② 영화의 중심 모티프 중 하나인 죽음을 과장과 왜곡 없이 보여 줌.
③ 등장인물의 투명성과 장소를 통해 주제를 부각시킴.
인물 :
정원 – 30대의 사진사, 다림을 좋아하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다.
다림 – 20대의 주차 단속 요원, 적극적이고 당돌한 성격으로 정원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정원의 아버지 – 일찍 아내를 잃고 자식들을 키운 인물. 시력이 나빠지면서 정원에게 사진관을 물려준다. 아들에게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철구 – 정원의 단짝 친구로 같은 동네에 산다. 정원의 친구 중 유일하게 그의 병을 알고 있으며, 정원이 힘들 때마다 옆에서 힘이 되어 준다.
줄거리 :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안타깝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시나리오이다. 인물들의 대사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그들의 안타깝고 순수한 사랑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자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
서울의 변두리, 나이든 아버지(신구 분)로부터 물려받게 된 정원(한석규 분)의 작은 사진관에는 중학생 꼬마 녀석들이 여학교 단체 사진을 가져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확대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소란스러움이, 머리 큰 여자의 에피소드가 주는 정겨움이, 젊은 시절 사진을 가지고 와 복원해가는 아주머니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혼자 찾아와 영정 사진을 찍는 눈물 나는 사연들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정원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곁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역까지 맡아 반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이따금 집에 들른 결혼한 여동생 정숙(오지혜 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림(심은하 분)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나는데,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아가씨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고,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 가는데.
[스포일러] 스무 살 초반의 다림은 당돌하고 생기가 넘친다. 다림은 잘못 찍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놓고 정원의 잘못이라 우기기도 하고, 한낮의 땡볕을 피해 사진관으로 피해 들어와 여름이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정원은 죽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다림에게서 초여름 과일의 풋풋함을 느낀다. 그녀가 정원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필름을 넣어달라며 당돌하게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며 넣어주고,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불평해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준다. 그녀는 정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림이 사진관에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정원.
어느 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 가고, 이제는 살고 싶어지는 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다림을 보는 게 두렵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사진관 앞을 몇 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의 닫힌 문틈에 억지로 우겨 넣지만 사진관은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어느덧 다림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원은 다림을 만나러 근무지로 가지만 카페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림의 동선을 안타까운 듯 손가락으로 그리며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크리스마스이브.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사진관은 출장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다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데, 그의 죽음을 모르는 듯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의 뒤로 사진관의 진열장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흑백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선정돼 ‘죽음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석규(정원 역), 심은하(다림 역)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정적인 영상 미학이 돋보인다. 1999년 일본에 수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2005년에는 일본에서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작가 소개 : 오승욱, 신동환, 허진호. 오승욱은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로 ‘초록 물고기’의 시나리오를 쓰고, ‘킬리만자로’를 연출했다. 신동환은 영화배우로 ‘모텔 선인장’, ‘박봉곤 가출 사건’ 등에 출연했다. 허진호는 영화감독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했으며, 이후 ‘봄날은 간다’, ‘외출’ 등을 연출했다.
오승욱 (1963~ )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초록 물고기’의 시나리오를 쓰고 ‘킬리만자로’를 연출했다.
신동환 (1969~ ) 영화배우. ‘모텔 선인장’, ‘박봉곤 가출 사건’ 등에 출연했다.
허진호 (1963~ ) 영화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했으며, 이후 ‘봄날은 간다’, ‘외출’ 등을 연출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설정과 그 의미 : ‘8월’이 정원과 다림이 만나는 때이고, 다림이 정원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제목은 다림과 정원의 ‘사랑이 이루어진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크리스마스’가 연인들 간의 낭만적인 사랑이 이루어지는 때라고 생각한다면, 제목은 ‘8월에 이루어진 낭만적 사랑’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진사이다. 오래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고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 정숙은 결혼하였다. 여동생이 결혼하고서 정원은 아버지와 둘이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의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다림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기엔 남은 시간이 짧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는 못한다. |
(전략)
S# 56. 사진관 촬영실
사진기의 까만 프레임 내부에 다시 네모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거꾸로 상이 맺혀 있는 다림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 밖에서 정원의 소리가 들린다.[화면 밖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화면 밖에 또 다른 인물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인물이 화면 안의 인물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데, 이는 인물이 처한 상황을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정원: 얼굴을 조금 왼쪽으로, 조금만 더, 턱 좀 내리고…….
그때마다 다림은 조금씩 움직인다.
정원: 살짝 웃으면 더 예쁘겠는데.
다림, 애써 웃으려 하지만 잘 안 되고 어색하다. 그래도 잠시 동안 화면을 보고 웃는데 정원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S# 57. 상가 거리 (밤)
화장품 가게 안의 다림.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이것저것을 신중하게 고르다 주인에게 값을 묻고 는 선택을 망설인다. 끝내는 아무것도 사지를 못하고 화장품 가게를 나온다. 길가에 늘어선 옷가게들의 쇼윈도를 보면서 걷는 다림. 신사복을 파는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남자옷을 바라다 보는 다림.[‘다림’이 ‘정원’에게 선물을 하고 싶을 정도의 호감이 생겼음을 암시한다.]그녀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S# 78. 사진관 안 (저녁)
다림, 문을 열고 들어오면 텅 빈 사진관. 소파에 앉는 다림. 곧 일어서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 닥을 쓸기 시작한다.[‘다림’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정원’을 향한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음] 정원이 비닐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다림을 보고 놀라는 정원. 다림이는 평소 의 옷차림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원: 화장했네? 다림: 왜, 보기 싫어요? 정원: 아니.
다림: …….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중략)
다림: 내가 얘기 안 했었나? 00월드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정원: …….
다림: 도널드 인형 쓰고 애들하고 놀아주는 애예요.
정원: 그거 굉장히 더울 텐데…….
다림: 00월드 가면 걔가 공짜로 표 얻어다 준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정원: 근데?
다림: 그냥 그렇다구요. 언제 한번 가긴 해야 되는데 시간이 나야 말이죠.
정원과 다림 잠시 말이 없다.
S# 79. 놀이 공원 - 롤러코스터 (낮)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정원과 다림. 정원과 다림의 아우성 치는 모습.
정원의 시점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터에서 보이는 풍경[‘정원’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 심하게 흔들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고속 촬영으로 흔들림과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화면도 어두워진다.
S# 80. 벤치 (낮)
정원과 다림은 하드를 먹으며 말없이 앉아 있다. 사이를 두고 앉은 둘의 모습은 어색해 보인다.[서로에 대한 호감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물리적 거리를 통해 드러남]
S# 81. 학교 운동장 (낮)
멀리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정원과 다림의 모습이 보인다.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 다림과 정원. 정원은 얼마를 못 가서 자리에 멈춰 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정원을 뒤에 두고 달리는 다림. 혼자서 운동장을 달리는 다림. 운동장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정원. 다림, 정원 앞으로 숨을 헐떡이며 다가온다.
(중략)
S# 91. 사진관 앞(낮)
다림은 필름 통을 손에 쥐고 사진관 앞에 서 있다.[다림이 정원의 사진관을 방문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주차 단속 중 교통법규를 어긴 차량을 찍은 사진의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서] 사진관 문은 굳게 잠겨 있다.[정원의 상태가 악화되어 사진관 문을 열 수 없음] 클랙슨 소리가 들리고 다림은 머뭇거린다. 계속되는 클랙슨 소리. 깜박등을 켠 채 주차하고 있는 단속 차량에서 철이가 고개를 내밀고 다림을 부른다.
S# 92. 다림의 방(밤)
호출기가 울린다. 다림 호출기를 확인하면 ‘1004’[‘천사’와 동음인 숫자를 이용하여 좋아하는 대상임을 표현하는 방법]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메시지를 확인한다[전화를 걸어]. 철이의 목소리.
(소리) 다림씨, 저 철인데요. 연락 좀 주세요.[인상 좋은 남자 동료가 다림에게 관심을 표함]
다림 메시지를 지우고, 창밖을 본다. (중략)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종이를 꺼내어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 다림.
S# 93. 정원의 집(아침)
정숙이와 그의 남편 석희가 마루를 올라선다. 아버지는 부엌에서 나와 그들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간다.
석희 아버님. 빨리 가야 해요. 여보. 간단하게 속옷만 챙겨요.
정숙 아빠, 오빠 옷들이 어디 있어?
아버지 그건 놔둬라. 내가 할게. 너희는 어서 정원일 차에 태워라.
정숙이와 석희가 정원을 부축하며 마루로 나간다. 방 안에 홀로 남은 아버지는 옷장에서 정원의 속옷을 꺼낸다. 하얀 속옷들을 꺼내며 차근차근 개는 아버지. 가방을 장롱 위에서 꺼내어 먼지를 털고 정원의 속옷을 넣는다. 정숙이가 방으로 들어온다.
정숙 아빠. 그릇하고 담요를 가져가야지.
아버지 너무 많이 가져가지 마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에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음을 알 수 있음.]
가방을 들고 마루로 나가는 아버지와 정숙. 그들이 나가고 텅 빈 정원의 이부자리만이 헝클어진 채로 남아 있다.
S# 94. 차 안(낮)
다림의 시점으로 사진관을 스쳐 지나간다. 굳게 닫힌 사진관. 출장 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다.[정원의 병세가 악화되어 급히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기 때문에] 다림 고개를 돌려 사진관을 바라본다[정원에 대한 다림의 호감과 궁금증을 알 수 있음]. 다림 철이에게 차를 세워 달라고 한다.
S# 95. 사진관 앞 도로(낮)
차에서 내려 사진관 쪽으로 뛰어가는 다림.
S# 96. 사진관 앞(낮)
사진관은 여전히 문이 잠겨 있다. 다림은 편지[간절하게 소통을 원하는 정서 전달]를 꺼내어 문틈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나 좁아서 들어가질 않는다. 편지 겉봉이 많이 구겨진다. 다림은 구겨진 편지 봉투를 가방에 넣고 새 봉투에 편지를 넣고 몸을 구부려 문 밑으로 집어넣는다[정원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자 하는 다림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음]. 문 안으로 들어가는 편지.[사진관은 정원에게 있어 단순한 생계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죽음이 가지는 가장 큰 비애는 누군가의 기억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원은 사진을 곧 죽게 될 자신의 모습과 기억들을 담아 둘 수 있는 매개체로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혹은 타인의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던 중 정원의 병이 악화되고 정원은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간다. 다림은 사진관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지쳐 편지를 남긴다.]
S# 97. 병원 입원실(밤)
네 명의 환자들이 같이 쓰고 있는 병실에는 보안등만이 희미하게 켜져 있고 나직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정원은 창가에 누워 있고, 보호자 간이침대에는 정숙이가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정원의 얼굴. 좋은 꿈이라도 꾼 듯이 정원은 살며시 미소 짓고 있다[정원은 꿈에서 다림이 증명사진을 찍을 때 밝게 웃던 모습을 본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정원.
영화 속 인물의 심리 표현 : 이 작품은 인물 간의 대화보다는 인물의 행동을 카메라가 보여 주는 방법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관객은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다림이 사진관에 편지를 넣는 이유,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이유, 정원이 유리창을 통해 다림을 바라보기만 하는 이유, 다림의 사진을 사진관에 진열하는 이유, 그리고 정원이 스스로 웃는 영정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객은 영화의 전체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참고 사항 : 소설은 서술에 의해 사건이 전개되거나 인물의 내면이 묘사된다. 독자는 서술자가 보여주는 만큼 인물의 내면을 알 수 있다. 특히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의 경우,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을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 반면 영화는 카메라가 보여주는 만큼만 관객이 볼 수 있는데, 카메라는 인물의 내면을 직접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표정과 말, 행동 등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읽어내야 한다. |
정숙 오빠 깼어? 아프진 않지?
정원 응.
정원은 멀뚱히 천장을 바라본다.
정숙 무슨 생각해.
정원 갑자기 아카시아 냄새가 맡고 싶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삼거리 동산이 있었잖아. 밤늦게 버스가 지날 때는 아카시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버스 안으로 들어왔었어.
정숙 오빠. 어떤 아가씨하고 친하게 지낸다며? 연락해서 오라고 할까?
정원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말로 거절함.]
눈을 감는 정원. 정숙이 정원에게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S# 98. 도로(낮)
열린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다림. 바람에 헝클어진 여자의 머리.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다림. 스쳐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들. 거리를 달리는 주차 단속 차량.
S# 99. 사진관(낮)
잠긴 사진관 앞에서 서성거리는 다림. 다림은 닫혀 있는 사진관 문의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본다.[유리창을 통한 정원만이, 다림이 기억하는 정원의 이미지이다. 정원이 병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원의 실체 역시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림은 사진관 문의 손잡이를 흔들어 본다.]
S# 100. 다른 사진관(낮)
가만히 의자에 앉아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다림.
(소리) 사진 나왔어요.
다림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 절정 ; 상태가 악화된 정원은 병원에 실려가고 이것을 모르는 다림은 문 닫힌 사진관 앞을 계속 서성임.
S# 103. 사진관 앞(낮)
사진관 앞에 서 있는 다림의 뒷모습[정원의 실체를 찾으려는 다림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한참을 죽은 듯이 서 있는 다림. 다림은 발길을 돌려 한쪽 길로 사라진다. 다림이 사라진 사진관 전경. 잠시 후 갑자기 다림이 다시 들어와 유리창에 무언가를 던진다. 깨지는 사진관 유리창. 멍한 표정으로 깨진 유리창 안을 바라보는 다림.[사진관을 서성이던 다림이 마지막으로 한 일]
S# 104. 도로(차 안 - 낮)
승용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는 정원. 그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의 풍경을 보고 있다. 운전석에는 석희가 있고 그 옆에는 정숙이가 있다. 정원이는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길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본다.[다림의 모습을 찾음]
S# 105. 사진관 앞(낮)
정원 사진관 앞으로 걸어온다. 외출 중이라는 팻말을 물끄러미 보고 나서, 사진관 문을 여는 정원.
S# 106. 사진관 안(낮)
소파에 앉아 다림의 편지를 읽는 정원. 정원은 간간이 미소 지으며 다림의 편지를 읽는다. 정원은 편지를 다 읽고 곱게 접어 봉투 속에 넣는다. 편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원. 사진관 밖으로 나가는 정원.
S# 107. 구청 앞(낮)
멀리 스쿠터를 타고 구청으로 들어가는 정원이 보인다. 정원은 구청에서 나오는 주차 단속 반원들을 보자 뭐라고 물어본다.[다림을 보기 위해서 현재 위치를 물었을 것]
S# 108. 찻집(낮)
거리가 보이는 찻집. 정원 창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유리창[다림을 볼 수 있게 하지만, 가까이 가는 것을 막음 / 유리창은 빛의 투명성과 반사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정원이 자신에 대한 다림의 마음을 알면서도 성큼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그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즉 결국은 단절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막혀 있는 유리창을 통해 암시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에 반사된 정원의 얼굴[가상의 정원과 현실의 정원이 융합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얼굴 너머로 멀리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다림이 보인다. 정원 손가락을 가만히 유리창에 갖다 대 본다. 다림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손가락.
유리창은 빛의 투명성과 반사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유리라는 소재의 활용은 단순히 정원의 사진관에사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이 작품의 여러 장면에서 나타난다. 먼저 각 인물들의 단절된 관계를 유리로 표현한 예로 다림이 사복 차림으로 정원의 사진관을 찾아온 장면이다. 다림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 서서 정원에게 말을 걸고 안으로 들어가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는다. 이 장면을 단순하게 다림의 활발한 성격을 표현한 것으로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원이 없는 사진관을 찾아왔을 때 유리창을 통해서 엿보는 다림의 모습과 소식이 없는 정원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을 담아 유리창에 다림이 돌을 던지는 장면, 그리고 다림을 몰래 찾아간 정원이 창문에 드리워진 그녀의 실루엣을 손으로 쓰다듬는 장면과 연결해 보면 한 가지 정황을 도출할 수 있다. 정원이 자신에 대한 다림의 마음을 알면서도 성큼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그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즉 결국은 단절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막혀 있는 유리창을 통해 암시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
S# 109. 암실
현상액[사진 현상에 쓰는 액체. 필름에 작용하여 상이 나타나게 함.] 속에 인화지[사진 원판으로 사진을 인화하기 위하여 감광 유제를 바른 종이.]를 넣는 정원. 서서히 사진의 형체가 드러나면서 다림의 얼굴이 보인다. 전에 정원이 찍어 준 다림의 증명사진이다. 현상액 속에서 웃고 있는 다림의 얼굴.
S# 110. 정원 집 마당(낮)
잎새가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화초들이 화분에 담겨 마당에 놓여 있다. 카메라가 마루로 천천히 이동하면 정원이 바가지를 앞에 놓고 만년필을 만지고 있다. 만년필의 촉을 빼고 안을 분해하자 말라붙은 잉크가 덩어리져 있다. 잉크가 말라붙은 심을 물이 담긴 바가지에 넣자 투명한 물에 잉크가 풀어진다.
S# 111. 사진관(낮)
정원은 테이블 위에 편지지를 놓고 편지를 쓰고 있다. 다 쓴 편지를 곱게 접어 봉투에 넣는 정원.
S# 112. 슈퍼마켓 앞(해 질 녘)
파라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철구와 정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철구 그 주차 단속원 아가씨 너 입원하고 안 보이더라. 그만뒀대?
정원 …… 야, 벌써 가을이 다 갔네.
정원은 길가의 앙상한 가지들을 바라다본다.
S# 113. 사진관(밤)[정원이 자신의 기록이 담긴 앨범과 다림의 흔적들을 박스 속에 집어넣고 밀봉하는 행위는, 진실이 매장됨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보호되는 것을 표현한다. 정원은 사라지지만 그의 기록과 사진은 사라지지 않고 보호되는 것이다. / 죽음을 초월한 불멸의 가능성]
정원은 선반 위에 있는 박스와 앨범을 꺼낸다. 자신이 학생 때 찍은 사진들 몇 장이 나온다. 몇 장을 보다가 박스를 밀어 넣고 앨범을 펼친다. 한 장 한 장 앨범을 넘기면서 미소를 짓는다. 앨범을 넘기면서 정원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눈물을 글썽거리는 정원. 한 장의 사진이 앨범에 붙어 있다. 자신이 찍어 준 다림의 증명사진[증명사진은 죽어 가는 자가 남기는 삶의 흔적으로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이다. 정원, 앨범을 덮고 다림이 보낸 편지와 함께 다시 박스 속에 집어넣는다. 굳게 밀봉되는 박스.[앨범과 편지는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펼쳐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정원은 이것들을 박스에 넣고 밀봉을 한다. 밀봉을 한다는 것은 다시는 펼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동은 죽음을 앞 둔 정원이 자신의 소중한 추억들을 정리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S# 114. 촬영실(밤)
정원, 벽에 걸린 손님용 양복을 입는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 정원. 카메라 앞에 놓인 의자 위에 앉는다. 정원, 다시 일어나 카메라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플래시가 터진다.[증명사진은 죽어 가는 자가 남기는 삶의 흔적으로,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원은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것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활짝 웃는 정원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찬다[스크린을 나올 정도로 가득 찬 정원의 얼굴은 스크린을 뚫고 나오고 싶을 정도의 강한 삶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 그 사진은 그대로 정원의 영정[제사나 장례를 지낼 때 위패 대신 쓰는, 사람의 얼굴을 그린 족자.] 사진으로 디졸브[디졸브(dissolve): 장면을 커트하지 않고, 앞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점차로 나타나게 하는 기법. 즉, 한 장면이 페이드 아웃(Fade Out; 화면이 차차 어두워짐.)되는 동시에 다른 장면이 페이드 인(Fade In; 화면이 차차 밝아짐.)되는 점진적인 장면 전환 방식.]된다[막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디졸브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주 얇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정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활짝 웃고 있는 정원의 영정 앞에는 향불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암전. - 하강 ; 다림이 어렵게 편지를 남기지만 정원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고, 그 후 다림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음.
S# 115. 사진관 앞(낮 - 눈)
눈이 내리는 사진관 앞 거리. 어딘가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흐른다. 사진관 문이 열리고 정원의 아버지가 나온다. 문을 잠그고 스쿠터를 타고 멀어져 가는 아버지. 겨울 코트를 입고 털모자와 목도리를 한 다림이 사진관 앞으로 걸어간다. 그러다 문득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히 사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다림. 유리창 안에서 밖을 보면 다림이 다가와 사진관 앞에 선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 다림. 놀라움이 조금씩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정원이 그녀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림은 사진을 통해 확인한다.] 돌아서서 양손에 입김을 불어넣는 다림, 활짝 웃는다. 양손을 입에 댄 채 입김을 불어넣으며 서서히 멀어져 가는 다림의 뒷모습. 사진관 진열관에는 활짝 웃는 다림의 얼굴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멀어져 가는 다림의 모습.
S# 116. 초등학교 운동장(해 질 녘 - 눈)
운동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위로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남긴 무수한 발자국들 위로 흰 눈이 쌓여 간다.[이어지는 정원의 내레이션의 의미를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 줌]
내레이션[장면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장면의 진행에 따라 그 내용이나 줄거리를 장외(場外)에서 해설하는 일. 또는 그런 해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정원의 목소리가 드러난 부분으로, 정원이 비록 죽었지만 다림에 대한 사랑을 과거의 추억이 아닌 현재형으로 표현한 것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 대단원 : 다림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진관을 찾아오고, 사진관을 들여다보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 뒤로 그녀의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음.
<끝> - “한국 시나리오 선집”
● 작가 소개
오승욱, 신동환, 허진호 오승욱은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로 ‘초록 물고기’의 시나리오를 쓰고, ‘킬리만자로’를 연출했다. 신동환은 영화배우로 ‘모텔 선인장’, ‘박봉곤 가출 사건’ 등에 출연했다. 허진호는 영화감독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했으며, 이후 ‘봄날은 간다’, ‘외출’ 등을 연출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그 익숙한 공간의 낯섦 ‘8월의 크리스마스’는 1970~80년대의 한국 영화와 현재의 일반적인 한국 상업 영화와 마찬가지로 내부 공간에서 배우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미디엄 쇼트와 풀 쇼트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국 멜로 영화들에서 각 캐릭터들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미디엄 쇼트나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반면에,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그런 장면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에 사용되는 미디엄 쇼트들은 프레임에 인물이 홀로 있거나, 둘 이상이 카메라에 잡힐 시에는 모두 곧바로 촬영되는 것이 아니라 유리나 거울 또는 극 중 정원의 카메라 뷰파인더 안에서만 존재한다. 다시 말해서, 내부 공간에서 인물과 인물들이 같은 프레임에 들어서게 되는 미디엄 쇼트 혹은 풀 쇼트 장면에서는 캐릭터의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같은 공간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1970~80년대 한국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고, 동시에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수많은 한국 영화들 중에서 유독 ‘8월의 크리스마스’의 영상미가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가 된다. 만일, 1990년대 한국 영화에서 보이기 시작한 화려하고 세련된 세트와 로케이션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았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가 추구했던 멜로의 정서, 즉 실제적이고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심혼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상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공간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음으로써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여유를 지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80년대의 모더니즘적인 성향을 지닌 공간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밋밋한 벽과 그저 투명한 유리창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절제된 인물들의 감정선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이렇게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왔었던 1970~80년대의 기능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만이 강조되었던 공간들을 낯설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과 공간적 배경의 역설적인 대치 이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의 낯섦에는 색다른 깊이가 있다. 그것은 허진호 감독이 한국 모더니즘의 적응기였던 1970~80년대 공간의 특징들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허진호 감독과 유영길 촬영 감독의 배려가 특히 세세하게 묻어 나오는 공간으로는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정원의 사진관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정원의 분신, 사진관 사실, 이 사진관은 실제 사진관을 로케이션 스카우팅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가게를 사진관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진관이고, 아무런 특징도 없으며, 영화의 배경으로 쓰이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이 사진관 자체가 마치 주인공인 정원의 분신처럼 느껴진다. 원래 모더니즘은 균일적이고 획일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특성이 있기에, 사진관으로서의 기능만을 충실하게 재현한 정원의 사진관에서 개인적인 느낌이 난다는 것은 역설이라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키워드만 가지고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 도리어 이 공간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세세한 몇 가지의 포인트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사진관의 카운터 부분과 뒤쪽 사진 촬영 세트 사이의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에서 이 사다리가 제대로 화면에 잡히는 장면은 다림이 화장을 하고 정원을 찾아온 한 컷밖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그 사다리가 주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그 사다리가 1970~80년대 모더니즘적인 공간의 특징에 반하는 근대적이면서 약간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에, 그 하나만으로도 시선을 끌어들이는 오브제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다림이 화장을 하고 정원을 찾아오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전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그때 정원은 항상 다림이 찾아왔을 때 자리를 잡고 있었던 사진관의 카운터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통해서 이 사진관에서 절대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인 다락에서 나타난다. 이는 굳게 닫혀 있었던 정원의 마음속에 다림이 다른 의미로 다가옴을 대사나 배우의 연기 이상으로 공간의 디테일한 요소를 통하여 암묵적으로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리, 빛의 투명성과 반사성 유리라는 소재에 대한 활용은 단순히 정원의 사진관에서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8월의 크리스마스’의 여러 장면에서 나타난다. 먼저 각 인물들의 단절된 관계를 유리로 표현한 예로, 다림이 사복 차림으로 정원의 사진관을 찾아온 장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림은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 서서 정원에게 말을 걸고 안으로 들어가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는다. 이 장면을 단순하게 다림의 활발한 성격을 표현한 것만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정원이 없는 사진관을 찾아왔을 때 유리창을 통해서 엿보는 다림의 모습과 소식이 없는 정원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을 담아 유리창에 다림이 돌을 던지는 장면, 그리고 맨 마지막에 다림을 몰래 찾아간 정원이 창문에 드리워진 그녀의 실루엣을 손으로 쓰다듬는 장면과 연결해 보면 한 가지 정황이 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원이 자신에 대한 다림의 마음을 알면서도 성큼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에 짓눌려 그녀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즉 결국은 단절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막혀 있는 유리창을 통해 암시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최병근, ‘8월의 크리스마스; 그 익숙한 공간의 낯섦’] - 최병근, “영화 연구” 22호(한국영화학회, 2003. 12.) |
감독 인터뷰 Q. 영화를 아주 건조하게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하나의 스타일인 거 같기도 하고. 절제를 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내가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오버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정원이 손가락으로 유리창 밖 다림을 가리는 장면 같은 데서 그런 느낌이 든다. Q. 절제라고 표현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클로즈업이나 카메라 움직임, 커트 같은 걸 자제한 것 아닌가. 정원의 독백도 네 번밖에 안 나오고. 시나리오 들고 처음 유영길 촬영 감독과 얘기할 때 유 감독 생각도 나랑 비슷했다. 인위적인 거 없이 가자는 원칙이었고 카메라가 무엇을 보여 주기 위해 앵글을 옮기거나 크게 잡거나 하는 것은 피했다.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 특별히 무엇을 의도하거나 피하려고 한 게 아니다. Q. 정서적인 부분에 많이 호소하면서도 억지로 감정을 짜내는 식은 피한 거 같은데. 실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인터뷰를 했는데 3〜4개월쯤 앞둔 사람들은 10이면 7〜8명은 차분해지고 착해진다고 들었다. 그런 데서 영화가 영향을 받았을 거다. 정원이란 인물을 밝게 그린 것도 그렇다.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관조적인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Q. 처음에 정원이 초등학교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고 나중에도 초등학교 운동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뭔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첫 번째 독백이 나오지만 그는 운동장에서 죽음이란 것에 대해 처음 생각해 봤다. 정원은 그때 느꼈던 죽음에 대한 정서를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그의 심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죽음에 대해 처음 생각했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가끔 들어가는 인서트들은 정원이 느끼는 심상인 것이다. Q. 영화의 출발점이 ‘죽음’인데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죽어가는 사람을 다룬다는 게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 쓰다가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죽음 자체가 고통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상이 죽음으로 시간이 제약된다면 일상이 달라 보일 것 같았다. 그걸 고통이나 두려움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일상적인 이별로 볼 수도 있다. Q. 정원과 다림의 성격과 직업은 어떻게 설정했나. 사진사나 주차 단속원이나 의미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사진사는 출발 자체가 자기 영정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서 나와서 그런 것이고, 죽어 가는 사람 주변에도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일로 찾아오는 손님들, 그리고 여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진사와 접할 수 있는 부분 중에 자연스럽게 주차 단속원이 나왔다. 실제로 딱지 뗀 경험도 있는데 재밌는 직업 같았다. Q. 박광수 감독 연출부 출신인데 신기하게 영화에 사회적 맥락이랄까 사회ㆍ정치적 이야기랄까 하는 게 전혀 없다. 정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넣는다는 걸 배제했다. 지금 이야기도 많은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개인의 감정, 정서에 집중해서 오해를 살 만한 건 없앴다. 이 영화에선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Q. 어떤 면에서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이기도 하다. 생략도 많고. 다 설명하고 갈 필요는 없다고 봤다. 영화를 보면서 발견해 가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설명을 해야 할 때 못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Q. 처음 제목은 ‘즐거운 편지’였는데 어떤 연관이 있나.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사랑에 대한 시라기보다 기억과 세월의 변화에 관한 시로 읽었다.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세월이 지나면 사라지고 변한다는 거, 시간에 대한 얘길 하고 싶었던 거다. 옛날 얘기하는 게 많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옛날 여자도 있고. 왜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게 변하지 않을 거 같은데 금방 잊어버리고 담담해지고 그러지 않나. Q. 영화의 배경이나 여러 가지가 옛날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내가 30대고 주인공도 그래서인 듯하다. 지금 시대 문화에 대해 잘 못 느끼고 취향이 좀 30대 쪽으로 치우치는 건지도.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그런 정서나 배경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20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 남동철,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 인터뷰(한겨레신문, 1998. 1. 24.) |
● 본문 연구 및 어구 풀이
사진관은 정원에게 있어 단순한 생계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죽음이 가지는 가장 큰 비애는 누군가의 기억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원은 사진을 곧 죽게 될 자신의 모습과 기억들을 담아 둘 수 있는 매개체로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혹은 타인의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던 중 정원의 병이 악화되고 정원은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간다. 다림은 사진관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다 지쳐 편지를 남긴다.
·다림씨, 저 철인데요. 연락 좀 주세요.: 인상 좋은 남자 동료가 다림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좋은 꿈이라도 꾼 듯이 정원은 살며시 미소 짓고 있다.: 정원은 꿈에서 다림이 증명사진을 찍을 때 밝게 웃던 모습을 본다.
·잠긴 사진관 앞에서 ~ 흔들어 본다.: 유리창을 통한 정원만이, 다림이 기억하는 정원의 이미지이다. 정원이 병에 걸린 사실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원의 실체 역시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림은 사진관 문의 손잡이를 흔들어 본다.
정원이 없는 사진관을 찾아와 유리창을 통해서 엿보는 다림의 모습과 소식이 없는 정원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을 담아 다림이 유리창에 돌을 던지는 장면, 그리고 다림을 몰래 찾아간 정원이 찻집의 창문에 드리워진 그녀의 실루엣을 손으로 쓰다듬는 장면을 통해, 정원이 자신에 대한 다림의 마음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단절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는 연결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막힌 유리창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사진관 앞에 서 있는 다림의 뒷모습.: 정원의 실체를 찾으려는 다림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유리창에 반사된 정원의 얼굴.: 가상의 정원과 현실의 정원이 융합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S#113. 사진관(밤): 정원이 자신의 기록이 담긴 앨범과 다림의 흔적들을 박스 속에 집어넣고 밀봉하는 행위는, 진실이 매장됨으로써 사라지지 않고 보호되는 것을 표현한다. 정원은 사라지지만 그의 기록과 사진은 사라지지 않고 보호되는 것이다.
·정원, 벽에 걸린 ~ 플래시가 터진다.: 증명사진은 죽어 가는 자가 남기는 삶의 흔적으로, 죽음을 초월하는 불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원은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것이다.
·한 번, 두 번, ~ 화면에 가득 찬다.: 스크린을 나올 정도로 가득 찬 정원의 얼굴은 스크린을 뚫고 나오고 싶을 정도의 강한 삶에 대한 욕망을 표현한다.
·그 사진은 그대로 ~ 디졸브된다.: 막 찍은 사진이 영정 사진으로 디졸브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주 얇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정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8월과 크리스마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작가는 이런 제목을 통해 마지막 장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정원의 일상은 밝고, 따뜻하고, 담담하면서 넉넉하게 그려지는데, 그런 느낌은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죽음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놀라움이 조금씩 ~ 활짝 웃는다.: 정원이 그녀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다림은 사진을 통해 확인한다.
·내 기억 속의 ~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정원의 목소리가 드러난 부분으로, 그가 비록 죽었지만 다림에 대한 사랑을 과거의 추억이 아닌 현재형으로 표현한 것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읽기 중 활동(내용 확인)│(319~325쪽)
(319쪽)
1. 다림이 정원의 사진관에 방문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주차 단속 중 교통 법규를 어긴 차량을 찍은 사진의 필름을 현상하기 위해서)
(320쪽)
1. 사진관에 출장 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원의 병세가 악화되어 급히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기 때문에)
(321쪽)
1. 다림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동생의 말에 정원은 뭐라고 반응하는가? (보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말로 거절함.)
(322쪽)
1. 사진관을 서성이던 다림이 마지막으로 한 일은 무엇인가? (발길을 돌리던 다림은 사진관으로 다시 돌아와 무언가를 던져 유리창을 깨뜨림.)
(323쪽)
1. 정원이 구청에서 나오는 주차 단속반원들에게 물어본 내용은 무엇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가? (다림을 보기 위해서 다림의 현재 위치를 물었을 것)
(324쪽)
1. 밤에 정원이 벽에 걸린 손님용 양복을 입은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기 위해서)
2. 다림이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놀라워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사진관 앞 진열관에 활짝 웃는 다림의 얼굴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었기 때문에)
(325쪽)
1. 내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장면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장면의 진행에 따라 그 내용이나 줄거리를 장외에서 해설하는 것)
1가장 최근에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말해 보자. _ 교과서 326쪽
활동 안내 | 수록된 부분에서는 정원이 다림의 사진을 인화하고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 부분이 등장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에 어떤 감정이 담길 수 있는지 각자의 경험을 떠올려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기운 내라는 마음으로 재미있는 표정과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2이 작품의 제목이 왜 ‘8월의 크리스마스’일지 생각해 보자. _ 교과서 326쪽
활동 안내 | 크리스마스는 12월에 있는데 왜 작품의 제목이 ‘8월’의 ‘크리스마스’일지 생각해 보는 활동이다.
예시 답안 | ‘8월’은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시간적 배경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기념일로,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특별한 날이다. 정원과 다림의 만남은 여름 즈음에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끝나 버린다. 그 사랑은 두 사람에게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을 것이다.
1정원과 다림의 관계에서 사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해 보자. _ 교과서 326쪽
활동 안내 | 이 작품 전체는 사진을 인화하고 찍는 것을 매개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원과 다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사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예시 답안 | 주차 단속원인 다림은 교통 법규를 어긴 차량을 찍은 사진을 정원의 사진관에서 현상한다. 다림이 사진관에 자주 들르게 되면서 두 사람은 차츰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정원은 다림의 풋풋함에, 다림은 정원이 주는 편안함에 마음을 빼앗긴다. 결국 ‘사진’은 두 사람이 만나 친해지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2이 작품은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대사의 양이 적고 지시문의 비중이 높다. 이것이 다림과 정원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_ 교과서 326쪽
활동 안내 | 시나리오는 영화를 위한 대본이므로 대부분은 배우들의 대사가 많다. 그에 비해 이 시나리오는 대사의 양에 비해 장면이나 행동, 표정을 가리키는 지시문이 많다. 이렇게 ‘말’을 줄인 것이 정원과 다림의 감정 표현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생각해 보도록 한다.
예시 답안 | 정원과 다림은 서로 호감을 느끼며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정원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의도적으로 다림과 거리를 둔다. 그렇지만 정원이 병원에서 퇴원한 후 다림의 편지를 읽는 장면, 다림이 일하는 곳에 가보는 장면, 다림의 사진을 인화하는 장면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정원은 다림을 사랑하고 있다.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그리고 다가가서는 안 되는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다림도 소식을 알 수 없는 정원에 대한 궁금함, 걱정, 사랑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서도 마주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기 위해 대사의 양이 적은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의 양은 적고, 그 감정을 대신 표현하기 위해 표정과 행동을 지시하는 지시문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를 한 편의 그림처럼 느끼게 하고, 관객들을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지도 방법 | 영화에 등장한 소재가 지닌 의미와 기능, 그 소재를 대하는 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 |
3다음 장면에서 창문을 깨뜨리는 다림의 행동이 무엇을 드러내는 것인지 설명해 보자. _ 교과서 326쪽
활동 안내 | ‘창문’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추측해 보고, 그것을 깨는 다림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예시 답안 | 다림과 정원은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진 않는다. 특히 정원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더욱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려 한다. 영화 속에서 열리지 않는 사진관 문과 창문은 닫혀 있는 정원의 마음, 정원과 다림 사이의 벽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림은 이 벽을 깨고 정원과 더 소통하기를 원한다. 다림이 창문을 깨뜨리는 행동은 이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 시를 읽고 아래의 활동을 해 보자. _ 교과서 327쪽
활동 안내 |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혹은 이별을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표현된 시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결하여 작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활동이다.
(1) 위의 시를 다림과 정원 가운데 한 사람이 썼다고 가정한다면, 누가 썼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 정원이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원은 자신의 삶이 곧 끝날 것임을 알고 있는데, 2연에 보면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2) 시나리오의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의 화자와 위 시의 화자는 다 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한 핵심 내용을 각각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
•시나리오 속 내레이션의 화자: 당신은 내게 ‘과거’ 추억 속의 사랑이 아닌, 내가 끝까지 함께 한 ‘현재’의 사랑입니다.
•‘즐거운 편지’의 화자: 나의 당신에 대한 마음, 당신에 대한 사랑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영화감독이라면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지 계획을 세워 보자. _ 교과서 327쪽
유의할 점 |
•필요하다면 다림의 대사를 넣을 수도 있다.
활동 안내 | 시나리오의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하면서 행동을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추측하여, 이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예시 답안 | 다림의 뒤에서 다림이 사진관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멀리서 담아낸다. 그리고 다림이 손을 뻗어 사진관 손잡이를 잡는 모습을 사진관 안쪽에서 카메라로 잡는다. 손잡이를 잡고 흔드는 모습 역시 안에서 찍는다. 처음에는 천천히 살살 흔들다가 점점 세게 크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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