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별’ - 해설
by 송화은율황순원의 ‘별’ 해설
< 해설 1 >
작가 : 황순원(黃順元, 1915 - )
평남 대동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경희대학 교수, 예술원 회원을 역임함. 1931년 「동광」지에 시 ‘나의 꿈’을 발표 한 후 문단에 등단. 1934년 첫 시집 방가(放歌)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활동함. 1935년 「삼사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와 소설을 함께 발표하고, 1940년 단편 소설집 늪을 간행하면서 소설에 전념하였다. 해방 후에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독짓는 늙은이」(1950), 「곡예사」, 「학」, 등의 단편과 「별과 같이 살다」(1947),「카인의 후예」(1953), 「인간접목」(1955) 등 장편소설을 발표함. 그의 작품 세계는 시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문체와 스토리의 조직적인 전개를 그 특징으로 삼고 있다. 그의 문체는 설화성(說話性)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인간의 본연적인 심리를 미세하게 묘사하는가하면 , 비극적인 현실을 심원한 사상이나 종교로서 감싸고 이해하려는 주제 의식의 확대를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
사내 아이 : 9세에서 14세 까지 등장. 죽은 어머니의 환영으로 인해 누이를 미워하게 되나 누이의 죽음으로 인식이 성숙됨.
누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함. 시집간 후 얼마 안되어 사망.
줄거리
동네 애들과 노는 아이를 한 과수 노파가 보고, 같이 저자라도 보러 가는 듯한 젊은 여인에게 무심코, 쟈 동복 뉘가 꼭 죽은 쟈 오마니 닮았디 왜, 한 말을 얼김에 듣자, 아이는 동무들과 놀던 것도 잊어 버리고 일어 섰다.
의붓어머니에게 자란 아홉 살 난 사내 아이는 어느 날, 동네 과수 할머니로부터 자기의 못생긴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사내 아이의 환영 속에 남아 있는 죽은 어머니의 모습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예쁜 어머니였다. 단지 죽은 어머니와 자기의 누이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어머니가 그렇게 못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내 아이는 누이의 애정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사내 아이는 누이에 대한 혐오감과 반발이 심해져서 누이의 호의를 번번히 뿌리치는 한편 누이에게 공격적인 된다. 누이가 만들어준 헝겊 각시인형을 버린다든지, 당나귀에서 떨어진 아이에게 애정을 보이는 누이의 호의를 거부한다든지, 누이가 건네준 옥수수를 버린다든지 하는 등 누이의 애정을 번번히 물리치는 것이다. 또한 이복동생을 업고 있는 누이에게 다가가 이복동생의 엉덩이를 꼬집어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느 날 소년은 예쁜 소녀를 알게 되지만 곧 실망을 느낀다. 소년의 누이에 대한 반발은 누이가 시집갈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시집간 누이의 부고를 받게 된 후에는 누이를 추억하게 된다. 누이가 만들어 주었으나 파묻어 버린 헝겊 인형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썩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과거 누이가 사내 아이에게 베풀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면서 사내 아이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으로 어쩔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내 아이가 열네살 때였다. 그러나 끝내 사내 아이는 왼쪽 눈에 내려온 누이의 별을 몰아 내면서 오른쪽 눈에 내려온 어머니 별과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만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 났다가 눈물고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 오른편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편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해설
누이의 동생에 대한 섬세한 마음 씀씀이도 그렇거니와 그에 대한 아우의 거부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와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소위 ‘성장소설’의 하나로 판단되는 이 작품은 누이의 죽음이라는 경험을 겪은 후에야 ‘모성고착( Mother fixation )’ 으로부터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게된 사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즉 ‘성장과 찾음’이라는 유형의 이야기이다.
9 개의 에피소우드로 진행되는 사내 아이의 누이에 대한 미움은 사실은 미움이 아니라 죽은 어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역설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불필요한 대화의 생략과 암시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 심리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아동 문학으로 볼수있는 작품이나, 작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자기 조성과 성숙 이전의 인간의 삶의 근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과 같이 ‘모성고착’에 의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김동인의 탐미주의적인 작품인 「광화사(狂畵師)」도 있다.
(주제) 죽은 어머니를 신성시하는 아이가 누이의 죽음을 통해 격게 되는 성장 과정.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의 성숙 단계. 이 작품의 주제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갈래) 순수 소설, 단편 소설, 성장 소설.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동화적, 신비적
(구성) 평면적 구성
참고 : 성장소설(initiation story)
원래 initiation 이라는 말은 ‘신참(新參)’ 이라는 말이다. 원래 인류학의 개념이었다. 이는 유년이나 사춘기에서 성인 또는 성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으례 주인공에게 시련과 고통, 금기, 고립화가 수반된다. 이런 인류학의 용어를 소설론에 차용함으로써 어리거나 사춘기의 소년이 어떤 경험의 충격을 겪으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는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한다.
< 해설 2 >
「별」은1941년 2월 「인문평론」 15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황순원의 초기 대표작으로 탁월한 서정성과 심리주의적 수법으로 연상(聯想)과 환각(幻覺)을 중시하고 있다.
「별」은 사랑하는 어머니와 융합을 위한 욕구이며,‘죽은 어머니’혹은‘삶과 죽음의 거리’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끝까지 갈구해야 하는 동경의 대상을 의미한다.
대동강 강변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죽은 어머니를 절대시하는 소년이 누이의 죽음을 통해 생사와 애증 등 인간의 운명적 관계를 지각하게 되는 성장 과정을 주인공 ‘소년’의 내면 심리의 추이에 촟점을 맟추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읜 ‘소년’이다. 그는 죽은 어머니의 영상을 찿아 방황한다.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없기 때문에 그 소년에게 어머니는 더욱 지고한 아름다움으로 새겨지는 것이다.
소년은 성장하면서 현실에서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현실의 어떠한 모습에서도 이 소년은 이상화한 어머니의 환상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던 중 그 동네의 과수 노파로부터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엿듣고 누이를 미워하게 된다.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이 누이의 얼굴처럼 밉게 보여, 그 인형을 땅에 묻는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누이의 추한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으로 인식될까봐 소년은 안절부절 못한다. 심지어 누이를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
그런 누이가 시집을 간 지 얼마 안 되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그날 밤 골목에 매어 있는 당나귀에 올라타고는 날뛰면서 왜 우리 누이를 죽였느냐고 소리지른다. 이때 비로소 소년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누이가 자신에게 베푼 사랑과 정에 대한 그리움에 젖는다. 소년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서 비로소 인생과 사랑을 알고 성장해 간 것이다. 그때 소년의 두 눈에 별이 비친다. 한쪽 눈에는 어머니같은 아름다운 별이. 그러나 소년은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다.
이 작품은 다분이 서정적이고 우의성(우의성)짙은 동화 색채를 띠고 있다. 우선 재래적 동화 형식과 같은 막연한 시간과 장소, 마귀 노파를 연상시키는 과수 노파, 꿈과 현실의 대조, 숭고하고 아름다운 어머니를 신바로운 별에 상징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별」은 어른을 위한 근대적 동화 소설이며 사랑의 우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별」의 경우 그 대상은 어머니이며, 그 어머니는 현실에 없는 고인이다. 소년의 사랑에 대한 부조리한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이 누이이며, 마침내 그 감정은 누이에 대한 증오와 배척으로 나타난다. 그리하여 누이가 죽기를 원하고 막상 소원대로 누이가 죽자 현실에서 사라진 누이의 실체에 아쉬움이 복받쳐 소년은 인형을 찾고 당나귀를 닦달질한다. 누이가 죽은 뒤에도 누이의 영상을 밀어내려고 한 것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끝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기 떄문이다. 어머니를 상징하는 별은 매일아름답게 빛나건만, 끝내 잡을 수 없는 허상(虛像)이다. 그래서 「별」은 동화적이며, 아름다운 소설이다. 한편, 누이는 소년에게 어머니다운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이고 실제 그렇게 보살펴 주지만 소년은 그 사실 자체가 자기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죽음과 현실의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 특유의 모성 고착심리(어린 아이가 어머니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을 때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의존 심리)에서 비롯한 것이다. 즉 소년이 모성의 대체물을 인식할 만큼 심리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그러다가 소년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 그 누이가 자기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소년은 애써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지만 누이는 또 하나의 별이 된 것이다. 그 별은 소년의 영원한 그리움이다.
이 소설은 이와 같은 성장 소설적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서, 소년의 심리적 추이를 효과 있게 처리하는 ‘신비적이고 서정적 문체’, ‘방언(평안도)의 대담한 사용’, ‘따옴표 없이 지문과 섞여 있는 대화의 구사’등을 주목할 만하다.
작품 요약
주제 : 죽은 어머니를 절대시하는 소년이 누이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생사외 운명에 대해 지각하는 과정
인물 : 소년(아이)-어렸을때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으로서 죽은 어머니의 영상을 찾아 방황하는 인물. 누이의 죽음을 통해서 그 누이가 자기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동적 인물.
누이-소년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돌보아 주는 어머니 같은 인물. 그녀는 자신과 아버지와 남편이 함께 이루어 낸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의 정적 인물.
배경 : 대동강 강변 어느 마을. (공간 배경은 동화적이고 신비적인 환상의 공간으로 서정적 공간이며, 특정한 시간 배경을 설정하기는 어려우나 소년이 내적으로 성숙해 가는 시기로서 현재의 시간과 환상의 시간이 교차되는 일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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