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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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해설

 

작가(1) : 이청준(李淸俊, 1939 - )

전남 장흥 출생. 1962년 서울대 독문과 졸업. 대학 재학 중인 1965 <사상계>  7회 신인 문학상에 단편 퇴원 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67 병신과 머저리로 제 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차례 상을 탐. 주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집요하게 추구함. 대표작으로 이어도(1976), 별을 보여드립니다(1971), 소문의 벽(1972) 등이 있다.

 

작가(2) : 이청준(李淸俊)

1939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하였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를 졸업했다.1965년에 사상계 신인상에 퇴원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초기 소설 병신과 머저리(1966), 굴레(1966), 석화촌(1968), 매잡이(1968) 등은 현실과 관념, 허무와 의지 등의 대음관계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경험적 현실을 관념적으로 해석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의 진지한 작가의식이 때로는 자의식의 과잉으로 나타난다거나 지적 우월감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소설적 작업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문의 벽(l971), 조율사(1972), 들어보면 아시겠지만(1972), 떠도는 말들(1973), 이어도(l974), 낮은 목소리로(1974), 자서전들 쓰십시다(1976), 서편제(1976), 불을 머금은 항아리(1977), 잔인한 도시(1978), 살아있는 늪(1979) 등이 있다.

이청준이 이 소설들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정치 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정신의 대결관계이다. 특히 언어의 진실과 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른바 언어사회학적 관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사실성의 의미보다는 상징적이고도 관념적인 속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청준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궁극적인 삶의 본질적 양상에 대한 소설적 규명에 나서고 있다. 시간의 문(1982), 비화밀교(1985), 자유의 문(1989) 등에서 그는 인간존재의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의 의미에 집착을 보인다. 인간존재와 거기에 대응하는 예술 형식의 완결성에 대한 추구라는 새로운 테마는 예술에 대한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청준의 소설은 지적이면서도 관념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세계의 불행한 측면들을 포착하면서도 그 이면을 냉정하게 응시하려 한다. 또한 그의 문장은 하나 하나가 충일한 무게를 가지고 있어, 줄거리만 홅어 보는 식의 안이한 독법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서 흔히 구사되는 추리 소설의 기법이라든지 추리 소설적인 요소, 또한 언어 그 자체에 대한 관심들은 이러한 반성적 사유의 산물이다.

 

1967 병신과 머저리로 제13 <동인문학상>,1978년에는 잔인한 도시로 제2 <이상문학상>,1985년에는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체 줄거리

의사인 형은 자신이 수술하던 환자가 죽자 자신의 잘못 때문에 한 생명을 죽였다는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 형은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쓰는 행위 자체는 자신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형의 행동과는 달리 동생은 자신이 지닌 상처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치유의 방법도 자연히 알지 못하는 동생은 형에 비해 병신과 머저리인 것이다.

 

구성

발단 : 의사인 형은 병원 문을 닫고 소설을 씀.

전개 : 동생인 가 그 소설을 훔쳐보고 형의 아픔의 근원을 발견하려 함.

위기 : ‘는 혜인으로부터 절교의 편지를 받고 형 대신 소설의 결말을 씀.

절정 : 형이 다시 고쳐 쓴 소설의 결말을 봄.

결말 : 형은 병원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나는 아픔이 없는 환부의 근원을 자문해 봄.

 

감상의 길잡이

 

< 감상의 길잡이 1 >

전쟁 체험 세대인 형과 미체험 세대인 동생을 내세워 두 인물 모두가 지니고 있는 아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형은 6.25의 체험을 생생한 아픔으로 지니고 있는 병신이다. 이에 반해 동생은 그러한 체험이 없으면서도 무기력하게 자신을 포기한 머저리이다. 극한 상황의 비인간성 속에서 자신에 대한 극도의 환멸을 맛보았던 , 그리고 그 환멸에 대한 분출구로서 소설 쓰기를 택한 병신과 혜인을 붙잡지 못하고 그림으로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표현하고자 하는 머저리가 대면하면서 서로 아픔을 확인하고 있다. 이로써 둘은 서로에게 반성적 계기가 되고, 그 아픔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즉 자기에게 대한 비판적 계기가 생에 대한 긍정적 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이 작품은  의 서로 다른 삶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의사인 에게서 수술을 받던 소녀가 죽게 된다. 형은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일을 등한히 한 채 소설쓰기에 매달린다. 이야기는 의 소설과  소설 엿보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소설 속에서 형은 패잔병이었던 6.25 전쟁의 체험을 어린 시절의 노루 사냥에서 각인된 죽음과 선명한 피의 기억으로 그린다. 어렸을 때 노루 사냥에 따라 나갔다가 노루가 총에 맞아 흘린 핏자국을 보고 섬뜩하여 일행에서 이탈하여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전쟁 중, 그는 이등 중사 오관모, 그리고 부상을 당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김 일병과 함께 패잔병으로 적진의 후방에 남게 된다. 형의 소설은 여기서 더 진척되지 않고 있다. 한편, 화실을 꾸려 나가는 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엇 때문에 방황과 갈등을 겪고 있다. 때로는 연인이었던 혜인과의 이별이 그 원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애매하다. ‘은 전에 자신이 전우를 죽이고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의 예상과는 달리 의 소설은 이 짐만 되는 김 일병을 죽인 오관모를 사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며칠 후 형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오관모를 만났다고 하며 그 소설의 원고를 태워 버린다.

 

이처럼 이 작품은 뚜렷한 의 갈등과 뚜렷하지 않은 의 불안과 초조를 대비시키고 있다. 이 대비되는 인물의 행적을 통해서 현대인이 안고 있는 유형무형의 대상을 향한 허무와 불안을 제시하고, 아픔의 실체를 확인하며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소설(작중 화자 ’-동생) 속에 작중 인물이 쓴 하나의 소설(작중 화자 ’-)을 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작중 화자 에 의해 서술됨으로써 작가의 감정 개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문체로 되어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병신과 머저리는 이청준에게 <동인문학상>을 가져다주고, 그의 작가적 위치를 확고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하며 서로 다른 삶의 자세를 가진 형과 동생이라는 대립된 두 개의 인간형이 등장한다. 형은 약육강식의 현장이었던 6.25전쟁의 전상자이고, 동생은 전쟁경험을 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형의 적자 생존적인 삶의 태도에 대해 거부반음을 보인다.

 

의사인 형은 불치의 병에 걸린 소녀를 실수로 죽게 만든 뒤 병원일을 등한시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기이한 사건으로부터 소설이 전개된다. 그림을 그리는 나는 형의 소설쓰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형의 소설이 끝나지 않으면 자신도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초조한 마음으로 형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형의 소설이 이 소설 안에 다시 삽입됨으로써 이 작품은 액자(額子) 소설적인 구성을 갖게 된다. 형의 소설 속의 이야기는 6.25를 전후해서 형이 군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담고 있다. 지적이며 인간적인 신병 김일병과 무자비하고 냉혹한 직업군인인 오관모 중사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형은 끼어 있었다. 소설은 자신을 포함한 이 세 사람이 패잔병으로 남아 겪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묘사한다. 동굴의 피신처에서 세 사람은 고립되는데,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김일병을 오관모가 학대하는 것을 보면서 형은 김일병을 죽이는 것이 김일병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형의 소설은 여기에서 멈추어 있다.

 

다음날 동생은 자기를 떠난 애인의 결혼식날이어서 묘한 흥분을 가지고 그림을 시작하는데, 형이 들이닥쳐 애인을 빼앗긴 동생을 야유하면서 화폭을 찢어버린다. 그 후 동생은 형의 방에 들어가서 형의 원고를 확인한다. 소설은 결국 오관모가 김일병을 쏘아버리는 것을 형이 목격하고 다시 형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오관모를 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 다음 동생은 형이 만취해 들어와 지금까지 써온 소설을 불태우고, 죽었다고 믿었던 오관모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허탈해하는 것을 본다.

 

형은 김일병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자신의 실수로 죽은 소녀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만큼 인간적인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혹독한 적자생존의 현실을 경험하면서 이기적인 생존의 본능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오관모를 쏜 것 역시 불의에 대한 응징이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의 작용이며 더 나아가 그의 내부에 있던 충동적인 살의의 발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형이 삼각관계에서 지금의 부인을 쟁취하는 것이나 구걸하는 거지아이의 손을 무심코 짓밟는 것 역시 이러한 삶의 태도의 일부다. 형을 이렇게 현실과의 싸움에 있어 적극적인 인간으로 만든 것은 물론 6.25의 경험이다. 하지만 형은 그토록 끔찍한 현실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의 자의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동생은 형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며 무기력한 인물이다. 그는 형과 같이 격렬한 생존투쟁의 논리를 멀리하고 애인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도 담담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구체적이지 못한 존재론적 아픔을 겪으면서 그림을 통해 예술적인 승화를 이루려고 한다. 하지만 동생에게는 외부세계와의 구체적인 싸움을 벌여나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쟁 때문에 전상자가 된 형은 구체적인 상처를 가진 병신'이고, 그런 구체적인 상처도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동생은 머저리'이다. 형에게는 분명한 아픔의 근원이 있고 치유의 몸부림도 있지만 동생의 경우 그것은 불투명하다. 결국 동생은 나의 아픔 가운데에는 형에게서처럼 명료한 얼굴이 없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동생의 의식은 전쟁 경험 세대와 그 후의 세대간의 정신적 단절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6.25라는 경험을 통한 정신적 질환의 문제를 세대적인 갈등으로 그려냄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상처와 내적인 억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여준다. < 상처의 두 가지 존재방식 - 이광호 (문학평론가. 서울예전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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