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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 이주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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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 이주향(수원대 철학과 교수)
      
이 독서강연회의 주제가 「책 속에 길이 있다 미래가 있다」지만 사실 책 자체에 길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책과 나와의 거리에서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함께 생각해나가야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책은 한낱 종이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책 속의 이야기를 ‘여성성’이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솝우화 중 농부의 딸을 사랑한 사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자가 농부의 딸을 사랑하게 되어 농부에게 딸을 달라고 요구하자 농부는 사자에게 이빨과 발톱을 뽑고 오라고 합니다. 사랑에 눈먼 사자는 농부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농부는 무기를 다 잃은 사자를 비웃고 딸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사자는 아름다운 것일까요 어리석은 것일까요? 저는 그 두 가지 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솝우화는 사랑이 맹목이 되면 그 사랑도 지키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시다. 아름다운 것 속에는 어리석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자기를 다 내던지고도 거기에 자기가 얻고자 하는 진실이 있다면 그것은 순수라는 힘이 됩니다. 그것은 결코 약한 힘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리석다 하고 맹목이라 해도 결코 약하지 않은 그 힘이 소위 말하는 여성적인 힘인 것입니다.

융이라고 하는 심리학자가 ‘아니마 아니무스’라는 말을 했습니다. 모든 남성의 속에는 여성적인 것이¸ 그리고 모든 여성의 속에는 남성적인 것이 숨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균형이 맞을 때 인간성이 제대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사는 힘과 권력의 역사였습니다. 즉 남성성이 지배하는 역사였던 것입니다.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21세기에는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경쟁만을 앞세우는 남성성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한숨 돌리는 여유¸ 화합¸ 그런 것들이 ‘잘 산다’는 말 속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는 여러분께 사랑을 믿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능력입니다. 사랑이 인생의 화두가 되는 것은 사랑할 때 사람이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고통과 상처가 담긴 책이 바로 좋은 책입니다.

이제 곧 방학이 됩니다. 이번 방학에는 다양한 관심사를 목록으로 만들어 그에 대한 책들을 구해 읽고 독후감 노트를 만들어 보길 권합니다.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여러분의 삶과 연관이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읽은 책들은 여러분의 삶에 하나의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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