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연주자 / 본문 일부 및 해설 / 피천득
by 송화은율플루트 연주자 / 피천득
<전략>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서는 한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 팀의 외야수(外野手)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스켈소'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전원 교향곡 제3악장에는 농부의 춤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이 제때 나오지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는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無上)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
작자 : 피천득(皮千得)
형식 : 경수필
성격 : 정감적. 신변 잡기적
문체 : 간결체. 우유체
구성 : 기-서-결의 3단 구성
기(起) 누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다.(처음 -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서(敍) 자기의 위치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오케스트라와 - 환희를 느낄 것이다.)
결(結) 무명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다.(어렸을 때 나는, - 끝)
제재 : 플루트
주제 : 조화로운 삶의 추구
줄거리 : 오케스트라와 같이 조직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출전 : <산호와 진주>(1969)
바통[(baton 프) : 배턴, 지휘봉]을 든 오케스트라[(orchestra) : 관현악(管絃樂), 관현악단]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청중의 주목을 받으며 오케스트라의 멤버를 지휘하기 때문에]. 토스카니니[(Artoro Toscanini, 1867∼1957) : 이탈리아의 지휘자. 뉴욕 필하모니, NBC 교향 악단의 상임 지휘자였으며, 악보에 충실한 연주 태도는 신즉물주의적(新卽物主義的)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flute) : 목관악기의 한가지. 피리를 닮아 가로로 쥐고서 불며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녔음. 독주 관현악에 많이 쓰임.]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누구나 다 찬란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concertmaster) : 관현악단의 제일 바일올린의 수석 연주자. 단원의 대표로서 악단 전체의 지도적 역할을 함]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누구나 다 찬란한 존재가 될 수는 없음]
-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이 있음.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서는 함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오케스트라와∼행복한 일이다 : 비록 자신의 존재가 남보다 뛰어난 위치에 있다 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맞추기 위해 조화를 이루는 조직체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나타나 있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감[한 사람이 빠지면 조화로움이 깨지기 때문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酷評) : 아주 나쁘게 평가하는 것]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 조직체 구성원으로서의 의의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이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전체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을 의미, 예를 들면 동양화에 나타나 있는 여백의 미, 고전 무용에서의 일시적인 정지, 체조에서 다음 동작을 위해 잠깐 멈추는 것 등]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무음(無音)도 연주임
야구 팀의 외야수(外野手)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스켈소'[베토벤의 교항곡 제5번 C단조(작품번호67)의 통칭.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짐.]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triosection) : 삼중주(三重奏) 부분.]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연주자를 좋아함
전원 교향악 제3악장에서는 농부의 춤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basson) : 저음(低音)의 목관 악기. 이중의 혀가 있는 큰 소리로서 낮은 소리를 냄.]이 제때 나오지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 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의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 아마추어 연주자의 기쁨을 앎
팀파니스트[(timpanist) : 팀파니를 연주하는 사람. 팀파니는 타악기의 한가지로, 구리로 만든 반구형(半球形)의 북이다.]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일명 '놀람 교향곡'. 1791년 박품으로서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진 고전적 교향곡의 걸작이다.]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묵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無上) : 그 위에 더할 수 없음. 가장 좋음.]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음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는 가끔 있었다.[무명의 ∼가끔 있었다. : 조화를 이루는 사람으로서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 나의 소원〔무명 연주자가 되고 싶음〕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서 알뜰하며서도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려는 것은 대다수의 수필가들이 의도하는 목표이다. 수필가 피천득 역시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애정을 기울이는 수필가이지만, 그는 그것들에서 의미보다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한다. 피천득의 이러한 지향에 따라 그의 수필들에는 의미에 앞선 잔잔한 아름다움이 넘실거린다. 피천득의 이러한 지향이 나타난 수필은 흔히 서정 수필이라고 한다.
'플루트연주자'는 피천득의 이러한 지향에서는 다소간 벗어난 수필이다. 이 작품은 앞머리에서부터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처럼 의미를 전달하는 데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콘트라베이스, 바순, 팀파니, 플루트 연주자들처럼 오케스트라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결코 빠질 수 없는 평범하나 제 구실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그러면서도 큰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사회 생활을 의미한다면, 지휘자는 이 사회의 지도자, 무명의 연주자들은 평범하게 그러나 제 역할을 다하는 평범한 민주 시민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오케스트라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플루트 연주자가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함에 빗대어서, 조화로운 사회 생활을 위해 각자의 직분에 충실할 것을 권유하는 교훈적인 수필이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안목과 더불어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 나간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등만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최고만을 추구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의 가치는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묵묵히, 보이지 않는 것에서 자신이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또, 조화를 이뤄 나간다는 사실은 우리 사리에서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피천득(皮千得 1910- )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호는 금아(琴兒). 서울 생. 개성적, 정감적인 찰스 램 스타일의 수필을 한국 문단에 정착시켰다. 수필집으로 <금아문선(琴兒文選)>(1959), 시집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피천득의 수필세계
일반적으로 피천득의 수필을 이야기할 때는 으레 그의 과작(寡作)을 말한다. 이것은 그가 지나치게 글을 다듬고 여간해서는 세상에 내놓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수필의 성격을 '청자 연적, 난, 학,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 등 사물에 비유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수필이란 '글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형식'이라고 하였다. 수필의 색깔과 재료에 관해서도 온아우미(溫雅優美)와 방향(芳香)을 강조하였다. 또, "수필은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도 산만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라고 말했다. 인생과 예술의 향취와 여운을 강하게 함축시키고 있는 그의 수필은 언제나 읽어도 그리고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도 미소를 자아 내는 친근감을 갖게 해준다.
토스카니니 (Toscanini, Arturo) [1867.3.25~1957.1.16]
파르마 출생. 9세 때 파르마음악원에 입학하여 첼로와 작곡공부를 하고 졸업 후 1886년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탈리아오페라와 첼로 연주자로서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그곳 지휘자의 대리로서 《아이다》를 지휘하여 인정을 받았다. 그후 이탈리아 각지에서 오페라를 지휘하여 30세 전후에 명성을 떨쳤다. 20세기의 지휘자로서는 데뷔가 빨라 《팔리아치》(1892), 《라보엠》(1896) 등의 역사적 중요작품을 초연하고 또 바그너에도 흥미를 가져 《신들의 황혼》 《지크프리트》 등을 이탈리아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1898년 밀라노 스칼라극장의 수석지휘자가 되었으며 그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을 본거지로 《서부의 아가씨》 《보리스 고두노프》의 미국 초연을 맡는 등 많은 활동을 하였다. 그의 연주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주사(演奏史)에 이룩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즉물주의적(新柱物主義的)이라고 불리는 바와 같이 연주자의 해석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악보에 떠오르는 작곡자의 의도를 재현시키려 한 데 있다. 이러한 그의 시도의 정부(正否)는 논외로 하더라도 악보의 지시를 잘 이해한 지휘기술과 이에 필요한 악단의 통제를 해내는 역량면에서는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지휘자로서 높이 평가된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교향악단 交響樂團 (symphony orchestra)
정확하게는 교향관현악단이다. 교향곡을 연주하는 데는 충분한 편성인원과 고도의 연주기술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오페라에서의 관현악단과 구별되나, 실제로는 양쪽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관현악단 管絃樂團
10여 명으로 편성된 실내관현악단에서, 100명이 넘는 인원으로 편성된 대악단까지 포함된다. 100명 안팎으로 편성된 것은 교향악단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상임지휘자와 고정된 멤버가 있어 정기적으로 연주활동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밖에도 어떠한 기회에 임시로 편성되는 것도 있다.
상설 관현악단을 다시 분류하면
① 연주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악단이다. 세계적인 것으로는 베를린필하모니관현악단·런던필하모니관현악단·보스턴교향악단·클리블랜드교향악단·필라델피아관현악단 등을 들 수 있다. 독일 등의 국립·시립의 연주회용 관현악단은, 실제로는 그 도시 오페라극장의 관현악단과 동일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함부르크 필하모니관현악단은 함부르크 국립오페라극장 관현악단의 별명이며, 바이에른국립관현악단은 뮌헨오페라극장,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관현악단은 라이프치히오페라극장의 관현악단인 것이다.
② 구미에서는 상설 오페라극장이나 발레극장이 저마다 전속 관현악단을 가지고 있다. 드레스덴 국립오페라극장관현악단·밀라노 스칼라극장관현악단 등, 그리고 빈국립오페라극장관현악단은 빈필하모니관현악단과 거의 같은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③ 방송국 전속 관현악단이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방송국도 전속 관현악단을 지니게 되었다. 오래된 것으로는 BBC 교향악단·NBC 교향악단 등이 유명하며, 근래에 와서는 베를린방송교향악단·프랑스국립방송관현악단 등이 널리 알려졌다.
유럽의 관현악단은 대부분이 국가나 주·시 등의 지방자치단체에 의하여 설립·운영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는 민간단체나 유지들의 기부금에 의한 재단(財團)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④ 음악학교 졸업생이나 교수들에 의해서 편성되어 있는 관현악단이다. 파리음악원관현악단·취리히음악원관현악단 등이 이에 속한다. 또 임시로 편성되는 관현악단은 말할 것도 없이 지휘자가 일정하지 않으며, 악단의 명칭도 그때그때 적당하게 붙이게 된다. 여기에는 음악제 같은 것이 개최될 경우에 편성되는 바이로이트축제관현악단·피렌체 5월제관현악단 등과, 레코드 취입이나 방송에 임하여 임시적으로 편성되는 것, 기설(旣設)의 관현악단이 임시 다른 악단명을 가지고서 출연하는 것들이 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베이스
출처 : http://bassist.new21.net/index2.htm
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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