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土幕) / 본문 일부 및 해설 / 유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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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土幕) / 유치진

 

 

 

 

등장 인물

 

최명서 : 병들고 가난한 늙은이

명서 처

금녀 : 그들의 딸

강경선

경선 처

순돌 : 경선의 장남

삼조

구장

이웃 여자 : 60여 세

우편 배달부

 

192×년 가을

 

1막 뒷부분

 

무대 : 읍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명서의 집. 외양간처럼 음습한 토막집의 내부. 온    돌방과 그에 접한 부엌. 방과 부엌 사이에는 벽도 없이 통했다.

   천장과 벽이 시커멓게 그을은 것은 부엌 연기 때문이다. 온돌방의 후면에는 골방으로 통하는 방문이 보인다.

     좌편에 한길로 통한 출입구, 우편에는 문 없는 창 하나, 창으로 가을 석양의 여윈 광선이 흘러들어올 뿐, 대체로 토막 안은 어두컴컴하다. 우편 방에 꾸부려 앉은 60노인은 금녀의 아버지인 명서. 편지를 쓰고 있다. 오랫동안의 병으로 정신이 매우 흐릿한 듯하다. 그가 가진 침울한 성질은 선천적이라기보다 그의 생활의 궁핍과 다년의 병고가 그에 영향함이 적지 않다. 좌편 부엌에서 금녀는 타념 없이 가마니를 짜고 있다. 그의 멍하니 커다란 눈에는 일종의 병약과 예지의 빛을 감췄다.

 

   경선의 처 등장. 뚱뚱하고 앙탈궂은 40세쯤 되는 여자다.

 

경선 처 : 아이, 속상해. 우리 집 영감 좀 찾아 주우.(집 안을 이리저리 찾는다.)

명서 처 : 왜 이 성화야?

경선 처 : (가마니를 들춰 본다. 그 밑에 경선이 죽은 듯이 엎디었다.) 글쎄 이게 무슨 병신 굿이란 말유? 누가 장난하쟀우? 빨리 집에나 가 봐유.

경선 : 쥐새끼처럼 왜 이건 내 꼬리만 물구 다녀? 사람이 숨도 못 쉬게…….

경선 처 : 아따, 숨 쉴 팔자가 됐으니 복은 무척 많이 타구났구려. 글쎄, 여보 그 복은 다 어쩌구서 계집 자식을 요렇게 안녕하게 건사한단 말유?

경선 : (그 처에게) 이왕 그렇게 돼서 방금 경맬 헌다는 마당에 내가 나서문 뭣해? 속만 상허지.

경선 처 : 에그, 말씀은 점잖구, 마음은 무사 태평이십니다그려.

명서 : 여보게,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인가?

경선 : 장리 쌀 몇 가마니 꾸어다 먹은 게 있는데 그걸 무슨 집행이 나왔다나.

명서 처 : (놀라며) 집행?

경선 처 : 아따, 남의 얘기나 허는 것 같구려. 당신이 병신이라 그렇지. 그래, 사내 대장부로서 자기 집이 날아가는 걸 그대로 보고 있담.

명서 : 아까 경선이가 양복쟁이가 왔느니 손님이 어떻게 되었느니 하기에 우린 또 농담인 줄만 알구 웃구만 있었지.

경선 처 : 이 양반은 뭐든지 농담으로만 돌려 버리쥬. 그게 병이에유.

명서 : 아무리 받을 게 중하기로서니 사람을 거리로 내쫓는, 그런…….

명서 처 : 빨리 가 봐유, 빵보 영감.

경선 처 : (기가 막혀 발을 구르며) 어서 가서 말 좀 해유. 저눔들이 우리 누더기 쪼각꺼정 마구 가져가나 봐. 어서 좀 빨리.

경선 : 난 싫어, 그걸 어떻게 나더러 보구 섰으란 말야? 우리 핼 가져가는 게 뭐 이번이 처음이구, 또 마지막인가 어디?

경선 처 : (혀를 끌끌 차며) 에그, 저 꼴에 불알이 달렸으니 기가 맥힐 노릇이지. 동네방네 쏘다니면서 술이나 처먹구 엄벙뗑한 소리나 허라문 잘 했지, 남의 앞에 나서라문 그만 주먹 맞은 감투가 돼 버린단 말여.

경선 : 우리 집 겉은 걸랑 제 멋대루 떠 가지구 가래. 난 사내답게 다 내줄 테야. 내가 그까짓 걸 두구 떨어? 그런 걸 가지고 울었다문 난 말라서 벌써 북어 신세가 됐을 걸.

 

   순돌이, 5, 6세밖에 안 되는 소아 울며 등장

 

순돌 : 엄마, 어서 와, 다 가져가. 다 가져가.

경선 처 : 에그, 저걸 어쩌나? 어서 가 봐유.

경선 : (치미는 울화를 억제 못 하는 듯이) 제에기 망할 것, 될 대루 되래라.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다.(이렇게 악을 쓰다가 갑자기 무엇을 생각하였는지) 어허허허…… 이 눔의 일은 점점 가경으로 몰아치는구나. 인젠 어디로 가란 말씀요? 온 세상을 토파 헤매란 말씀이우?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경선 처 : 바로 미쳤군.

경선 : 에키, 망헐 눔의 세상 같으니라구.(내빼다시피 퇴장)

경선 처 : 어딜 가유? 예? (남편의 뒤를 따르며) 여보, 이리 와유, 어딜 가유? 여보!

 

    경선의 아내 남편을 부르며 그의 뒤를 쫓는다. 아들 순돌은 어머니의 뒤를 따른다. 금녀와 그 어머니는 자기 집 사립문 앞에서 경선의 식구의 나간 쪽을 기막힌 듯이 바라보고 있다.

 

금녀 : 어딜 저렇게 훨훨 갈까유?

명서 처 : 살림을 탕을 치니깐 정신까지 뒤집힌 모양이지?

금녀 : 에그, 저것 봐유, 곧장 강을 건네가네.

명서 : (노기를 띠어) 그게 무슨 구경거리람? 이리 들어들 와.

   

    명서 처와 금녀 아무 말 없이 각각 제자리에 돌아가 하던 일을 다시 계속한다. 구장 한 손에 신문지를 들고 등장하다가 출입구에서 발을 잠깐 멈춘다.

 

구장 : (들어오던 쪽을 멀리 바라보며) 빵보가 술만 처먹구 다니더니 그예 저 지경이지.

명서 : 아따, 술 먹지 않는 사람두 별 수 없습디다. 망해 먹으러 드는 데야 막아 낼 장수가 있나유?

구장 : 사람이 갚을 건 갚구 살아야지, 무턱대고 배짱만 내밀면 쓰나?

명서 처 : 백죄 영감님두 잘 아시문서, 어디 경우가 없어 그리나유? 헐 수 없으니까 그렇지…… 에구, 우린 또 어쩌나? 구장 영감 우리 구실 때문에 오셨지유? 다 알아유. 조금만 더 참아 주슈.

구장 : 구실두 구실이지만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 왔어.

명서 처 : 예?

구장 : 왜 놀래긴, 걱정 말우. 잠깐 물어만 볼 일이야……. 저 요즘 명수한테 무슨 소식이나 있소?

명서 처 : 음, 우리 아들 명수 말씀이에유? 난 또 뭐라구.

명서 : 소식이 아주 막연해유.

구장 : 하하…… 막연해?

명서 처 : 웬일인지 재작년 섣달부터 그래유.

명서 : 왜 그러슈? 어디서 무슨 기별이 있었소?

구장 : (손에 가졌던 헌 신문지를 보이며) 이 신문에 난 이 사진을 좀…….

명서 처 : 이거유?

구장 : 아니, 이것 말이어.

명서 : 눈이 어두워서 어디 잘 뵈야지. 얘 금녀야, 이리와서 좀…….

금녀 : (사진을 자세히 뜯어보더니 그 얼굴에 불안의 빛이 감돈다.)

구장 : 너 오래비 명수 같지 않니?

명서 처 : 명수?

금녀 : 이상해유, 어머니.

구장 : 나두 처음에 무심히 보곤 이상하게 생각했어. 아무리 봐두 비슷한 데가 있단 말야. 그래, 다시 뜯어보니까 여기에 또 최명수란 이름 석 자가…….

명서 : 어디?

구장 : 이걸 보게.

금녀 : (보고는) 이게 언제 신문이에유?

구장 : 모르지, 언제 건지. 읍에서 고무신 싸 가지구 온 건데. 뒤지 헐려구 뒷간에 가지고 갔다가 우연히 이걸 봤어.(하면서 날짜를 신문지에 찾는다.)…… 옳아.

명서 처 : 어찌된 일이에유?

구장 : 재작년 섣달부터 소식이 없었다지. 이 신문이 바로…….

명서 : 무슨 사연이유? 이 신문에 쓰인 건?

구장 : 그게 또 이상허단 말야.

명서 처 : 얼른 좀 들려 주세유, 구장 영감.

구장 : 쉽게 말허문 이 내용이란 건 대판(大阪)서 노가다 패에 일하는 최명수란 자가…….

명서 처 : 노가다 패라니요?

구장 : 그걸 몰라? 산에서 굴 파 먹고 남포질해서 돌 떼는 놈들 말야.

명서 : 그래서?

구장 : 그래, 그 철없는 명수란 자가 노가다 패에서 몇몇 동무 눔들허구 남몰래 해방 운동인가 뭘 했다가.

명서 처 : 해방이라니 그 무슨 말이유?

명서 : 오오, 남의 일허는 데 훼방을 놓았단 말이겠지, 그렇쥬? 구장 영감.

구장 : 훼방이 아니라 해방이야. 해……방……운……동……, 명서두 모르는구먼.

명서 : 모르겠는데유.

구장 : 헹, 말씀 아니군. 우리네 백성이 이처럼 무식해서야 될 수 있나. 대체 해방 운동이란 건…… 음…… 저 뭐라더라, 옳지, 이를테면 보천교와 같은 거야.

명서 처 : 훔치기교?

구장 : 그렇지, 그런 걸 해 먹다가 그만 탄로가 났단 말야. 그래, 경찰에 붙잡혀서 예심에 붙었다는 거야.

명서 : 그럼 지금두 그 명수란 애는 갇혀 있을까?

구장 : 암 그렇겠지.

명서 처 : (반항적으로) 거짓말이야. 그 사람은 우리 명수가 아니야. 우리 명수가 그까짓 훔치기교를 해? 그럴 리는 없어. 원, 이 세상에 이름 같은 사람이 없구 화상 같은 사람이 없을 거라구.

구장 : 만일에 거짓말이라문 불행 중 다행이겠지만…….

명서 : 대체 그눔들이 왜 그런 짓을 했답니까?

구장 : 그야 한 가질 알문 열 가질 안다는 심으로, 외지에 갔다 온 눔들의 행사만 봐두 알 일 아녀? 쥐뿔두 없는 놈들이 괜히 오금에 신물만 들어서 제집 구석에선 넨장 나무 껍질 뜯어 먹는다, 풀뿌릴 파 먹는다는 난리 판에 착실히 일할 줄을 모르고 떼를 지어 쏘다니면서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이렇게 떠들어 대지 않던가? 그리구 본시 헐벗구 자란 눔들이 구두는 웬 구두야? 그나 그뿐이문 좋게. 몇 십 원씩 허는 양복까지 입구 다니니 대체 이런 눔들이 사람 구실을 헐 상싶은가?

명서 : 하기야 누군들 좋아서 헐벗구 즐겨 나무 껍질, 풀 뿌리를 먹는 사람은 없겠지유.

구장 : 허허, 이 딱헌 소리 들어 보게. 아니, 그 눔들이 왜 다들 제 집을 버리구 다른 데루 달아나는 줄 아나? 그건 그 눔들이 단지 호강이 허구퍼서 그래. 그래서 모두들 도망을 가는 거여. 못 먹어 허덕이는 저 애비 에미의 꼴이 보기 싫으니까 그저 맙시사 허구 도망을 가 버린단 말야. 말 허자문 난리 피란이랄까? 아무렇든 그 눔들을 자식이라구 믿구 사는 제 부모들이 가엾지, 그렇잖은가, 명서?

명서 처 : 구장 영감댁 자제나 그렇지, 우리네 자식을 그렇잖다우.

구장 : 이렇게 속이 편하니 늙지는 않겠군그래. 허허허…… 하여튼 농사꾼의 자식은 농사만 들여다보게 해야지, 글을 가르치거나 다른 길에 내놓으문 그저 망치는 거여. (일어선다.)

금녀 : (나가려는 구장에게) 그 청년이 갇혔다문 징역은 몇 해나 갈까유?

구장 : 법에서 하시는 일을 우리네 백성이 알 수 있나. 허지만 전례로 봐선 그런 일은 혹 종신 징역까지 되는 수도 있지.

금녀 : 종신 징역요?

구장 : 암.

금녀 : (갑자기 흐느껴 울어 버린다.)

구장 : 왜 울기는 해? 허허허…… 명서, 자네 그 신문지는 두구 가니까 뒀다 잘 보게나.

명서 처 : (나가는 구장을 노려보고 있다가 신문지를 뭉쳐 던지며) 에이, 올같잖은 영감쟁이, 가져가! 가져가유! 어디서 이런 흉악헌 걸 물어 왔담! 가져가유!

구장 : (노하여) 이게 무슨 인사여.

명서 처 : 에이, 어디 천하에…….

명서 : 여보!

명서 처 : (남편의 말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이 우는 금녀에게 화풀이를 한다.) 이년, 그쳐! 우는 소리 못 그치겠니? 에그, 듣기 싫다, 보기 싫어.(제 분에 못이겨 운다.)

구장 : (어이없는 듯이) 어허허허…… 참 우스운 여편네도 다 보겠네.

    (구장 퇴장. 사이. 명서의 처와 금녀의 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명서는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앉았다.)

명서 : 아아, 머리 꼴이 허퉁 빈 것 같구나. 얘 금녀야, 이리 와서 이 애비의 머리나 좀 짚어 주려마.

금녀 : (울음을 참으려고 애쓴다.)

명서 : 그만 하고……. (골방으로 기어 들어간다.)

금녀 : (그제서야 아버지에게 가서 그 머리를 짚는다.)

명서 : 아아, 뭐가 뭔지 꿈 같군그래. 금녀야, 난 아찔아찔헌 비탈 위에서 별안간 깊은 구렁 속으로 떨어진 것 같다. 아무리 손을 쳐두 구할 이 없는 구렁속으로…….

금녀 : 조용히 주무세유, 한잠. 아버지 얼굴빛이 아주 좋지 못해유.

명서 : …….

금녀 : 아버지 몸이 좀 풀리시거든 제발 오빠헌테 편지를 한 장 해 보세유 예. 그러문 금방 그 구장의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 것 아녜유?

명서 : 오늘 삼조(三祚)두 갔으니까 얼마 안 되서 무슨 소식이 있겠지. 그 때꺼정 기다려 볼 일이여.

금녀 : 아버지, 가만히 좀 주무세요.

   (금녀는 골방 문을 닫아 준다. 무대에는 명서의 처 혼자. 명서의 처 눈물을 씻고 구장에게 던진 신문지를 도로 주워 펴 본다. 조용히 느낀다. 무대 뒤에서 구우 구우하며 닭 부르는 이웃 여자의 소리 들리더니 출입구에서 집 안을 기웃이 들여다본다.)

이웃 여자 : 금녀네, 우리 집 병아리 여기 안 왔어? 흰 눔이 한 마리 어디 갔는지 안 뵈는데…….

금녀 : (골방에서 나오며) 못 봤어유.

이웃 여자 : 그럼 어딜 갔을까? 해가 다 저물었는데……. (다시 ‘구우구우’ 부르며 무대 뒤로 지나간다.)

    (황혼이 내린다. 금녀 어머니는 한숨을 쉬고 마루 끝에 앉았다. 골방에서는 명서의 신음 소리 간간이 들린다.)

 

<하략>

 


 

 유치진은 이 작품을 통하여 일제 식민지 강점기의 고통받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표현하였다. 유치진의 초기 작품은 대부분 일제의 수탈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의 1막을 통하여 명서 집안이 가난하다는 점과 경선이 집을 빼앗기 고 떠나야 한다는 점, 명서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제의 지배 하에 신음하는 우리 민족의 비참한 실상을 보게 된다.

 

가난한 현실에 대한 서술은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만 재현된다. 이웃집에 사는 경선이 가난 때문에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실도 경선 처와 명서의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아들 명수가 경찰에 검거되었다는 사건도 동네 구장이 방문하여 신문을 읽어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신문에 실린 엄연한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오히려 구장에게 핀잔을 주는 명서네 가족들의 행위와 대사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유치진은 효과적인 극의 구성은 위해, 몇 개의 복선(伏線)을 설정했다. 예컨대, 1막의 끝 부분에는 병아리를 찾는 이웃 여자가 잠깐 등장한다. 작자는 집을 잃은 병아리를 걱정하는 이웃 여자를 통하여 자식의 소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명수는 등장 인물은 아니지만, 극적 긴장(緊張)을 조성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명수의 이야기는 등장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직접 제시되기는 힘들다. 작자는 명수의 사연을 구장이 들고 온 신문 기사, 우편 배달부가 들고 온 유골 함과 삼조의 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이웃집 경선네가 집을 빼앗기고 떠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주요 사건은 아니면서도 명서네 가족의 비극을 좀더 부각시켜 주는 구실을 한다.  (출처 : 한계전 외 대한 교과서)

 

  이 작품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궁핍한 농촌을 배경으로 하여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토막’이라는 어두운 공간을 중심으로 삶의 기반을 상실한 채 파멸해 가는 한 가정의 비극을 통하여 일제의 악랄한 식민 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농민들의 비극적인 삶의 실상과 일제의 억압과 수탈 속에서 모든 기대를 걸었던 아들마저 잃게 되는 명서 집안의 몰락 과정은 고통과 상실의 시대를 살아 온 우리 민족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우리 현대 희곡사에서 구체적인 사회 현실을 다룬 본격적인 희곡으로는 첫 작품이자 사실주의 희곡의 첫 작품이다. 유치진의 처녀작인 동시에 대표작인 이 작품은 상연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업주의 연극에 식상한 사람들이 갈망해 온 정통적 연극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또한 “토막”은 리얼리즘 희곡의 한 전형(典型)으로서 식민지 시대의 현실을 강렬하게 고발한 작품이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이 작품의 주제는 식민지 시대 삶의 질곡(桎梏)이고, 일제에 대한 저항과 패배의 기록이다. 그리고, 수탈과 상실이고, 상실 뒤에 오는 허망함이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압박 속에서 삶의 뿌리를 잃어 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빼앗김으로부터 출발하여 빼앗김으로 끝난다. 농토·집·가재 도구·아들 같은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낱 같은 생의 희망마저 빼앗긴다. 결국 벗어날 길 없는 가난 때문에 집을 버리고 유랑의 길로 떠나거나 농토를 뺏긴 채 행상으로 연명을 하게 되며 가족 공동체는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 이 작품에서 ‘토막’은 일제하의 질곡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터전을 상징하며, ‘유골’은 삶의 기본적인 터전마저 유린되어 버린 식민지의 극악한 상황을 상징한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인물의 대화를 통해 갈등이 전개되고 시대상이 표출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희곡이 대화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물의 대화를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명서와 명서 처를 위시한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대화를 세심하게 읽으면서 그 속에 내포된 작가의 정신과 목소리를 찾아 내야 한다.

 

 

 극적 효과

 

 이 글은 대조 효과에 의한 극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사건은 명수의 죽음과 그에 따른 일가의 파멸이다. 명서 처는 명수의 귀국을 감지한다. 금녀는 명서 처, 즉 어머니의 광기를 짐작하며, 명서는 우편 배달부의 목소리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죽음이 앞에 놓여 있는데 명서 처는 산 사람의 금의 환향을 기대하며 불을 켠다. 죽음과 삶. 어둠과 불, 토막과 서기(瑞氣)는 모두 날카롭게 대조되며 밝은 쪽이 결국은 죽음과 어둠으로 파멸한다는 불안감이 더욱 드러난다.

 

 ‘토막’의 평가

 

“유치진이 그리려는 것은 1920, 30년대 한국인의 불행한 삶이고, 그런 삶 뒤에 도사리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고찰하자는 데 있었다.(중략) ‘토막만 하더라도 두 농가, 즉 명서가와 경선가의 몰락 과정을 비극적으로 그린 것이다. 경선가는 소작농으로 근근히 지내다가 땅마저 빼앗기고 장리 쌀 몇 가마를 얻어먹은 것을 못 갚아 토막마저 차압당해 유랑 걸식과 행상으로 끼니를 잇다가 견디지 못하고 결국 쪽박 차고 고향을 떠난다. 침략 후에 실시한 토지 조사 사업과 미곡 증산이라는 수탈 정책으로 제일 먼저 거덜난 것이 소작농이었다. 그들은 또한 고리채로 이중고를 겪게 된다 .....”(출처 : ’유민영의 한국 현대 희곡사’에서)

 

 유치진의 작품 세계

 

 유치진은 1932년 '토막'을 발표하여 극작의 길로 들어선 이래 1960년대 초 무용극 '별승무'를 발표하기까지 모두 34편의 희곡을 내놓았다. 우리의 비극적 현대사는 곧 그의 정신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드러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품 속에는 불안, 죽음, 니힐리즘, 아나키즘, 현실 고발 의식 등이 깔려있는데, 니힐리즘과 아나키즘은 아일랜드의 작가 숀 오케이시와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바쿠닌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31년 입교대 졸업과 동시에 귀국, 김진섭, 서항석, 홍해성 등 12명과 동인을 규합 '극예술 연구회'를 조직한다. 그들은 거의가 해외 문학파로 당시 시대 상황이 그들을 연극 운동에 집결시켰다고 한다.

 

그의 작품 경향은 크게 보아 현실 인식 작품 '토막', '당나귀', '흑룡강'과 전통 인식 작품 '남사당', '마의태자'로 대별할 수 잇는데 '토막(1932)'은 근대 희곡의 모범적 패턴으로 모순에 가득찬 현실적 삶을 고발하고 있다. 이어 '버드나무 선 동이의 풍경(1933)', '빈민가(1934)', '소(1934)' 등을 잇달아 발표하는데 '소'는 근대 희곡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유치진은 언제나 "극작가의 역할은 자기 시대의 눈에 보이는 모순을 희곡적으로 지적하는 데 있다."고 한 페디만의 이론을 충실히 이행하였으며 민족주의, 계몽주의에 입각하여 연극을 사회 비판과 인간 개조의 수단으로 생각하였다. 유치진은 우리 민족의 시대적, 사회적 모순과 아픔을 강하게 투시하였다. 즉 그는 연극을 통해 시대 표현과 증언을 염두에 두고 한국인의 불행한 삶 뒤에 도사리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고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당대 농민들의 꿈과 좌절을 그렸던 '소'가 문제시되어 일경에 체포, 투옥됨으로써 민족의 비분을 그리려던 작가 정신에서 떠나 낭만주의로 선회한다. '소'의 여파로 인하여 동랑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로맨티시즘'을 내걸고 애정물과 역사물 속에서 우회적 수법으로 현실을 비판하게 되며, 이러한 극작 방향 선회는 1935년 일제의 탄압적인 문화 말살 정책에 따라 국책극('흑룡강', '북진대', '대추나무')을 쓰며 1941년 어용극단인 '현대 극장'을 발족시키는 데까지 이른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 1946년부터 '조국', '원술랑' 등의 작품을 통해서 계몽주의적이고 공리적인 연극관을 보이나 통속 사극의 범주를 넘지 못하였으며, 6·25 전쟁 이후 휴머니즘이 드러난 '통곡', '나도 인간이 되련다' 등을 발표하였다. (출처 :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토막(土幕) 

 

   유치진 ( 柳致眞 )이 지은 희곡. 2막. 1931년 12월에서 1932년 1월에 걸쳐 ≪문예월간 文藝月刊≫에 게재되었으며, 1933년 2월 극예술연구회 ( 劇藝術硏究會 )에서 공연하였다. 작가의 첫 희곡이자 동시에 극예술연구회의 첫 창작극이었다.

 

1920년대의 우리 농촌을 배경으로 최명서(崔明瑞)와 강경선(姜敬善)이라는 빈농(貧農)들의 집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일제에 수탈당하여 가난에 허덕이는 소작농의 참상을 소재로 한 것이며, 이러한 유의 농촌 드라마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고향에 살지 못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저항운동에 관련,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옥사하고 끝내는 백골로 돌아온다는 명서네 아들의 이야기와, 땅을 빼앗기고 장리쌀 몇 가마 얻어먹은 것을 못 갚아 토막마저 차압당하여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고향을 떠난다는 경선네의 이야기가 주축이 된다.

 

식민지 조선의 삶의 어려움을 가장 전형적인 장소인 농촌을 무대로 그렸다는 데에 작가의 현실감각이 날카롭게 드러나 있으며, 이 희곡이 가지는 현실적·연극사적 의미가 있다.

 

'이 시대에서 숙명적으로 리얼리즘의 세례를 받은 '(작가의 말) 유치진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버드나무 선 동네 풍경〉(1933)·〈소〉(1934) 등 당시의 농촌현실을 고발한 일련의 작품을 쓰게 된다.

 

작가는 뒤에 이 작품에 대하여 '이 만큼이라도 관객의 마음을 포착한 것은 작품이 예술적인 것보다 자기 표현에 굶주린 우리 관중에게 우리의 병든 현실을 추출해 준 데서 온' 것이라고 하였다.

 

한 작가가 '병든 현실'에 과감히 직면해서 쓴 작품으로, 솔직하고 침통하게 비극적 현실을 파헤치려는 작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韓國新劇史硏究(李杜鉉, 서울大學校 出版部, 1966), 柳致眞戱曲全集(成文閣, 1971), 韓國現代戱曲史(柳敏榮, 弘盛社, 1982), 柳致眞의 土幕(韓相喆, 우리무대 11, 1974).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유치진(柳致眞 1905-1974)

 

1905∼1974. 극작가 겸 연출가.

〔생 애〕

 호는 동랑(東朗). 경상남도 통영 출신. 아버지 준수(焌秀)는 한약방을 경영하였고, 동생 치환(致環)은 시인이다. 1914년 통영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하여 1918년 졸업하였다. 그 뒤 부산우편국 부설 체신기술양성소에 입소하여 6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뒤 귀향하여 통영우체국 사무원이 되었다.
3·1운동 이후 일어난 교육열의 영향으로 1920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요야마중학교(豊山中學校) 2학년에 편입하여 1925년에 졸업하고, 다음해 릿쿄대학(立敎大學) 영문과에 입학하여 1931년에 졸업하였다.

〔활동상황〕

 롤랑(Roland,R.)의 〈민중예술론〉을 읽고 연극에 뜻을 두고 귀국, 해외문학파(海外文學派) 동인들과 함께 극예술연구회(劇藝術硏究會, 약칭 극연)를 조직하여 본격적인 신극운동을 벌였다. 극연을 주도하면서 극작·연출 등을 주로 맡았다.
일제의 탄압에 의하여 극연이 해산된 후, 1941년에는 극단 현대극장(現代劇場)을 조직하여 〈흑룡강 黑龍江〉(1941)·〈북진대 北進隊〉(1942)·〈대추나무〉(1942) 같은 어용극을 직접 쓰기도 하면서 총독부의 지시에 따른 연극을 주도하였다. 광복 이후 잠시 침묵하다가 1947년 봄부터 연극계 전면에 나타나 좌익연극과 대결하여 우익민족극을 주도하였다.


이해랑(李海浪) 등을 내세워 극단 극예술협회(劇藝術協會)를 조직하였고, 한국무대예술원을 창설하여 초대원장(1947)이 되었다. 1950년에 국립극장이 창설되자 초대극장장에 취임하였고, 자작극 〈원술랑 元述郎〉으로 개관기념공연을 가졌다.
6·25전쟁 때에는 은거하면서 희곡창작에만 전년하였다. 1958년부터는 국제연극협회(ITI) 한국본부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국제회의에 자주 참가하였고, 1960년에는 동국대학교 연극학과 창설과 드라마센터 건립공사에 전념하였다. 1962년 드라마센터가 완공되자 초대소장으로 취임하여 연극진흥에 힘썼다.


그러나 드라마센터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게 되자, 인재양성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1962년부터 드라마센터에 부설 연극아카데미를 설치하여 배우·연출가·극작가 등의 양성에 힘썼는데, 이것은 몇 년 뒤 서울연극학교로, 다시 서울예술전문대학으로 승격되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식민지수탈과 민족의 궁핍화과정을 사실주의수법으로 그렸으나,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자 역사극과 낭만주의 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주로 애정을 주제로 한 작품을 쓰는 등 현실도피를 꾀하였다. 광복 후에는 주로 분단문제와 공산주의비판, 전쟁의 참혹상 등을 주제로 한 민족주의적 리얼리즘 작품을 발표하였다.


주요 희곡작품은 데뷔작 〈토막 土幕〉(1932)·〈버드나무 선 동리의 풍경〉(1933)·〈빈민가〉(1934)·〈소〉(1934)·〈마의태자〉(1937)·〈제사〉(1938)·〈조국〉(1946)·〈자명고〉(1947)·〈별〉(1948)·〈장벽〉(1950)·〈가야금〉(1952)·〈처용의 노래〉(1953)·〈푸른 성인〉(1954)·〈청춘은 조국과 더불어〉(1955)·〈한강은 흐른다〉(1958) 등이다. 시나리오로는 〈철조망〉(1953)·〈논개〉(1957)·〈단종애사〉(1957)·〈개화전야〉(1958) 등이 있다.


 연극계에 끼친 공로로 예술원상, 문화훈장, 5월문예상, 3·1연극상 등을 수상하였다. 저서로 ≪유치진희곡전집≫ 상·하권과 ≪동랑자서전≫, 그리고 많은 연극관계 논문을 남겼다.


그는 우리 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리얼리즘 희곡작가로서, 역사극의 장르를 개척한 극작가이며, 극작·연출·연극비평·연극교육·연극행정 등 연극전반에 걸쳐 활동한 근대연극사의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참고문헌≫ 韓國演劇史(李杜鉉, 민중서관, 1973), 韓國現代戱曲史(柳敏榮, 홍성사,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더 찾을 거리

 

유치진 ' 버드나무 선 동리의 풍경'

 

줄거리 :

 

 1920 ~ 1930년대의 밑바닥 생활을 하는 계순네와 덕조네 두 농가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덕조 어머니는 약초를 캐러 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된 덕조를 찾으러 산에 올라간다. 한편, 계순네는 식구 한사람이라도 덜고 남은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될까 해서 계순을 판다. 한편 아들을 찾아 산에 오른 덕조 어머니는 도중에 덕조의 빈 지게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덕조의 죽음을 상징하는 짚신 한 짝을 들고 계순네 집으로 내려온다. 자식을 잃은 두 어머니의 슬픔이 한데 겹쳐서 비극적 상승효과를 나타낸다.

 

작품 해제 :

 

 일제 강점기하의 농촌의 비극적 현실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송아지보다 싼값으로 도시에 팔려 나가는 소녀와 값비싼 약초를 캐러 산에 올라갔다 떨어져 죽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우울한 풍경화처럼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유치진, '' 바로 가기

 

줄거리 :

 

 국서는 소를 가진 것을 긍지로 삼고, 아들보다 더 애지중지(愛之重之)한다. 맏아들 말똥이를 마을 처녀 귀찬이와 결혼시키기 위해 결국 소를 팔아 귀찬이네 빚을 갚아 주기로 하는데, 이때 마름이 나타나 밀린 빚 대신에 소를 끌고 가 버린다. 귀찬이는 결국 일본으로 팔려 가고, 국서는 소를 찾지도 못하고 극도로 절망한다. 말똥이는 지주네 곳간에 불을 지르고 주재소에 붙잡혀 간다. 잡혀간 소는 마름을 들이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작품 해제 :

 

 유치진이 처음으로 쓴 장막극 '소'는 그가 줄기차게 추구하던 농민의 몰락과 농촌의 붕괴가 그 주제이다. 유치진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학생 예술좌에 의해 처음 공연되었다. 지주와 소작농의 갈등을 농가의 명줄이라는 소를 통해 첨예하게 그린 이 작품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매우 도전적이다.

 

 참고 자료

 

 '토막'의 주제는 말할 것도 없이 식민지 시대 삶의 질곡이고 일제에 대한 저항과 패배의 기록이다. 그리고 수탈과 상실이고 상실 뒤에 오는 허망함인 것이다.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빼앗김으로부터 출발하여 빼앗김으로 끝난다. 농토·집·가재도구·아들 같은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실나락 같은 생의 희망마저 빼앗긴다. 따라서 여주인공들은 거의가 미치게 된다. '토막'이 빛나는 것도 실은 이 작품이 한 시대의 객관적 묘사에 그치지 않고 깊숙한 데까지 조명하여 절박한 비극으로까지 이끈 데 있다. '토막'은 이처럼 일제 침략 정책에 대한 무대상의 반응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농(離農)과 참담한 패배로 나타나는 비극적 현실을 통해서 작가가 암시적으로 이야기하려던 것은 그 뒤에 숨겨져 있는 구조적 모순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이다. 유치진의 작품 배경인 농촌 실정은 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민영, '저항과 순응의 궤적-유치진의 전반기 희곡'. <한국 현대 희극사> (홍성사. 1982)]

 

 이해하기

 

1. 이 작품에서 '명수'는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나, 극적 긴장을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작가가 그를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를 이 작품의 갈래적 특성과 관련하여 이야기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토막'의 갈등 제시 방법의 특수한 방식을 다른 희곡 작품과 비교하여 논의하고, 이러한 특수한 갈등 제시 양상이 극적 긴장을 주는 것임을 설명하면서 명서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를 이야기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토막'의 갈등은 행동을 통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 장면과 희극적 장면의 대응에서 제시된다. 극적 긴장은 명서 처의 직관적인 불안과 공포 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명수의 존재 자체가 다른 인물들에게 긴장을 주는 것이며, 명수가 실제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은 인물들에게 있어서 오히려 미지의 것에 대한 내적인 불안과 공포의 해소를 의미할 수 있다.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대립을 통한 외적 갈등이 아니라 한 개인의 불안과 공포의 심화를 통해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2. 이 작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표현을 찾아보고, 그러한 표현이 극 전체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이 희곡에서 웃음을 야기하는 사람은 경선이다. 경선의 말과 행동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그러나 말과 행동을 통해 당시의 유랑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던 민중들의 고통이 드러나기도 함을 주지시키며, 희극적인 부분을 찾아보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다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경선이 태연하게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무지함을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장면(예: 쥐새끼처럼 왜 이건 내 꼬리만 물구 다녀? 장리 쌀 몇 가마니 꾸어다 먹은 게 있는데 그게 무슨 집행이 나왔다나, 우리 핼 가져가는 게 뭐 이번이 처음이구, 또 마지막인가 어디?. 그런 걸 가지고 울었다문 난 말라서 벌써 북어 신세가 됐을 걸.) 은 이 작품 전체에 희극적인 효과를 준다. 명수로 인해 심각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암울하게 진행되는 희곡의 분위기가 무지하고 순진한 모습으로 인해 더욱 비극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3. 이 작품에서 무대 설명을 읽고 토막의 실제 모습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고,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토막'의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연극으로 실제로 공연 시의 무대 상황을 학생들에게 상상해 보게 하고, 그러한 무대가 당시의 가난한 농촌의 풍경을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사실주의 극이라는 이 극의 특성을 바탕으로 '토막'이 상징하는 것을 찾아보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토막'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하 1920년으로 이 시기는 일제의 수탈과 상실로 점철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어울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어느 가난한 농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바로 토막이다. 음습하고 퇴락하여 찌든 가난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 토막이다.

 

4. 구장이 전해 준 신문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명서네 가족의 반응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마지막 부분에 제시된 인물의 대사와 행동을 바탕으로 명서와 명서 처, 금녀의 성격을 추리하여 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희곡에서 인물의 성격은 대사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명수의 죽음에 대해 반응하는 각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인물들의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 자유롭게 분석하고 이야기하도록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명서 : 억압과 수탈을 당하면서도 농민 특유의 무지와 순종심에 의해 저항 없이 살아가는 인물로 아들이 수감되었다는 소식에도 충격과 허탈에 빠질 뿐 적극적인 저항 의식과 문제 의식을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농부이다.

명서 처 :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기대를 걸고 있는 여인이나 당시 상황에 대해서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며 감정적으로 상황에 대해 대응한다.

금녀 : 나이가 어리지만 의지가 굳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인내와 현실 극복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줄 아는 인물이다.

 

 확장하기

 

1. 이 작품 전체를 찾아 읽고, '토막'에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작가가 경선과 명서를 통해 보여 주고 있는 상황이 한 가족만의 문제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 하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던 일임을 이해하는 바탕 하에서 학생들이 이 희곡의 의미와 주제를 파악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작가는 1920년대 우리 농촌의 궁핍상을 무대 묘사와 대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이를 통해 바탕에 깔려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그려내려고 했다. 농촌이야말로 일제의 수탈 정책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 곳으로 이에 의해 농촌 붕괴와 농민 몰락이라는 현상이 나타났음을 고발한다.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떠나가는 경선네와 생의 희망을 상실하고 마는 명서네를 통해 시대적 비극의 외적 현실과 내적 현실을 유기적으로 통합시켜 의미를 보편적인 진실로 승화시키고 있다.

 

2. 이 작품은 명서네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경선네 가족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경선네 가족과 관련된 부분을 읽어보고, 다음 물음에 답해 보자.

 

(1) 집을 빼앗기고 고향을 등졌던 경선이 등짐장수가 되어 돌아오기까지 어떠한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여 말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소작농으로 수탈당하다가 장리빚으로 인해 그마저 빼앗기고 고향을 떠난 경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일이 있을 수 있었겠는지를 당시의 사회 구조와 산업 체계와의 관련을 통해 유추하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토지를 빼앗긴 경선은 유랑걸식과 행상을 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등짐장수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보아, 행상이 되어 간단한 물건을 팔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길에서 노숙하고 밥을 얻어먹는 걸식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원도로 가서 화전을 일구거나 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2) 1920~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 중에서 경선네 가족과 같은 사연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교수·학습 방법 :

 

 토지를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 유리걸식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하의 시와 소설 속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예시 학생 활동 :

 

유랑민의 비애와 궁핍을 다룬 소설

 

-현진건. '고향'

-김유정, '만무방', '금 따는 콩밭'

-염상섭, '만세전'

-박영준, '모범 경작생'

-김정한, '사하촌'

일제 강점기하 고향 상실과 궁핍한 실상을 다룬 시

 

-백석 '여승'

-정지용, '향수'

-이용악, '낡은 집', '오랑캐꽃'

-김소월, '길'

 

 4분법(현대문학의 기본 갈래)

① 서정 문학(시) : 세계의 자아화.

-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모든 모습은 서정적 자아의 눈에 비추어진 세계의 모습이요, 자아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의미있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즉 자아의 주관적 감정이 모든 현실의 모습을 압도한다. 서정 갈래에 등장하는 자아가 세계를 보는 방식은 주관적이며, 자아인 '나'의 정서는 직접 독백 형식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인 '나'는 시인 자신이 아니라 시인이 내세운 대리인이다.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모든 모습은 서정적 자아의 눈에 비추어진 세계의 모습이요, 자아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의미 있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체험은 일정한 리듬에 의해 조직적이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다.

 

② 서사 문학(소설) : 자아와 세계의 갈등

- 작품 외적 자아(서술자)의 개입으로 전개됨. 사건과 인물을 갖추며, 작품 속의 시간과 공간의 설정에 제약이 없으며, 작품 외적 자아(서술자)의 개입으로 작품 내적 자아와 세계의 갈등이 서사의 본질이다. 서사 갈래의 문학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로 이루어진다. 서사 갈래는 서술자인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인물이 겪은 사건의 전모를 인과 관계에 따라 객관적으로 그리고, 과거형으로 서술한다.

 

③ 극 문학(희곡) : 자아와 세계의 갈등

- 작품 외적 자아의 개입이 없음. 무대 상연을 전제로 대화와 행동으로 진행되며, 작품 외적 자아(서술자)의 개입이 없이 자아와 세계의 갈등이 이루어진다. 인물과 작중 시간 및 장소의 설정에 제약이 따른다.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사 갈래와 유사하지만 화자의 개입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화자가 없어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직접 제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시제는 항상 현재형이다. 또한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하므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며, 상연을 위해 연출가, 연기자를 비롯해 많은 무대 예술가들의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 갈래와는 차별화된다.

 

④ 교술 문학(수필) : 자아의 세계화.

-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서술 · 전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는 무게 중심이 세계 쪽으로 쏠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현실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며, 수필이 가장 대표적이다. 교술 갈래에 등장하는 '나'는 글쓴이 자신이다. 소설이나 시에서는 말하는 이를 내세워 대신 말하게 하지만 교술 갈래에서는 독자에게 내용을 직접 제시한다. 또한 함축적이며 운율감 있는 언어로 형상화되는 서정 갈래와 달리 교술 갈래는 일상적인 언어의 용법에 따라 진술되며, 표현에 일정한 형식이 없다. 서정 갈래가 주관을 토로하는데 중점을 두는데 비해, 교술 갈래는 자신의 객관적 체험을 진술하는 데  더 비중을 둔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의 진술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시의 체험이나 성찰을 바탕으로 얻은 깨달음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상위 갈래와 하위 갈래

-상위 갈래 : 서정, 서사, 극, 교술 같은 보편적인 갈래를 지칭한다.
-하위 갈래 : 서정 갈래를 예로 들 경우, 우리 문학사에서는 서정 민요, 향가, 시조, 신체시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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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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