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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고(脫稿) 안 될 전설(傳說) / 요점정리 - 유주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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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유주현(柳周鉉: 1912-1982)

경기도 여주 출생. 호는 묵사(墨史). 일본 와세다 대학 전문부 문과 수학. 1948년 <백민>에 단편 <번요의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 <백민> 편집 동인. 6 25 전쟁 때 공군 문인단에 참가. <신태양사> 주간,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그는 인간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매 계보>, <태양의 유산>, <파천무>, <신의 눈초리>, <조선 총독부>, <회천문> 등이 있다.

 

요점정리

배경 : 비오는 날. 신비롭고 성스런 만남과 이별이 벌어지는 원두막.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주제 : 인간의 성스러운 사랑과 이별.

 

이해와 감상

  <탈고(脫稿) 안 될 전설(傳說)>은 70년대 베트남 전쟁을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주인공인 외팔이 청년은 베트남 전쟁에 나갔다 부상을 입게 되었다. 이에 그의 애인은 슬픔과 세상에 대한 원망과 회의를 버리고자 불암사로 들어가 여승이 되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그 청년은 그녀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만나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다시 헤어지게 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이는 우리 현대사에서 치유하기 힘든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여승과 젊은이의 만남과 헤어짐이란 단면을 통하여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주현의 <탈고(脫稿) 안 될 전설(傳說)>은 당대 사회가 겪는 전쟁의 상처를 상징적 배경으로 하여 원두막과 비오는 날의 자연적 배경과 밀도 있게 접합시킴으로써 인간의 본연적인 사랑과 이별의 문제를 제시한 작품이다.

 



줄거리

  여러 해 전에 나는 시골 형의 원두막에서 외팔이 청년과 여승의 만남과 헤어짐을 목격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비가 장대처럼 쏟아지는데, 그 빗속을 헤치면서 걸어가는 여승이 있었다. 이 여승은 비를 피하기 위해 원두막으로 왔고 나는 이 여승에게 원두막 위로 올라오라는 권하며 참외를 깎아 주었다. 나는 그 여승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가 불암사라는 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모습은 비에 젖어 더욱 신비롭게만 보였다. 스물 몇쯤으로 보이는 갸름한 얼굴에는 교양미가 깃들어 있었다.

잠시 후, 여승은 다시 빗속으로 나섰다. 절에 놀러 가겠다는 나의 말에 "구경 오시지요."라는 여승의 대답은 기약할 수 없는 작별 인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역시 소낙비가 퍼붓는 저녁나절, 우연히 운두막을 찾아온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왼쪽 팔이 없었고, 옷자락만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이 근처에 절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전장에 갔다 왔느냐."고 물었고, 그는 "전장에서 4년만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표정은 퍽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에게 여승에 관해 물어 보려던 생각을 고쳐 먹었다. 왜냐하면 그 여승의 신비롭고도 성스런 환상 때문이었다. 여승의 신원을 알게 되면, 그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연연한 마음이 여지없이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여승이 악의 구렁에서 문득 깨달은 체하는 가면으로 승복을 빌어 육신을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그 젊은이에게 불암사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이튿날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펴지기 시작할 무렵, 참외밭 머리에서 어제 본 젊은이와 그 여승이 헤어지고 있었다. 여승은 합장을 한 채 석상(石像)이 되어 있었다. 아무튼 나는 그들의 이별이 어떤 쓰라림을 지닌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진실과 사랑과 참회의 성스러운 자태로 보였다.

나는 오늘날까지 그들 남녀의 서글픈 전설을 뇌리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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