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콩트의 특징과 그 기법의 도입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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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트(conte, 프)의 특징과 그 기법의 도입

지금까지 우리 수필이 사용한 시점은 대부분이 1인칭 시점, 그것도 글 속의 ‘나’가 ‘남’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 주류였다. 물론, 이런 시점의 글이라고 해서 콩트의 기법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만 고집한다면, 시점의 선택이 자유롭다는 콩트(소설)의 특징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수필의 시점이 이렇게 고정된 것은, 수필은 자기 고백의 글이라고 믿는 데서 온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수필은 ‘남’의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콩트의 정의에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콩트가 ‘인생의 순간적 한 단면’을 다룬다는 점이다. 비유컨대 콩트는 인생의 비디오 필름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콩트의 기법을 도입한다고 할 때, 그것은 가령 인생이란 어떤 것인가와 같은 포괄적 질문에 답하려는 수필이 아니라, 인생에는 이런 ‘한 단면’도 있다와 같은, 어떤 한 순간을 보여 주려는 수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물론 인생에 대한 어떤 포괄적 질문에 답하려는 수필도 써야 한다. 그러나 그런 수필은 굳이 콩트 기법의 도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콩트의 정의에서 하나 더 생각할 것은 그 종차(種差)의 또 한 부분인 ‘예각적’, ‘포착’이라는 용어이다. 인생의 순간적 한 단면에 대한 예각적 포착, 이것이야말로 콩트의 생명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콩트의 한 특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작가들에게 마치 섬광 같은 위트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위트는 인생의 순간적인 한 단면에 대한 예각적 포착을 가능하게 하는 힘일 뿐만 아니라, 독자가 예상치 못한 결말을 깜짝 놀라게 빚어 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산뜻한 공감을 체험케 하는 작가의 역량이다. ···(중략)···

 

피천득의「은전 한 닢」은 서사 수필이다. 즉, 인물과 배경과 사건으로 구성된 이야기 수필이다. 이 글은 또 1인칭 시점이기는 하나, ‘나’가 ‘남(거지)’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나’가 ‘나’를 이야기하는 우리 수필의 주된 시점에서 해방된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이 다룬 것은 인생에 대한 포괄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목적의 순진한 소유욕이라고나 할 그 한 단면이다. 필자는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라는 거지의 말(이 글의 결말)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참으로 놀라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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