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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 서정(秋日抒情) / 해설 / 김광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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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 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요점 정리

 작자 : 김광균(金光均)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심상 : 시각(회화)적, 공감각적 심상(서구 도시 문명의 기계적, 물질적 심상)
 성격 : 주지적, 회화적, 감각적, 애수적
 제재 : 가을날(가을의 풍경)
 어조 : 애상적 어조
 주제 : 가을의 애수(哀愁)어린 풍경과 고독감
 특징 : 1.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 2. 서구적 소재에도 불구하고 애상적 어조가 강함
 구성 :

       (가) 낙엽 - 애상감
       (나) 길 - 적막감
       (다) 구름 - 고독과 황량함
       (라) 돌팔매 - 무기력한 자아에서 탈출하려는 행위
       (마) 가을(추일) - 저문 현실에 순응


가)

낙엽(落葉)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紙幣)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1연은 낙엽으로 허무적 애상감을 드러냈다. 낙엽이 망명 정부의 지폐처럼 무가치하게 흩날리는, 폭격 맞은 도룬 시를 상상하게 한다.


나)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瀑布)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2연은 적막한 길을 묘사한 부분이다. 고정체인 길을 비고정체인 넥타이의 구겨짐으로 묘사하면서 낮 두 시의 한적한 시간을 설정하였다.


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3연까지가 이 시의 전반부이다. 전반부는 가을의 황량함을 드러냈는데, 나목(裸木) 사이의 도시의 황량한 풍경이 제시되어 있다.


라)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4연은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조로 이 시에서 후정(後情)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가을이 주는 황량함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아가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허공을 돌팔매나 던지며 황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마)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5연에는 모든 것이 기우는 황혼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결국 상황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자아로 설정되어 운명적으로 잠기어 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가을날에 느끼는 황량함과 고독의 정서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가을날의 풍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근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담겨 있으며, 낯선 비유로 인해 지적 인식이 요구되는 시이지만,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비판받기도 한다.

 

 출전 : <인문 평론(人文評論)>(1940)

 


 내용 연구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가치 없고 초라하며 어수선하게 뒹구는 낙엽을 비유한 말)[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 여름의 화려함과 활기를 잃어버리고 땅에 떨어진 낙엽의 쓸쓸한 모습을 가치 없는 망명 정부의 지폐 조각으로 비유 - 낙엽과 망명 정부의 지폐의 공통점은 무가치함]


포화(砲火 : 총포를 쏠 때에 일어나는 불)에 이지러진[폐허로 변해 버린]


도룬 시(폴란드의 도시 이름)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김 / 전쟁으로 인한 문명의 잘못된 결과]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 구불구불한 시골길의 모습을 구겨진 넥타이에 비유적으로 표현.]


일광(日光)의 폭포(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 보조관념인 '폭포'로 표현한 은유) 속으로 사라지고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 '일광의 폭포'는 눈부시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어려 아득히 이어져 있는 시골길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말이다/ '사라지고'는 방향 감각 상실로 나아갈 곳을 잃은 소멸의 슬픔을 뜻함 / 역광 현상이기도 함 / 넥타이의 형상을 빌어 멀어질수록 좁게 보이는 길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조그만 담배 연기[열차 연기를 은유한 것으로 허무함이 느껴짐]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조그만 담배 연기를∼들을 달린다. : '조그만 담배 연기'는 기관차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가리킨다. 사물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재치와 감각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 여기서 풀어진 넥타이와 조그만 담배 연기는 각각 '길'과 ' 열차가 내뿜는 연기'의 보조 관념으로 사물이 먼거리에 있음을 암시]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 근육과 뼈대로 포플라 나무의 앙상한 모습) 사이로 [포플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포플라나무의 근골'은 잎새가 모두 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의 모습을 나타낸다.]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 근대 문명을 상징하는 '공장'의 이미지를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형상화한 표현. '흰 이빨'은 공장의 지붕이 환기하는 이미지인데, 여기서 '공장' 같은 현대적 문물에 대한 시인의 부정적인 태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 '흰 이빨'의 이미지 때문에 공장 지붕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위협하는 야수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혹은 흰 이빨은 폐허가 된 공장의 지붕(황량함)  / 근골과 흰 이빨의 비유는 '가을의 스산한 가을 이미지'를 환기]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 : 쇠붙이로 세운 울타리, 쇠살로 만든 울타리)이 바람에 나부끼고[원래부터 구부러진 철책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바람에 나부끼고'로 표현]


그 위에 셀로판지(비스코스로 만든 얇은 막질의 물질. 무색 투명하고 유리 모양의 광택이 있음)로 만든 구름이 하나.[세로팡 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 풍성하지 않은 얇은 조각 구름이 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세로팡 지(셀로판 지)는 이국적(異國的)이고 근대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는 시어로 경박하면서도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비정형성]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 벌레 울음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들판에서 풀잎을 발길로 차는 행위를 공감각적으로 묘사한 표현 다시 말해서 풀벌레 소리는 청각적 심상이고, '자욱하다'는 시각적 심상으로 전이되는 공감각적 표현이라는 말, 청각의 시각화 / 고독감에 젖은 채 방황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등장]
호올로 황량(荒凉 : 황폐하여 쓸쓸함)한 생각 버릴 곳 없어[몰락해 가는 시대와 쓸쓸한 가을 풍경에서  느낀 시적 자아의 고독한 감정이 그대로 노출됨]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 황량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적 자아의 행위이자, 이 돌팔매는 시적 자아가 현대 문명의 불모성과 황량함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 구절이다. 이 시가 본격적인 문명 비판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모순적 태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쓸쓸한 가을 풍경을 대하는 서정적 자아의 심경을 드러냄. 무기력하고 하릴없어 돌팔매나 던지는 자신을 그려내고 있다.]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 사람이 들어가 볕이나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둘러치는 막. 안을 보지 못하게 둘러치는 막 / 황량한 시대적 현실, 쓸쓸한 가을정경)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시적 화자가 가을의 황량함, 도시의 삭막함과 일상의 쓸쓸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의 하나로 돌을 던져 올리지만, 그 돌은 결국 반원을 그리며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는 말은 결국 현재의 우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어져','사라지고','잠기어 간다' 등은 낙엽과 함께 하강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어들임. 결국 시적 화자는 삶의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그 고독한 상황에서 고독을 느낄 뿐이라는 말로 가을의 조락과 시적 화자의 절망감을 동시에 표현]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 역시 '님의 침묵'과 같이 시어의 함축적 의미와 표현 방법을 공부하도록 구성되었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함축적 시어에 대한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비유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함축적 시어가 어떻게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이 작품은,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시했던 한국 이미지즘(imagism)의 시어 구사 방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적절하다.

 

(2) 지도의 핵심

  '추일 서정'」은 가을에 느낄 수 있는 여러 서정과 서경의 상황이 비유를 통해 형상화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에 쓰인 비유는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이미지와 의미, 이미지와 정서, 이미지와 풍경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지도한다.

 

(3) 작품 연구

 김광균의 '추일 서정'은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회화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도시적 삶의 고독과 비애감을 주관적인 감각 체험으로 창작한 작품으로서 현대 문명 속의 인간이 지닌 군중 속에서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뿌리뽑힌 이방인적인 우수를 노래하였다. 즉 가을을 제재로 하여 현대인의 고달픈 눈에 비친 가을의 애수와 고독을 독특한 회화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작품이다. 청각적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고 회화적인 이미지에 치중하였으며, 생각이나 느낌을 애써 누르면서 구체적 감각만으로 대상을 표현하려 한 노력과 객관적 상관물을 빌려 그것들을 질서화·조명화하려 한 태도는 이 시를 모더니즘 계열의 시 가운데 유독 빼어난 작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또한 서구적 이미지를 통해 이국정서를 표현한다든지, 자연을 도시적 감각의 소재를 원용하여 표현한 점 등이 이 시를 더욱 모더니즘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모더니즘은, 넓은 의미로는 교회의 권위 또는 봉건성에 반항하여 과학이나 합리성을 중시하고 널리 근대화를 지향하는 것을 말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기계 문명과 도회적 감각을 중시하여 현대풍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좁은 의미의 모더니즘 시를 연구하기에 적절한 작품이다.

 

 


학습활동

 

친해지기

1.이 시를 읽고 떠오르는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언어로 표현된 시의 서경적 상황을 구체화해 보는 활동이다. 교사는 우선 학생들이 실제의 풍경과 비유적 풍경을 구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시적 화자의 눈앞에 펼쳐진 실제의 풍경들을 적절히 구성하여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떠오르는 풍경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 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예시 답안 : 생략

도우미 :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길은 구불거리며 멀리 뻗어 있고, 그 길을 가로 질러 기차가 달린다. 한쪽 옆으로 철책이 쳐진 다소 거부감이 가는 공장이 있으며 하늘 위에는 접어 만든 듯한 구름 한 점이 떠 있는 모습 정도를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꼼꼼히 읽기

1.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시적 대상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이 시는 비유가 많이 사용되어 있으므로 원관념과 보조 관념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아야 이 물음에 정확히 답할 수 있다. 따라서 교시는 이 시에 사용된 은유와 직유 그리고 활유와 의인화 등의 비유법을 학생들이 충분히 숙지한 뒤에 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원관념만을 가려내서 시의 소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풀이 :

 원관념을 순서대로 가려보면 다음과 같다. '낙엽, 길, 일광(日光), 급행 열차, 포플라나무, 공장의 지붕, 철책(鐵柵), 구름 돌팔매질로 날아가는 돌'. 따라서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가을날의 여러 풍경을 열거하고 있는 셈이다.

 

2. 이 시의 시적 화자는 눈에 비치는 풍경에서 어떠한 정서를 느끼고 있는지 말해 보자.

지도방법 :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의 태도와 시적 화자의 처지 등을 통해 그 정서를 추리·상상해 보는 활동이다. 먼저, 동일한 사물이라 할지라도 그를 바라보는 입장이나 정서에 따라 그 사물의 이미지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실생활의 예를 들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 작품에 제시된 대상의 이미지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시적 화자는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하여 그 정서, 즉 시적 화자의 심리 상태를 추리하도록 해 본다.

 

풀이 :

시적 화자의 눈에 비친 풍경들은 '낙엽, 길 일광(日光), 급행 열차, 포플라나무, 공장의 지붕 철책(鐵柵), 구름'등이다. 이들은 '망명 정부의 지폐 구겨진 넥타이' 등으로 비유되거나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거나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시적 화자는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도 없이 '고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 제시된 풍경은 시적 화자의 고독감과 황량함이 반영되어 매우 쓸쓸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다.


 

탐구 비유

비유 :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

 

비유의 예시

① 직유 :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서정주,「추천사」)->'∼같이'를 매개로 '나'와 '채색한 구름을 연결시키고 있다.

② 은유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김종길의(「성탄제」)->'나'를 '어린 짐승'과 직접 연결시키고 있다.

③ 의인 :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이태극의「서해상의 낙조」)->'반달'이 사람처럼 웃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④ 활유 :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유치환의「깃발」)->'애수'를 새에 비유하고 있다.

⑤ 제유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심훈의「그날이 오면」)->'삼각산'은 우리 국토의 일부로서 우리 국토 전체를 의미한다.

⑥ 환유 :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노천명의 「사슴」) '관'은 '사슴의 뿔'로 왕관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도방법 : 표현 방법은 그 의미와 개념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그를 실제로 적용하고, 일정한 표현 방법이 적용된 시구를 분석하여 시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교사는 '비유'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그 원리를 파악하게 하고,'비유'가 적용된 시구를 분석하여 의미를 파악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내 마음은 호수다.'라는 시구가 은유법이 적용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게 할 뿐만 아니라,'호수'의 속성이 '맑다, 고요하다, 넓다'라는 점과 그러한 속성이 '내 마음'에 비유된 것이라는 점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내 마음은 맑고, 고요하고, 넓다.'는 의미를 '내마음은 호수다,'로 압축하여 제시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3. 이 시에 사용된 다음 시어들의 원관념 도는 보조 관념을 찾아보자.

지도방법 : 비유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깨닫게 하는 활동이다. 모든 비유는 원관념과 보조 관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이 시에 쓰인 은유나 직유, 활유, 의인화, 등은 모두 원관념과 보조 관념이 직접 도는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풀이 :

 

 


시야 넓히기

 

1. 이 시를 주제가 잘 드러나도록 한 편의 그림으로 그려 보고자 한다. 다음 사항과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을 부각시켜서 그릴 것인지 말해 보자.

 

(1) 계절 : (2) 시적 화자가 바라본 풍경 : (3) 시적 화자의 모습 :

지도 방법 : 작품의 분위기와 내용에 어울리는 상황을 연상하여 시각화시키는 활동이다. 우선 열거된 소재와 그 소재들의 분위기를 파악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재들을 비유하고 있는 보조 관념이 어떤 의미와 분위기를 담고 있는지를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예시 답안 :

 

(1) 낙엽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가을이다. 그런데 낙엽을 망명 정부의 지폐에 비유한 것으로 볼 때 쓸쓸함과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가을이다.

 

(2)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도시화, 문명화되어 있다. 즉 이 시에 표현된 자연은 지폐, 포화(砲火), 넥타이, 담배 연기, 급행 열차, 공장, 철책, 셀로판지 등으로 비유되어 있어 인간이 따뜻함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닌, 황량하고 쓸쓸한 풍경인 것이다.

 

(3) 시적 화자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별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는 듯 하지만, 사실은 도시화, 문명화된 자연의 황량함에 지독한 고독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 황량함을 향해 돌팔매 하나를 던져 보지만 그 돌 하나는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갈 뿐이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그 돌처럼 시적 화자는 도시화, 문명화된 자연 앞에서 방황하고 고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가을날에 특별히 고독감을 느끼는 계기가 있었는지 서로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시적 분위기와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일치시켜 보는 활동이다. 먼저 시적 분위기와 시적 화자의 심정을 발표하게 한 뒤, 그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밝히도록 한다.

예시 답안  :

 

"이 시는 가을날에 느낀 고독함을 표현했습니다. 저도 어느 가을에 아무도 없는 낙엽 지는 길을 혼자 걸으면서 심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가 불치의 병으로 병상에 누워 있었고 저는 그때 그 친구를 문병하고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저 자신의 외로움보다도 그 친구의 고독감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습니다."

 

표현하기

형태 또는 속성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다음 소재들을 비유를 통해 표현해 보자.

지도 방법 : 비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를 이용해서 실제로 비유적 표현을 해 보는 활동이다. 비유는 기본적으로 형태 또는 속성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그에 따라 제시된 소재들과 형태 또는 속성이 유사한 대상을 선정하도록 한다. 특히 보조 관념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로 제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예시 답안 :

 


 

 



 이해와 감상

 

 이 시 역시 시각적 이미지와 참신한 비유가 돋보이는 시이다. 특히 이 시에서 사용된 시어와 비유는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시인의 관심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현대 문명의 불모성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 것으로 주목된다.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구겨진 넥타이' 등은 사물에 대한 관습적인 인식을 깨뜨린 독특한 비유들로 독자들의 지적인 태도와 상상력을 요구하는 표현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유의 참신성이 사물의 숨겨진 본질을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이 이 시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에 사용된 소재들은 그것의 신기함이나 새로움 때문에 선택된 것일 뿐, 당대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하다. 따라서, 이 시는 새롭고 신기한 이미지들이 결합되어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화를 이루고 있을 뿐,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나 깨달음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시는 한시의 형태인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구조로 짜여 있다. 우선 모더니즘을 표방한 시가 동양적 구조로 짜여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가을의 황량함이 앞 부분에 나타나 있는데 낙엽과 길, 나목 사이의 공장 굴뚝과 구름 등이 묘사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가치하며 적막하거나 쓸쓸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성격은 가을을 바라보는 서정적 자아의 심정과 무관하지 않다. 황량한 가을 풍경 속에서 후반부에 이르면 자아의 무기력하고 무료한 모습이 묘사된다. 허공에 돌팔매를 던지며 황량한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자신, 그래서 저무는 가을 속으로 잠기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모더니즘을 표방하면서 현대의 문명에 비판을 가하기는커녕 (사실 비판할 문명도 없었다.)오히려 서구적인 분위기를 동경하는 우리 나라 30년대 모더니즘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특이한 비유가 많은 까닭으로 첫 인상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그다지 난해한 작품이 아니다. 이해의 열쇠는 하나하나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우선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다. 일체의 비유적 표현을 제거하고 내용의 뼈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쓸쓸한 낙엽의 모습(1∼3행)

초라하고 구불구불한 길(4∼5행)

들을 달리는 급행 열차(6∼7행)

포플라나무, 공장, 철책의 황량한 풍경(8∼10행)

엷은 구름(11행)

쓸쓸한 마음으로 거닐다가 돌을 던져 보는 나(12∼16)

 

 이것을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11행까지인데, 한마디로 쓸쓸하고 황량한 가을날의 풍경을 그린 대목이다. 후반부는 12행 이후로서, 이 풍경 속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작중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쓸쓸한 가을 풍경 속에서 외로이 방황하는 어떤 인물의 경험을 묘사한 것으로 요약된다.

 

 작품의 서두에서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에 비유된다. 그만큼 무가치하게 널리어 있다는 의미와 함께 '망명 정부'라는 말이 주는 쓸쓸함이 여기에 따라온다.'포화에 이지러진 / 도룬 시의 하늘'이란 구절도 이와 비슷하게 우리의 보통 생각에 갑작스런 충격을 주는 기발한 표현으로서, 어수선하고 초라한 낙엽의 모습을 전쟁으로 인한 어떤 이국 도시의 폐허와 관련시켜 보게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구겨진 넥타이에 비유한다거나, 들판을 달리는 열차의 연기를'조그만 담배 연기'로 은유하는 따위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황량한 느낌은 그 다음 부분에 와서 좀더 강조된다, 시인은 잎이 모두 떨어져 가지만 남은 포플라나무의 모습을 무슨 앙상한 뼈대 같은 '근'골로 말하고, 아마도 부서진 채 있는 듯한 공장의 지붕이 '흰 이빨'을 드러냈다던가,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낀다고 묘사함으로써 더욱 쓸쓸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구름조차도 풍성하지 않아서 '셀로판지'로 만든 것으로 묘사된다.

 

 이와 같은 황량한 풍경은 작중 인물의 앞에 있는 사물들의 모습인 동시에 그 자신의 쓸쓸한 심리 상태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는 허전한 생각에 이리저리 방황하며 풀벌레 소리 들리는 풀섶을 공연히 차 보는가 하면 허공에 돌팔매를 던져 보기도 한다. 그러나 쓸쓸한 풍경 저편으로 반원을 그으며 떨어지는 돌팔매는 그를 더욱 적막하게 한다. 허공을 항해 돌팔매를 던지는 행위가 이 황량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보고자 하는 잠재적 욕망의 표현이라면, 그것이 결국 '고독한 반원을 긋고'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가 이곳으로부터 벗어날 아무런 가능성도 없다는 우울한 사실을 뜻한다. 이 작품은 기발한 이미지에 나타난 신선함과 지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황량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한 인물의 우울한 노래이다.(출처 : 김흥규, '한국 현대시', 대한 교과서)


 심화 자료


 시 언어

 

1. 시의 언어

 

 (1) 시어의 개념 : 시의 언어는 시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일상어이면서도 일상어 속에 용해될 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정서적 의미와 독자성을 갖는 언어다.

 

 (2) 시어의 특성

 

① 시어는 운율을 지닌다.

② 시어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③ 시어는 압축·생략되어야 한다.

④ 시어는 심상, 어조 등의 형성을 중시한다.

⑤ 시어는 도치, 반복, 점층 등의 방법에 의하여 긴장과 대립의 구조를 갖는다.

⑥ 시어는 자기 목적성을 지닌다.

⑦ 시적 효과를 위하여 어법, 어휘 등에 대해 파격이 허용된다.(시적 허용)

 

 2. 시의 표현 방법

 

(1) 비유(比喩) :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사물인 원관념을 다른 보조 관념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이다. 원관념과 보조 관념 사이의 형태상 또는 속성상의 유사성을 유추에 의해 연결시켜 줌으로써 구현된다.

 

① 직유(直喩) : '~처럼, ~같은(같이)', '~듯이' 등의 말을 사용하여 원관념을 보조 관념에 직접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② 은유(隱喩) :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 관념만 드러내어, 표현 대상을 설명하거나 그 특질을 묘사하는 표현 방법이다.

③ 의인(擬人) :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빗대어 나타내는 표현 방법이다.

④ 활유 :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생명체처럼 나타내는 표현 방법이다.

⑤ 제유(提喩) : 사물의 한 부분으로 전체를, 또는 하나의 말이 그와 관련되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표현 방법이다. 즉 부분과 전체의 관계에 토대를 두고 두 사물을 치환하는 표현법이다.

⑥환유(換喩) : 표현하려는 대상과 경험상 밀접하게 연상되는 다른 사물이나 속성을 대신 들어 나타내는 표현 방법이다.

 

(2) 상징(象徵) : 어느 대상이 다른 대상을 표시하거나, 본래의 고유한 의미 외에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 방법이다.

 

① 관습적 상징 : '비둘기 = 평화'와 같이 사회적 관습에 의해 공인되고 널리 보편화된 상징이다.

② 문학적 상징 : 작가 개인이 독창적으로 창조해서 문학적 효과를 거두는 상징이다(개인적 상징).

 

(3) 반어(反語) :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는 전혀 반대되는 표현을 하여 날카로운 멋과 예리한 감각을 발휘하는 표현 방법이다. 보통 비꼬는 의미로 사용된다.

 

(4) 역설(逆說) : 외견상으로는 모순되는 사물이나 관념을 연결하여 표현함으로써 경이감과 신선감을 주는 표현 방법이다.

 

① 모순 어법 : '흐르는 강은 흐르지 않습니다.'와 같이 문장 자체에 논리적 모순이 나타난다.

② 모순 형용 : '찬란한 슬픔'과 같이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가 상치되거나 부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나타나다.


 김광균 시의 특징

 

 김광균은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1930년대 모더니즘 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시인이다. 그는 특히 김기림이 지적했듯이, '소리조차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회화적인 시를 즐겨 쓴 이미지즘 계열의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도시적 소재를 바탕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나 강한 색채감, 이미지의 공간적 조형 등의 기법을 시에 차용하였으며, 특히 사물의 한계를 넘어 관념이나 심리의 추상적 차원마저 시각화시켰다. 그의 시 속에는 소시민적 서정과 문명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삶의 우수와 같은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도시적 소재와 공감각적 이미지를 즐겨 사용함,
② 이미지의 공간적인 조형을 시도함,
③ 강한 색채감으로 감각도 높은 정서를 형상화함,
④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하여 사물은 물론 관념이나 심리 등의 추상적인 것마저 그려 내려고 함.


 

 김광균의 모더니즘과 문학사적 의의

 대체로 모더니즘의 특성은 감정의 무절제한 유로(流露)의 배격, 소재의 현대화, 다변화, 이미지의 중시, 언어의 조탁(彫琢) 등을 들 수 있는데, 김광균은 1940년 2월 발표한 ‘서정시의 문제’에서 반 낭만주의, 주지주의, 현실비평, 형태의 사상성, 도시어의 사용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광균이 인식한 모더니즘은 김기림 등 당대의 다른 시인들에 비해 비교적 서구의 그것에 접근해 있다. 그리고 김광균의 시는 주로 시각적인 이미지에 치중하지만, 이미지스트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이미지스트에 가깝다. 비록, 감상(感傷)의 내면풍경을 억제하지 못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김광균의 모더니즘은 우리의 정신적 상황과 서정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문명 비판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광균의 모더니즘은 우리의 정신적 상황과 서정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문명 비판의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광균은 최재서, 김기림이 제시한 모더니즘 이론을 작품으로 실천한 한국의 이미지스트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모더니즘

  현대주의 또는 근대주의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성의 도덕과 권위를 부정하고 기계 문명과 도회적 감각,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고 추구하는 사조이다. 예술에서 모더니즘은 1920년대에 일어난 표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형식주의 등을 가리킨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프로문학이 퇴조하고 일제의 군국주의가 노골적으로 대두한 1930년대에 영미(英美)의 주지주의 영향을 받고 일어난 사조로 불린다. 김기림이 시의 낭만주의를 배격하고 기술주의를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소설에서는 최재서와 이상이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가이다.

특징 : 지적이고 시각적이다.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의식적이고 기교를 추구한다.
          회화적이고 기교를 추구한다.

8.15이후 박인환, 김경린 등 <후반기> 동인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1930년 모더니즘 시의 시대적 배경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의 배경으로 흔히 등장하는 도시와 현대 기계 문명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30년대 이른바 식민지 공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시기였다.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한 일본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수탈을 강화하는 한편 대륙 침략을 단행함으로써 이러한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조선에 대한 자본 수출이 본격화된다. 그로 인해 조선에는 중화학 공업(특히 군수 공업)이 발달하게 되고 급속한 도시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1930년대 모더니즘은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시대적, 사회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미의 모더니즘(주지주의) 이론의 영향에 의해서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감각

 어떤 자극에 의하여 일어나는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일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소리'를 듣고 `빛깔'을 느끼는 경우의 감각을 공감각이라 한다. 한 가지의 감각이 자극되어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감각을 경험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감흥 속에서 다른 종류의 감흥을 묘사할 때 적용되는데 색채와 소리의 관계, 색깔과 냄새의 관계, 소리와 냄새의 관계 등에서이다. `감각전이' 혹은 `감각유추' 등으로 불리는 이 현상의 예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종모양의 꽃들이 음악소리 같은 종소리를 내어 그것이 마치 히야신스의 향내인 양 느껴진다는 쉘리의 「예민한 식물(The Sensitive Plant)」을 들 수 있다. 호머 이래의 문학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공감각의 심상은 특히 19세기 중기와 후기의 프랑스 상징주의자들이 많이 개발했다.

 

김광균의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 “부서져내리는 돌바람의 귀”「우물터에서」, 정의홍의 “오솔길 피 먹은 얼굴로 산비탈을 넌지시 내려오고 있다”「가을이미지」 등은 모두 공감각의 표현이다.


 

 김광균의 모더니즘

 

(1) 세계관

 

① 상실의식
 

 그의 시는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살 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근원적인 상실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이러한 상실의식으로부터 자신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고향을 생각하고 지향한다. 그러나 김광균에게 평화와 안식을 제공하는 고향의 모습은 어린 시절 기억의 희미한 투영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② 패배의식
 

 김광균 시를 면면히 흐르는 것은 짙은 슬픔과 애수와 비애의 정조이다. 그에게 현실은 적대적이며 부정적이며 신뢰할 수 없다. 그는 현실에 대한 피해의식과 패배의식에서 오는 고통과 슬픔과 애수의 정서를 과장하는 데 급급하다. 이러한 과도한 감상벽 이외에도 그의 시에는 현실밖에 존재하는 '어느 먼 곳'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나타난다.
 

③ 소외의식
 

 김광균의 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드러나는 이미지는 이국적 이미지, 색채적 이미지, 감각적 이미지이다. 현실은 이국적 이미지를 통해 낯설고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광균의 이국적 이미지에 대한 강렬한 집착은 세계의 극단적 변용과 왜곡을 통해 현실으로부터 도피하려는 의식의 소산이다. 실제와 상관없는 색깔을 부여함으로써 그는 그 존재의 본래의 가치와 의의를 무화시키고 있다. 시의 감각적 이미지는 대부분 곱고, 눈부시고, 화려하고, 찬란한 속성을 가진다. 그는 사물의 미화를 통해 존재의 실상을 은폐하려고 한다. 그는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극단적으로 변용시킴으로써 현실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낯설음을 표현하고 있다.

 

(2) 기법

 

① 회화성

·詩題에 '오후의 구도', '벽화', '향수의 의장', '뎃상', '사향도', '풍경화'가 나타나는 것은 그의 회화적 의도가 얼마나 강렬했던가를 보여준다.

·그는 대상을 시각적, 회화적 이미지로 한정해야만 사물인식이 가능한 것으로 믿었다.

·한 가지 사물을 다른 사물로 전이시키는 방법을 취함으로써 그 형태를 명확하게 한다. '기차'는 당나귀'로 전이되어 생명있는 동물로 변형되고(「북경 가까운 풍경」), '안개'는 '화문'을 그리는 동작으로 전이되어 그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고달픈 기억이/슬픈 행렬을 짓고'(「창」), '옛 기억이/하얀 상복을 입고'(「정원」)와 같은 것은 모두 무형의 유형화, 추상의 구체화 수법이다. 김광균은 관념 및 추상의 시각화를 통해 관념과 추상을 제거하려고 했다.

② 공감각의 활용-예)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외인촌」
                                 햐얀 기적소리를 남기고                   -「오후의 구도」
③감상성

 이미지즘에서는 대상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시각심상을 사용하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는 가능한 통제하라고 한다. 그러나 김광균의 시에서는 대부분 우울, 슬픔, 고독 등 거의가 낭만적 요소를 띤 주관적 감정이 지적 통제의 여과를 거치지 못한 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2. 김광균 시의 특징

 김광균은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1930년대 모더니즘 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시인이다. 그는 특히 김기림이 지적했듯이, '소리조차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회화적인 시를 즐겨 쓴 이미지즘 계열의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도시적 소재를 바탕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나 강한 색채감, 이미지의 공간적 조형 등의 기법을 시에 차용하였으며, 특히 사물의 한계를 넘어 관념이나 심리의 추상적 차원마저 시각화시켰다. 그의 시 속에는 소시민적 서정과 문명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삶의 우수와 같은 정서가 깃들어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도시적 소재와 공감각적 이미지를 즐겨 사용함.
 2. 이미지의 공간적인 조형을 시도함
 3. 강한 색채감으로 감각도 높은 정서를 형상화함
 4. 시각적 이미지를 중시하여 사물은 물론 관념이나 심리 등의 추상적인 것마저 그려내려고 함

 

3. 김광균의 모더니즘과 문학사적 의의

 대체로 모더니즘의 특징은
① 감정의 무절제한 유로의 배격
② 소재의 현대화, 다변화
③ 이미지의 중시
④ 언어의 조탁 등을 들 수 있는데,


김광균은 1940년 2월 발표한 '서정시의 문제'에서
① 반낭만주의 ② 주지주의 ③ 현실비평 ④ 형태의 사상성 ⑤도시어의 사용 등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김광균이 인식한 모더니즘은 김기림 등 당대의 다른 시인들에 비해 비교적 서구의 그것에 접근해있다. 그리고 김광균의 시는 주로 시각적인 이미지에 치중하지만, 이미지스트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이미지스트에 가깝다. 비록 감상의 내면 풍경을 억제하지 못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김광균의 모더니즘은 우리의 정신적 상황과 서정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 문명 비판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광균은 최재서, 김기림이 제시한 모더니즘 이론을 작품으로 실천한 한국의 이미지스트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4. 김광균의 시 세계에 대한 비평

 그의 시는 어느 것이나 한 폭의 산뜻한 그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매우 비사실적이고 작위적인, 시인의 주관적 감정에 의해 채색된 풍경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리움, 비애 등의 감상과 연결된 현란한 수식어들이다. 이러한 수식어들이 만드는 시각적 이미지들은 결국 산뜻한 눈요기로서의 풍경만을 연출할 뿐, 내면의 구체적 경험과 연결된 감동의 세계에 연결되지는 못한다.

 

 그는 분명 물질 문명에 대한 비판과 그 속의 도시인의 방향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으나, 시 속에 그려진 현실이란 추상적 공간일 뿐 역사적 현실은 아니다. 그의 시 속에는 특이하게도 봉건적 질서를 파괴한 현대 문명의 여러 사물들과 봉건적 감정의 유물인 슬픔, 한탄 등이 아무런 갈 등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5. 김광균의 작품 세계

 그의 시풍은 한국 전통적 서정시의 바탕에 일차적으로 영미의 이미지즘을 접목시켰으며, 이탈리아의 미래파, 프랑스의 상징주의를 수용했다. 그는 김기림, 정지용 등과 더불어 1930년대 모더니즘의 시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직접적으로는 김영랑으로 대표되는 시의 음악성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특히 김기림이 지적했듯이, '소리조차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회화적인 시를 즐겨 쓴 이미지즘 계열의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도시적 소재를 바탕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나 강한 색채감, 이미지의 공간적 조형 등의 기법을 시에 차용하였으며, 특히 사물의 한계를 넘어 관념이나 심리의 추상적 차원마저 시각화시켰다. 그의 시 속에는 기계 문명의 황량함을 바탕으로 소시민적 서정과 문명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삶의 우수와 같은 정서가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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