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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 김소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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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너도 주인(主人)업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듸는

끗끗내 마자하지 못하엿구나

사랑하든 그 사람이어!

사랑하든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니웟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떠러저 나가 안즌 산() 우헤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서름에 겹도록 부르노라,

서름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눌과 땅 사이가 넘우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여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든 그 사람이어!

사랑하든 그 사람이어!

 

 

* 초혼(招魂) :

혼을 불러 들임.

발상(發喪)하기 전에 죽은 이의 혼을 부르는 일. 죽은 이가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허리에 대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아무 동네 아무개 복()” 하고 세 번 부름.

(시집 진달래꽃, 1925)


 

작가 : 김소월(1902-1934) 본명은 정식(廷湜). 평북 정주 출생. 오산학교 졸업. 일본 동경 상대 수학. 1920창조낭인의 봄, 그리워등을 발표하며 등단. 영대(靈臺)동인.

 

민요시인, 국민시인, 전통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전통적 율조와 정서를 성공적으로 시화한 대표적인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이별과 그리움에서 비롯하는 슬픔눈물정한 등을 주제로 하며,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해 독특하고 울림이 큰 표현을 이룩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바로 이와같은 특징이 그를 한국 현대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가장 많이 연구된 시인이 되도록 한 것이다.

 

시집으로는 진달래꽃(매문사, 1925)이 있으며, 그가 작고한 후 이에 기타 발표작을 수습첨가해 많은 시집이 발간되었다.

 

 

<핵심 정리>

 

1. 시작(詩作) 배경

비탄을 노래한 절정의 시로 소월의 대표작의 하나인 이 작품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 선 한 인간의 처절한 슬픔을 노래한 시로서 살아서도 사랑을 짓밟기 쉬운 세상에, 이 시는 죽은 뒤에 더욱 그리운 사랑을 노래했다. 또한 치유될 길이 없는 세계와의 단절을 절감하면서도 단절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소월의 숙명적 슬픔을 엿볼 수 있다.

 

초혼의 외치는 소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을 환기한다. 저승으로 뻗치는 사랑의 소리, 유계(幽界)까지를 현실화한 이 시의 주제는그리움이라 하겠다.

 

절절한 사랑에 애타게 그리워하다가 끝내 그 마음을 다하지 못해 절규하는 안타까움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가를 알아본다.

 

2. 성격 : 애상적, 감상적, 전통적, 격정적

3. 경향 : 혼백을 부르는 고복(皐復) 의식이 강함

4. 운율 : 3음보의 율격

5. 어조 : 의지적이며 절규적인 어조, 직접적인 영탄조, 여성적 어조

6. 표현 : 자아의 내면의 간절한 절규가 애절하게 표출됨

7. 관련 설화 - <망부석 설화> *망부석과 관련된 부전가요 - <치술령곡>

8. 시상의 전개

* 1- 육신 없는 이름을 부르는 슬픔

* 2-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회한

* 3,4- 광막한 공간 · 어둠 앞에 선 허무감

* 5- 슬픔의 응집

9. 제재 : 사별한 임

10. 주제 : 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

 

 

<연구 문제>

1. 에는 화자의 어떤 결의가 드러나 있는가?

임의 상실을 상실로 보지 않겠다는 결의

 

2. 화자와 임과의 거리, 또는 임이 없는 이 세상의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을 나타낸 시행을 찾아 쓰라.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3. 사랑의 절규가 가슴 저리게 북받쳐 무엇으로도 풀릴 길 없는 응어리진 슬픔이 되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시어를 찾아 쓰라.

 

4. ‘부서진 이름, 헤어진 이름, 주인 없는 이름등을 통하여 점층적으로 그 뜻을 강조시킨 의미를 시대 상황과 결부시켜 그 대상이 되는 것을 한 단어로 쓰라.

조국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의 화자는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린 저녁 무렵 멀리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대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었지만,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심중에 있던 말 한마디를 끝끝내 들려주지 못했다. 바로 그 사람이 죽고 없다.

 

몸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그 이름은 주인이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머지 않아 임이 없는 적막한 밤이 올 것이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화자에게 이 세상은 너무도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라는 말은 바로 임이 없는 이 세상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 사이는 임과 나, 죽음과 삶의 거리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이 공허함 속에서 설움에 겹도록 임의 이름을 외쳐 불러 보지만, 그 소리는 허공을 비껴 갈 뿐이다. 이 슬픔의 끝에 그는 선 채로 돌이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 무엇으로도 풀릴 길 없는 응어리진 슬픔이 이 의 이미지에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옛날 치술령 고개 마루에 서서 일본으로 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박제상의 아내에 얽힌 망부석 전설과 행상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정읍사를 부르고 선 채로 망부석이 되었다는 백제 여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 감상의 길잡이 2 >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몸을 떠나는 것이라는 믿음에 의거하여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 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儀禮化)된 것을 고복 의식(皐復儀式) 또는 초혼(招魂)이라 한다. 그 의식은 사람이 죽은 직후, 그가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초혼은 죽은 이를 소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랑하던 그 사람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이름이여그 사람이여부르노라와 같은 호칭적 진술을 반복하는 부름의 형식을 통해 고복 의식을 투영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월의 시는 임을 떠나보낸 후의 상실감비탄감을 체념적수동적 어조로 분출해 내는 나약함을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격정적이고 능동적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임의 갑작스런 죽음을 대하는 시적 자아는 사랑한다는 말도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한()을 가슴속에 새겨 넣고 붉은 해가 걸린 서산 마루에 올라앉아 슬피 우는 사슴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허탈한 모습으로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 임과 나는 결코 이어질 수 없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의 절망적 거리로 멀어져 있다는 현실에 체념하지만, 곧바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임의 이름을 부르며 임의 죽음을 부정하는 설움의 극한을 보인다. ‘은 백제의 가요 정읍사나 박제상의 처가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 모티프와 관련이 있으며, 임이 죽은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비원(悲願)을 담은 한의 응결체인 것이다.

 

시적 자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초혼이라는 전통 의식에 맞추어 한 인간의 극한적 슬픔을 말하고 있다. ‘산산히 부서진 / 허공 중에 헤어진 / 불러도 주인 없는이름을 부르는 슬픔을 표현한 1연에 이어, 미처 고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달픔을 말한 2, 허무하고 광막한 시적 공간을 제시하며 슬픔의 본질을 드러낸 34, 그리고 망부석으로 비유된 슬픔을 마지막 5연에서 말하며 임이 떠나간 저 세상으로 간절히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시간적 배경으로 제시된 해질 무렵은 밝음과 어둠의 경계선으로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으로 제시된 공간적 배경 또한 땅과 하늘의 경계, 곧 현실의 세계와 영원의 세계를 구분짓는 것으로, 산 자가 죽은 자의 세계로 다가갈 수 없다는 절망적 한계를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의미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된 시적 자아의 심리적 추이 과정을 살펴보면 대략 충격과 슬픔허무와 좌절미련과 안타까움으로 말할 수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이러한 비극적 세계관을 통해 시적 자아는 자신도 그 죽음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마침내 임의 죽음을 긍정하게 되고 허무의 초극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여러 가지 헤어짐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뜻밖의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일 것이다. 어떤 다른 사정에 따른 이별은 언젠가 만날 때를 기대할 수 있지만, 죽음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대적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노래한다.

 

앞의 두 연에는 무려 여섯 차례의 영탄이 나타나면서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이 처절하게 부르짖어진다. 더구나, 그 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의 마음 속에 있는 말 한마디(그것은 아마도 사랑의 고백일 것이다)를 전하지 못한 터이기에 슬픔은 더 크다. 이제 죽어서 없는 님을 향해 비로소 부르는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는 그러므로 더욱 아프지 않을 수 없다.

 

3, 4연은 이러한 부르짖음을 잠시 거두고 주위의 모습을 통해 슬픔을 객관화된 풍경으로 노래한다.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고, 사슴의 무리는 슬피 운다. 님을 부르는 소리는 허공에 빗겨 가는데, 하늘과 땅의 사이가 너무 넓다고 느껴진다. 이 풍경은 작중 인물의 감정이 투영된 모습이다. 서산 마루에 걸린 해는 머지않아 찾아올 밤을 연상케 하면서 이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의 허탈한 모습을 암시하고, 하늘과 땅 사이의 너무나도 넓은 공간은 허전하게 텅 빈 그의 마음에 대응한다. 이 속에서 설움에 겨워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다만 헛되이 허공을 울릴 뿐이다.

 

이처럼 슬픔의 극한에 달한 심정이 마지막 연의 `'에 담기어 있다. 여기서 `'은 우리의 옛 전설에 흔히 보이는 망부석을 연상케 하면서, 한편으로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그 무엇으로도 풀리게 할 수 없는 슬픔의 덩어리를 말해 준다. , 그것은 슬픔의 돌이며 그리움의 돌이다. 이처럼 격한 어조와 호흡은 시를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의 물결에 휩쓸리게 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이 작품에는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괴로운 경험의 절실함은 또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해설: 김흥규]

 

 

< 감상의 길잡이 4 >

이 시는 사랑하는 임을 잃은 슬픔을 애절한 목소리로 절규하듯이 노래한 작품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 상례(喪禮)의 한 절차인 고복 의식을 빌려 표현하고 있다. 민간에서 흔히 초혼(招魂)’이라 불리는 이 의식은 사람의 죽음이 곧 혼의 떠남이라는 믿음에 근거하여 이미 떠난 혼을 불러들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려는 간절한 소망이 의례화된 것으로서,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사람이 생시에 입던 저고리를 왼손에 들고 지붕이나 마당에서 북쪽을 향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세 번 부르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 초혼은 죽은 사람을 재생시키려는 의지를 표현한 일종의 부름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에는 고복 의식의 문학적 재현을 위한 의도적인 표현 장치가 이루어져 있다. 亡者의 이름을 직접 세 번 부르는 고복 의식의 절차가 재현되어 있는데 - 1연의 이름이여’, 2연의 그 사람이여’, 5연의 이름이여, 그 사람이여3회에 걸친 부름의 형식 - 그것은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더 나아가서는 사랑하던 사람의 재생을 간절히 소망하는 시적 자아의 의지와 염원을 효과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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