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김소월
by 송화은율가는 길 - 김소월
그렵다
말을 할까
하니 그려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져 산(山)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압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라오라고 라가쟈고
흘너도 년다라 흐릅듸다려*.
(개벽 40호, 1923.10)
* 가마귀 :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반영하는 정서적 상관물
* 강물 :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과 삶의 표상
* 흐릅디다려 : ‘흐릅니다그려’의 준말.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전통적인 3음보의 율격을 기본으로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차마 헤어지기 어려운 상황을 설정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을 이루며 전개되는 사랑과 인생의 근원적 원리를 보여 준 작품이다.
▶ 성격 : 전통적, 민요적
▶ 운율 : 3음보의 율격
▶ 특징 : ① 간결한 구조와 탁월한 언어 구사
② 유음, 비음, 모음으로 된 시어의 사용으로 음악적 효과를 거둠.
▶ 구성 : ① 그리움의 내면적 갈등(제1,2연)
② 떠나기를 재촉하는 외면적 상황(제3,4연)
▶ 제재 : 가는 길
▶ 주제 :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
<연구 문제>
1. 아래에 인용된 한시와 '가는 길'의 구성상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가는 길'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지니는 시적 의미를 서술하라.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燃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
☞ 한시의 절구는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구성법을 취했고, 가는 길은 이를 역으로 활용하였다. 전반부는 그리움의 내면적 갈등을, 후반부는 이별을 재촉하는 외면적 상황을 표현하였다.
2. 이 시에서는 화자의 삶의 인식을 반영하는 소재로 ‘까마귀’와 ‘강물’이 제시되어 있다. 두 소재의 대비되는 차이점을 서술하라.
☞ ‘까마귀’는 내면의 정서를 이입한 소재이며, ‘강물’은 떠아는 임의 모습으로 이해될 수 있다.
3. ㉠과 ㉡에 공통적으로 함축된 의미를 두 어절로 쓰라.
☞ 떠남의 재촉. (시간의 긴박성)
4. 이 시의 마지막 연에는 유음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음의 구사를 통하여 강조되는 시적 의미를 10자 이내로 쓰라.
☞ 강물 흐름의 지속성
5. 대상이 내면화되면서 주객(主客)의 융합이 이루어진 시행을 찾아 쓰라.
☞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감상의 길잡이>(1)
기· 승· 전· 결의 전 4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내용상 다시 전반부(제1,2연)와 후반부(제3,4연)로 나누어 볼 수 있게 한다. 전반부에서는 그리움과 망설임이 뒤얽힌 화자의 내면적 갈등이 드러나 있고, 후반부에는 그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적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한시의 이른바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구성법이 도치된 형태로 이해할 수 있겠다.
아마도 이 시의 제3,4연에 나오는 까마귀의 지저귐이나 물의 흐름은 날이 저물고 시간이 계속 흘러 간다는 자연적 배경을 나타낸 것으로 보는 것이 온당할 지 모른다. 그러나 달리 이해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임과 이별해야 할 순간이 오면 누구나 미련과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해가 져서 헤어져야 할 시간,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까마귀’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해 낸 제3연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까마귀’가 화자의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면 제4연의 ‘흐르는 물’은 떠나가는 임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 임이 흐르는 물처럼 떠나가면서 ‘어서 따라 오라고’ 손짓하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떠나는 이 순간에나마 불쑥 던져 보고 싶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야 하는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회한과 자책과 아쉬움에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을 터이다.
<감상의 길잡이>(2)
전형적인 7․5조의 3음보 율격으로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정한(情恨)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심리 상태를 소월 특유의 세련된 말솜씨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승․전․결의 4연 구성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앞뒤 각각 2연씩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단락은 임을 떠나기 싫어하는 시적 자아의 심리적 갈등과 아쉬움을 보여 주고 있으며, 뒷 단락에서는 시적 자아의 그러한 심리를 반영하는 소재로서의 자연이 제시되어 있다.
앞 단락 : ‘그립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나니 그것은 모호하고 유동적인 상태로부터 하나의 분명하고 고정적인 상태로 바뀌어 어렴풋하던 그리움은 분명한 그의 마음이 되어 새삼 못견디게 임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잊고 떠나려 해도 임의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시적 자아는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다시 뒤돌아본다.
뒷 단락 : 지는 해를 배경으로 곳곳마다 까마귀가 울고 있어 떠나는 이의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만들고 있으며, 앞뒤의 강물은 떠나기 아쉬운 그의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이 출렁이며 흘러갈 뿐이다. 이렇듯 소월은 이별의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까마귀’와 ‘강물’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간결한 형식과 탁월한 언어 구사, 특히 유음(流音)과 비음(鼻音) 등의 유성음으로 이루어진 시어는 시적 자아의 떠나기 싫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애잔하게 그려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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