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넋 - 부제 : 치치코프의 편력(遍歷) / 고골리 작(N.V. Gogoli)
by 송화은율죽은 넋 - 부제 : 치치코프의 편력(遍歷) / 고골리 작(N.V. Gogoli)
작품의 아우트 라인
1930년대도 끝날 무렵, 치치코프라는 사나이가 마차를 타고 러시아의 어느 지방 도시의 여관을 찾아드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는 러시아 농노 제도(農奴制度)의 시대로서, 수년에 한번 호적 조사가 행하여질 뿐, 그 동안에 죽은 농노는 호적면에서 살아 있고, 지주는 그들의 인두세(人頭稅)를 물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때, 치치코프라는 천재적인 사기꾼이, 우연한 계기로 문득 이러한 사실에 눈독을 들이고, 지주들에게는 유해 무익한 죽은 농노들을 사들여서, 정부가 개척을 장려하고 있는 남부의 광야 지대의 무상이나 매 한가지인 토지를 손에 넣고, 거기에 문서상으로만 살아 있는 이 농노를 이주시켜서, 유명 무실한 등기서류(登記書類)를 작성하여, 이 농노에 따른 토지를 담보로 국고(國庫)로 부터 거금(巨金)을 타내고자 하는, 기상 천외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는 우선 여관에서 급사로부터, 현지사(縣知事), 부지사, 재판소장, 경찰서장, 전매서장, 국영 공장 감독관 등의 중요 인물을 비롯하여, 근방의 유력한 지주들에 대하여, 그들의 재산에서부터 성벽(性癖)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정보를 알아 내고, 더 나아가서 이 지방의 상태에 대하여, 이를테면 악성(惡性)의 열병(熱病)이라든가, 많은 사자(死者)를 낸 유행성 전염병이라든가, 천연두와 같은 무서운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 따위를 집요하게 물어 보고, 그리고는 자기가 직접 지방 유지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인사를 나나고, 만찬회 같은 곳에서 많은 지주들과 사귀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 죽은 농노들을 사들이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이리하여 독자는 치치코프와 함께 트로이카(러시아의 삼두 마차)를 타고 광대한 러시아를 돌아 다니면서, 죽은 농노라는 괴상한 [상품]의 매매 거래를 통하여 들어나는 세태의 치부를 구경한다. 독자들은 이 속에서, 감상가(感傷家)이자 호인이지만, 머리 속은 텅 비어서, 살아 있는 생활과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하여 죽음과 같은 무관심 밖에 가지지 못한 마니로프, 사람됨이 조금 모자라는 것 같으면서 사물의 처리에는 신경질적으로 치밀하고 인색한 코로본치카, 난폭한 데다가 허풍선이자 도박 광이고, 술집과 장에서 영웅 행세를 하면서, 정력의 낭비만은 일삼는 노즈도리요프, 덜렁대고 욕심이 많은 러시아적 타이프의 사바케뷔치, 세계 문학에 나타난 최고의 수전노를 뺨치는 인색한 쁘류시킨 등등, 봉건 사회의 농노 제도에 의하여 외곡된 정신적 불구자들의 생태를 자세히 엿보고, 처음에는 웃다가, 차츰 우울해지고 마지막에는 울어 버리게 된다.
작자가 의도한 것은 러시아의 지옥편(地獄編)을 써내는 것이었는데, 독자들은 이 서사시(敍事詩)에서 [기묘한 관찰과 자유 자재한 수법으로 묘사된 여러 형태의 인간들의 일종의 풍속화]를 구경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 하이라이트
주인공 치치코프를 비롯하여,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을 보면, 작자는 인간의 개성보다도 오히려 인간의 형을 그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들 인물들을 하나의 형(形)으로서, 전 인간의 대표적인 상징으로서, 각자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고, 이들 인물들은 사실(寫實)을 압축한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치치코프는 사기를 계획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악당이 아니고, 다만 금전 욕에 눈이 먼 사내에 지나지 않는다. [뭐니 뭐니해도, 돈이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 스러운거야. 친구니 벗이니 하는 자식들은 너를 속이거나, 네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맨 먼저 너를 배신하거나 하지만, 돈은 네가 아무리 어려운 재앙에 부딪치고 있어도, 절대로 배신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고,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밀고 나갈수 있는 것이야]----- 이것이 소년 시절에 아버지가 들려 준 교훈이다. 그는 부(富)의 추구에 대하여서는 절대로 주저하지 않으나, 동시에 기회가 올 때까지는 놀랄만한 인내력을 발휘한다. 무슨 일에나 부지런히 뛰어 다니고, 애교가 있고, 예절 바르게 보이고, 사람의 마음을 잘 포착하고, 세련된 몸가짐, 말 재주 등으로 보아, 분명히 명망가(名望家)의 전형이다.
요컨대, 그는 소피스트(궤변자)이자 아폴로지스트(달변가)이며, 그의 특수한 재능은, 착취 사회에 있어서의 가장 비인간적인 죄상을 멋지게 감싸 숨겨 준다. 벨린스키는 치치코프의 인간성을 당시의 의회 의원들과 결부시켜서, [그들은 치치코프와 똑 같으며, 다만 다른 점이란 그들이 입고 입고 있는 의복뿐이다...... 글들은 살아 있는 혼을 몰래 사들인다. 의회의 깡패들은 지방 재판소의 깡패들보다는 교양을 쌓고 있다. 그러나 양족이 나쁜 점에서는 모두 똑 같은 놈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자의 생애
고골리(Nikolai Vasilievich Gogoli) 러시아의 작가. 1809 년에 우크라이나의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연극을 좋아하여 극작가, 감독, 배우를 겸하는 직능이 풍부한 위인이고, 어머니는 종교심이 두텁고 공상을 좋아하는 성격으로서, 고골리는 아버지로부터 문학의 재능, 어머니로 부터는 종교심을 이어 받았다. 그는 소년 시절을 전설과 민화(民話)와, 춤과 유우머와 아름다운 남국의 자연 속에 싸여 자랐다. 13살 때, 집을 나와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이 시절에 이미 문학과 연극의 재능이 나타나고 있다.
1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자활의 길을 찾고자 페데르부르크로 상경하였으나, 회색의 안개가 짙은 낯선 도시는 의지할 곳 없는 시골 청년에게는 너무나 냉혹하였다. 그는 직업 배우를 지망하였으나 실패하고, 말단의 관리가 되었으나, 비굴한 소관리(小官吏) 근성이 몸에 배이는 것을 두려워하여 퇴직하였다. 고향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바라 보며 공상의 날개를 띄어, 민간 전승(民間傳承)을 바탕으로 한 단편집 [디카니카 근교 야화(近郊夜話)]를 써서 푸시킨의 격찬을 받았고, 이에 힘입어 낭망주의적인 문집(文集) [미르고르드] [아라베스크]를 발표하여, 벨린스키의 인정을 받았다. 이 중의 두 작품 [옛날 기질의 지주들] [두 이반의 싸움]에서는 사실주의에로의 이행(移行)을 엿볼 수 있다.
1836년, 통렬히 러시아의 왜곡된 사회상을 비판한 사회 풍자극 [검찰관]을 발표하였으나, 반동파의 맹렬한 비난을 받아 이탈리아로 탈주하고, 여기서 장편 [죽은 넋]을 집필하여 42년에 발표하였다. 이 무렵부터 자기 내부의 문학과 종교의 분열에 고민하기 시작하고, 이 양극 사이를 헤메다가 정신의 안정을 잃고, [우인과의 왕복 서간초(往復書簡抄)]를 써서, 벨린스키 등의 신랄한 비판을 받기도 하고, [작가의 참회]를 써서 문학에로의 복귀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1852년 마침내 문학이라는 악마의 유혹에 패배한 자신을 저주하고, [죽은 넋] 제2부를 불살라 버리고 광사(狂死)하였다.
명문구 낙수
[그리고 다른 민족이나 나라들은, 힐끔 곁눈으로 보면, 황급하게 옆길로 비켜 서서, 이 트로이카에게 길을 내주는 것이었다.]( [죽은 넋]의 마지막 결문(結文)) *질주하는 트로이카는 러시아. 이 말은 오늘날에도 통하는 함축성있는 말로서 자못 흥미가 크다. [프랑스인은 40이 되어서 15,6살 난 어린애 같다 해서, 뭐 우리들까지 그런 흉내를 낼 필요는 없쟎니.]([죽은 넋]에서) [무엇이나 그 순서와 장소와 시간이 있는 법이다!]([죽은 넋]에서)
심화 자료
고골리는 기묘한 천재로서, 주제(主題)를 생각하는 것보다, 주어진 주제를 요리하는 것이 교묘하였다고 한다. [죽은 넋]이나 [검찰관]도 이것들은, 고골리에게 어울린다고 하여, 모두 푸시킨으로부터 주어진 주제들이다.
고골리의 초기의 우크라이나 주제의 작품들은 공상과 현실이 혼합되어 바로 푸시킨이 말하는 청춘의 노래로서 무한한 꿈을 독자들에게 심어 주었다. 같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화가 샤갈의 초기의 작품의 화제(畵題)가 된 것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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