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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기 / 해설 / 김남조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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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기-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 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후략>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김남조의 시에 흐르는 일관된 주제는 사랑이다.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인간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보이면서 사랑을 노래했고, 종교적인 사랑과 계율, 인내와 윤리 등을 시적으로 승화했다.

이 시에는 순수한 삶을 지향하는 종교적 희원이 담겨 있다. 인간적 고뇌, 비애, 고독 등을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한, 그의 시의 특징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시행을 자유롭게 배열하면서도 유연한 리듬을 살리고 있다.

성격 : 낭만적, 종교적, 애상적

심상 : 시각적 심상

어조 : 애상적 어조

특징 : 작자는 ()’에 자신의 마음을 합일(合一)시키고 있다.

애상적 정서를 밑바탕에 깔고, 비애를 극복하며 영혼을 구원받으려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구성 : - 고독한 자아(1)

- 고뇌, 번민하는 자아(2), 평온과 안정을 되찾은 자아(3)

- 후회 없는 순수한 삶에 대한 바람(4), 초월적 존재에 대한 희구(5)

- 울며 기도드리는 자아(6,7)

제재 : 기도

주제 : 순수한 삶에 대한 열망과 종교적 희원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가 표상하는 의미를 생각하여 화자가 궁극적으로 희구하는 바를 20자 내외로 쓰라.

순수한 삶과 절대자에의 완전한 귀의

 

2. 이 시의 바탕에 깔려 있는 정서를 25자 내외로 쓰라.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에서 오는 애수와 비애

 

3. ‘()’는 화자의 마음과 합일시키고 있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1연과 제6연의 내 마음은 한 폭의 기()’의 차이점을 한 문장으로 쓰라.

1연은 화자가 깨달음을 얻기 전의 상태이며, 6연은 화자가 깨달음을 얻은 후의 상태이다.

 

4. 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구를 찾아 쓰라.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

 

 

< 감상의 길잡이 1 >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한 폭의 ()’에 비유하고 있다. 한 폭의 기()에 견주어질 수 있는 화자의 마음의 상태가 어떤 것일까가 궁금해진다. 문면(文面)으로 볼 때 화자인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견딜 수 없어 차분히 눈길을 걸으며 뉘우침비애의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 그러나 끝내 벗어날 길 없는 숙명과도 같은 인간의 굴레 때문에 그는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시공속에서 혼자 울고 때로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몸부림일 터이다. 그러나 화자의 이 괴로움을 보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5연의 내용으로 보건대 화자의 심적 갈등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이 없음에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벗이 많이 있어도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말할 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막막할까. 이 막막한 심정이 허공에 걸린 깃발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리라.

 

 

< 감상의 길잡이 2 >

모윤숙, 노천명의 뒤를 이어 여류 시인 계보를 이은 대표적 시인인 김남조의 시 정신은 사랑이다. 김남조의 사랑은 초기시의 인간적, 지상적(地上的) 사랑에서 후기시에 이르면 근원적, 초월적인 방향으로 심화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여 마음 속의 갈등과 번민을 극복하고 순결한 영혼과 평화로운 안식을 갈구하는 자신의 소망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그리워하는 대상은 단순한 연가(戀歌) 속에 등장하는 애정의 임이 아닌, ‘하얀 모래벌 같은 마음씨의 벗과 같은 임으로 인간 존재의 무거운 비애를 초월한 분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깃발이라는 구체적 사물에 마음을 비유하여 모든 욕망과 번뇌, 갈등을 극복하며 그와 같은 임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망을 가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제목 <정념의 기>에서 은 곧,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은 신()에 대한 염원으로, ‘는 자신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감상의 길잡이 3 >

이 작품은 마음 속에 움직이는 갈등, 번민을 넘어서서 영혼의 순수함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한 시이다. 마음을 깃발이라는 구체적 사물에 비유하여, 간절한 소망과 기도의 자세를 가시적(可視的)으로 형상화했다.

 

김남조의 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초기시에서는 섬세한 감성과 정감으로 사랑의 그리움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았고, 후기시에 와서는 종교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사랑의 의미를 지상적(地上的)인 것에서 보다 근원적, 초월적인 방향으로 심화시키는 쪽으로 변화했다. 위의 작품에는 이러한 후기시로 옮겨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에서 시상의 주축이 되는 두 요소는 `스스로의 / 혼란과 열기'라는 구절과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 고요한 꽃잎인 양 쌓여가는 / 그 일'이라는 구절 속에 담겨 있다. 앞의 것이 인간 존재의 욕망, 번민, 갈등에 해당한다면, 뒤의 것은 이러한 것들을 고요하게 다스리고 고요한 내면 세계의 평화를 성취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마음을 은유하여 표현한 기()는 바로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앞의 요소들을 극복하고 후자의 경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 작품이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일반적인 연가(戀歌)의 님과 달리 뜨거운 애정의 상대자가 아니라 모든 열정으로부터 초탈한 마음을 지닌 벗이다. 즉 열정을 초월하고, 지극한 비애조차도 잔잔하게 다스려서 `맑게 가라앉은 /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에까지 도달한 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경지가 곧 이 작품이 지향하는 궁극적 지점이다. [해설: 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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