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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 너머 남촌(南村)에는- 김동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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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머 남촌(南村)에는 -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2

<중략>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조선문단 18, 1927.1)


< 감상의 길잡이 1 >

이상향을 추구하는 시인의 욕구가 자연과 융합되어 자연의 운율적 질서와 동화됨으로써 민요적 리듬을 창출하고 있는 이 작품은, <국경의 밤><북청 물장수>에서 보여 준 북방의 억센 사투리와 강한 남성적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 구사와 여성적 어조로 표현되어 있어, 시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은 <국경의 밤>, <눈이 내리느니>와 같은 작품에서는 북방의 춥고 어두운 겨울을 배경으로 암울한 시대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데 반해, 이 시에서는 겨울이 없는 남촌을 무대로 하여 그가 그리워하는 이상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진달래 향기보리 냄새호랑나비떼종달새 노래로 대표되는 사랑과 평화의 낙원으로서의 남촌이 지니고 있는 희망과 사랑의 이미지는 시인으로 하여금 배나무 꽃 아래 서 계실 이 비록 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더라도, 내게 전해 주는 사랑의 노래는 봄바람을 타고서 계속 들려오는 것으로 믿게 하는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2 >

가 보지 못한 산 너머 남쪽 마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자연물과 자연현상으로 표현한 이 시는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시가 노래로 불리워졌다는 것은 이 시가 노래로 제작되기에 알맞은 음악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 산너머 - 남촌에는 - 누가 살길래 / 해마다 - 봄바람이 - 남으로 오데' 처럼 한 행이 세 마디로 끊기고 그것이 반복되는 세 마디짜리 리듬으로 드러나는 음악성에, `봄바람', `하늘 빛깔', `배나무' 등을 각 수에 배치한 변화는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생동감 있는 시의 구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복과 변화에, 미지의 마을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그 곳에 사는 사람아마도 이성(異性)일 듯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어우러져 활달하면서도 정다운 정서를 보여준다.

 

산너머 남촌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그 때문에 남촌에 대한 상상은 더욱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진달래 향기', `보리 내음새' 등의 냄새와 `금잔디의 호랑나비와 종달새의 노래'인 소리로 맡아지고 들려오면서 그 그리움은 더욱 생생하게 깊어진다. 소리와 냄새로 생생하게 자극되고 느껴진 그리움으로 화자는 `배나무 꽃' 아래에 선 누군가를 보러 남촌이 보일만한 언덕에까지 오르지만 구름에 가리어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화자는, 첫 수와 둘째 수에서 불러온 자신의 노래에 담긴 그리움이 남촌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남쪽 하늘 빛과 화자가 언덕에서 부르는 노래를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에게 전하는 자신의 노래가 `고이' 전해지리라는 것을 믿는 소박한 마음이 더욱 커다란 그리움과 인상으로 남는다. `남으로 오데', `좋데나', `섰다기' 등의 토속적 어휘와 의도적인 줄임말은 자수율 조정을 위한 축약이기도 하지만 화자의 애틋하고 수줍은 마음을 여운으로 표현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해설: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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