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 해설 / 김광규
by 송화은율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김광규(金光圭)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풍자시
성격 : 상징적, 직설적, 비판적
어조 : 말을 거는 듯한 대화체의 독백적 어조
구성 :
제재 : 자가운전자, 자동차
주제 :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
내용 연구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물질 문명에 얽매여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
네가 벌써 자동차[현대 물질 문명의 상징]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 면허증을 따고 자동차를 갖게 된 대견함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차의 속도감]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자연에 대한 사랑]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없고 / 동정심이 없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앞만 보고 달려가는 자동차 문화의 속성을 통해 현대인의 문제점을 지적]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물질 문명에 물든 현대인의 속성]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자동차가 지니는 편리성과 속도감에 길들여진 너]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함께 보내는 삶으로 자동차와 대조됨]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 더욱 바빠지고 빨라지는 삶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면
너무 가볍게 멀어져 가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이 무거워진다 - 가볍게 살아가는 삶에 대한 안타까움
이해와 감상
이 시는 현대인의 물질 문명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소재로 하여 편리함을 추구하며 물질에 얽매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 같은 근원적인 소중한 가치를 잃고 생활하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보이고 있다. 물질 문명은 인간이 보다 편리한 생활을 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도리어 그것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젊은이가 운전면허증을 따게 된 이유는 시적 화자도 기여하고 있음을 작품의 초반부에서 읽어낼 수 있다. 결국 이 시적 화자가 의식하고 있던 못하고 있던 젊은 운전자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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