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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上行) / 해설 / 김광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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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上行) - 김광규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다오.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김광규(金光圭)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운율 : 내재율

 어조 : 반어적, 풍자적 어조,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어조

 성격 : 반어적, 비판적, 상징적

 제재 : 상행 열차 차창 밖의 풍경, 상행 열차 안팎의 풍경

 구성 :

  1~ 5행 : 상행선 기차에서 발견한 자아의 비판 의식

  6~11행 : 열차 안과 밖의 풍경 비판

 12~19행 : 언론을 억압하는 현실 비판

 20~29행 : 사고와 표현을 제한하는 현실 비판

 주제 : 일상에 안주하며 소시민적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잘못된 근대화에 대한 비판, 독재 권력과 근대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소시민적 의식에 대한 반성, 소외된 농민의 고통에 무관심한 소시민의 속물적 태도에 대한 비판

 특징 :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적이고 반어적인 어조를 사용하여 오도(誤導)된 근대화의 현실을 풍자하고, 근대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여 주제를 형상화(形象化 :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어떤 방법이나 매체를 통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상으로 나타냄. 특히 어떤 소재를 예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이른다)함.

 출전 : 반달곰에게(1981)  

 

 

 

내용 연구

상행(上行 :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감을 의미하는데 '상행'이라는 말에는 중앙 집권적인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이 담겨 있음)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계절적 배경과 시간적 배경이 나타남)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 경기도 남부에 있는 시. 농산물과 소금·새우·조기 따위의 수산물을 산출하며, 명승지로 무성산·농성(農城) 따위가 있다. 1995년 5월 행정 구역 개편 때에 송탄시와 평택군을 통합하여 도농 복합 형태의 시를 이루었다. 면적은 451.55㎢. 평택이 무너지나 아산이 깨어지나 ①양쪽의 힘과 기세가 서로 비슷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②서로 싸울 때 끝까지 겨루어 보자고 벼르며 이르는 말.)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聽者 : 청자)는

 

문득 낯선 얼굴(근대화로 인해 달라진 모습, 혹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지닌 존재)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차창 밖의 풍경에서 근대화로 인해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되더라도 그 변화가 진정한 자신의 변화가 아님을 인식하라는 의미, 여기서 너의 모습은 현실에 순응해 버린 자아상으로도 볼 수 있음)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청자에게 익숙한 민중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

낯익은 얼굴들(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고 있는 평범한 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소시민의 안일한 삶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있음)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1970년대 정부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주변의 초가집 지붕을 기와나 함석으로 바꾸고 거기에 페인트칠을 하여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지 못하고 눈에 거슬리게 된 것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으로 당시 군사독재 정권이 농촌을 개량한다는 미명 아래 새마을 사업을 실시했는데 그 일환의 하나로 전통적인 초가집들의 지붕을 반강제적으로 slate 지붕으로 바꾸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서민들의 삶과는 유리된 개발이었고, 주변의 경관과는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었다. 비가 오면 그 시끄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몸을 작게 바르르 떠는) TV 안테나들(철학적 깊이가 없는 천박한 근대화를 상징하는 말로 불안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음)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현실 문제에 대한 외면)

고개를 끄덕여다오.(현실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갖지 말고 부정적인 현실을 긍정하라는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우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반어적 표현이다. 당시 주간지를 대표하는 것은 SUNDAY SEOUL이었음.) - 상행 열차 차창 밖의 풍경, 겉모습만 근대화된 현실 비판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근대화라는 명목 아래 파괴된 환경의 희생양들)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다오.(모든 언론이 정권에 의해 장악되어 통제되어 있는 현실을 반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당시의 언론은 정권의 꼭두각시였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창간된 언론이 '한겨레신문'이었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새마을 노래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졌음)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표면상으로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표면적인 이미지이지만 반어적 표현임)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다오.(외형적인 경제 성장을 말하는 것으로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안테나’ 등의 소재들은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서민들의 삶과 유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자유로운 사고나 표현이 제한되어 있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이고, '주간지', '맥주', '콜라'를 즐기는 것으로 비판적 사고를 대신하라는 것은 반어적 표현인 셈이다. 이 시는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했던 군부 독재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이러한 정책에 순응했던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 부정적 현실에 귀 막는 삶,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한 삶의 모습 비판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다오.(문제 의식을 갖지 말아 다오, 그 당시 일부 교육자들이 의식화 교육을 시도하려고 했는데 빨갱이로 몰렸음)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다오. (현실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현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 분위기를 비판하는 반어적 표현이다. '보다 긴 말'이란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비판을 의미.)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눈앞에 당면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시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우리하고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로 당시에 축구 강국은 모두가 군사독재정권들이었다.)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외형적인 성장으로 '국민총생산'을 의미하며 Gross National Product의 약자)와 증권 시세(자신의 경제적 관심사)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부정적인 현실에 침묵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청자인 '너'로 대표되는 이들의 소시민적 의식에 대해 반어적으로 비판하고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과 화자 자신인 '나'까지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부정적 현실에 침묵하는 삶, 소시민적 삶에 대한 비판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서정적 화자가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바라본 1970년대 우리 나라의 모습을 그렸다. 1970년대는 우리 나라가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근대화가 진행되던 시기이지만 화자의 눈에 비친 근대화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가 목격한 근대화는 진정한 근대화가 아니라 전시 행정적인 형태의 것이다.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안테나들’은 그 겉모습으로 하여 발전된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지 것같지만 실상은 서민들의 삶과는 유리된 것이다. 특히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이란 주변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정부에서 근대화를 선전하기 위하여 강제로 추진한 주택 개량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없이 또 진실을 알려는 노력 없이 안일하게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삶은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좀더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화자는 자신을 포함한 이런 소시민들의 삶에 대해서도 반어적 방법으로 비판하고 있다.(출처 : 동아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1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상행 열차를 타고 바라본 1970년대의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근대화를 비판하고 있다. 그가 목격한 근대화는 진정한 근대화가 아니라 전시 행정적인 형태의 것이다.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정부에서 근대화를 선전하기 위해 강제로 추진한 서민들이 삶과는 유리된 주택 개량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이란 권력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반어적인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화자는 정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해달라고 반대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반어적인 수법으로 쓰여졌다.

 

 

 심화 자료

 

 김광규(金光圭:1941~ )

 서울 출생. 1975년 <문학과 지성>에 시 ??물의 소리?? 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그의 시는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자신의 소시민성을 비판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시를 쉽게 읽히게 만드는 저력이자 그의 시가 갖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력이다. 시집으로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 『반달곰에게』(1981), 『아니다 그렇지 않다』(1983), 『크낙산의 마음』(1986), 『좀팽이처럼』(1988), 『아니리』(1990), 『물길』(1994) 등이 있다.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 시를 해석해 보자.

새마을 운동의 결과로 사회 개발의 측면, 특히 농촌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곧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인 가운데 무엇보다 교육 수준과 문화 생활 수준에서 진전이 있었다.

 

문화 생활 수준의 경우, 농가 소득 수준의 향상과 농촌 전화(電化) 사업의 전국적인 확대로 농촌의 문화 생활품, 특히 가전 제품의 보유율이 늘어난 것은 당연했다. 흥미 있는 사실은 가전 제품 가운데 수상(受賞) 마을은 실용적 소비 성향을 말해 주는 녹음기 보유율이, 일반 마을은 전축 같은 장식용 내지 과시성 용품의 보급이 높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각종 농업 관계 기술 서적에 대한 접촉과 독서량이 많아졌다. 이는 주민들의 행태를 합리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었고 나아가서 감정적, 정서적 행동에서 목표와 관련된 합리적 행동으로 변개(變改)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자기들의 미래가 개척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 새마을 운동 중앙회의 홈페이지'에서>

 

 

새마을 노래

♪ 가사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서로서로 도와서 땀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 부자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 새조국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힘으로 만드세

(박정희 작사 / 작곡 )

 

♬ 해설

1970년초의 전국지방장관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농민, 관계기관, 지도자간의 협조를 전제로 한 농촌 자조노력의 진작 방안을 연구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는데, 이것이 새마을운동을 기획, 집행한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농촌을 대상으로 한 새마을운동을 왜 국가 원수가 직접 발의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정설은 공업화 우선 정책하의 당시에 농촌이 후진성을 크게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의 견해라 하더라도 북한의 '천리마 운동'등에 반응한 냉전의 한 산물로 보는 사례도 있으며, 또한 당시의 고도로 권위주의적이며 경직된 국내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긴장완화적인 정치적 조치라고 보는 이도 있다.

 

새마을운동은 전국적인 규모로 개별적인 자연촌락을 대상으로 하여 하행적으로 하달된 사업 지침을 따라서 밀고나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목표를 비교적 단기간 내에 성취할 수가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적어도 민주국가에서는 보기 드믄 일로써,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국제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다.

 

1960년대와 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들었던 노래가 「새마을 노래」다. 극장, 학교, 직장, 가정, 기념식장 등 어디에서나 방송과 스피커, 라디오를 통해서 거의 기계적으로 들려졌던 노래다. 「새마을 노래」는 박정희 대통령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0년대 초반까지도 마을의 새마을 회관의 스피커를 통해서 주민들의 새벽잠을 깨웠던 노래다. '잘 살아보자'는 각오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이 땅에서 초가 지붕을 날아갈 듯한 스레트 지붕으로 바꾸어 놓았고, 비만 오면 발목까지 빠지는 진창길을 말끔하게 단장케 하였다. 이 새마을운동이 큰 효과를 거두었음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주제가격인「새마을 노래」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만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들렸던 까닭에 '듣기 좋은 노래도 세자리 반'이라는 농담처럼 지겨움을 느끼게하였고, 나중에는 '헌마을 노래'라는 우스개 소리가 한 때 유행한 적도 있었다.

 

(출처 : http://guno.pe.kr/html/04hissongs/historysong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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