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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유혹 / 해설 / 김광규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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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유혹 - 김광규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김광규

성격 : 성찰적, 문명 비판적, 의지적

구성 :

1행~6행 : 플라스틱 물건 같은 몰개성적인 삶에 대한 회의

7행~9행 : 사라진 대장간에 대한 그리움

10행~18행 : ‘무쇠낫’이나 ‘호미’가 상징하는 진정성 있는 삶에 대한 열망

19행~25행 : 지난 삶의 회한과 진정성 있는 삶의 소망

 

주제 :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통해 자신의 본질적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의지 /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소망 / 진정성 있는 삶을 되찾고 싶은 열망

특징 : 대조의 방식으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내용 연구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현대인의 노동 상실]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대량 소비 사회]

망가지면 내다버리는[편의적이고 일회적인 가치에 매몰된 삶을 압축적으로 표현]

플라스틱 물건[쓸모없고 하찮은 존재 / 현대문명 사회의 일상적 삶 / 무의미한 삶 /안일한 삶]처럼 느껴질 때[현대문명사회에 대한 비판적임 / 자신의 안일한 삶에 대한 비판]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 개성 없고 가치 없는 삶에 대한 절망

현대 아파트[홍은동 사거리와 같은 의미로 현대 사회, 치열한 삶이 없는 터전 ↔ 털보네 대장간]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전통적 삶의 양식과 가치가 있는 삶이 존재하는 생산적 공간]을 찾아가고 싶다 – 털보네 대장간을 가고 싶은 마음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무쇠를 불려서 만든 쇠붙이의 하나]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대장간에서 불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 위에서 벼리고[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듦]

숫돌에 갈아[새로운 삶을 위한 과정 / 단련되고 고통을 이겨 내 의미 있는 존재로 바뀌는 과정]

시퍼런 무쇠낫[‘플라스틱’과 대비되는 가치 있는 존재]으로 바꾸고 싶다[새로운 태어남 / 삶의 변화 / 비판적 삶의 태도]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

꼬부랑 호미[‘플라스틱’과 대비되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 가치 있고 진정성 있는 삶에 대한 열망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적 표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무의미한 일상적 삶 / 문명사회에 찌들어 살아온 삶]이

온통 부끄러워지고[개성 없이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직지사 해우소[해우(解憂)의 뜻은 근심이 풀림. 또는 근심을 푼다는 말로 불가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라고 함.]

아득한 나락[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 상황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지옥을 이름]으로 떨어져 내리는

똥덩이[하찮고 의미 없는 존재, ‘플라스틱 물건’을 의미함 / 화자가 자신의 인생을 비유하는 대상으로 배출해야만 깨끗하다고 느끼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적 소망으로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음 / 관련 고사 성어로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 언젠가 한때 새로워진다면 나날이 새로워질 것이고 또한 새로워질 것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제목은 ‘대장간의 유혹’이다. 이때 ‘대장간’은 어떤 공간이고, ‘유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해야 제목을 통해 시를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대장간’은 지금 사라지고 없지만 많은 쇠를 단련하여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만드는 생산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자신도 그런 공간에서 연단되어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보여 주고 있다. 또 ‘유혹’은 화자의 소망을 보여 주는 말인데, 무가치한 존재가 아닌 진정 가치 있는 존재로 거듭나고 싶은 갈망을 ‘유혹’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자신이 일회용 플라스틱 물건처럼 쓸모 없는 존재’라고 생각될 때 지금은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어한다. 여기서 '플라스틱 물건'이란 현대의 물질 문명 사회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생산자의 정성과 혼이 깃들어있기 보다는 물질적인 이윤 추구와 관련이 깊은 물건을 뜻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털보네 대장간에서 만들어지는 정성과 혼이 담겨 있는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 숫돌에 갈아 /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 꼬부랑 호미가 되어 /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결국, 화자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日新日新 又日新 (일신일신우일신)’의 다짐을 하고 있다.

 

 또한, 시적 화자는 이런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통해 자신의 본질적 자아을 찾고자 하거나 혹은 문명사회에서 일상적이고 무의미한 삶에 젖어 사는 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의지를 그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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