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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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5월22일

 인생이란 그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일이지만, 내게서도 이런 감정은 떠나지 않네. 인간의 모든 활동적이고 연구적인 힘을 제한해 버린 속박을 보게 될 때면, 우리의 가련한 존재를 연장시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목적도 없는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 온갖 활동력을 경주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리고 무엇에 대한 연구를 어느 점에서 만족한다는 것은 우리가 갇혀 있는 사방 벽에 화려한 형상이나 밝은 풍경들을 그려 놓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하나의 몽상적인 체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 빌헬름이여, 이 모든 것이 내 입을 막아 버리고 만다네. 그러면 나는 내 자신의 내면으로 되돌아가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네! 현실과 생생한 힘에 있어서보다는 오히려 예감과 어두운 욕망 속에서 말일세. 그럴 때면 모든 것이 내 감각 앞에 떠오르게 되고, 나는 꿈꾸는 듯이 계속하여 이 세상에 미소를 보내고 있다네.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것을 소망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학식 높은 교장 선생님이나 가정교사들 모두 의견이 일치하고 있네. 그러나 성인(成人)들도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상에서 비틀거리며 헤매고, 그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진정한 목적에 따라 행동하지도 못하고, 아이들처럼 비스킷이나 케이크나 자작나무 채찍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기꺼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런 것은 아주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이라는 걸세.

 

여기에 대하여 자네가 무슨 말을 하리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런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네. 즉,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매일을 살아가며 인형을 질질 끌고 다니고, 거기에 옷을 입히기도 하고 벗기기도 하며, 엄마가 설탕 바른 빵을 넣어 둔 서랍 부근을 아주 조심스레 살금살금 걸어다니다가 드디어 원하던 것을 찾아내어 볼이 불록하도록 다 먹어치우고서는“더 줘!”하고 외쳐 대는 사람들 말일세. 이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라네. 또한, 아무 가치도 없는 자기 일이나 심지어는 자신의 정열에까지 화려한 이름을 붙이고, 그것으로 인류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크나큰 역할을 했다고 기록해 두는 사람들 역시 행복한 사람이라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해도 좋네 !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어디로 흘러가는가를 겸손하게 인식하는 사람, 소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조그만 정원을 낙원처럼 손질하며 즐거워하고, 불행한 사람도 무거운 짐을 진 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이 밝은 햇빛을 단 일 분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 그래. 그런 사람은 침묵을 지키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하나의 세계를 형성해 내고 있으며, 또한 그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역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아무리 제한을 받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언제나 달콤한 자유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으며, 자기가 원할 때엔 언제라도 이 감옥을 떠날 수가 있는 거라네.

 

5월26일

 자네는 오래 전부터 내 기분을 알고 있었겠지만, 난 어떤 은밀한 장소로 옮겨가서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온갖 제한을 받으며 그 곳에 숨어 살고 싶네. 한데 여기서 다시 내 마음을 끄는 조그만 장소를 발견했다네.

 

 시내에서 약 한 시간쯤 떨어진 곳에 발하임(독자는 이 장소를 찾아 내려고 쓸데없는 노력을 기울이지 말기 바란다. 불가피하게 원본에 나오는 진정한 이름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 원주)이라고 하는 장소가 있다네. 어느 언덕에 자리잡은 그 위치가 참으로 재미있는데, 저 위 마을로 향하는 소로(小路)를 따라가자면, 갑자기 온 계곡이 내려다보인다네. 나이에 비해서 시원스럽고 명랑한 마음씨 착한 여주인이 포도주와 맥주와 커피를 팔고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두 그루의 보리수인데, 이는 주위의 농가와 창고와 안마당으로 둘러싸인 교회 앞의 좁은 광장을 활짝 펼쳐진 가지들로 뒤덮고 있다네. 그렇게도 정답고 그렇게도 은밀한 장소를 발견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닐세. 나는 음식점에서 조그만 테이블과 의자를 하나 그리로 내다 놓게 하고 거기서 커피를 마시며 호메로스를 읽었다네. 어느 화창한 오후 처음으로 우연히 이 보리수 아래로 찾아왔을 때 이 장소는 무척 한적했었지. 모두들 들판에 나가고 없었고, 네 살쯤 된 사내아이만이 땅바닥에 앉아서 태어난 지 여섯 달밖에 되지 않는 아기를 두 다리 사이에 앉혀 놓고 두 팔로 감싸안아 자기 가슴에 기대도록 하여 마치 안락의자처럼 해 주고 있었다네. 검은 두 눈을 사방으로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보아 무척 활발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얌전하게 앉아 있었네. 그 모습이 무척 내 마음에 들었다네. 그리하여 나는 맞은편에 놓인 쟁기 위에 주저앉아 한없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이 형제의 모습을 스케치해 보았지. 그리고 옆에 있는 울타리와 창고 문짝과 몇 개의 부서진 마차 바퀴들을 모두 있는 그대로 나란히 그려 넣었다네. 한 시간쯤 지난 후에 나는 내 생각은 조금도 보태지 않고서 아주 흥미 있고 훌륭하게 정리된 그림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네. 그것은 앞으로는 내가 자연에만 의지하겠다는 의도를 더욱 강하게 해 주었네. 자연만이 무한히 풍부하고, 자연만이 위대한 예술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네.

 법칙의 장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데, 이는 마치 시민 사회를 칭송할 수 있는 것과도 같다네. 법칙에 따라 교육받은 사람은 결코 멍청한 짓이나 나쁜 짓을 저지르진 않을 것인 바, 그것은 여러 법률과 복지를 통해 자라난 사람이 결코 견딜 수 없는 이웃이 된다거나 괴팍스런 악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그러나 뭐라고 떠들어대도 할 수 없겠지만, 온갖 법칙이란 자연의 진정한 감정과 자연의 진정한 표현을 파괴해 버리고 말 걸세! 자네가“그건 너무 가혹한 말일세! 법칙이란 다만 제한을 가하는 것이며, 너무 우거진 덩굴을 잘라 내는 것이라네.”하고 말한다면 - 사랑하는 친구여, 그렇다면 비유를 한가지 들어 볼까? 그것은 사랑과도 같은 것일세. 한 젊은이가 어떤 처녀에게 마음이 끌려서 하루 종일을 그녀 곁에서 지내며, 매 순간순간을 그 처녀에게 완전히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의 모든 힘과 모든 재산을 탕진해 버렸다고 하세. 그런데 그 때 어떤 속된 인간, 즉 공직에 있는 남자가 찾아와서는 그 청년에게 “여보게, 젊은이! 사랑이란 인간적이라네. 그러니 자네는 인간적으로 사랑해야만 할 걸세! 자네 시간을 나누어서 하나는 일하는 데 바치고, 나머지 휴식 시간을 자네의 연인에게 바치도록 하게. 그리고 자네의 재산도 잘 계산해서 자네가 필요한 데 쓰고 남는 것이 있어서 그녀에게 선물을 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네. 그러나 너무 자주 해서는 안 되고 그녀의 생일이나 행사 때 하도록 하게." 하고 말한다면 - 그리고 그 젊은이가 그 말을 따른다면, 그는 유용한 젊은이가 될 걸세. 나라도 그를 관청에 취직시켜 달라고 어느 영주에게든 부탁하고 싶을 걸세. 하지만 그 젊은이의 사랑은 끝장난 것이고, 아아, 친구들이여! 어찌하여 천재의 흐름이란 그다지도 드물게 솟아 나오고, 거대한 홍수를 이루어 용솟음치며 그대들의 놀란 영혼을 뒤흔들어 놓는 일이 드물까? -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거기 천재의 흐름의 양쪽 강변에는 평범한 인간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조그만 정자나 튤립 화단이나 채소밭이 파괴될까 염려하여 그들은 적당한 때에 제방을 쌓고 도랑을 파서 미래에 닥쳐 올 위험을 막는 거라네.

 

 

5월27일

 분명 나는 황홀한 기쁨과 비유와 열변에 빠져 버렸고, 그로 인해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네에게 상세히 이야기하는 것을 잊고 말았네. 어제 보낸 편지가 단편적으로 말해 주는 바대로 나는 완전히 회화적(繪畵的)인 기분에 잠겨서 두 시간쯤 그 쟁기 위에 앉아 있었다네. 그러자 저녁 무렵 어떤 젊은 부인이 조그만 바구니를 팔에 걸고, 그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던 그 아이들에게로 다가오며 멀리서부터 “필립스야, 너 정말 착하구나.” 하고 외쳤네. - 그녀가 내게 인사를 하기에 나도 답례를 하고 일어서서 그리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아이들의 어머니냐고 물어 보았지.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큰아들에게 밀가루 빵 반쪽을 건네 주고는 아이를 안아 올리더니 어머니다운 애정을 쏟으며 키스를 해 주더군. - 그러더니 그녀는 “필립스한테 어린 것을 맡겨 두고 저는 맏아들을 데리고 흰 빵과 설탕과 죽을 끓일 오지그릇을 사러 시내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하고 말했네. - 사실 뚜껑이 떨어져 나간 바구니 속에 그녀가 말한 물건들이 담겨 있었지. -“저는 저녁에 한스(막내아들 이름이네)에게 수프를 좀 끓여 주려 했어요. 그런데 저 버릇없는 큰녀석이 어제 남은 죽을 가지고 필립스와 싸우다가 그만 그릇을 깨뜨렸지 뭐에요.”- 그래서 나는 큰아들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 보았지. 그 여자가 그 아이는 거위 몇 마리를 몰려고 초원으로 나갔다는 말을 마치자마자, 아이가 달려오더니 둘째 아들에게 개암나무 채찍을 주었지. 그 부인과 계속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교장 선생님의 딸이며, 그녀의 남편은 어느 사촌 동생의 유산을 받기 위해 스위스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그들이 그이를 속이려고 했어요.” 하고 그녀가 말하더군.

 

“그리고 그이가 편지를 해도 답장을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찾아간 거예요. 그이에게서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는데. 불행한 일이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나는 그 부인과 헤어지는 것이 몹시 섭섭하여 그 아이들에게 일 크로이처(13∼19세기까지 남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통용된 십자가가 새겨진 주화-역주)씩을 주고 시내에 갈 때 막내아들을 위해서도 수프에 넣을 흰 빵을 사다 주도록 부인에게 일 크로이처를 맡겼다네. 그리고 나서 우린 헤어졌지.

 

 사랑하는 친구여, 자네에게 고백하건대, 내 마음을 도무지 진정할 수 없을 때에 이런 사람들을 보면 광란하던 기분이 모두 가라앉고 만다네. 그들은 생존의 비좁은 테두리 속에 행복하고 침착하게 살아가고, 하루하루 근근이 생계를 꾸려 가면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그저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라네.

 

 그 때 이후로 나는 종종 그 곳을 찾아가곤 한다네. 아이들은 나를 무척 잘 따르고 있으며, 내가 커피를 마실 때면 그들에게 설탕을 주고 저녁에는 나와 함께 버터 바른 빵과 신맛 나는 유유를 나누어 먹는다네. 그리고 일요일마다 일 크로이처씩을 주었는데, 저녁 기도 시간 이후 내가 그 곳에 가지 못할 경우에는 음식점 여주인에게 대신 주도록 부탁해 놓았다네.

 그들은 나와 아주 친해져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네. 그리고 마을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몰려올 때면, 나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격한 감정과 뭔가를 요구하는 순진한 표현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네.


 요점 정리

 지은이 :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갈래 : 장편 소설. 서한체 소설

 성격 : 고백적(告白的). 낭만적(浪漫的). 관조적(觀照的)

 표현 : 자신의 인생관, 세계관을 편지를 통해 친구에게 고백하는 형식

 제재 : 예술과 연인에 대한 사랑의 열정

 주제 : 아름다움을 향한 순수한 열정

 줄거리 : 베르테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예찬, 순수한 것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신의 충일된 감정이 담긴 편지를 친구 빌헬름과 로테에게 계속해서 보낸다. 그는 남의 약혼녀인 로테를 사랑하다가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 작품은 베르테르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좌절 과정에서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내면을 친구에게 고백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내용 연구

 법칙의 장점에 ~ 것과도 같다네 : 시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엄격한 법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칙의 장점은 예술의 순수함이나 사랑의 열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표현이 숨겨져 있다.

 온갖 법칙이란 ~ 말 걸세 : 여기에서의 법칙이란 시민 사회를 유지하는 법칙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의 고전주의 문학 작품이 엄격한 법칙만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의 진정한 감정을 솔직하고 자유분방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 끝장난 것일세 : 균형 잡힌 생활을 위해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는 순간, 진정한 사랑은 사라지고 타산적인 사랑만 남게 된다는 비판, 이는 예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예술은 타산적인 이해 관계를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뜻이다.

 어찌하여 천재의 ~ 일이 드물까? : 현실적인 문제에 집착하고 걱정만 하다 보니, 자유로운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이 드물다는 비판의 말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괴테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테는 자신의 절망적인 사랑의 체험을 베르테르라는 허구적인 인물의 일생 속에 투영(投影)하여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작품에는 그의 자연관, 인생관, 당시에 유행하던 질풍노도(疾風怒濤, Strum und Drang)의 정열, 인습적인 낡은 사회에 대한 반항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거부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삶과 예술의 가치를 모색한 작품이다. 젊은이의 낭만적인 사랑,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잘 그려진 이 작품은 당시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 속에 묘사된 베르테르의 옷차림은 물론, 그의 자살까지 모방하려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베르테르의 비극성(悲劇性)은 로테가 결혼했다는 외적인 환경에 있다기보다는 내면적 영혼의 상태에 기인하고 있다. 그는 사랑을 절대적인 것과 통하는 길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길이 불가능해지자 그는 자유로운 죽음을 택하게 되고, 그 죽음은 그의 불행을 숭고한 비극으로 승화시켰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을 예찬하는 듯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인해 고통받는 진정한 예술적 천재의 내면을 토로하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비유하자면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역설(逆說)과도 통한다. 베르테르의 슬픔은 일차적으로는 기혼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실의 온갖 법칙과 제도를 뛰어넘어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낭만주의자들의 비극이 담겨 있다. 이 슬픔은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젊은이,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에게만 주어진 하나의 특권(特權)인 셈이다.

 심화 자료

 

 

 현대인에게 보내는 괴테의 메시지 - 슈바이처

 

 인류의 역사에는 위대한 사상가들이 많다. 그러한 사상가들은 현실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비추어 보고 해결하는 지혜를 후세들에게 제공해 준다. 독일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괴테(Goethe)도 마찬가지이다.'진정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그의 사상은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남아 있다.

 

 괴테는 정신 세계에 다양한 요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예리한 판단력,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예민한 감수성을 괴테만큼 두루 지녔던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 이런 특성들이 선천적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 노력하고 탐구하여 얻은 것이라는데 그의 매력이 있다. 그는 평생 동안 완전한 자기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시인이며 자연 과학자이고, 사상가이며 정치가인 삶을 살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에 앞서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어했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인간성'은 이러한 삶의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인간다운 인간은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결하고 선량하며 동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아울러 그 바탕에는 내면 세계를 부단히 성찰하면서 자신의 참 모습을 일구어 가는 진지함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품성을 두루 갖춘 인간성을 괴테는 자연과 유사한 상태로 간주하였다.

 

 '진정한 인간성'을 강조하는 괴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현대 사회의 척박함 속에서도 개인이 인간성을 자유롭게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여러 가지 점에서 현대인은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로 변해 가고 있다. 인간성의 근원이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현대인은 자신의 참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물질이나 이념과 같은 외면적 가치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왜곡된 인간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과 살생을 자주 목격한다.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부여된 고귀함을 잊은 채 욕망이 이끄는 대로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떠오른다.

 

 한편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요구는 개인과 집단의 대립을 야기하기도 한다. 괴테는 인간의 목표가 각자의 개성과 존엄성을 통해 보편성에 이르는 데 있다고 보았다. 즉 그는 자연이라는 근원에서 나온 개체에 대해서는 자연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였지만, 개체와 근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단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리하여 나폴레옹이 그의 조국을 점령하였을 때에 그는 피히테(Fichte)만큼 열성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도 자기 민족의 자유를 원했고 조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시했지만, 그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은 것은 인간성이나 인류와 같은 관념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괴테는 집단 의식보다는 개인의 존엄성을 더 중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집단에 속한 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떠오른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 다수의 논리를 내세워 개인의 의지를 배제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효율성의 원칙만을 내세워 집단을 개인의 우위에 두면 '진정한 인간성'이 계발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인이 조직 사회에 종속됨으로써 정신적 독립성을 잃게 되는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괴테가 세상을 떠난 지 긴 세월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그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그는 현대의 공기를 마셔 보지 않았지만 대단히 현대적인 시각에서 우리에게 충고를 하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무서운 드라마를 끝내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함께 '진정한 인간성'을 추구해야 한다. 물질적 편리함을 위해 정신적 고귀함을 간단히 양보해 버리고, 집단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순수성을 쉽게 배제해 버리는 세태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혼을 가진 인간으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순수하고 고결한 인간성을 부르짖는 괴테의 외침은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의 심각한 병폐를 함께 치유하자는 세계사적 선서의 의미를 지닌다. 모든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랑하는 마음과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고 각자 '진정한 인간성'을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슈바이처가 괴테 사후 100주년을 맞아 자신이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던 괴테를 회고하여 행한 강연록의 일부이다. 주제는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의 극복 방안으로 글쓴이는 역사상 위대한 사상가들이 후세들에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제공해 준다는 전제 아래 괴테가 말한 '진정한 인간성'의 개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고귀함을 망각한 채 외면적 가치에 매달리는 현대 사회와 현대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한 다음, 결론으로 괴테의 '진정한 인간성'을 실천한다면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99년 수능 출제 문제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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