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잔등(殘燈) / 요점정리 / 허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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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허준(許俊: 1910- ? )

평북 용천 출생. 중앙 고보, 일본 호세이 대학 졸업. <조선일보> 기자 역임. 1935년에 시 <모체>를, 1936년에 단편 <탁류>를 <조광(朝光)>에 발표하여 등단. 민주를 거쳐 해방 후 북한에 거주. 그는 해방기의 현실과 인간의 내면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가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야한기(夜寒記)>, <습작실에서>, <잔등(殘燈)>, <한식일기(寒食日記)>, <역사>, 그리고 작품집 <잔등(殘燈)>(을유문화사, 1946)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중편 소설
배경 : 시간 - 해방기 시점에서 부각시킨 일제 징용 시대의 현실. / 공간 - 만
         주, 청진 등지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의의 : 해방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한 새로운 조명
제재 : 해방 직후,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주제 : 식민지 시대의 분노와 복수심, 해방의 감격과 무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 정신의 모색.

인물 : 나('천(千)') =화가. 지성인. 징용에 끌려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
                           면적 성격의 인물. 해방이 되자 만주 장춘에서 회령, 청
                           진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두 가지 태도를 체험한다.
         방(方)  ='나'와 함께 귀국길에 오른 친구. 사교적 행동적인 인물.
         소년 = 뱀장어를 잡아 일본인들에게 팔지만 돈 많은 일본인들을 알아
                   내어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것이 본업(本業).
         할머니 : 국밥 장수. 일찍 남편을 잃고 외아들이 독립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죽음. 아들의 일본인 친구도 죽은 데에서 일본인에게
                     연민의 정을 가지는 인정 많은 인물.

구성 :

발단 : 친구인 '방(方)'과 함께 장춘에서 청진으로 향함.
전개 : 열차를 놓쳐 '방'과 헤어짐.
위기 : 수성강 둑에서 뱀장어를 잡는 소년을 만남.
절정 : 청진역에서 국밥 장사를 하는 할머니를 만남.
결말 : '방'과 함께 다시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나 서울로 향함.
 

이해와 감상

  1946년 <대조(大潮)>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 허준의 대표작이다..

해방 후, 만주의 장춘(長春)에서 함경도 회령, 청진을 거쳐 서울로 오기까지 '나'와 친구 '방(方)'이 겪은 체험담이다. 광복을 맞이한 한국인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해방기의 문학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해방에 대한 감격을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서의 정교함이나 미학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잔등>은 해방과 귀향의 감격적인 의식에 함몰되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인간애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허준의 <잔등>은 귀국의 여정을 다루면서도 당대의 시대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파하여 인간적 삶의 따뜻한 애정을 '잔등'의 불빛이라는 상징을 통하여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장춘서 회령까지 스무하루를 두고 온 여정이었다."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인 '나'의 귀로에는 광복의 감격도, 고통스러웠던 식민지 체험에 대한 푸념도, 새로운 각오나 희망도 끼어 들지 않는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뜻밖의 광복을 맞이하여 거의 무감각하게 무개 화차(無蓋貨車)에 올라탔고 피난민 대열에 휩싸인다. (귀환 동포 대열을 '나'가 '피난민'이라고 지칭하고 있음은 주목되는 사항이다.)

'나'는 광복을 맞이한 우리 동포들이 패망한 일본을 어떠한 태도를 바라보고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는데, 청진에서 만난 두 사람이 그 반응의 실상을 보여 주는 극단적인 예가 된다.

하나는, 광복 이후의 시대를 걸머지고 나아갈 소년으로, 일본인들의 거동을 샅샅이 위원회에 고발하여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서 벌떡 일어설지도 모른다."며 일본인에 대한 철저한 증오심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다른 하나는, 청진역 근처에서 국밥을 팔고 있는 노파인데, 이 노파는 일제에 의해 아들을 잃어버렸으나, 아들과 함께 일본 통치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죽은 일본인을 생각하면서, 패망한 일본인들의 거지 행색에 오히려 동정과 연민의 눈물을 흘린다.

이 두 사람을 통하여 '나'는 광복의 격앙된 흥분 상태와 균형을 잃어버린 증오심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자에게 보내는 동정과 그 밑바닥의 더 큰 비애를 맛보기도 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나'가 회령에서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나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청진을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청진을 떠나면서 그 할머니의 영상을 황량한 폐허 위에 퍼덕이는 '한 점 먼 불 그늘', 곧 '잔등(殘燈)'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단순한 추억의 불빛이 아니라 지향적인 가치의 불꽃임을 암시한다. '나'는 흥분과 비애를 동시에 바라보는 제3자의 정신, 좀더 냉정한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는 패망한 일본을 심정적(心情的)으로만 인식했던 당시의 흥분과 비애를 객관적으로 응시하고자 했던 작가의 정신이 숨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왜 너의 문학엔 8·15의 희열이 없느냐?'고 덤비던 사이비 진보주의, 특히 안회남(安懷南) 등의 문학 동맹(文學同盟) 계열과 작가 허준(許俊)은 대립되는 셈이다.



줄거리

  해방 후, 광복의 열기와 착찹함, 그리고 무질서가 뒤얽힌 시대 상황에서 친구인 '방(方)'과 장춘(長春)에서 청진까지 오던 '나'는 열차를 놓친다. '방'과 헤어진 뒤 화물차를 얻어 타고 청진 못 미친 수성까지 오게 된다.

'나'는 제방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지창을 들고 뱀장어를 잡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이 소년은 뱀장어를 잡아서 일본인에게 파는데, 사실은 숨어 있는 돈 많은 일본인을 알아내어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일이 본업(本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에 열성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나'는 망연히 바라만 본다.

'방'을 만나려고 청진역으로 왔을 때, 국밥 장사를 하는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갓 서른에 남편을 여의었고, 독립 운동을 하던 아들마저 일경(日警)에 잃은 사람이다. 그런 불행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난민들에게 너그러울뿐더러, 일본인에게까지 원한과 저주를 넘어 관대하고 동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나'는 할머니에게서 '인간 희망의 넓고 아름다운 시야'를 발견한다.

'나'와 '방'은 다시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난다. '나'의 머릿속에는 국밥집 할머니의 잔등(殘燈), 뱅장어를 잡던 소년의 잔등(殘燈)이 흐린 불빛으로 새겨진다. '나'는 해방된 조국에서 이국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며 남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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