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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계(無色界) / 요점정리 / 황충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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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황충상(黃忠尙: 1945- )

전남 강진 출생. 1969년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8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무색계]가 당선되어 등단. 그는 현실적 삶을 초월하려는 관념적 무속 세계를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빛 기둥의 출조], [꽃을 드니 미소 짓다], [붉은 파도], [화생(化生)], [복원가], [물과 구름의 순례] 등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현대 사회의 무속 세계
주제 : 현실 초월의 영혼 세계에 대한 탐구.
인물 : 여자 혼(魂) - 주인공. 화목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백혈병으로
                            죽은 무주 고혼.
         남자 혼(魂) - 창녀인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죽음으로써 자신을 살모자(殺母子)라고
                      여기 는 혼.

 

이해와 감상

  현실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영혼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이 [무색계]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혼의 세계에 본래적으로 존재해 오고 있는 질서의 원리가 현실에서 얼마나 많이 파괴당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작가 황충상은 현실을 말하기 위해 현실을 건너뛰며, 현실을 건너뛴 곳에서 본질을 벗어난 현실의 불합리성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우회적 접근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현실적인 테마를 관념적인 테마로 바꾸고자 하는 작가의 소설적 노력이 어떤 국면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소설 [무색계]에서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 작가의 작품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불교적 세계관이 소설이라는 문학 양식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줄거리

  여자 혼(魂)이 새로운 점지의 통로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관문(關門)이 되는 왼쪽 겨드랑이 땀샘 세 구멍을 찾아야 하는데, 혼(魂)은 잠자고 있는 여인의 겨드랑이를 향해서 뜨겁고 새찬 바람을 투사했다. 여인이 놀라 깨어나서 주황빛 갓 등을 켰을 때, 혼(魂)은 잽싸게 구석 쪽을 찾아 숨어들었다. 전등의 직사광을 가까운 거리에서 108초 이상 받게 되면 떠돌이 혼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여인은 이리저리 둘러보다 아무 이상이 없자 안심하고 자신의 부룩한 배를 만져보며 흐뭇해 했다. 그러나 여인은 상상 임신 중이었다.

무주 고혼이 된 여자 혼(魂)은 금기 사항 중 하나를 깨고 전생의 연고인(緣故人) 중에서 모친을 찾아볼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인왕사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여자 혼(魂)의 위패와 여고 시절 사진이 아직 영정으로 놓여 있었다. 한복 차림의 40대 여인이 불공을 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친이었다. 육신을 떠난 혼은 육신과 더불어 지은 모든 행위와 사고로부터 감정의 자극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여자 혼(魂)은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그 곳에는 한 남자 혼(魂)이 추위와 외로움 때문에 울고 있었는데, 여자 혼(魂)과 만남으로써 서로의 생김새가 투명한 달걀 모양으로 생긴 것도 확인하며 외로움을 잊고 즐거워했다. 남자 혼(魂) 역시 점지될 날을 기다리는 혼(魂)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아버지가 될 남자가 정관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될 여자가 바람을 피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신세였다. 두 혼(魂)은 인간의 문명이 조물주의 질서에 차질이 생기게 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두 혼(魂)은 서로 전생의 얘기를 하다가 인왕사의 새벽 종 치기 전까지 돌아오기로 약속하고는 죽은 시신을 찾아가 그 속에 들어가 볼 요량으로 헤어졌다.

남자 혼(魂)은 병원에서 뇌막염으로 죽은 사내 아이에게로 들어가 보니 부모에 대한 사랑의 전류를 느꼈다. 그래서 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이 결핍되어서 죽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여자 혼(魂)은 대마초 중독에다 다량의 알코올 중독으로 죽은 콜 걸의 시신 안에 들어가 아직 남아 있는 대마초와 알코올에 취해 보았다.

기진한 채 돌아온 두 혼(魂)은 전생의 살 속에서 회억이 혼(魂)에게 있어서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달았다. 두 혼(魂)은 서로에게 속히 점지되기를 기원하며 헤어졌다.

그 뒤, 여자 혼(魂)은 인왕사 범종지기 사미승과 친해졌다. 처음에는 타종 소리에 두려움과 극단의 공허를 느꼈으나, 나중에는 천상의 음향과 이어지는 인간계의 음향이 바로 이 범종 소리임을 알았다. 그래서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어, 서른 세 번의 범종 소리와 더불어 비상(飛翔)의 나래를 폈다. 천상으로 비상하는 열락 속에서 여자 혼(魂)은 더없이 허허로운 환희의 세계가 혼(魂)의 세계임을 느끼며 높이 날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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