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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색 / 요점정리 / 한설야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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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한설야(韓雪野: 1901- ? )  

함흥 출생. 본명은 병도(秉道). 필명은 만년설, 김덕혜(金德惠), 한형종(韓炯宗) 등. 함흥 고보 졸업. 일본 대학 사회학과 수학. 1925년 단편 <그날 밤>을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에 발표하여 등단. 그는 1927년 <카프(KAPF)>에 가입하여 [계급 대립과 계급 문학] 등 일련의 비평 활동을 통하여 계급 문학 운동의 방향을 전환론에 적극 동참하면서 주로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소설 작품을 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황혼> <모색> 등이 있다.

 

요점정리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일상의 평범한 가장이 겪는 생활상.
등장 인물 : 남식 - 잡지사에서 보내주는 원고료로 연명하는 가난한 문인.
주제 : 일상적 삶에서 느끼는 소외와 피해 의식.

 

이해와 감상

 자기 보다 훨씬 나이 어린 후진들도 보기 좋게 문명(文名)을 휘날리고 있는 판에 '남식'은 나이 보람도 없이 아직도 신문이나 잡지의 제일 조그만 이름들 틈에 박혀, 그나마 가물에 콩 나듯 드물게 낄 뿐, 원고료래야 어쩌다가 잡지사에서 선심과 자비심이 생길 때만 몇 원씩 만져볼 뿐이다. 정말 그는 한번 맘 나는 대로 팔다리를 쭉 펴고 살아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바란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렇게 해 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는 오늘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왔다. 아내가 아침부터 붉으락푸르락하고 눈매를 곱지 않게 가지기 때문에 귀찮아서 일찌감치 집을 나선 것이다. 그는 책사에 들러 책을 보기도 하다가 행길에서 오래간만에 K군을 만났다. K군과는 한때 절친하게 사귀었었다. 그러나 오늘 '남식'은 제 편에서 먼저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저편 길가로 지나쳐 버렸다. 아니 오늘뿐 아니라 벌써 그렇게 지나쳐 버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K를 지나친 남식은 극장 구경을 갔다. 날씨가 추운 때라, 밤에 가는 것보다 낮에 보아 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 영화관으로 간 것인데 마침 공휴일인데다가 입장료가 싸서 그런지 극장 안에는 벌써 관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얼마 뒤에 그는 누구에게 잔등이를 짓눌려 선뜻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결국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에 한 발 먼저 나와 버렸다.

극장을 나와서는 C잡지사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원고료 이십 원이 우편으로 와 있었다. 아내는 매우 만족한 얼굴이었고 남식이 자신도 놀랐다. 십 원쯤이나 왔으면 아내 보기에도 창피했을 게라고 속으로 은근히 왼새끼를 꼬고 있는 판에 아내가 만족해 하니 남모르는 곤경에서 구원받는 것 같았다.

"여보, 내일 돈 찾아가지고 H부로 갑시다." "거긴 왜?" "거기 공급소 있지 않소. 거기가 물건값이 퍽 싸답디다 그려. 그러니 두 사람 차비 팔십 전쯤은 문제될 거 없어요."

이튿날 아침 남식은 우편국에 가서 돈을 찾아가지고 아내와 함께 H부로 가려고 자동차 정거장으로 나섰다. 공급소로 들어가자 남식은 아래층을 휘휘 둘러보고 바로 이층으로 올라가고, 아내는 뜬걸음으로 아래층 구석구석을 빼지 않고 찬찬히 돌아보고 있었다. 이층을 둘러보고 한참 뒤에 남식은 아내가 어찌되었나 하며 비슬비슬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말썽이 생겨 있었다. 아내의 목소리였다. "너희한테 이런 수모를 당한 사람이 나 한 사람뿐이 아닐 게다. 또 앞으로도 그런 버르장이를 고치지 않을 거니 소장한테로 가자. 너희 같은 점원 그대로 둘 수 없다." 아내가 이렇게 소리 질러도 아무도 상대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돌아오는 자동차는 초만원이었다. 마침 오후 네시 퇴근 시간이 되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까 공급소에서 실랑이를 벌였던 젊은 사무원들과 마주쳤다. 얼마 뒤에 그 젊은 사무원들이 내리자 남식은 뜻하지 않게 어깨로 크게 숨을 쉬었다. "오늘 이득 봤지. 물건 값이 우리에게 보다 어연간히 싸지 않어?" 남식은 자기의 목소리에 조금도 흐림이나 떨림이 없도록 십분 목을 다듬어 가며 이렇게 말하였다.

자동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아무 것도 따를 것이 없을 성싶다. 산도 뒤로 가고 집도 뒤로 가 버린다. 그리고 또 온다. 와서는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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