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렬전(劉忠烈傳)
by 송화은율유충렬전(劉忠烈傳)
각설(却說)이라 대명국 영종황제 즉위 초에 황실(皇室)이 미약하고 법령이 불행한 중에 남만 북적과 서역이 강성하여 모반할 뜻을 둠에, 이런고로 천자 남경에 있을 뜻이 없어 다른 데로 도읍을 옮기고자 하시더니, 이때 마침 창혜국(고대,중국 동방에 있었던 나라이름) 사신이 왔음에 성은 임이오 명은 경천이라 하는 사람이 왔거늘 천자 반겨 인견(引見)하시고 접대한 후에 도읍 옮김을 의논하시니 임경천이 주왈,
"소신이 옥루에서 육대산천을 망기하오니 금황지지가 마땅하옵고 천하명산 오악지중에 남악 형산이 가장 신령한 산이요, 일국 주룡이 되었고 창오산 구리봉은 변화하여 외청룡되었고 소상강 동정호는 수세가 광활하여 내청룡되어 있어 내수구를 막았으니 제왕주가 장구 할 것이요, 또한 소신이 수 년 전에 본국에서 망기하온즉 북두칠성 정기가 남경에 하강하고 삼태성 채색이 황성에 비쳤으며 자미원 대장성이 남방에 떨어졌으며 미구에 신기한 영웅이 날 것 이니 황상은 어찌 조그마한 일로 이러한 금성지지를 놓으시며, 선황제 마마 구방지지를 어찌 일조에 놓으시리까."
천자 이 말을 들으시고 마음이 쇄락하여 도읍 옮기심을 파하시고 국사를 다스리니 시절이 태평하고 인심이 조안(큰 탈이 없이 편안함) 하더라.
이때 조정에 한 신하 있으되 성은 유요, 명은 심이니 전일 선조황제 개국공신 유기의 십 삼대 손이요 전병부상서 유현의 손자라, 세대명가 후예로 공후 작록(爵祿)이 떠나지 아니하더니 유심의 벼슬이 정언 주부에 있는지라, 위인이 정직하고 성정이 민첩하며 일심이 충성하여 국록(國祿)이 중중하니 가산이 요부하고 작법이 화평하니 세상 공명은 일대에 제일이요, 인간 부귀는 만민이 칭송하되 다만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어 매일로 한탄하여 일년 일도에 선영(先塋) 제사 당하면 홀로 앉아 우는 말이,
"슬프다! 나의 몸이 무슨 죄 있어 국록(國祿)을 먹거니와 자식이 없으니 세상이 좋다한들 좋은 줄 어찌 알며 부귀가 영화롭되 영화된 줄 어찌 알리. 나 죽어 청산에 묻힌 백골 뉘라서 거두오며, 선영향화(조상에 제사 지냄)를 뉘라서 주장하리."
하염없는 눈물이 옷깃을 적시는 지라.
이렇듯 설워하니 부인 장씨는 이부상서 장윤의 장녀라. 주부 곁에 앉았다가 일심이 비감하여 왈,
"상공의 무후(자녀가 없음)함은 소첩의 박복함이라 첩의 죄를 논지컨데 벌써 버릴 것이로되 상공의 음덕으로 지금까지 부지하오니 부끄러운 말씀을 어찌 다 하오리까. 듣사오니 천하에 절승한 산이 남악형 산이라 하오니 수고를 생각지 말고 산신께 발원하여 정성이나 드려보사이다."
주부 이 말을 듣고 대왈,
"하늘이 점지하사 팔자에 없었으니, 빌어 자식을 낳을진대 세상에 무자한 사람이 있으리오."
장부인이 여쭈오되,
"대체를 생각하면 그 말씀도 당연하되 만고 성현 공부자도 이구산에 빌어 났고 정나라 정자산도 우성산에 빌었으니 우리도 빌어 보사이다."
주부 이 말을 듣고 대왈,
"하늘이 점지하사 팔자에 없었으니, 빌어 자식을 낳을진대 세상에 무자한 사람이 있으리오."
장부인이 여쭈오되,
"대체를 생각하면 그 말씀도 당연하되 만고 성현 공부자도 이구산에 빌어 났고 정나라 정자산도 우성산에 빌어 보사이다."
주부 이 말을 듣고 삼칠일 재계를 정히 하고 소복을 정제하여 제물을 갖추고 축문을 별노이 지어 가지고 부인과 함께 남악산을 찾아가니, 산세 웅장하여 봉봉이 높은 곳에 청송은 울울하여 태고시를 띄고 있고, 강수
는 잔잔하여 탄금성을 도도웠다. 칠천 십이 봉은 구름밖에 솟아 있고 층암 절벽 상에 각색 백화 다 피었고, 소상강 아침안개 동정호로 돌아가고 창오산 저문 구름 호산대로 돌아들며 강수성을 바라보며, 수양가지 부여잡고 육칠 리를 들어가니 연화봉이 중계로다. 상대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옛날 하우씨가 구년지수 다스리고 층암절벽 파던 터가 어제 하듯 완연하고 산천이 심히 엄숙한 곳에 천제당을 높이 묻고 백마를 잡던 곳이 완연하였고, 추연(웅덩이)을 돌아보니, 옛날 위부인이 선동 오륙 인을 거느리고 도학 하던 일층 단이 무너졌다.
일층단 별로 모아 노구밥(산천의 신령에게 제사하기 위하여 노구솥에 지은 밥)을 정결히 담아 놓고 부인은 단하에 궤좌( 坐: 꿇어앉음)하고 주부는 단상에 궤좌( 坐)하여 분향 후 축문을 내어 옥성으로 축수할 제, 그 축문(祝文)에 하였으되,
"유세차갑자년 갑자월 갑자일에 대명국 동성문 내에 거하는 유심은 형산 신령 전에 비나이다. 오호라 대명 태조 창국공신지손이라 선대의 공덕으로 부귀를 겸전하고 일신이 무양하나 연광(年光 : 나이)이 반이 넘도록 일점 혈육이 없었으니 사후 백골인들 뉘라서 엄토하며 선영 행화를 뉘라서 봉사하리오. 인간에 죄인이요, 지하에 악귀로다. 이러한 일을 생각하니 원한이 만심이라 이러한 고로 더러운 정성을 신령 전에 발원하오니 황천은 감동하와 자식 하나 점지하옵소서."
빌기를 다함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황천인들 무심할까. 단상의 오색 구름이 사면에 옹위하고 산중에 백발 신령이 일절히 하강하여 정결케 지은 제물 모두 다 흠향한다. 길조가 여차하니 귀자(貴子)가 없을쏘냐.
빌기를 다한 후에 만심 고대하던 차에 일일은 한 꿈을 얻으니, 천상으로서 오운이 영롱하고, 일원 선관이 청룡을 타고 내려와 말하되,
"나는 청룡을 차지한 선관(仙官)이더니 익성이 무도한 고로 상제께 아뢰되 익성을 치죄(治罪)하야 다른 방으로 귀양을 보냈더니 익성이 이 길로 합심하여 백옥루 잔치 시에 익성과 대전한 후로 상제 전에 득죄하여 인간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모르더니 남악산 신령들이 부인 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부인은 애휼(사랑하고 불쌍히 여김)하옵소서."
하고 타고 온 청룡을 오운간에 방송하며 왈,
"일후 풍진(전쟁) 중에 너를 다시 찾으리라."
하고 부인 품에 달려들거늘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一場春夢) 황홀하다.
정신을 진정하여 주부를 청입하여 몽사를 설화하되 주부 즐거운 마음 비할 데 없어 부인을 위로하여 춘정을 부쳐두고 생남하기를 만심 고대하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십삭이 찬 연후에 옥동자를 탄생할 제, 방안에 향취 있고 문밖에 서기가 뻗질러 생광은 만지하고 서채는 충천한 중에 일원 선녀 오운 중에 내려와 부인 앞에 궤좌하여 백옥 상에 놓인 과실을 부인께 주며 하는 말이,
"소녀는 천상 선녀옵더니 금일 상제 분부하시되 자미원 장성이 남경 유심의 집에 환생하였으니 네 바삐 내려가 산모를 구완하고 유아를 잘 거두라 하시기로 백옥병의 향탕수를 부어 동자를 씻기시면 백병이 소멸하고
유리대(유리로 만든 주머니)에 있는 과실 산모가 잡수시면 명이 장생불사(長生不死)하오리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유리대에 있는 과실 세 개를 모두 쥐니 선녀 여쭈오되.
" 이 과실 세 개 중에는 부인이 잡수시고 또 하나는 공자를 먹일 것이요, 또 한 개는 일후에 주부가 잡수실 것이니 다 각기 임자를 옥황께옵서 점지하신 과일을 다 어찌 잡수시리까?"
향탕수를 부어 한 개를 잡순 후에 옥동자를 채금 속에 뉘여 놓고 부인께 하직하고 오운 속에 싸여 가니 반공에 어렸던 서기(瑞氣) 떠나지 아니하더라.
부인이 선녀(仙女)를 보낸 후에 일어나 앉으니 정신이 상쾌하고 청수한 기운이 전일보다 배나 더하더라.
주부를 청입하여 아기를 보이며 선녀의 하던 말을 낱낱이 고하니 주부 공중을 향하여 옥황께 사례하고 아기를 살펴보니 웅장하고 기이하다. 천정(天庭 : 양미간)이 광활하고 지각(얼굴의 바탕)이 방원
하여 초상(초생달)같은 두 눈썹은 강산 정기 쏘였고 명월 같은 앞가슴은 천지 조화 품었으며, 단산의 봉의 눈은 두 귀밑을 돌아보고 칠성에 쌓인 종학 용준용안(잘생긴 얼굴) 번듯하다. 북두칠성 맑은 별은 두 팔뚝에 박혀있고 뚜렷한 대장성이 앞가슴에 박혔으며, 삼태성 정신별이 배상에 떠 있는데, 주홍으로 새겼으되 '대명국 대사마 대원수'라 은은히 박혔으니 웅장하고 기이함은 만고에 제일이요, 천추에 하나로다.
주부 기운이 쇄락하여 부인을 돌아 보아 왈,
" 이 아해 상을 보니 천인적강(천상의 사람이 인간계에 귀양옴) 적실하고 만고 영웅 분명하며 전일 황상께옵서 도읍을 옮기고자 하여 창해국 사신 임경천더러 물으시니 임경천이 아뢰기를 북두정기는 남경에 하강하고 자미원 대장성이 황성에 떨어졌으니 미구에 신기한 영웅이 나리라 하더니 이 아해가 적실하니 어찌 아니 즐거우리까 오래지 아니하여 대장 절월을 요하에 횡대하고 상장군 인수를 금낭에 넌짓 넣고 부귀영화는 선영에 빛내고 맹기영풍은 사해에 진동할 제 뉘 아니 칭찬하리오. 산신은 깊은 은덕 사후에도 난망이요 백골인들 잊을쏘냐."
이름은 충렬이라 하고 자는 성학이라 하다.
세월이 여류하여 칠 세에 당함에 골격은 청수하고 청명은 발췌하여 필법은 왕희지요, 문장은 이태백이며 무예장략은 손오에게 지내더라. 천문지리는 흉중에 갈마두고(모아 두다) 국가 흥망은 장중에 매였으니 말달리기와 용검지술은 천신도 당치 못할레라
오호라 시운이 불행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유주부 세대 부귀 지극하더니 사람이 흥진비래가 미쳤으니 어찌 피할 가망이 있을쏘냐. (후략)
요점 정리
작자 : 미상
연대 : 미상
갈래 : 고대 국문 소설, 군담 소설, 영웅 소설
배경 : 공간적 : 유심 일파와 정한담 일파가 각축을 벌이는 명나라 조정과 중국 대륙
시간적 : 허구적 시간(병자 호란 후의 조선 후기 역사적 시간이 상징화됨)
사상적 : 불교 사상(유충렬의 출생과 구출, 무예 연마 과정), 유교사상(국가와 군주를 위한 입신양명, 집안을 위한 부귀공명)
[‘유충렬전’의 배경이 가지는 의미 : 이 작품의 무대가 중국인 것은 당시 작품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중국의 명나라인 것과 두 번에 걸쳐 호국을 정벌하고 호왕을 살육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병자호란 이후 오랑캐〔호국〕의 나라인 청나라에 대한 민중의 적개심을 엿볼 수 있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번역체, 문어체
구성 :
발단 : 명나라 사람 유심과 부인 장씨는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 남악형산에 치성을 드리고 신이한 태몽을 꾼 뒤 아들 ‘충렬’을 얻는다.
전개 : 이 때 역심을 품은 조정 신하 정한담? 최일귀 등은 유심을 모함하여 귀양 보내고, 그의 가족마저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렬은 천우신조로 위기에서 벗어나 고난을 겪다가 부친의 친구인 강희주를 만나 그의 사위가 된다. 강희주는 유심의 누명을 벗기려다 오히려 귀양을 가게 되고,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충렬은 강 낭자와 이별하고 백룡사의 노승을 만나 무예를 배우며 때를 기다린다.
위기 : 이 때 남적과 북적이 반기를 들고 명나라에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남적에 항복하고 오히려 남적의 선봉장이 도어 천자를 공격한다.
절정 : 천자가 정한담에게 항복하려 할 즈음, 충렬이 등장하여 남적의 선봉 정문걸을 죽이고 천자를 구출한다. 충렬은 단신으로 반란군을 제압하고 정한담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호왕에게 잡혀간 황후와 태후 그리고 태자를 구출하고 아버지 유심과 장인 강희주도 구한다.
결말 : 충렬은 이별하였던 어머니와 아내를 되찾고, 정한담 일파를 물리친 뒤 높은 벼슬에 올라서 부귀영화를 누린다.
어지러운 시대에 영웅의 출현 예고
누대 명문 집안에서 자식이 없는 슬픔
기자 정성(祈子 精誠)
천상에서 적강한 비범한 인물의 탄생
태어난 주인공의 비범성
(교과서의 지문은 전체 구성 단계상 발단에 해당함)
'유충렬전'은 '주몽신화(朱蒙神話)'에서 이미 그 구조가 확립된 영웅의 일생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귀족적 영웅 소설이다. 이 작품을 영웅의 일생을 정리해 보면
(가) 현직 고위 관리 유심의 외아들로서,
(나) 부모가 산천(山川)에 기도하여 늦게 얻은 아들이며, - 발단
(다) 천상인(天上人)의 하강(下降)이기에 비범한 능력을 지녔고,
(라) 간신 정한담의 박해로 죽을 고비에 처했다가,
(마) 구출자인 강희주를 만나 그 사람의 사위가 되고, - 전개
(바) 강승상도 정한담을 규탄하다가 귀양가고 충렬은 아내와 헤어져 광덕산 도승을 만나 도술을 배운 다음 갑옷과 용마, 보검을 얻는다 - 위기
(사) 정한담이 외적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그 위기를 극복하고 - 절정
(아) 충렬은 잡혀간 황후, 태자를 구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모와 아내, 장인을 구하며, 천자는 큰 벼슬을 내리고 고귀한 지위에 올라 부귀를 누렸다. - 결말
특히 '유충렬전'의 첫부분에는 출생 과정에서 유충렬이 천상계(天上界)에서 자미원 장성으로서 익성[정한담]과 싸운 바 있다는 작품 전체의 전개에 대한 복선(伏線)을 제시하여 두 인물이 지상계(地上界)에서 대결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주제 : 유충렬의 간난(艱難 : 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움)과 영웅적인 행적, 실세 계층의 세력 회복 의지와 국난 극복 의식, 유충렬의 고난과 영웅적인 행위
인물의 성격
유충렬:천상에서 적강한 신적 능력의 소유자로, 정의를 위하여 악과 싸우는 전형적인 영웅이다. 천상에서도 선(善)을 대표했던 인물로, 이름은 자미성이다. 백옥루 잔치 때에 익성과 대결하다가 죄를 지어 지상으로 내려와서 유심의 아들이 되었다.
유 심:개국 공신의 후예로, 정직하고 충성스런 인물이다.
강희주:유심과 마찬가지로 충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정한담:천상에서부터 충렬과 대립하는 악인으로, 천상에서의 이름은 익성이다. 지상으로 유배되어 명나라의 간신이 된다. 적과 내통하여 역모를 꾀하다가 유충렬에게 퇴치된다.
최일귀:백옥루 잔치 때 익성과 함께 자미성과 대결하다가 적강한 인물로 천상에서의 이름은 이걸이다. 정한담과 함께 천자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퇴치되는 인물로, 악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이다.
줄거리 : 명나라 영종 연간에 정언주부(正言注簿)의 벼슬을 하고 있던 '유심'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한탄하다가 남악 형산에 치성을 드리고 신이한 태몽을 꾼 뒤 아들을 낳아 이름을 충렬이라 짓고 키운다. 이때 조정의 신하들 중에 역심(逆心)을 품은 정한담·최일귀 등이 가달의 침입에 대한 유심의 유화적 입장을 문제삼아 정적(政敵)인 유심을 모함하여 귀양보내고, 유심의 집에 불을 질러 충렬 모자마저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렬은 천우신조로 정한담의 마수에서 벗어나 많은 고난을 겪다가 은퇴한 재상 강희주를 만나 사위가 된다. 강희주는 유심을 구하려고 상소를 올렸으나 정한담의 공격을 받아 귀양을 가게 되고, 강희주의 가족은 난을 피하여 모두 흩어진다. 충렬은 강 소저와 이별하고 백용사의 노승을 만나 무예를 배우며 때를 기다린다. 이 때 남적과 북적이 반기를 들고 명나라에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자원 출전하여 남적에게 항복하고, 남적의 선봉장이 되어 천자를 공격한다. 정한담에게 여러 번 패한 천자가 항복하려 할 즈음, 충렬이 등장하여 남적의 선봉 정문걸을 죽이고 천자를 구출한다. 충렬은 단신으로 반란군을 쳐부수고 정한담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호왕(胡王)에게 잡혀간 황후·태후·태자를 구출하며, 유배지에서 고생하던 아버지 유심과 장인 강희주를 구한다. 또한 이별하였던 어머니와 아내를 찾고, 정한담 일파를 물리친 뒤 높은 벼슬에 올라서 부귀 영화를 누린다.
본문에 수록된 부분은 소설의 처음으로 유충렬의 가계(家系)·기자 정성(祈子精誠)·비범성이 나타나 있다.
의의 : '조웅전'과 함께 조선 후기 대표적인 영웅 군담 소설
작가 의식 : 병자호란때 당한 국가적 고통과 패배에 대해 소설을 통한 복수 의식과 정한담과 당쟁에서 패배한 집안이 유충렬에 와서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조선 후기 당쟁에서 몰락한 계층의 실세 회복의식의 반영
기타 :
① 조선 후기 소설중 '조웅전'과 함께 대표적인 영웅 소설이다.
② 영웅 소설은 평민 영웅 소설과 귀족 영웅 소설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작품 귀족 영웅 소설의 대표작이다.
‘유충렬전’의 갈등과 '충(忠)'의 구현 : 이 작품은 전형적인 충신이자 영웅이며 선한 인물인 유충렬과 전형적인 악인이며 간신인 정한담의 대결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이러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는 당시 사회의 가치관인 ‘충(忠)’의 이념을 선명하게 구현해 준다. 즉, 이 대결에서 유충렬의 승리는 ‘이봐, 명제야! 내 말을 들어 보아라. 하늘이 나 같은 영웅을 내실 때는 남경의 천자가 되게 하심이라. 네 어찌 계속 천자이기를 바랄쏘냐.’라고 황제를 위협하는 정한담을 물리친 것으로 충(忠)을 구현한 것이며, 악에 대한 선의 승리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당시 가치관을 구현한 것이다.
출전 : 완판본 유충렬전
내용 연구
각설(却說)이라 대명국 영종황제(명나라 9대 황제) 즉위(왕위에 오름) 초에 (공간적 배경이 중국인데, 이는 당대인의 중국 지향적인 성향으로 볼 수 있지만,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다양한 이국적 풍모, 역모와 정벌 등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황실(皇室)이 미약하고 법령이 불행한 중( 황실의 힘이 약하고 법령이 시행되지 않는 가운데)에 남만(중국 남쪽의 미개한 민족을 중국 사람이 낮추어 부르는 말.) 북적(중국 북쪽에 있는 오랑캐족.)과 서역이 강성하여 모반할 뜻을 둠에, 이런고로 천자 남경에 있을 뜻이 없어 다른 데로 도읍을 옮기고자 하시더니, 이때 마침 창해국(고대 중국의 동방에 있었던 나라, 또는 신선이 산다는 상상의 나라) 사신이 왔음에 성은 임이오 명은 경천이라 하는 사람이 왔거늘 천자 반겨 인견(引見)하시고 접대한 후에 도읍 옮김을 의논하시니 임경천이 주왈,
"소신이 옥루(천상에 옥황상제가 거처하는 누각)에서 육대산천을 망기(엉기어 있는 기운을 살펴 조짐을 알아 냄)하오니 금황지지(지금의 황실이 있는 곳)가 마땅하옵고 천하명산 오악(중국의 유명한 다섯 산. 즉 동악 태산·서악화산·중악고산·북악항산·남악 형산)지중에 남악 형산이 가장 신령한 산이요, 일국 주룡( 한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산맥)이 되었고 창오산(중국 광서성 창오현에 있는 산) 구리봉은 변화하여 외청룡[주된 산(山)에서 왼쪽으로 갈려 나간 산맥 중 밖의 것을 말함]되었고 소상강(중국 호남성 동정호의 남쪽에 있는 소수와 상강의 총칭) 동정호는 수세가 광활하여 내청룡되어 있어 내수구[풍수지리에 있어 得(득)이 흘러 간 곳]를 막았으니 제왕주[왕업(王業)]가 장구 할 것이요, 또한 소신이 수 년 전에 본국에서 망기하온즉 북두칠성 정기가 남경에 하강하고 삼태성 채색이 황성에 비쳤으며 자미원 대장성이 남방에 떨어졌으며 미구에 신기한 영웅이 날 것 이니(북두칠성 정기가 - 영웅이 날 것이니 : 유충렬의 탄생을 암시한 부분으로, 천인이 하강하여 인간 세상에 내려온 비범한 인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암시) 황상은 어찌 조그마한 일(주위의 오랑캐들이 반란을 일으킴)로 이러한 금성지지(쇠로 만든 듯이 굳은 성)를 놓으시며, 선황제 마마 구방지지(선황제가 이룩한 나라)를 어찌 일조(하루 아침)에 놓으시리까."(임경천의 천도 만류와 영웅 출현 예언으로 말하기 방식은 설득하기)
천자 이 말을 들으시고 마음이 쇄락(물을 뿌린 듯이 산뜻함)하여 도읍 옮기심을 파하시고 국사를 다스리니 시절이 태평하고 인심이 조안(큰 탈이 없이 편안함) 하더라.
이때 조정에 한 신하 있으되 성은 유요, 명은 심이니 전일 선조황제 개국공신 유기(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건국한 인물)의 십 삼대 손이요 전병부상서 유현의 손자라, 세대명가 후예로 공후 작록(爵祿 : 높은 벼슬과 많은 녹봉)이 떠나지 아니하더니 유심의 벼슬이 정언 주부(조선 시대 사간원의 정육품 벼슬)에 있는지라, [유츙렬이 명문의 후손임을 밝힘. 영웅 설화의 구조중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났다.`에 부합된다.]
위인이 정직하고 성정(성질과 심정. 또는 타고난 본성)이 민첩하며 일심이 충성하여 국록(國祿)이 중중하니 가산이 요부하고[국가에서 주는 녹봉이 무겁고 집안의 재산이 풍부하니] 작법(법을 짓는 것. 곧, 일을 처리하는 것.)이 화평하니 세상 공명은 일대에 제일이요, 인간 부귀는 만민이 칭송하되 다만 슬하(무릎의 아래라는 뜻으로, 어버이나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이른다)에 일점 혈육(자식)이 없어 매일로 한탄하여 일년 일도에 선영(先塋 :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 제사 당하면 홀로 앉아 우는 말이,
"슬프다! 나의 몸이 무슨 죄 있어 국록(國祿 : 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먹거니와 자식이 없으니 세상이 좋다한들 좋은 줄 어찌 알며 부귀가 영화롭되 영화된 줄 어찌 알리. 나 죽어 청산에 묻힌 백골 뉘라서 거두오며, 선영향화(조상의 제사를 지낸다는 말)를 뉘라서 주장하리."(한탄하는 심정)
하염없는 눈물이 옷깃을 적시는 지라.
이렇듯 설워하니(서러워하니)부인 장씨는 이부상서 장윤의 장녀라. 주부 곁에 앉았다가 일심이 비감(슬픈 느낌. 또는 그런 느낌이 듦.)하여 왈,
"상공의 무후(자녀가 없음)함은 소첩의 박복함(두 부부 사이에 자식이 없음을 부인이 자신의 박복함으로 돌리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라 할 수 있다.)이라 첩의 죄를 논지(사리를 따져 봄)컨데 벌써 버릴 것이로되[벌써 버릴 것이로되, 자식을 낳지 못하여 칠거지악(七去之惡 : 예전에,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 시부모에게 불손함, 자식이 없음, 행실이 음탕함, 투기함, 몹쓸 병을 지님, 말이 지나치게 많음, 도둑질을 함 따위이다)에 해당된다는 뜻] 상공의 음덕으로 지금까지 부지(어려운 일을 참고 버티어 매김)하오니 부끄러운 말씀을 어찌 다 하오리까. 듣사오니 천하에 절승(경치가 비할 데 없이 빼어나게 좋음. 또는 그 경치)한 산이 남악형산이라 하오니 수고(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 또는 그런 어려움)를 생각지 말고 산신께 발원(소원을 빎)하여 정성이나 드려보사이다."
주부 이 말을 듣고 대왈,
"하늘이 점지(신불이 사람에게 자식을 갖게 하여 줌)하사 팔자(사람의 한 평생의 운수. 사주팔자에서 유래한 말로, 사람이 태어난 해와 달과 날과 시간을 간지(干支)로 나타내면 여덟 글자가 되는데, 이 속에 일생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에 없었으니, 빌어 자식을 낳을진대 세상에 무자(자식이 없는 사람)한 사람이 있으리오."
장부인이 여쭈오되,
"대체(일이나 내용의 기본적인 큰 줄거리.)를 생각하면 그 말씀도 당연하되 만고 성현 공부자도 이구산(중국 산동성에 곡부현 동남에 있는 산. 공자가 탄생한 곳)에 빌어 났고 정나라 정자산(중국 춘추시대 정나라의 대부 공손교(公孫僑). 자는 자산. 나라를 잡고 있을 40여 년 동안 진(晉)·초(楚)가 가병(加兵)치 못하였다 함.)도 우성산에 빌었으니 우리도 빌어 보사이다."
주부 이 말을 듣고 삼칠일(아이가 태어난 후 스무하루 동안. 또는 스무하루가 되는 날. 대개는 이날 금줄을 거둔다, 여기서는 21일을 말함) 재계(종교적 의식 따위를 치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함)를 정히 하고 소복(흰옷)을 정제(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잘 만듦)하여 제물을 갖추고 축문을 별노이 지어 가지고 부인과 함께 남악산을 찾아가니, 산세 웅장하여 봉봉이 높은 곳에 청송은 울울하여 태고시를 띄고 있고, 강수는 잔잔하여 탄금성(거문고를 타는 소리.)을 도도웠다(감정이나 기색 따위가 생겨나다.). 칠천 십이 봉은 구름밖에 솟아 있고 층암 절벽 상에 각색 백화 다 피었고, 소상강 아침안개 동정호로 돌아가고 창오산 저문 구름 호산대로 돌아들며 강수성을 바라보며, 수양가지 부여잡고 육칠 리를 들어가니 연화봉이 중게( 중간의 높은 곳)로다. 상대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옛날 하우(하를 개국한 임금. 9년간의 홍수를 다스린 공으로 순으로부터 선위(禪位)를 받아 임금이 됨)씨가 구년지수 다스리고 층암절벽 파던 터가 어제 하듯 완연하고 산천이 심히 엄숙한 곳에 천제당을 높이 묻고 백마를 잡던 곳이 완연하였고, 추연(웅덩이)을 돌아보니, 옛날 위부인(여자 신선의 하나)이 선동 오륙 인을 거느리고 도학하던 일층 단이 무너졌다.
일층단 별로 모아 노구밥(산천의 신령에게 제사하기 위하여 노구솥에 지은 밥)을 정결히 담아 놓고 부인은 단하에 궤좌( 坐: 꿇어앉음)하고 주부는 단상에 궤좌( 坐 : 끓어 앉아)하여 분향(향을 피움. 제사나 예불(禮佛) 의식 따위에서, 향로에 불을 붙인 향을 넣고 향기로운 연기를 피우는 일을 이른다. ) 후 축문을 내어 옥성(玉聲 : 옥같이 고운 음성)으로 축수할 제, 그 축문(祝文)에 하였으되,
"유세차(축문이나 제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 '해의 차례'라는 뜻)갑자년 갑자월 갑자일에 대명국 동성문 내에 거하는 유심은 형산 신령 전에 비나이다. 오호라 대명 태조 창국공신지손이라 선대의 공덕으로 부귀를 겸전하고 일신이 무랑(병이나 걱정이 없음)하나 연광(年光 : 나이, 세월)이 반이 넘도록 일점 혈육이 없었으니 사후 백골인들 뉘라서 엄토(흙으로 가리어 덮음. 매장함)하며 선영 행화를 뉘라서 봉사하리오. 인간에 죄인이요, 지하에 악귀로다. 이러한 일을 생각하니 원한이 만심이라 이러한 고로 더러운 정성을 신령 전에 발원하오니 황천은 감동하와 자식 하나 점지하옵소서."[더러온 졍셩을~ 졈지하옵소셔 : 유심 부부가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남악 형산 산신에게 빌어서 아들을 얻고자 기원하는 장면이다. 이 부분은 영웅 설화의 구조 중 '잉태와 출산이 비정상적이다.`에 부합된다. 자연스러운 출생 과정을 겪는 것이 나이라 '기자 정성`을 통해서 태어나게 되는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빌기를 다함에 지성이면 감천이라 황천인들 무심할까. 단상의 오색 구름이 사면에 옹위하고 산중에 백발 신령이 일절히 하강하여 정결케 지은 제물 모두 다 흠향[신명(神明)이 제물을 받음]한다. 길조가 여차하니 귀자(貴子)가 없을쏘냐.[지셩이면 ~ 업슬손야 : 고전 소설에 많이 보이는 작자의 지나친 개입(편집자적 논평) 부분, 독자가 미루어 알아차릴 수 있는 내용인데도 작자가 설명하고 있다.]
빌기를 다한 후에 만심 고대하던 차에 일일은 한 꿈을 얻으니, 천상으로서 오운이 영롱하고, 일원 선관(신선 세계의 관원)이 청룡을 타고 내려와 말하되(전기적인 요소),
"나는 청룡을 차지한 선관(仙官 : 신선 세계의 관원)이더니 익성[이십팔수(二十八宿)의 하나, 여기서는 천상의 성관(星官)]이 무도한 고로 상제께 아뢰되 익성을 치죄(治罪)하야 다른 방으로 귀양을 보냈더니 익성이 이 길로 함심(나쁜 마음을 품음. 문맥을 고려하면 익성이 자신의 무도함 때문에 귀양갈 일에 대한 원망이나 불만을 갖고 있다가 백옥루의 잔치 때에 선관과 싸우게 되었다는 뜻이다)하여 백옥루 잔치 시에 익성과 대전한 후로 상제 전에 득죄하여 인간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모르더니 남악산 신령들이 부인 댁으로 지시하기로 왔사오니 부인은 애휼(사랑하고 불쌍히 여김)하옵소서."
하고 타고 온 청룡을 오운간에 방송하며 왈,
"일후 풍진(전쟁,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 중에 너를 다시 찾으리라.(복선으로 주인공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어 활약이 있을 것임을 암시)"
하고 부인 품에 달려들거늘[상으로셔 오운(五雲)이 ~ 부인 품의 달여들거늘 : 유충렬의 탄생에 앞선 이 태몽은 장차 태어난 아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의미를 가지며, 천상계에 있었던 익성 선관과의 싸움이 지상 세계에서도 계속되리라는 암시를 내표하고 있다. 또 타고 온 청룡을 구름 속으로 보내면서 다음의 풍진, 즉 전쟁에서 다시 찾아으리라고 말한 데서 그의 군사적 활약도 암시한다.] 놀라 깨달으니 일장춘몽(一場春夢) 황홀하다.
정신을 진정하여 주부를 청입(들어오기를 청함)하여 몽사를 설화(이야기)하되 주부 즐거운 마음 비할 데 없어 부인을 위로하여 춘정을 부쳐두고 생남하기를 만심 고대하더니 과연 그 달부터 태기 있어 십삭이 찬 연후에 옥동자를 탄생할 제, 방안에 향취 있고 문밖에 서기가 뻗질러 생광은 만지하고 서채(상서로운 빛깔)는 충천한 중에 일원 선녀 오운 중에 내려와 부인 앞에 궤좌(무릎을 꿇고 앉음)하여 백옥 상에 놓인 과실을 부인께 주며 하는 말이,
"소녀는 천상 선녀옵더니 금일 상제 분부하시되 자미원 장성이 남경 유심의 집에 환생하였으니 네 바삐 내려가 산모를 구완(아픈 사람이나 해산한 사람을 간호함)하고 유아를 잘 거두라 하시기로 백옥병의 향탕수(향을 넣어 달인 물)를 부어 동자를 씻기시면 백병이 소멸하고 유리대(유리로 만든 주머니)에 있는 과실 산모가 잡수시면 명이 장생불사(長生不死 : 오래도록 살고 죽지 아니함, 불로장생과 동의어)하오리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유리대에 있는 과실 세 개를 모두 쥐니 선녀 여쭈오되.
" 이 과실 세 개 중에는 부인이 잡수시고 또 하나는 공자를 먹일 것이요, 또 한 개는 일후에 주부가 잡수실 것이니 다 각기 임자를 옥황께옵서 점지하신 과일을 다 어찌 잡수시리까?"(나중에 복선이 되는 것으로 이로 인하여 모두가 생명을 건지게 됨)
향탕수를 부어 한 개를 잡순 후에 옥동자를 채금(채색이 있는 이불) 속에 뉘여 놓고 부인께 하직하고 오운 속에 싸여 가니 반공에 어렸던 서기(瑞氣 : 상서로운 기운) 떠나지 아니하더라.[소녀난 천상 션옵니더니 - 셔기(瑞氣) 떠나지 안이 하더라 : 선녀가 유심의 부인 장씨가 유충렬을 출산할 때 그녀를 돕는 대목으로 적강(謫降)한 자미원 장성(將星)의 천상 선관이 유충렬로 환생하였다는 말과 선녀가 출생 때 도우러 온 것은 앞서의 태몽과 일치한다. 한편 이 대목 가운데 '또 한 개는 일후의 주부가 잡수실 거스니.' 는 뒷날 유심이 고난에 처하게 되고, 다시 과실로 살아 날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복선에 해당한다.]
부인이 선녀(仙女)를 보낸 후에 일어나 앉으니 정신이 상쾌하고 청수한 기운이 전일보다 배나 더하더라.
주부를 청입하여 아기를 보이며 선녀의 하던 말을 낱낱이 고하니 주부 공중을 향하여 옥황께 사례하고 아기를 살펴보니 웅장하고 기이하다. 천정[天庭 : 양미간 또는 이마를 상서(相書)에서 이르는 말]이 광활하고 지각(얼굴의 바탕)이 방원(모진 것과 둥근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하여 초상(초생달)같은 두 눈썹은 강산 정기 쏘였고 명월 같은 앞가슴은 천지 조화 품었으며, 단산[단사(丹砂)가 나는 산]의 봉의 눈은 두 귀밑을 돌아보고 칠성에 쌓인 종학[미상(未祥)] 용준용안(잘생긴 얼굴) 번듯하다. 북두칠성 맑은 별은 두 팔뚝에 박혀있고 뚜렷한 대장성이 앞가슴에 박혔으며, 삼태성 정신별이 배상(등 위)에 떠 있는데, 주홍으로 새겼으되 '대명국 대사마 대원수'라 은은히 박혔으니 웅장하고 기이함은 만고에 제일이요, 천추에 하나로다(영웅의 신이한 탄생과 비범성을 이름).
주부 기운이 쇄락(기분이나 몸이 상쾌하고 깨끗함)하여 부인을 돌아 보아 왈,
" 이 아해 상을 보니 천인적강(천상의 사람이 인간계에 귀양옴) 적실하고 만고 영웅 분명하며 전일 황상께옵서 도읍을 옮기고자 하여 창해국 사신 임경천더러 물으시니 임경천이 아뢰기를 북두정기는 남경에 하강하고 자미원 대장성이 황성에 떨어졌으니 미구(얼마 오래지 아니함)에 신기한 영웅이 나리라 하더니 이 아해가 적실하니 어찌 아니 즐거우리까 오래지 아니하여 대장 절월[조선시대에 관찰사.병사·수사·대장 등이 왕에게 받아 차던 수기(手旗)와 도끼 모양의 것으로 생살권(生殺權)을 상징함]을 요하[허리 아래]에 횡대하고 상장군 인수[옛날 관인(官印)의 꼭지에 단 끈]를 금낭에 넌짓 넣고(입신양명을 의미) 부귀영화는 선영에 빛내고 맹기영풍[용맹한 기운과 영웅스런 풍모]은 사해에 진동할 제 뉘 아니 칭찬하리오. 산신은 깊은 은덕 사후에도 난망이요 백골인들 잊을쏘냐."
이름은 충렬이라 하고 자는 성학이라 하다.
세월이 여류(흐르는 물과 같아)하여 칠 세에 당함[ 시간이 비약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에 골격은 청수(얼굴이 깨끗하고 빼어남)하고 청명은 발췌[여럿 속에서 훨씬 뛰어남.]하여 필법은 왕희지(진대의 명필. 자는 일소)요, 문장은 이태백[당나라의 시인. 이름은 백. 태백은 자.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짐.]이며 무예장략은 손오[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의 병법가 손무(孫武)와 위나라의 병법가 오기(吳起)를 함께 부르는 말]에게 지내더라. 천문[천체의 형상 및 운행(運行)]지리는 흉중에 갈마두고(모아 두다) 국가 흥망은 장중에 매였으니 말달리기와 용검지술은 천신도 당치 못할레라
오호라 시운[당시의 운세]이 불행하고 조물이 시기한지, 유주부 세대 부귀 지극하더니 사람이 흥진비래[(興盡悲來) : 흥이 다하고 슬픔이 옴.]가 미쳤으니 어찌 피할 가망이 있을쏘냐. [작가가 개입하고 있는 부분으로 유심에게 일대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중략)
이때에 장부인이 유주부를 이별하고 충렬을 데리고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더니[역심을 품은 정한담이 정적인 유심을 모함하여 귀양보낸 일] 이날 밤 삼경에 홀연히 곤하여 침석(잠자리)에 졸더니 어떠한 노인이 홍선일병(붉은 부채 한 자루)을 가지고 와서 부인을 주며 왈,
"이날 밤 삼경에 대변이 있을 것이니(정한담이 유심의 집에 불을 질러 충렬 모자를 살해하려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충렬 모자는 꿈 속에 나타난 노인으로 인해 정한담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부채를 가졌다가 화광이 일어나거든 부채를 흔들면서 후원 담장 밑에 은신하였다가 충렬만 데리고 인적이 그친 후에 남천을 바라보고 가없이(끝없이) 도망하라. 만일 그렇지 아니하면 옥황께서 주신 아들 화광 중에 고혼(의지할 곳이 없이 떠돌아 다니는 외로운 넋)이 되리라."
하고 문득 간데 없거늘 놀라 깨어보니 남가일몽[일장춘몽(一場春夢), 남가몽, 남가지몽, 괴안몽(槐安夢), 괴몽(槐夢); 초로인생(草露人生), 조로(朝路)인생, 부생(浮生), 부유인생, 황단몽(黃鄲夢), 황량몽(黃粱夢), 노생지몽(盧生之夢), 한단지몽, 노생(盧生)의꿈; 부세(浮世),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 충렬이 잠이 깊이 들어 있고 과연 혼선 한 자루 금침 위에 놓였거늘 부채를 손에 들고 충렬을 깨워 앉히고 경경불매(근심이 되어 잠을 자지 못함)하던 차에, 삼경이 당함에 일진광풍(한바탕 부는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며 난데없는 천불이 사면으로 일어나니 웅장한 고루거각(高樓巨閣 : 높고 크게 지은 집)이 홍로점설(紅爐點雪 : 빨갛게 달아오른 화로 위에 눈을 조금 뿌린 것과 같다는 뜻)되어있고 전후에 쌓인 세간 추풍낙엽 되었도다.
부인이 창황(미처 어찌할 사이 없이 매우 급작스러움) 중에 충렬의 손을 잡고 홍선을 흔들면서 담장 밑에 은신하니 화광이 충천하고 회신만지(불에 타고 남은 재가 땅에 가득함)하니 구산(丘山 : 언덕과 산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물건이 많이 쌓인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같이 쌓인 기물 화광에 소멸하였으니 어찌 아니 망극하랴.
사경(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이 당함에 인적이 고요하고 다만 중문 밖에 두 군사 지키거늘 문으로 못 가고 담장 밑에 배회하더니, 창난(창연히 빛나는)한 달 빛속으로 두루 살펴보니 중중한 담장 안에 나갈 길이 없었으니, 다만 물 가는 수챗 구멍(수채의 허드렛물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보이거늘, 충렬의 옷을 잡고 구멍에다가 머리를 넣고 복지(땅에 엎드림) 하여 나올 제, 겹겹이 쌓인 담장 수채로 다 지내어 중문 밖에 나섰으니 충렬이며 부인의 몸이 모진 돌에 긁히어서 백옥 같은 몸에 유혈이 낭자하고 윌색같이 고운 얼굴 진흙 빛이 되었으니(대조법 사용됨) 불쌍하고 가련함은 천지도 슬퍼하고 강산도 비감(슬픈 느낌, 그런 느낌이 듦)한다.
충렬을 앞에 안고 사잇길로 나오며 남천을 바라고 가없이 도망할 제, 한 곳에 다다르니, 옆에 큰 뫼가 있으되 높기는 만장이나 하고 봉우리 오색 구름 사면에 어리었거늘 자세히 보니 이 뫼는 천제(천신에게 지내는 제사)하던 남악형산이라. 전일 보던 얼굴이 부인을 보고 반기듯, 뚜렷한 천제당이 완연히 뫼이거늘, 부인이 비회(마음 속에 서린 슬픈 시름이나 회포)를 금치 못하여 충렬을 붙들고 방성통곡(放聲痛哭 : 큰 소리로 몹시 슬프게 곡을 함)하는 말이.
"너 이 뫼를 아느냐? 칠년 전에 이 산에 와서 산제(산신령에게 드리는 제사)하고 너를 낳았더니 이 지경이 되었으니 너의 부친은 어데 가고 이런 변을 모르는고. 이 산을 보니 네 부친 본 듯하다. 통곡하고 싶은 마음 어찌 다 측량하리."
충렬이 그 말 듣고 부인의 손을 잡고 울며 왈,
"이 산에 산제라고 나를 낳았단 말인가? 적실히 그러하면 산신은 이러한 연유를 알건마는 산신도 무정하네." (완판본)
참고 사항
중국 소설 〈설인귀정동 薛仁貴征東〉의 번역소설. 활자본·필사본·목판본. 활자본 〈백포소장설인귀전 白袍少將薛仁貴傳〉은 중국 소설 〈설인귀정동〉의 충실한 직역이고, 목판본(京板本) 〈설인귀전〉은 그것의 축약·개작이다.
당나라 태종 때 용문현에 사는 설영과 그 아내 반씨 사이에서 설인귀가 태어난다.
인귀는 자라면서 말을 하지 않다가, 15세가 되었을 때 책방에서 잠을 자다가 백호가 달려드는 꿈을 꾸고 나서 드디어 말을 하게 된다. 한편, 태종은 일몽(一夢)을 꾸고 용문현의 백포 장군 설인귀가 장차 동정(東征)에서 자신을 구해 주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귀는 부모가 죽은 뒤 무예를 익히고 육도삼략을 공부하며, 위급한 사람을 구제하느라 가산을 탕진한다. 인귀는 주림을 견디지 못해 유원외의 집에서 기식한다. 유원외의 딸 금화는 인귀가 귀하게 될 인물임을 예감하고, 인귀에게 비단옷을 주었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집에서 쫓겨난다.
금화는 한 굴에 들어가 피신하던 중 마침 그 곳을 찾아온 인귀를 만나 혼인한다. 인귀는 의형제를 맺은 주청의 권유로 동정에 참가하기로 한다. 태종은 장사귀를 용문현으로 보내 인귀를 찾아오게 하나, 장사귀는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염려해 투군(投軍)한 인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두 번을 투군했다가 거절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인귀는 번홍해의 딸을 구해 주고, 방천화극을 얻는 한편 그녀를 부실로 맞아들이게 된다. 다시 세 번째의 투군장을 내니, 장사귀는 인귀를 속이고 설례로 개명하게 한 후에야 그를 받아들인다. 태종은 을지경덕을 원수로, 장사귀를 선봉장으로 삼아 동정에 나선다.
도중에서 인귀는 큰 굴을 만나 그 곳에서 여보살로부터 다섯 가지 보배를 얻는다. 인귀는 이 보배들을 써서 만나는 적들을 모두 물리치나, 장사귀는 이 모든 공을 사위에게 돌리고 황제를 속인다. 태종이 사냥을 하던 중 합소문에게 사로잡히게 된다.
이 때 인귀는 말이 달리는 대로 한 곳에 이르러 태종을 만나게 되니, 합소문을 물리치고 태종을 구출한다. 마침내 인귀를 알아본 태종은 장사귀 일족을 잡아 가두고 설인귀를 원수에 봉한다. 설원수는 합소문과 그의 군사들을 몰살시키니 부여 왕이 항복한다. 평요왕에 봉해진 설인귀는 고향에 돌아왔으나 실수로 아들 정산을 쏘아 죽인다.
그러나 운몽동 왕오노조는 정산을 데려와 단약을 먹여 회생시켜 후일에 부자 상봉하도록 한다. 설인귀는 번소저를 맞아들여 두 부인과 함께 부귀영화를 누린다.
〈설인귀전〉은 원래 연작 소설로 〈설인귀정동〉과 〈설정산정서 薛丁山征西〉로 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전자는 〈백포소장설인귀전〉으로, 후자는 〈서정기 西征記〉·〈설정산실기 薛丁山實記〉·〈번이화정서전 樊梨花征西傳〉으로 번역되어 연작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설인귀전〉은 18세기 중엽 혹은 그 직후에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백포소장설인귀전〉은 고전소설 가운데 이른바 영웅소설 혹은 군담소설에 속하는 〈유충렬전〉·〈소대성전〉·〈장익성전〉·〈장국진전〉 등에 그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속편인 〈서정기〉·〈설정산실기〉·〈번리화정서전〉 등은 또 우리의 고전소설들 가운데, 이른바 여걸소설 혹은 여장군소설에 해당하는 〈홍계월전〉·〈정수정전〉, 그리고 〈황운전〉·〈옥루몽〉 등에 그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薛仁貴傳(古小說板刻本全集 4, 延世大學校人文科學硏究所, 1973), 小說의 構造와 實相(成賢慶, 영남대학교출판부, 1981), 薛仁貴傳(舊活字本古小說全集 6, 仁川大學校民族文化硏究所, 1983), 한국군담소설의 구조와 배경(徐大錫,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5), 李朝飜案小說考(徐大錫, 국어국문학 52, 1971).(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기자 정성(祈子精誠)의 의미
유심과 부인 장씨가 자식이 없음을 근심하다가 남악 형산에 이들 점지를 비는 이른바 '기자 정성'은 신황에서 주인공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이 변형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주몽은 알로 태어나 버림 받았고, 잉태 자체도 비정상적이었다. (해모수와 유화는 부부 생활을 했던 것이 아니고, 천상계로 복귀한 뒤에 일광으로 유화에게 비침으로써 주몽을 잉태한 것임.) 반면에 유충렬은 탄생 자체에는 아무런 고난이 따르지 않는다. 고귀한 혈통에다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늦게 얻은 자식으로 그것도 명산(名山)에 빌어서 얻은 자식으로 설정되고 있을 뿐이다.
'유충렬전'에 반영된 시대상(時代相)
병자호란의 주전(主戰), 주화(主和)의 대립상 |
토번과 가달의 정벌을 둘러싸고 정한담은 정벌을 주장하고 유심은 그것을 반대한다. 이것은 병자호란 때 척화(斥和)파와 주화(主和)파의 갈등 양상과 상통한다. |
강도(江都)함락의 실상 |
'유충렬전'에서 황후, 태후, 태자 등이 호국(胡國)의 포로가 된 것은 병자호란 때 강도(江都)함락으로 궁중 비빈과 대군(大君)이 포로가 된 것과 부합한다. |
외적에 대한 복수 의식 |
유충렬이 호국(胡國)을 정벌하고 통쾌한 복수전을 거듭 벌인다. 이것은 병자호란으로 인한 수난과 수모를 소설을 빌어 복수하고자 하는 의식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
'유충렬전'의 주제(主題)와 작가 의식
이 작품의 주 갈등은 충신과 간신의 대결로 전개되며, 작가는 일방적으로 충신으로 설정된 유충렬을 옹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유충렬전'은 겉으로는 국가에의 충성이란 교리(敎理)를 강력하게 표출하면서 정작 당쟁(黨爭)으로 권력에서 밀려나 실세(失勢)했거나 몰락(沒落)한 계층의 실세 회복 의식이 투영된 작품이다. 즉, '유충렬전'은 충성과 효도라는 중세의 윤리 관념을 증시하면서도, 그 내부에는 국가의 변란과 위기에서 큰 공을 세워 조정의 권신으로 등장하여 자기 가문의 반대파를 숙청하고 과거의 선조들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몰락한 양반층의 꿈을 담고 있다.
'유충렬전'의 문학사적 의미
'유충렬전'은 충렬의 영웅적인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영웅의 일생이라는 유형적 구조를 가장 충실히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웅 소설이다. 또 이 작품의 유형 구조는 신소설에까지 계승되어 '혈의누'에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당대 독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충신과 역신의 갈등을 통해, 현실적 논리인 악의 승리가 이상적 논리인 선의 승리로 극복되어 윤리적 당위인 충(忠)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쟁으로 실세했거나 몰락한 계층의 재기, 복수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병자호란의 실상과 함께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담고 있다.
'유충렬전'의 문체상의 특징
문체상으로 볼 때 '유충렬전'은 딱딱하고 엄숙한 한자어와 한문 구절을 많이 사용하여 장중한 느낌을 주는 문어체이다. 유심 부인의 말조차 전형적인 문어체이다. 그러나 유심의"실푸다∼뉘라셔 주장폁리." 같이 우리말의 저연스러운 호흡과 표현력을 적절히 살린 대목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자료실 돋보기
1. 군담 소설(軍談小說)
창작 군담 소설 : 소설의 주인공이 역사상 실재 인물이 아니고 작가가 허구한 가공의 인물이며 작품에 나타나는 전쟁 또한 실재가 아니라 지어낸 것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예 '유충렬전', '소대성전', '장익성전', '사각전', '장국진전' 등)
역사 군담 소설 :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물이 실재했던 전쟁에서 영웅적 활동을 하는 것을 그린 소설. (예 '임진록', 임경업전', '박씨전' 등)
번역(안) 군담 소설 : 중국의 소설을 번역했거나 번안한 작품 (예 '삼국대전', '화용도실기', '조자룡실기' 등)
2. 영웅의 일생
·영웅의 일생' 이라는 서사적 유형 구조는 다음과 같다.
고귀한 혈통의 인물(人物)
비정상적인 잉태 혹은 태생(胎生)
비범한 지혜(智慧)와 능력(能力)
어려서 위기를 겪고 죽을 고비에 이름.
구출, 양육자를 만나서 위기를 벗어남.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힘.
위기를 극복, 승리자가 됨.
이러한 영웅들의 우리나라 서사의 중요한 모티프이다. 이것은 '동명왕 신화', '홍길동전', 군담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서사 구조이다.
'유충렬전'에 실현된 영웅의 일생
유충렬은 정직(正直)·충효(忠孝)로 이름이 났고 부귀를 누리는 정언주박(正言主薄) 유심의 아들이다.
유심 부부가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남악 형산 산신에게 빌어서 얻은 외아들이다.
천상(天上) 선관(仙官)의 하강이며, 비범한 기상을 지니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간신 정한담을 규탄하다가 귀양갔고, 간신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다가 어머니마저 잃고 도적에게 잡혀 죽게 되었다. 강 승상도 정한담을 규탄하다가 귀양갔다. 강 소저와 이별하고 강 승상의 집을 떠나 화를 피해야만 했다.
물에 빠졌으나 바위에 올라 살아났다. 남경 장수들이 구출했다. 강 승상의 집에서 화를 피하고 강승상의 딸 소저와 혼인했다. 광덕산 백룡사에서 화를 피하고, 도승(道僧)을 만나 무술을 익히고 무기를 얻었다.
정한담이 외적과 함께 난을 일을 일으켜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정한담을 죽이고 외적을 물리쳐 나라를 위기에 구출했다. 부모·강 승상·강 소저와 다시 만났으며 고귀한 지위에 올라 강 소저와 함께 부귀를 누렸다.
3. 더 찾을 거리
- 허균. '홍길동전'
줄거리 :
주인공인 길동은 홍판서와 시비(侍婢) 춘섬(春纖) 사이에서 태어나 늘 천대를 받고 자란다. 그는 총명한 재주에 학식이 뛰어나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법과 둔갑술(遁甲術)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사람들의 멸시를 참지 못하여 집을 뛰쳐나와 적굴(賊窟)에 들어가 괴수가 되어 활빈당(活貧黨)을 조직한다. 각 지방의 탐관오리(貪官汚吏)들과 토호(土豪)들의 불의(不義)의 재물을 탈취하는 등 양반 계급을 괴롭히고 가난한 양민을 돕다가 조정의 회유로 부득이 형조판서까지 되었으나 마침내는 고국을 하직하고 난징으로 가다가 율도국에 정착해 이상적 왕국을 건설한다는 이야기이다.
작품 해석 :
한글 소설의 효시로 중국 소설 '수호전(水滸傳)'에서 영향을 받아 임진왜란 후의 사회 제도의 결함, 특히 적서(嫡庶)의 신분 차이의 타파와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려는 허균의 혁명 사상을 작품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영웅적 인물의 제시와 전기성을 바탕으로 한 사건 전개 등에서 고전 소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당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대담하게 고발하고, 적서 차별철폐, 탐관오리 응징, 이상국 건설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제시하여 고전 소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전 소설이 소재와 인물, 배경 등을 중국에서 취해 온 반면, 이 작품은 우리나라를 무대로 삼고 있으며 한글로 표기하여 서민들에게까지 독자층을 확대시킨 점에서 진정한 한글 소설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잇다. 비교적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전기적 성격을 탈피하려 했다는 점에서 비로소 소설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 의식이 드러나 있는 현실 참여적 문학이 라고 할 수 있다.
'조웅전(趙雄傳)'
줄거리 :
중국 송나라 문제(文帝)때 공신이자 좌승상인 조정(또는 조정인은 간신인 우승상 이두병의 참소를 입고 음독 자살한다. 천자는 조 승상의 죽음을 애석히 여긴 나머지 조 승상의 아들 조웅을 궁중으로 불러들인다. 이두병은 천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웅을 후한이 두려워 죽이려고 하여, 조웅 모자는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방랑한다. 부친의 초상을 그려 준 월경 대사를 만나 산사(山寺)로 들어가 의탁하게 된다. 어느덧 15세가 된 조웅은 모친과 대사에게 출세(出世)할 결심을 말하고 도승(道僧)을 찾아가는데, 낙산 도사로부터 삼척 신검(三尺神劍)을 얻고, 철관 도사를 만나 병법과 무슬을 공부하게 된다.
조웅이 우여곡절 끝에 장 진사의 딸 장 소저와 결혼하고, 산사에서 공부를 마치고, 도사의 분부를 받들어 변방의 오랑캐들과 역전 이두병을 격멸하고 송나라 황실을 회복하기 위하여 나선다. 서번왕이 조웅을 죽일 흉계를 꾸미고 기다리고 있다가, 조웅이 태자를 모시고 오는 것을 보고 죽이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도리어 조웅에게 곤욕을 당한다. 조웅은 위왕과 연합하여 수십 만 대군으로 황성을 쳐서 이두병을 베고, 태자를 등극시킨다. 이에 송실이 회복되니 조웅의 명성은 천하에 널리 떨치게 된다.
작품 해제 :
영웅 소설의 대표적 작품의 하나로 널리 읽혀졌던 작품이다. 전반부는 주인공의 고행담과 결연담(結緣談)이며, 후반부는 영웅적 무용담(武勇談)으로, 구성이 상당히 복잡하나 전체적인 통일성은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영웅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주인공의 영웅적인 활동을 도술적으로 표현하였으며, 또한 두 명의 부인을 거느리도록 꾸며 놓았는데 이는 동양적인 중세 남성들의 이상적인 애정관을 표현하려고 한 데에서 모든 영웅 소설이 동일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유충렬전'과 유사한 구성이나 사건이 좀더 현실적이며, 한시(漢詩)의 삽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참고문헌
박일용, ''유충렬전'의 문체적 특징과 그 소설사적 의미'. <홍익대학교 논문집 25>(홍익대학교 출판부, 1993)
성현경, ''유충렬전' 검토', <고전 문학 연구 2>(고전문학연구회, 1974)
서대석, <군담 소설의 구조와 배경>(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85)
이해하기
1. 본문의 내용은 영웅의 일생 중 어느 단계에 대응하는지 말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사건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고, 영웅의 일생에 비추어 그 단계를 판단하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 활동 :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은 '영웅의 일생' 중 '고귀한 혈통으로 탄생'과 관련 깊다. 유충렬의 가계, 기자 정성, 비범성이 드러나 있다.
2.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중국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만약에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우리나라로 설정되어 있다면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고,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를 다양하게 추리해 보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군담 소설의 배경은 대부분 중국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은 당대인의 중국 지향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하면서 얻게 되는 효과 측면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을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다양한 이국적 풍모를 그릴 수 있었고, 역모와 정벌 등 조선을 배경을 한다면 다룰 수 없는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3. 이 작품과 같이 군담 소설이 널리 읽혔던 이유를 조선 후기 사회상과 관련하여 말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조선 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 시대를 가리킨다. 전쟁의 참화(慘禍)와 패전(敗戰)으로 인한 치욕을 군담 소설의 사건 전개와 견주어 보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조선 후기 군담 소설의 발달은 전란의 피해와 민족 자존심의 훼손을 상상력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당대 민중의 의지로 볼 수 있다. '박씨전'에서 청나라 군사들 도술로 전멸시키고, '유충렬전'에서 오랑캐에게 사로잡힌 왕을 구출한다는 모티프는 모두 전쟁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4.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암시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어떤 사건이 전개될 것인지 추리·상상해서 말해 보자.
교수 학습 방법 :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을 복선의 형식으로 암시하고 있는 부분과 유충렬의 부친의 앞날을 암시하는 대목을 찾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주인공 유충렬의 탄생 부분을 보면 주인공이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천인이 적강하여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은 오래지 않아 대장절월을 허리에 차고 상장군의 인수를 금낭에 넣어 부귀영화로 조상을 빛내고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이라 예언되고 있다. 앞으로 주인공은 역경에 빠지게 되지만 결국 고난을 극복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확장하기
1. 다음을 읽고, '유충렬전'에 나타난 인물상과 비교해 보자.
해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화로, 헤라클레스와 함께 그리스 신화 최대의 영웅으로 알려진 페 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인 후에 신탁에 따라 그의 조부인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를 죽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페르세우스(Perse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으로 고르곤 중 하나인 메두사를 죽였으며, 바다 괴물로부터 안드로메다를 구출했다. 아르고스의 아크리시오스의 딸인 다나에와 제우스 사이의 아들이었다. 아크리시오스는 손자가 자기를 죽이게 되리라는 예언 때문에 갓 태어난 페르세우스와 다나에를 큰 궤짝에 넣어 바다로 던져버렸는데, 궤짝은 세리포스라는 섬에 닿았고 페르세우스는 그곳에서 자라게 되었다. 다나에를 아내로 맞고 싶어하던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흉계를 꾸며 페르세우스에게 고르곤들 중에 유일하게 죽일 수 있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페르세우스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고르곤들을 지키는 자매인 그라이아들을 위협해 그를 돕게 한다. 즉 세 자매가 함께 쓰고 있는 눈 하나와 이빨 하나를 빼앗은 다음, 마음대로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신발과 몸을 안 보이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메두사의 목을 치는 데 쓸 휘어진 칼(또는 낫)과 잘린 머리를 담을 자루를 얻고 나서야 그들에게 눈과 이빨을 돌려주었다. 그러나 다른 설에 따르면 그라이아 자매는 그를 저승의 님프들에게 안내한 일만 했고, 님프들이 페르세우스에게 고르곤들이 사는 곳을 알려주고 자루·신발·투구를 주었으며, 그에게 칼을 준 사람은 헤르메스라고 한다. 메두사의 눈을 보면 누구나 돌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페르세우스는 아테나가 준 방패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메두사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그 목을 베었다. 세리포스로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폴리덱테스와 그 부하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쳐들어 돌로 만들어버리고 어머니를 구했다.
페르세우스가 한 또다른 일은 메두사의 머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에티오피아의 공주인 안드로메다를 구한 것이다. 안드로메다의 어머니인 카시오페이아는 바다의 님프인 네레이스들보다 자기가 더 예쁘다고 뽐냈다. 그래서 포세이돈은 그 벌로 에티오피아에 홍수를 일으키고 전염병이 돌게 했을 뿐만 아니라 바다 괴물도 보냈다. 안드로메다의 아버지인 케페우스 왕은 바다 괴물에게 딸을 바치면 에티오피아가 질병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그대로 했다. 지나가던 페르세우스는 이 아름다운 공주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는 메두사의 머리를 이용해 바다 괴물을 돌로 만들어버리고 안드로메다와 결혼했다.
뒤에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치고 다른 장비들은 헤르메스에게 바쳤다. 아테나는 그 머리를 자기 방패에 달고 다녔다. 어머니인 다나에와 함께 고향인 아르고스로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원반 던지기 경기에 참가해 원반을 던지게 되었는데 그 원반이 우연히 아크리시오스에게 맞아 그만 죽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그가 할아버지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옛 예언은 적중했다. 페르세우스는 결국 아르고스를 떠나 미케네를 건설해서 거처로 삼고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여러 명의 후손을 남겼다.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는 고대 및 르네상스 시대에 걸쳐 회화와 조각에서 널리 쓰이던 주제였다. 고르곤의 머리를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거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재해석했으며, 영국의 소설가인 아이리스 머독은 〈잘린 머리 A Severed Head〉에서 현대적인 상징으로 사용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교수·학습방법 :
제시된 작품에 제시된 페르세우스의 가계, 페르세우스에 대한 신의 예언, 페르세우스의 행적 등을 유충렬의 그것과 비교해 보게 한다.
예시 학생 활동 :
페르세우스와 유충렬은 먼저 영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메두사를 없애는 페르세우스와 정한담과 호국을 정벌하는 유충렬의 영웅적 면모를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출생의 측면에서도 고귀한 혈통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난 페르세우스와 천인 적강의 유충렬은 모두 하늘과 관련된 고귀한 인물로 설정된다. 고난을 극복하고 최고의 지위에 오른다는 점도 또한 유사하며 예언에 의해 인물의 행보가 예측된다는 점도 찾을 수 있다.
2. 이 시대의 군담 소설과 오늘날의 위인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사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어떤 사람들이 위인인가에 대해 학생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기준으로 접근하도록 개방적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예시 학생 활동 :
이 시기 군담 소설과 오늘날 위인전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자신이 처한 역경을 극복하고 승리를 이룬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조선 후기 군담 소설이 창작 배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후 민족의 자존심 회복 욕구에서 발생한 허구적이고 상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한다면 오늘날 위인전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해와 감상
작자, 연대 미상인 '유충렬전'은 영웅의 일생을 소설로 엮은 전형적인 군담 소설이다. 작품의 전개는 주인공의 신이한 출생, 성장 과정에서의 시련과 극복, 그리고 영웅적 투쟁과 화려한 승리로 이어져있으며, 주인공의 극단적인 하락과 공명의 극으로의 상승을 통해서 인간의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삶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또한 '유충렬전'은 충신과 간신의 대립을 통하여 조선 시대의 충신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무능한 왕권에 대한 규탄과 역경에 처한 왕가의 비굴성이 나타나고 있어, 권좌에서 실세한 계층의 권좌 만회의 꿈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에 걸쳐 호국을 정벌하고 호왕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병자호란 이후 호국 청나라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표현한 작품이다.
저작 연대는 확정할 수 없으나 오늘날 전하는 판본이 모두 19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정한담을 생포하는 과정과 유충렬이 강 소저와 결연하는 과정이 중국 소설 '설인귀전'과 일치하고있다는 점에 18세기 후반기 이후에 창작된 소설로 보인다.
이해와 감상2
‘유충렬전’은 ‘조웅전’과 함께 조선 후기 영웅 소설과 군담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천상계의 신선이었던 주인공이 죄를 짓고 지상으로 하강하여 간신의 모해와 반역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신이한 능력을 발휘하여 위기에 처한 가문과 국가를 구출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작품 전개는 ‘주몽 신화’에서 비롯된 영웅 서사 구조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천(유심)의 누명으로 신분이 하락하였던 주인공이 전란에 공을 세워 신분이 상승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삶의 영고성쇠를 보여 주는데, 이는 충신과 간신이 대립하고 충신이 마침내 승리한다는 설정을 통하여 조선 시대의 충신상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무능한 왕권에 대한 규탄과 역경에 처한 왕가의 비굴성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정치 현실에서 실세한 계층이 자신의 권좌를 다시 만회해 보려는 꿈을 투영시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유충렬이 호국(胡國)을 정벌하고 통쾌한 설욕을 하는 장면은 병자호란 이후 생긴 민중들의 청나라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천상계와 지상계라는 이원적 세계관과 적강 소설(謫降小說)의 모티프를 보여 준다.
이해와 감상3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본. ‘ 유충렬전(柳忠烈傳) ’ · ‘ 유충렬전(兪忠烈傳) ’ 등의 이명이 있다. 필사본 · 목판본 · 활자본으로 간행되어 50여 가지의 이본이 있다.
필사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세 본 이외에 여러 이본이 있다. 3권 1질의 한글 행서체 〈 유충렬전 劉忠烈傳 〉 과 1권 1질의 국한문 혼용체 〈 유충렬전 柳忠烈傳 〉 , 2권 1질의 한글 행서체에 한자를 간간이 삽입한 〈 유충렬젼 〉 이 국립중앙도서관 도서에 있는 이본들이다.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2권 1질의 한글 행서체 〈 유충렬전 劉忠烈傳 〉 이 있으며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1권 1질의 이두체 〈 유충렬전 劉忠烈傳 〉 이 있다. 그 밖에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에 한글 필사본으로 일곱 개의 본이 있다.
나손문고본은 단권 〈 유충렬젼 〉 , 상하 합권의 〈 유츙열젼 〉 , 상하 2권의 〈 유충렬전 劉忠烈傳 〉 , 하권만 있는 〈 유충렬전 兪忠烈傳 〉 과 〈 뉴충열젼 〉 · 〈 유충열전 劉忠烈傳 〉 , 그리고 상권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는 1권 1질인 〈 유충렬젼 〉 이 있다.
목판본으로는 서강대학교 도서관 도서로 상하 합권으로 된 완판본 〈 유충렬젼 〉 과, 상권이 낙질된 〈 유충렬젼 〉 하권이 있다. 서울대학교 도서관 도서에는 상하 합권으로 된 완판본 〈 유충렬젼 〉 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상하 합권으로 된 완판본 〈 유충렬젼 〉 2종이 있다.
활자본으로는 덕흥서림본 · 대창서원본(大昌書院本) · 세창서관본의 세 가지가 있는데 모두 단권으로 되어 있고, 판수에 따라서 면수가 다르다. 이상과 같이 〈 유충렬전 〉 이 많은 판본을 남기고 있고, 활자본의 중판 횟수가 20여회가 넘는 것은 이 소설이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명나라 영종연간(또는 홍치연간)에 정언주부의 벼슬을 하고 있던 유심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한탄하다가 남악형산에 치성을 드리고 신이한 태몽을 꾼 뒤 귀하게 아들을 얻어 충렬이라 이름을 짓고 키운다.
이 때 조정의 신하들 중에 역심(逆心)을 품은 정한담 · 최일귀 등이 옥관도사의 도움을 받아 정적(政敵)인 유심을 모함하여 귀양 보내고, 유심의 집에 불을 놓아 충렬 모자마저 살해하려 한다.
그러나 충렬은 천우신조로 정한담의 마수에서 벗어나 많은 고난을 겪고 퇴재상 강희주를 만나 사위가 된다. 강희주는 유심을 구하려고 상소를 올렸으나 정한담의 모함을 입어 귀양을 가게 되고, 강희주의 가족은 난을 피하여 모두 흩어진다. 충렬은 강낭자와 이별하고 백용사의 노승을 만나 무예를 배우며 때를 기다린다.
이 때 남적과 북적이 반기를 들고 명나라에 쳐들어오자 정한담은 자원 출전하여 남적에게 항복하고, 남적의 선봉장이 되어 천자를 공격한다. 정한담에게 여러 번 패한 천자가 항복하려 할 즈음, 충렬이 등장하여 남적의 선봉 정문걸을 죽이고 천자를 구출한다.
충렬은 홀로 반란군을 쳐부수고 정한담을 사로잡고 호왕에게 잡혀간 황후 · 태후 · 태자를 구출하며, 유배지에서 고생하던 아버지 유심과 장인 강희주를 구하여 개선한다. 또한, 이별하였던 어머니와 아내를 찾고, 정한담 일파를 물리친 뒤 높은 벼슬에 올라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영웅의 일생을 소설로 엮은 전형적인 군담소설이다. 작품의 전개는 주인공의 신이한 출생, 성장과정에서의 시련과 그 극복, 그리고 영웅적 투쟁과 화려한 승리로 이어져 있다.
주인공의 극단적인 하락과 공명의 극으로의 상승을 통해서 인간의 영고성쇠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한, 〈 유충렬전 〉 은 충신과 간신의 대립을 통하여 조선조 중세 질서 속에서 충신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무능한 왕권에 대한 규탄과 역경에 처한 왕가의 비굴성이 나타나고 있어, 권좌에서 실세한 계층이 다시 권력을 잡고자 하는 꿈을 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호국을 정벌하고 호왕을 살육한다는 점에서, 병자호란 이후 호국 청나라에 대한 강한 민족적 적개심을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작연대는 확정할 수 없으나 오늘날 전하는 판본이 모두 19세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한담을 생포하는 과정과 유충렬이 강낭자와 결연하는 과정이 중국소설 〈 설인귀전 〉 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18세기 후반기 이후에 창작된 소설로 보인다.
≪ 참고문헌 ≫ 유충렬전연구(서대석, 창작과 비평 43, 1977), 유충렬전검토(成賢慶, 韓國小說의 構造와 實相, 嶺南大學校出版部, 1981).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영웅 소설에 대하여
영웅 소설은 '홍길동전'에서 초기적 형태가 성립한 후 많은 독자층의 애호 아래 성행한 소설 유형이다. 그 유형적 구조를 간추리면
1) 예사롭지 않게 출생하고 비범한 자질을 갖춘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이,
2) 뜻밖의 재난으로 위기에 부딪혔다가,
3) 양육자의 도움을 얻어 이를 모면하고,
4) 힘과 지혜를 기른 뒤 마침내 세상에 다시 나아가,
5) 악의 세력을 무찌르고 영광을 쟁취한다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 구조에 걸맞게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와 문체는 장중 엄숙한 흐름을 유지한다. 또한, 영웅 소설 중의 상당수의 작품들은 천상계(天上界)와 지상계(地上界)라는 이원적 공간을 설정하고 주인공이 어떤 잘못으로 인해 천상계로부터 지상계로 내쫓김을 당한다는 화소(모티프)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을 적강(謫降) 소설이라 지칭하기도 하나, 모든 영웅 소설이 다 적강 소설은 아니다. 다만, 화려하고 다채로운 군담과 이원적 세계 구조 및 적강의 모티프를 가진 작품이 영웅 소설의 전형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웅의 일생'의 유형적 구조
유심과 부인 장씨가 늦도록 자식이 없음을 근심하다가 남악형산에 가 아들 점지를 비는 이른바 '기자 정성'을 통해 유충렬이 잉태된다는 구조는, '영웅의 일생' 서사 구조와 부합한다. 영웅 소설이 이와 같은 구조를 취하는 것은 영웅은 잉태와 탄생 자체부터 보통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충렬'의 현실 반영
'유충렬전'은 거듭되는 위기와 그 극복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많은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군담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성공 배경에는 병자호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가달의 정벌을 둘러싼 유심과 정한담의 대결은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이며, 호국에 의해 황제가 가족들이 포로가 된 것은 강화도의 함락으로 왕실의 인물들이 포로가 된 것을 뜻한다. 또, 유충렬이 단신으로 호국을 정벌하고, 통쾌한 설욕을 한 것은 병자호란 때 당한 고통과 패배 의식을 소설을 통해 복수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임경업전'이나 '박씨전'과 그 맥을 같이한다. 그런가 하면 정한담과 당쟁에서 패배한 유심의 집안이 유충렬에 와서 옛날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조선 후기의 당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한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곧 유심의 그룹을 충신으로 설정하고 정한담의 그룹을 역적으로 설정한 작자 의식은 바로 당쟁에서 패배한 권세를 잃은 층의 의식을 대변한 것이다. '유충렬전'의 구조는 신소설 '혈의 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다.
유충렬전은 거듭되는 위기와 그 극복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많은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군담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성공 배경에는 병자호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가달의 정벌을 둘러싼 유심과 정한담의 대결은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이며, 호국에 의해 황제가 가족들이 포로가 된 것은 강화도의 함락으로 왕실의 인물들이 포로가 된 것을 뜻한다. 또, 유충렬이 단신으로 호국을 정벌하고, 통쾌한 설욕을 한 것은 병자호란 때 당한 고통과 패배 의식을 소설을 통해 복수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임경업전'이나 '박씨전'과 그 맥을 같이한다. 그런가 하면 정한담과 당쟁에서 패배한 유심의 집안이 유충렬에 와서 옛날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조선 후기의 당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한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곧 유심의 그룹을 충신으로 설정하고 정한담의 그룹을 역적으로 설정한 작자 의식은 바로 당쟁에서 패배한 권세를 잃은 층의 의식을 대변한 것이다.
기자 정성의 의미
유심과 부인 장씨가 자식이 없음을 근심하다가 남악 형산에 아들 점지를 비는 이른바 '기자정성'은 신화에서 주인공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이 변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몽은 알로 태어나 버림받았고, 잉태 자체도 비정상적이었다. 반면에 유충렬은 탄생 자체에는 아무런 고난이 따르지 않는다. 다만 고귀한 혈통에다 귀하게 얻은 자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늦게 얻은 자식, 또 명산(名山)에 빌어서 얻은 자식으로 설정되었다.
'유충렬전'과 '조웅전'의 영웅 소설적인 면 비교
영웅 소설의 구조 |
유충렬전 |
조웅전 |
고귀한 혈통 |
개국 공신 유심의 아들 |
공신이자 좌승상인 조정의 아들 |
비정상적인 출생 |
부모가 산천에 기도하여 태어남. |
기자 정성 이야기 없음. |
탁월한 능력 |
천인(자미성)의 적강(謫降)으로 비범한 능력을 지님. |
적강 이야기 없음. |
위기에 처함. |
정한담의 모함으로 유심은 귀양가고 정한담의 방화로 충렬 모자가 헤어짐. 강희주에 구출된 뒤 정한담의 탄압으로 강 낭자와 이별하고 도주함. |
간신 이두병의 참소로 아버지 조정이 죽음. 조웅을 두려워한 이두병이 죽이려고 해서 조웅 모자는 세상을 떠돎. |
구출과 양육 |
강희주에 의해 구출되어 그의 사위가 됨. 도망하다 노승을 찾아 도술과 무예를 배움. 연애담은 없음. |
천자의 도움으로 태자와 함께 자람. 월결 대사의 도움과 찰관 도사를 만나 병법과 무술을 배움. 위국공 장 진사의 딸과 만나 결혼을 함. |
성장 후 위기 |
정한담이 호국과 함께 반란을 일으켜 나라가 위급하게 됨. |
이두병이 오랑캐와 황실을 전복하고 위국으로 피한 태자를 죽이려고 함. |
고난의 극복과 승리 |
영웅적 능력을 발휘하여 정한담과 호왕을 물리쳐 나라를 구하고, 부모 · 강 낭자와 재회함. |
뛰어난 능력으로 태자를 구하고 여러 사람을 모아 이두병을 치고 태자를 등극시킴. |
'유충렬전'의 주제(主題)와 작가 의식
이 작품의 주 갈등은 충신과 간신의 대결로 전개되며, 작가는 일방적으로 충신으로 설정된 유충렬을 옹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유충렬전'은 겉으로는 국가에의 충성이란 교리(敎理)를 강력하게 표출하면서 정작 당쟁(黨爭)으로 권력에서 밀려나 실세(失勢)했거나 몰락(沒落)한 계층의 실세 회복 의식이 투영된 작품이다. 즉, '유충렬전'은 충성과 효도라는 중세의 윤리 관념을 증시하면서도, 그 내부에는 국가의 변란과 위기에서 큰 공을 세워 조정의 권신으로 등장하여 자기 가문의 반대파를 숙청하고 과거의 선조들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몰락한 양반층의 꿈을 담고 있다.
'유충렬전'의 문학사적 의미
'유충렬전'은 충렬의 영웅적인 일생을 그린 작품으로, 영웅의 일생이라는 유형적 구조를 가장 충실히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웅 소설이다. 또 이 작품의 유형 구조는 신소설에까지 계승되어 '혈의누'에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당대 독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충신과 역신의 갈등을 통해, 현실적 논리인 악의 승리가 이상적 논리인 선의 승리로 극복되어 윤리적 당위인 충(忠)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쟁으로 실세했거나 몰락한 계층의 재기, 복수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병자호란의 실상과 함께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담고 있다.
'유충렬전'의 문체상의 특징
문체상으로 볼 때 '유충렬전'은 딱딱하고 엄숙한 한자어와 한문 구절을 많이 사용하여 장중한 느낌을 주는 문어체이다. 유심 부인의 말조차 전형적인 문어체이다. 그러나 유심의"실푸다∼뉘라셔 주장폁리." 같이 우리말의 저연스러운 호흡과 표현력을 적절히 살린 대목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유충렬전'에 실현된 영웅의 일생
유충렬은 정직(正直)·충효(忠孝)로 이름이 났고 부귀를 누리는 정언주박(正言主薄) 유심의 아들이다.
유심 부부가 늦도록 자식이 없어 근심하다가, 남악 형산 산신에게 빌어서 얻은 외아들이다.
천상(天上) 선관(仙官)의 하강이며, 비범한 기상을 지니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간신 정한담을 규탄하다가 귀양갔고, 간신의 박해를 피해 도망치다가 어머니마저 잃고 도적에게 잡혀 죽게 되었다. 강 승상도 정한담을 규탄하다가 귀양갔다. 강 소저와 이별하고 강 승상의 집을 떠나 화를 피해야만 했다.
물에 빠졌으나 바위에 올라 살아났다. 남경 장수들이 구출했다. 강 승상의 집에서 화를 피하고 강승상의 딸 소저와 혼인했다. 광덕산 백룡사에서 화를 피하고, 도승(道僧)을 만나 무술을 익히고 무기를 얻었다.
정한담이 외적과 함께 난을 일을 일으켜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
정한담을 죽이고 외적을 물리쳐 나라를 위기에 구출했다. 부모·강 승상·강 소저와 다시 만났으며 고귀한 지위에 올라 강 소저와 함께 부귀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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